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입학을 위해 면접시험을 보던 때 ‘왜 대학원에 진학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어린 시절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았음에도 가끔 무엇 때문인지 잘 모르겠지만, 내가 잘 못한 것 같은 느낌과 혹시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던 경험이 있었다. 그러나 유아교육을 공부하며 접하게 된 여러 발달 이론들을 통해 어린 시절의 나를 이해하게 되었고 그 때 나에게 꼭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으며 자가 치유가 되는 계기가 되었던 이유로 내가 현장에서 만나는 영유아들에게 좀 더 전문성을 갖춘 교사로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싶어 진학을 생각하게 되었다.”라는 대답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몇 년 전 어떠한 계기로 과거의 나를 버리고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삶을 살아보리라는 다짐으로 일상에서 경험하는 사소한 일을 비롯한 대인관계에서도 의식적으로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 감정 대응을 자제하고, 이성적으로 사고하며 부정적 마음과 태도보다 긍정적 마음과 태도로 살아오려 노력했다. 이 과정에서 내가 필요이상으로 집착하고 욕심을 내던 것을 내려놓으니 비로소 내가 보이기 시작했고, 어떻게 하면 좀 더 발전적이고 생산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하며 나를 위해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시작해보기로 한 것 중 하나가 대학원 공부였다.
이번 학기 치열한 경쟁을 뚫고 ‘부모교육 및 상담 세미나’ 과목 신청에 성공 후 수업이 시작되기 전 현장에서 만나는 부모 상담에 도움이 되리란 기대가 높았다.
그러나 부모 상담에 대한 기대로 시작한 수업이 진행되면 될수록 뭔지 모를 내적 갈등이랄까 ? 아님 번뇌랄까? 딱히 무어라 딱 말할 수 없이 어려운 감정이 느껴졌다.
나의 자아를 구분하여 각각의 자아 상태를 이해하고 이것을 바탕으로 나는 다른 사람들과 어떤 방식으로 교류를 하고 있는지 생각하며 과거 어린 시절의 나, 부모로서의 나, 현재 생활 속에서의 나와 마주하는 과정에서 불유쾌한 기억과 감정을 다시 만나게 되고, 봄과 가을의 변화를 유난히 타는 내 감성까지 더해져 한 2-3주는 더 마음이 무거웠다.
지난 시간 ‘완전한 자기긍정 타인긍정’ 교재를 시작하며 만난 6살 그레첸의 “엄마, 처음부터 다 다시 시작하면 좋겠어.”라는 이야기를 보았을 때는 딱히 느껴지는 감정이 없었지만, 수업 시간 이후 이 말을 되뇌어 생각해보며 무겁고 복잡했던 나의 마음이 조금씩 해소되는 것 같았다. 그 이유는 교재에 나오는 ‘나쁜 감정이 일어나는 걸 멈출 수는 없지만 지속되는 걸 막는 수 있고, 그 결정은 내가 할 수 있어 나와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불완전할지라도 나는 즐겁게 여행하듯 살 수 있다는 이야기처럼 결국 어떤 선택을 하는가는 전적으로 나에게 달려있다’라는 이야기에 동의가 되었기 때문이다.
나의 나쁜 감정을 다스리고 좋은 감정으로 이전보다 생산적이고 긍정적인 선택을 하며 궁극적으로 인생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살아가려면 나의 어른 자아를 활용해 부모자아를 업데이트 하면서 어린 시절 어떤 부분에서 충족되지 못했던 나의 아이자아를 어루만지고, 내 삶의 모든 부분에서 진정한 선택의 자유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 삶의 모든 부분에서 선택의 자유를 가지려면 내가 내 마음을 깊이 이해하며 통찰하는 과정을 통해 겉으로는 괜찮아하며 덮어두었던 내면의 미해결 과제 먼저 하나씩 풀어나가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좋은 것일 수도 혹은 나쁜 것일 수도 있는 나의 과거와 그 때의 감정이 나를 늘 따라다닌 다는 것을 인정하고 직면해야 한다는 것과 최근 내가 불편하다고 느꼈던 대인관계의 문제도 결국 상대방 문제가 아니라 나의 선택에 따른 내 문제였구나라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고 또 완벽한 모습으로 살아갈 수도 없다. 그렇기에 최근 경험했던 무거운 마음과 갈등을 또 반복할 수 있지만, 이 시간 이후부터 나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어떤 부분이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인식하고 나를 지금-여기에서 분리시키는 원인을 안다면 그저 좋은 사람이 되려고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하고 나쁜 감정에 빠지는 잘못된 선택의 경우를 줄이며 진정한 OK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