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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남지 않은 고교 축구선수 생활, 후회되지 않은 시간을 보내겠다고 호언하는 보인고 '캡틴' 정주원의 모습 ⓒ K스포츠티비
외모와 플레이 스타일을 보면 전형적인 '파이터형'이다. 강인한 눈매와 인상으로 그라운드에서 엄청난 투쟁심을 자랑한다. 상대 선수와의 몸싸움에서 좀처럼 밀리는 법이 없다. 지는 것을 싫어하는 승부근성도 남다르다. 그러나 내면에는 강인함과 부드러움이 공존한다. '내유외강(內有外强)'의 유형이다. 보인고(서울) '캡틴' 정주원(3학년)의 얘기다.
지난 시즌부터 팀의 주축으로 맹활약한 정주원은 올 시즌 팀의 '캡틴' 자리를 부여받으며 금석배 대회 3위에 크게 기여했다. 185cm의 신장에 빼어난 제공권 장악능력과 강력한 맨마킹, 안정된 빌드업 등을 앞세워 붙박이 센터백으로서 독보적인 입지를 자랑하고 있다. 그라운드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으로 선수들을 훌륭하게 리드하는 등 코칭스태프의 신뢰도 두텁다.
정주원은 중동중(서울) 시절부터 촉망받는 센터백 자원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2학년때까지는 황기욱(연세대)이라는 거대한 산에 가려 많은 출전 시간을 보장받지 못했지만, 3학년 진급 후 놀라운 발전을 이뤄내며 또래 레벨 중 정상급의 센터백 자원으로 우뚝 섰다. 2012년 추계연맹전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고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한 정주원은 중등연맹 U-15 대표에도 발탁되는 등 많은 고교팀들의 스카웃 표적이었다.
여러 팀들의 끈질긴 러브콜 끝에 축구 명문 보인고에 새 보금자리를 틀었지만, '스타 군단' 보인고에서 저학년때부터 출전 기회를 잡는 것은 쉽지 않았다. 당시 U-19 대표 출신인 황인혁과 차인석(이상 동국대)의 입지가 워낙 굳건했던 탓에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개인 능력이 우선시되는 중학교와 달리 고교는 팀 전술과 피지컬 등이 중요시되는 만큼 새 스타일에 녹아드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고 했다. 정주원은 지난 시즌부터 출전 시간을 차츰 늘리며 1년 동안의 설움을 조금씩 날려보냈다. 들쭉날쭉한 출전 시간임에도 안정감 있는 플레이를 선보이며 팀에 엄청난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지난 시즌 왕중왕전에서는 팀이 저학년 위주로 출전했음에도 8강 진출에 앞장서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고학년 형들 앞에서도 위축되는 모습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무한한 잠재력을 그대로 입증했다.
고학년의 신분으로 2015년을 맞은 정주원은 시즌 첫 대회인 금석배 대회에서도 '조연' 역할을 충실히 했다. 안정된 수비 리드와 제공권 장악능력 등으로 U-17 대표 센터백 김승우(2학년)와 환상의 호흡을 선보였다. 팀이 용운고(상주 상무 U-18)에 승부차기 끝에 패하며 3위에 만족했지만, 6경기 동안 단 4골만 허용하는 '짠물방어'의 중심에 정주원을 빼놓고 논하기 어려웠다.
"동계훈련 때 연습경기를 하면서 실점이 많았는데 수비 조직력 훈련을 많이 했다. 선수들끼리도 예민하게 받아들일 필요성이 있다고 미팅을 많이 했다. 금석배 대회에서도 용운고를 맞아 좋은 경기를 펼치고도 승부차기 끝에 패해 아쉬움이 컸다. 우리 팀이 아직 득점력이 부족하다. 수비 조직력은 점점 좋아지고 있는 만큼 득점력이 살아나면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중경고와 영등포공고에 밀려 지난 2년간 권역 리그 준우승에 만족한 보인고는 올 시즌 권역 리그 우승에 사활을 걸었다. 3년 연속 중경고와 같은 권역에서 맞붙게 됐지만, 선수들의 하고자하는 의욕과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좋다. 팀 전력도 여전히 건재해 우승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을 다 갖췄다. 아직 고교에서 우승컵을 맛보지 못한 정주원이 우승컵을 갈망하는 이유기도 하다.
"주말리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선수들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감독님께서 개인 기술도 중요하지만, 응집력이 있어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강조하신다. 주장으로서 화이팅과 응집력을 선수들에게 불어넣는 것이 중요하다. 중경고가 강한 팀인 것은 분명하지만, 우리도 그에 못지 않은 전력을 갖췄다. 3년 동안 질긴 인연인데 마지막 시즌 중경고에 꼭 승리하고 싶다. 팀 분위기가 좋아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생긴 것과 행동이 비례된다고 주변에서 얘기를 하시는데 그렇다고 해서 동료들에 언성을 높이지는 않는다. 후배들에게 긴장하지 말고 자신감을 최대한 불어넣어주는 편이다. 중학교 시절 3관왕을 해봤지만, 아직 고교에서 우승은 없다. 주말리그 뿐만 아니라 왕중왕전과 하계 전국대회에서 감독님께 꼭 우승컵을 안겨드리고 싶다. 프로 산하 유스팀들과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왔다. 보인고 다운 경기력으로 주변 분들의 성원에 보답하겠다."
정주원에게 U-17 대표인 김승우라는 든든한 파트너를 만난 것은 큰 행운이다. 이미 U-15, 16, 17 대표 등 '엘리트 코스'를 착실히 밟고 있는 김승우는 안정된 수비력과 커버플레이, 날카로운 패싱력 등으로 프로 산하 유스팀 선수들이 득실거리는 U-17 대표팀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경기 경험이 풍부하고 침착한 경기운영도 갖춰 정주원과 환상의 하모니를 연출한다.
"(김)승우와는 2학년때부터 같이 호흡을 맞췄다. 선배들과 같이 단합하는 모습이 좋고 2학년인데도 배짱이 있다. 플레이 적으로도 나무랄데 없는 선수다. 그라운드에서 믿음이 많이 간다. 후배지만, 정말 배울 점이 많은 선수다. 나는 아직 스피드와 체력이 부족한 편이다. 개인적으로 승우와 같이 뛰는 것은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대개 롤모델을 꼽으면 해외 유명 스타플레이어들을 꼽기 마련이다. 유명 스타플레이어들의 강점을 흡수해 자신만의 색깔로 만들고 싶은 욕망도 남다르다. 그러나 정주원은 의외로 소박했다. 보인고 3년 선배인 최준기(연세대)를 롤모델로 꼽은 것. 센터백 치곤 작은 키에도 안정감 있는 경기운영을 펼치는 최준기는 정주원에게 좋은 학습효과를 제시해준다. 이를 통해 앞으로 꾸준히 진보할 뜻을 내비쳤다.
"나의 롤모델은 보인고 3년 선배인 (최)준기 형이다. 준기 형이 보인고 다닐 때부터 보인고에 연습경기를 왔는데 리더십과 플레이를 보고 배울 점이 많다고 느꼈다. 고교에 와서 처음 주장을 맡았는데 준기 형의 부드러움과 강인함을 섞은 리더십을 닮고 싶다. 일단 코칭스태프 분들께서 100일이면 시즌이 끝난다고 말씀하실 때 현실적으로 깊게 와닿았다. 고교에서 마지막 시즌 마무리를 잘해서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싶다. 더 나아가 프로 진출과 함께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를 누벼보는 것이 최종 꿈이다." -이상 보인고 정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