음파 오은호의 봄 여룸 가을 그리고....겨울, 세상 이야기는 그리 재미있지는 않습니다
글도 투박하고
순서도 없고
정리되지 않는 언어들의 꾸부정한 행렬들
그냥 생각나는 대로 주절주절 기억의 나침판을 빌리어 끄적 거리는 이야기들이기 때문입니다
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북항"에 관한 글을 쓴 신 시인이 사는 마을
누구에게나 인정 많고 넉넉한 인심 넘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
글 동냥을 하려고 목포에 다녀 왔습니다
내가 목포에 다녀 온 이유는 (생략) 하겠습니다
먼저 북항에 도착
지갑을 불시 검문하여 보니
넉넉하지 못한 현찰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는 것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난 지폐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자 풍족하지 못해 ‘미안해“ 사과하고
모든 시설이 갖추어져 있는 편안하고 아늑한 motel 보다는
언덕 위에서 손 짓 하며 날 “어 여 오라” 기다렸던 약간 허름한 스레트 주택이었지만
사람 살아가는 맛이 풍기고 인정 넘치는 사람들이
오늘도
내일도
날 술래 시키어도 좋을
숨바꼭질하면서 살아도 좋을
이곳에서 고풍스러운 삶을 살아보자고 위로하며 임대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창문 너머로 바다가 보이고
좁지도
넓지도 않은
아담한 사각 레슬링 장이어서 좋은
아직도 연탄 아궁이어서 좋은
꿈속에서 훔쳐보았던 그? 궁 디처럼 펑퍼짐한 부엌이어서 좋은 내부 구조는 그런대로 날 설레게 하였습니다
난 먼저 짐을 풀고 북 항으로 택시를 타고 달려가 노천에서 아주머니께 회를 한 접시 부탁하여
먼저 꼬르륵 합창하는 뱃속을 소주로 달래고 위로하여 주었습니다
쏴~아~
밀려 왔다 밀려가는 잔잔한 바닷물을 바라보면서
소주 한잔 마셔 가며
혼자 목구녕에 쑤셔 넣어도 삼삼한 맛이
청담동 맥주집 그 녀 입술처럼 참으로 달콤함이 달달 하였던 시간을 숨기지 않겠습니다
난 바닷가로 자리를 옮기고
담배에 불을 붙이고
파도가 애무하는 바위를 바라보며
이미 지나 가버린 추억의 풍경을 끄집어내어 보았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죽을 만큼 보고 싶었던 사람도 큰소리로 불러봅니다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를 바라보면서 모든 것을 포용하지 못한 지난 시간들
나 자신에 대한 반성도 해 보았습니다
아주 어린 시절
남포동 백두산 나이트클럽에서 만나 춤도 추었고
포장마차에서 소주도 나누어 마셨던 그녀도 소환하여 불러 보았습니다
난 용두산 공원아래 타워호텔 뒤 부일여인숙에 달 방을 얻어 머물렀고
그녀의 본가는 남부민동 이었지만
아버지가 재혼을 하여 집을 나와 중앙동 4가 54번지에 살면서
나의 눈을 바라보다 술에 취해 윙크하였다고 변명과 이유는 자유라고 말을 했던 그녀
난 그 녀가 새로운 직장 충무동에 취직했다고 술 좀 사달라고 축하 해달라고
어느 직장인 줄 알면서도 모른척 하며 새벽까지 술을 먹었던 기억이 생각나는 것은 왜? 일까요?
그렇게 힘든 노동을 하면서도 구김살이 전혀 없었고
늘 밝은 모습으로 나에게 달려와 나를 참 많이 좋아 했던 윤희 이었습니다
아마 날 처음 본 그 이전부터 날 사랑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고
술에 취해 하는 말이 아니라고
나를 볼 수 없는 날엔 미치겠다고
그렇게 날 끌어 안고 술 냄새 풍기며
'은호씨" 나 당신 정말 좋아한다고 ' 나 책임질 수 있어"라고
내 입술을 깨물며 볼을 비벼 가며 고백했던 그녀는 지금 어찌 살고 있는지 참 많이도 궁금합니다
나는 서울 영등포가 고향이고
그녀는 부산 남부민동이 고향이기에
내가 서울로 가자는 말이 무섭다고
동생들을 두고 집을 떠나기가 무섭다고
내가 늦은 신체검사를 받으러 가던 날
날 울리고 울리며 울게 했던 첫사랑 그녀가
왜? 지금 생각난 걸까요?
내가 서울로 가는 완행열차를 타기 전날
헤어지기 싫다고 하루만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다고
나를 밤이 물러 가고 태양이 솟구쳐 오를 때까지 흠뻑 취하게 했던 그녀의 향기를
꼭꼭" 숨겨 놓았던 그 아름다웠던 지금의 이 몹쓸 기억의 창고에서 왜? 불쑥 기어 나왔을까요?
나의 모든 기억들 중에서
그 녀의 이야기는
내가 쓰는 세상이야기 속의 일부분으로 치부하고 싶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만
이젠 남의 일이 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 일 까요?
물론 그녀 역시 나와의 기억들은 이미 지우개로 빡빡 지웠을텐데 말입니다
추억에 아파하든
그리워하든 지간에
지금은 흑백 필름을 살펴본 다는 것은 온전히 내 몫일 뿐입니다
그녀의 긴 머리카락과
곱고 가녀린 손과
샛별처럼 빛나던 눈과
오뚝한 코와 빨간 입술과
"툭"하면 달려와 내 등에 업히길 좋아 했던 그녀 이름은 정윤희 입니다
길을 걷다
나에게 딴지를 걸어
수 없이 나를 넘어트리며 깔깔거렸던 그녀입니다
흩어져버린 조각난 퍼즐을
아직도 나의 기억 속에 가지런히 남아 있음에 솔직하게 고맙다는 말은 적지 않겠습니다
내가 삶에 지쳤을 때
내가 삶에 무너질 때
얼굴 마주보는 것만으로도 서로 마음 든든한 사람이 되고 서로 위안이 되고 위로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곁에 있음에 행복하다고
그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오늘은 목포에서 술을 참 많이도 먹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