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5년 일제강점기 완공된 경성역은 독특한 르네상스 양식 외관과 웅장한 규모로 서울의 랜드마크가 됐다. 1946년 서울역(驛)으로 개칭(改稱)된 이후에도 한국 철도 교통(韓國 鐵道 交通)의 심장(心臟)이었다.
지금은 고속철도역사에 그 자리를 내주고 복합문화공간 문화역서울284가 된 옛 서울역사가 시간을 거슬러 화려했던 시절로 돌아갔다.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한국공예 · 디자인문화진흥원 주관으로 8일 개막(開幕)한 '호텔사회' 기획전은 철도 교통(鐵道 交通)과 함께 발달한 근대(近代) 고급호텔로 옛 서울역을 꾸며 놓았다. 익스프레스 284 라운지 중앙홀에 들어서면 거대한 화강석 기둥 사이로 고급호텔 로비를 연상케 하는 대형 계단(階段)이 보인다. 레드카펫을 깔아놓은 듯한 붉은색 계단과 커튼 뒤로는 음료 등을 즐길 수 있는 라운지 공간이 마련됐다. 이번 전시는 1880년대 근대 개항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호텔을 통해 서구 신문화가 들어오고 확산한 과정을 보여준다. 전시장 입구에서 근대호텔 로비를 연상시키는 붉은 계단을 올라가면 커피향이 진하게 전시기간 내내 바리스타가 상주하며 매일 200잔씩 무료(無料)로 커피를 제공한다. 은은한 커피향과 사람들의 대화 커피 만드는 분주한 바리스타의 모습 등이 모두 아름답다. 이 빵은 매일 한정판으로 선착순 10명에게만 주는 고급 빵이다.
전시장 곳곳에 있는 이런 컵모양의 특별한 벤치에 앉아 커피도 마시고 대화도 하며 여유롭데 쉬기도 하는 독특한 공간이 아름다워 보인다. 날짜만 잘 맞추면 그랜드워커힐, 더플라자, 서울웨스틴조선호텔 등이 제공하는 빵도 맛볼 수 있다. 1월 28일에는 100년 전 조선철도호텔에서 팔던 양파수프 30그릇을 선착순으로 제공하였다. 중앙홀에서 이어지는 옛 서울역사 3등 대합실은 호텔 수영장을 재해석한 공간이다. 1960년대 이후 도심 휴식처(休息處)이자 여가(餘暇) 장소로 자리 잡은 호텔 수영장과 스파(Spa), 라운지 바((Lounge Bar) 등을 기억하는 장소다. 물웅덩이의 형상을 본뜬 도한결의 ‘남은 물웅덩이’ 오아시스 / 풀, 바, 스파 1960년대 최초로 호텔에 실내수영장이 생겨난 이래 1970~1980년대 타워호텔, 워커힐호텔 등을 중심으로 젊은이들을 위한 유흥과 가족을 위한 여가 장소 역할을 했다. 전시에서는 호텔 야외 수영장 및 호텔 온천 사우나 문화를 구서울역 3등 대합실 공간에 재현했다. HUE SPA 물품보관소를 힐링 공간으로 꾸며놓은 양민영 작가의 ‘휴 스파-웰빙클럽’ 휴 스파 물품보관소 전시에서는 호텔 야외 수영장 및 호텔 온천 사우나 문화를 구서울역 3등 대합실 공간에 재현(再現)했다.
오아시스 / 바(Bar) 수영장에서 즐길 수 있는 풀바에 영감을 받아 재해석한 맛깔손과 포스트스탠다즈의 ‘바 언더워터’도 만날 수 있다. 바 언더워터에서는 무료(無料)로 칵테일(Cocktail)을 마실 수 있는데 관람객(觀覽客)들은 먹고 마시고 쉬고 문화(文化)를 즐기는 장소였던 근대 호텔을 입체적(立體的)으로 경험(經驗)할 수 있다. ‘남은 물웅덩이’ 벽면에는 다양한 회화(繪畵) 작품이 걸려 있는데 이는 호텔이 초기의 미술관(美術館) 기능을 해온 것을 재해석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호텔의 정원은 오너 가문의 값비싼 수집품을 과시하는 진열장 역할을 수행해 왔다는 점에서 초기 미술관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우지영 작가의 분수 ‘라토나'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베르사유 궁전에 조성돼 있는 라토나 분수대를 서울의 제작 환경에서 흔히 발견되는 자재(資材)와 재료(材料)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라운지를 지나면 만나는 서측복도에는 다양한 식물과 그림들을 통해 호텔 정원을 재해석해 꾸몄다. 서측 복도 곳곳에 박경률, 엄유정, 장종완, 전현선, 황예랑 등이 참여한 회화작품이 전시돼 있다. 1·2등 대합실 1·2등 대합실은 기차(汽車)의 1·2등석을 이용하는 승객(乘客)이 대기하던 장소로 3등 대합실에 비하여 장식(裝飾)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남성용(男性用)과 여성용(女性用)으로 구분되었으며 여성은 1·2등 대합실 옆에 위치한 부인대합실(婦人待合室)을 이용하였다. 해방(解放) 이후 일반 대합실로 바뀌었고 1993년 '서울역 문화관' 개관으로 전시실로 변용되었다가 고객봉사실로 이용되었다. 이발社會(Barber Society) 격식(格式)과 예의(禮儀), 그리고 시각적인 정결함을 중시한 이발소는 호텔의 필수요소였다. '호텔사회' 전시에서는 오늘날 트렌디함을 좇는 바버샵의 미용문화와 이들의 뿌리가 된 전통적 이용원의 이야기, 근대로부터 현재로 이어지는 바버샵의 맥을 짚어볼 수 있도록 기획했다. 전시장에는 이발소(理髮所)도 마련돼 직접 이발 체험(理髮 體驗)도 할 수 있다. 1895년 단발령(斷髮令)으로부터 6년 후 국내 최초 이발소 ‘동홍 이발소’가 개점했고 근대적 위생관념이 확대되면서 문명화의 상징으로 이발소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1925년 구 서울역도 이러한 흐름에 따라 역내(驛內) 이발소를 열어 손님을 맞았다. 전시에서는 호텔 이발실 경력 40년 이상의 원로 이발사 정철수 씨의 찰스바버샵 등 12팀이 예약 관람객에 한해 무료로 머리카락을 관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호텔사회’ 전에서는 대불호텔에서 시작되는 근대호텔의 역사 및 호텔의 변천사를 소개한다. 일제강점기 시절의 경성(京城) 조감도 우리나라 최초(最初)의 호텔은 1888년 개항지 인천(開港地 仁川)에 세워진 ‘대불호텔’이다. 일본의 한 해운업자가 현재의 인천 중구 중앙동에 세운 이 호텔은 서양식으로 설계된 3층 벽돌 건물이었다. 영어로 손님을 맞았고, 침대가 딸린 객실 11개와 다다미 240개 규모였다. 또 서양식 식사가 제공된 호텔인 만큼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커피를 판매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1918년 중국인에게 인수되어 중국음식점으로 운영되다 1978년 헐리면서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춘다. 국내 주요 호텔 8곳이 협력해 사실감을 불어넣었다. 그 시절 호텔 간판, 객실 열쇠, 뷔페 음식과 식기, 호텔 쇼 프로그램 등과 관련된 자료를 선보이는 아카이브 전시도 눈길을 끈다. '호텔사회'는 호텔의 역사를 둘러싼 사료와 예술, 체험이 어우러지는 복합전이다. (사진/청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