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협궤열차가 다니던 소래철교는 소래포구의 명물이 되었다. |
6·25전쟁 후엔 소래에 자리를 잡은 실향민들이 돛단배를 타고 가까운 바다에서 새우나 고기들을 잡아다가 인천 부평은 물론이고, 서울까지 나가서 팔았다. 70년대 들어 돛단배는 동력선으로 바뀌었으며, 어선의 숫자도 많이 늘었다. 이 무렵부터 소래의 어부들은 더 이상 도시로 나가지 않아도 되었다. 중간 상인들은 물론 일반 소비자들도 이 소래포구로 직접 찾아왔기 때문이다.
당시 소래포구의 명물은 바로 즉석 새우젓. 소비자들은 직접 가져온 들통에 갓 잡아온 새우와 소래 염전에서 거둔 소금을 혼합해 그 자리에서 새우젓을 담가 집으로 가져가 숙성시켰다. 지금까지도 이 명성이 이어져 가을 김장철이면 흔히 이런 광경을 볼 수 있다.
▲ 수도권 일대에서 가장 큰 어시장이 있는 소래포구엔 주말이면 3만~5만명의 사람들이 몰려든다. |
소래포구에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은 바로 협궤열차. 시속 60km쯤으로 뒤뚱거리며 달리는 협궤열차 철길의 폭은 72.6cm. 차창을 등 뒤로 두 사람이 마주 앉으면 통로를 지나는 사람의 무릎이 걸릴 정도로 객실이 좁았다.
일제 때 수탈의 수단이었던 이 협궤열차는 해방 후에는 수원과 인천을 오가는 학생들의 통학수단이 되었고, 철길을 끼고 살았던 주민들을 외부와 연결해주는 중요한 다리 역할을 했다. 그리고 80∼90년대엔 추억을 만들려는 연인들의 낭만을 싣고 달리던 이색 열차로서도 명성을 드날렸지만, 94년 8월 30일 세상에서 사라졌다. 만성적인 적자가 이유였다.
지금은 다행히 짧은 구간의 철로와 침목만이 남아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 어시장 어귀의 소래와 월곶을 잇는 소래철교는 수인선 협궤열차가 달리던 다리. 철로나 침목을 밟으며 다리를 건너는 맛은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즐거움이다. 철교 위에서 바라보는 낙조가 아름다워 저녁 노을을 감상하려는 연인들이 많이 몰린다.
▶ 별미즐기기
소래포구에는 새우 꽃게 광어 우럭 민어 농어 병어 망둥어 소라 등이 사시사철 350여개의 좌판 위에 올려진다. 수십척의 크고 작은 어선들이 서로 부딪치는 부둣가에서 바닷바람을 쐬면서 회를 먹는 맛이 일품. 병어 전어 굴 오징어회 등이 담겨있는 모듬회 한 접시(5천원)는 두 명이 먹기 적당하고, 2만원이면 서너명이 실컷 회맛을 볼 수 있다. 또 각종 어패류, 건어물류, 젓갈류 등도 다른 곳보다 싼값으로 언제든지 구할 수 있다.
▶ 찾아가는 길
협궤열차가 있었더라면 색다른 여행을 할 수 있었을 테지만, 지금은 바랄 수 없는 일. 대신 전철을 이용하려면 국철의 개봉역에서 월곶행 1번 버스, 동인천·도원·제물포역에서 21번 버스, 주안·동암역에서 38번 버스를 타면 소래포구까지 갈 수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에는 제2경인고속도로의 신천이나 남동인터체인지, 서해안고속도로의 월곶인터체인지 등으로 빠져나와 소래포구로 가면 된다. 그러나 주말이면 소래포구 길은 매우 혼잡해진다. 이때는 서해안고속도로 월곶인터체인지나 시흥, 안산 등으로 접근하여 월곶에 주차하고 소래철교를 건너는 게 좋다.
(민병준 여행칼럼니스트: mbjbud@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