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탈출 짧은 여행 -109(수원 나혜석 거리 - 효원공원)
목필균
올 들어서 우리나라 최초의 여류 서양화가 나혜석 님의 아들 김진 교수의 <그땐 그 길이 왜 그리 좁았던고>를 읽었다.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적 배경도 암울했지만, 나혜석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아들이 어머니를 애증의 눈으로 들여다보며 그 일생을 구성한 소설 같기도 하고, 다큐 같은 글이다.
나혜석은 수원 출신 신여성이었다. 독립운동에도 가담했고, 그 시절 파격적인 요구 조건을 걸고 결혼한 여성...... 아들을 낳고, 얼마 되지 않아서, 시어머니께 맡긴 채, 남편과 1년이 넘도록 세계여행을 하고 온 여성이기도 했다. 그녀의 파격적인 행보는 불륜과 이혼으로 당시 관습에 저항하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며 살다가 정작 유명했던 화가로서도 인정을 받지 못해서 생활고를 겪게 된 여성이다.
그녀의 이야기는 라디오 드라마로도 다루어졌고, 행려병자로 홀로 타계한지 60년 만에 둘째 아들 김진 교수로 인해 속 깊은 가족사를 밝혔다.
이 책을 읽은 후 수원 시청 옆에 나혜석 거리를 가보고 싶었다.
혼자서 아침 8시 40분쯤 4호선을 타고, 금정역에서 1호선을 타고 20여 분 가니 수원역이었다. 수원역 광장 맞은편에서 수원 시청 가는 버스를 타고, 10분 더 가니 나혜석 거리가 있었다. 혼자 가면서 드문드문 행인들에게 길을 묻는데 어쩌면 한결같이 친절한지... "고맙습니다."를 연발하며 목적지에 도착했다.
수원 시청 앞 대로에서 효원공원 입구까지 나혜석거리는 이어져 있다. 밤이면 포차들이 갖가지 먹거리를 선보이는지 아침 9시 30분이 넘어도 철시된 모습이어서 썰렁해 보였다. 나혜석 거리 표시를 하는 표시탑, 나혜석 동상 몇 개가 아침을 열었다. 나혜석 거리 표시탑ㅡ 나혜석 화가 시절의 동상.... 거리 끝에는 쪽진 나혜석이 벤치에 앉아서 맞이해 주었다.
그녀의 삶을 돌아보며 동상마다 의미를 담아보았다. 주변에 특별히 문화거리라고 할 것은 그림 표구상 한곳이 크게 자리 잡아 있을 뿐이지만... 공연장도 있고, 분수대도 설치되어 있어서 젊은이들의 밤 문화를 낭만으로 이끄는 것 같았다.
나혜석거리가 끝나니 효원공원이 드넓은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동물 모양으로 나무를 다듬어 놓은 공간, 제주도에서 기증받은 하르방과 해녀상 등이 한 공간을 꾸며놓고 있었다. 부모에게 효도하라는 명심보감을 묵직한 바위에 서체로 새겨놓은 비석도 있고, 양주동 박사의 <어머님 마음>이란 노랫말도 비로 세워져 있었다. 농구장 같은 체육시설도 겸비하고 산책로도 공원 가장자리를 걸을 수 있게 정비되어 있는 공원이 마음에 들었다.
천천히 공원 주변을 산책하고, 돌아오는 길에 나혜석 좌상 옆에 사진을 찍었다. 지나가던 아주머니께 부탁하니 친절하게도 잘 찍어 주었다.
수원역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고, 수원역 맞은편 매산시장 근처서 내렸다.
전통시장이 크지는 앉지만, 농기구도 보이고, 맛집으로 보이는 음식점도 보였지만, 아직 오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이 오가지는 않았다. 코로나 때문인지 문들 닫은 빈 상점도 보여서 안쓰러웠다. 매산시장 입구 우동집에서 매콤한 우동 한 그릇을 맛있게 먹고 돌아왔다.
혼자서 짧은 여행을 계획했지만, 정작 나서지 못했는데.... 오늘 정말 잘 하고 온 것 같다. 가보고 싶었던 곳을 다녀왔으니 행복감이 가득 찼다.
* 사진을 몇 장 더 넣으려는데 실패해서 더 넣을 수 없습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