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여기서 인용되는 숫자들은 제 기억속에서 나오는 것들이므로 대체로 정확하지만 간혹 근사치 일 수도 있으니 양해
바랍니다.
세계 원유 매장량은 1.2조배럴로 추정되고 현재 일 생산/소비량은 85백만 배럴입니다. 85백만 배럴에는 액화개스와 에탄올이
포함되어있는데 이를 제외한 순수 석유 생산량은 74백만배럴 입니다(불행히도 순수 석유 소비량은 구경하지 못했습니다.)
생산량은 2005.5월 74백만을 기록한 후 소량 감소를 보이다가 2008년 들어서 다시 74백만을 회복하는 모습입니다. 이는
OPEC 생산량이 2005.5월 28.5백만을 기록한 이후 소량 감소추세이다가 2008.1월이후 29~30백만을 회복하는 것과 궤를 같이
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석유소비는 현재 일일 7.5백만배럴로 매년 약 8%의 증가율이고 인도의 경우 2.5백만 배럴로 약 5%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을 포함한 OECD는 소비 증가율이 정체상태이기 때문에 의미가 없습니다.
Hubbert’s peak에 의하면 생산 곡선은 종(=bell)을 엎어놓은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통계학에서 말하는 normal distribution
curve(정상 분포곡선)와 비슷합니다. 생산 초기에 급격히 증가하다가 정점 근처에 이르러 잠시동안 수평을 유지한 후 (즉
plateau상태) 감소가 시작되면 급격히 감소합니다. 이는 Matt Simmons의 책에 각 대형유전들에 대한 분석에서 정확히 증명되어 있습니다.
또 한 예를 들자면 멕시코의 대형유전 Cantarell의 경우 2005년 최대 2.3백만 배럴에서 현재 1.3백만 배럴을 생산하고 있는데
PEMEX는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1년 이내에 0.8백만으로 축소될 것이라고 공인하고 있습니다.
피크이론의 신봉자들은 2005년 이미 정점을 지났다고도 하고 2005~2010년 사이에 정점이 존재한다고도 합니다.
어쨌거나 우리는 지금 오일피크 근처에 와 있음을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마치 자동차의 백미러를 보는 것 처럼 정확한 정점은 지나봐야 알 수 있다는 것 입니다. James Kunstler는 그의 책 Long
Emergency에서 정점 Plateau에서의 특징은 bumpy하다고 했습니다. 즉 유가 상승이 일시적인 소비감소를 가져와 유가 하락
을 유도하고 다시 하락된 가격으로 인하여 소비는 다시 증가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일 뿐 생산 감소가 시작되면
급격히 나타난다고 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얼마전 OPEC 공식 탈퇴를 선언했습니다. 석유 수입국으로 전락한 지금 OPEC 회원국이 될 자격이 없으니까요.
OPEC은 러시아, 캐나다를 향하여 회원 가입을 유혹하고 있으나 이 두나라는 별로 관심없어 보입니다. 가격 결정권과 영향력
확대를 위하여 신규 생산국들에 대한 일종의 마켓팅인 셈입니다. 러시아는 독자 노선을 걷고 있고 캐나다는 서방국가로서
OPEC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죠.
1999년 가을 런던의 한 만찬회 석상에서 당시 오일서비스회사 핼리버튼의 회장이던 Dick Cheney는 이런 발언을 했습니다.
“2%의 소비 증가율과 3%의 생산 감소율(declining rate)를 감안할 때 2010년에는 50백만 배럴의 석유 부족 사태가 올 것”
전세계 평균 석유 소비 증가율 2%는 현재도 변함없으나 생산 개시후 곧 나타나는 자연 감소율 declining rate는 3~5%가 대체
로 인정되고 있고 멕시코같은 경우는 8% 이상입니다.
11년전에 이미 딕체이니는 석유의 본질을 정확히(비록 숫자 자체는 정확하지 않겠지만) 이해하고 있었고 그래서 부통령이 된
후 2차이라크침공을단행하였을까요? Maybe.
전세계 석유의 70~75%는 주로 transportation으로 사용됩니다. 19세기 벤츠나 다임믈러에 의해 발명된 내연기관은 지금 세계
를 풍미하면서 The age of oil을 대표하는 품목입니다. 그리고 인간은 지구상 생명체 중에서 유일하게 외부 에너지에 의존하는
동물입니다.
며칠전 일본에서 열린 G8정상회담에서 선보인 혼다자동차의 FCX Clarity라는 Fuel cell자동차 아실 겁니다.
리튬이온 밧데리를 장착하였는데 개발담당 수석 엔지니어가 말하길 “10년 이내에 10백만엔(=10만달러) 이하로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취재기자들 간에 현재 가격에 대한 의견교환이 있었는데 아마도 10백만 달러 정도일 거라고 하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답니다. 리튬이온 밧데리의 안전성(폭발 위험성)은 차치하고라도 경제성 측면에서도 탈석유의 길은 아직 멀
고 멀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여담으로 리튬이온 밧데리의 미래를 확신하시는 분은 Chemical & Mining Co. of Chile(NYSE symbol : SQM)라는 회사와 호
주의 Admiralty Minerals라는 회사를 주목하십시오. SQM은 비료회사이지만 전세계 Lithium Carbonate 생산량의 36%를 차
지하고있는 회사입니다. 중국도 Lithium Hydrate라는 광물을 생산하기는 하지만 이는 순도가 낮아 밧데리용으로는 부적당합니다.
Matt Simmons는 그의 책 “사막에 지는 황혼”(부제목은 the coming Saudi oil shock and the world economy임) 에서 몇가지를 주장합니다.
1. 사우디는 1982년이후 중단한 각 개별 유전에 대한 생산량을 공개할 것.
2. 인류의 축복인 사우디 유전 보존(생산속도 조절)을 위해서 전세계가 노력할 것
3. 전세계 지도자들이 석유 고갈에 대비하여 투자를 확대할 것. 등등 입니다.
물론 4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고 아마도 한국어로 완역한다면 1,000페이지는 족히 넘어갈듯 싶군요. 전문용어
들도 많아서 번역도 힘들 것 같군요.
그는 말하길 2차 오일쇼크직후 중동 산유국 각국은 매장량을 급격히 늘렸는데(약 3000억 배럴) 이에는 두가지 원인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가격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 시장을 심리적으로 진정시키기 위함이고 또다른 하나는 각 회원국에게 쿼타를 배정하는데 그 기준을 매장량으로 삼았기 때문이랍니다. 즉 쿼타를 많이 받아서 생산을 많이 함으로써 국가(왕실) 재정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겠죠.
기술적으로 3천억배럴의 매장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자본투자를 하여 수만개의 시추공을 파야 하는데 이들은 불과 몇년 사이에 시추공 하나 추가로 파지도 않고 각국이 경쟁적으로 매장량을 늘렸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중동의 매장량은 허구이고 단순한 paper working에 불과하다는 취지입니다.
The King of kings라고 불리는 사우디의 Ghawar 유전은 1981년 마지막 공식발표에 의하면 5.7백만 배럴을 생산했습니다. 현재는 약 4.5백만 배럴 생산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 유전은 1950년대 생산을 시작한 이후 현재는 1배럴의 석유를 생산하기 위하여 5~7배럴의 물도 함께 생산하고 있습니다. 유정의 압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수십년 전부터 바닷물을 투입하기 때문입니다. 이 것은 바로 노쇠한 유정의 대표적인 현상으로 지적되고 있으며 Simmons는 생산 속도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즉 천천히 석유를 뽑아 올리면 그 주위에 남아있는 석유들이 천천히 모여들어 유정의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아직도 석유가 많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강제로 투입한 물 때문에 유정의 생명은 단축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텍사스에는 이미 죽은 수천개의 유정에서 각 유정당 하루 10배럴씩 천천히 생산하는 중소회사도 있다는 사실을 보면 설득력있는 듯 합니다. 그러나 물을 강제 투입하면 이 모든 것이 불가능하겠죠.
1962년부터 24년간 사우디 석유상을 하면서 2차례의 석유파동 중심에 있었던 Zaki Yamani를 40대 후반 이후 세대들은 잘 기억할 것입니다. 카이로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의 NYU와 하바드에서 법학을 공부한 그는 당시 핸리 키신저에 버금가는 협상력의 소유자였습니다. 현재 은퇴하여 런던에 살고 있는데 몇년전 어느 기자가 피크오일에 대해서 의견을 구하자 대답하기를 “석기시대가 끝나고 철기시대가 도래했어도 여전히 지구상에는 돌맹이가 많이 남아있다.” 라고 했답니다. 그의 대답은 결코 석유가 고갈되지 않는다는 말임과 동시에 핵심을 절묘하게 피해갔습니다. 핵심은 석유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즉 낮은 가지에 걸린 과일은 점점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죠. 즉, Easy oil is over 입니다.
오늘 어느 자료를 보니까 미국 시애틀소재 모기지회사인 Washington Mutual의 CDS(=Credit Default Swap) Spread가 911 bp를 기록하였군요. Citigroup의 spread도 815bp를 기록하고 있구요. 참고로 Bear Sterns가 사라지던 날 그회사 spread는 820~850 bp였습니다. 주식시장은 당분간 힘들어 보이죠?
끝.
첫댓글 눈을 똑바로 뜨고, 정신을 바짝 차리고 끝까지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기대했던 고유가의 원인과 향후 전망에 대한 쉬운 해설을 찾을 수 없으니, 제가 이해력이 부족한 건가요? 그러니까, 고유가의 원인은 단적으로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석유가 부족하다는 것은 알겠는데, 왜 갑자기, 유가가 3~4년 사이에 400%($33 ->$120, 작년말 대비해서도 70% 이상 오른 이유는 무엇일까요? gram님, 이해하기 쉽게 좀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정말 알고 싶어요.
1. ㅎㅎ 저도 석유공부 중인데.. 개인전문가, 국내외 기구/기관에 의해 고유가의 원인으로 가장 보편적으로 지적되었던 원인(주요원인)들을 적어 보겠습니다.요즘은 지식과 정보의 흐름이 매우 개방적이라 어떤 현상에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그 현상과 관련된 것들을 어느 누구나 대체로 알수 있기에, 앞에서 보편적으로 지적되었던 원인이라 함은 "어느 특정개인이나 집단이 독특한 관점이나 해석으로 지적했던 고유가원인"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이해를 하시면 되겠습니다.
2. 주요원인 ; ㄱ.수요 공급불균형 ㄴ. 석유채굴비용상승 ㄷ.달러약세 ㄹ.세계적인 과잉유동성(자본) ㅁ. 석유투기 ㅂ.지정학적인 불안정 ; ㄱ.친디아, 브릭스 그리고 동유럽, 아세안 국가의 경제성장으로 석유소비량 급격히 증가되어 왔음. ㄴ. 내륙이나 연근해 유정고갈로 심해유정개발증가&원거리수송, 기존유정생산성저하 ㄷ.달러약세로 달러페그환율시스템을 갖고 있는 OPEC의 수입물가상승(달러로 필요한 수입상품과 서어비스를 결제하므로) ㄹ. 초저금리 장기화로 세계적으로 자본유동성이 풍부해져서 펀드 그리고 국가차원에서 석유현물 등 석유관련 상품투자 확대.
3. ㅁ. 헤지펀드, 투자회사 등이 투기적 목적으로 석유시장 투자증대. ㅂ. 원유매장량이 풍부한 지역인 중동(이란), 아프리카(나이지리아)의 정정불안.
gram님의 글을 읽어보니, 수급 불균형이야 미리 있어 왔던 것이고, 예상이 가능한 일일 테지만, 투기적인 자본이 문제일 것 같군요. 마치 우리나라의 집값이 갑자기 3~4배 씩 뛰는 이유처럼......너무 단순한 이해인가요? ㅎㅎㅎ 감사합니다. 복 많이 받으시고, 좋은 한 주 보내세요.
오늘도 무척덥다고 하죠. 계곡 물놀이 가신다고 하셨는데 즐거운 물놀이 되세요. 복잡한 거는 단순하게 이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등산도 결국 내려가기 위해서 올라가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