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보령제약과 일동제약이 의약품 온라인 오픈마켓을 열어 약국 대상으로 의약품 판매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로써
온라인몰을 통해 자사 약품을 공급하는 제약사는 대웅제약, 한미약품, 보령제약, 일동제약 4곳으로 늘었다.
이들은 왜 오프라인 대신 온라인을 택했을까? 표면적으로는 약국 서비스 질적 향상을 내세우고 있으나 한계에 봉착한 약국 영업과 관계가 깊다는 해석이다.
온라인몰 운영으로 MR들 수금업무에서 해방...거래처 확장 기회 일반적으로 의약품 유통은 두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제약회사가 약국에 직접 공급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제약회사가 의약품 도매에 공급하면 도매가 다시 약국에 판매하는 방식이다.
전문의약품의 경우 의약품 도매비율이 압도적이지만, 일반의약품은 약국과 직거래하는 비중도 적지 않다. 대웅제약, 한미약품, 보령제약, 일동제약 등 온라인 오픈마켓을 연 제약사들도 직거래 비중이 상당했다.
약국 직거래 시 영업사원들은 거래처 약국과 관계를 맺고 주문과 배송업무는 물론 수금까지 책임져왔다. 병의원 영업사원들보다 업무량이 많아 신입사원들은 약국 영업을 꺼리기도 한다. 특히 약국으로부터 돈을 받아야 하는 수금업무가 부담이다.
온라인몰 설립 제약사들은 영업사원의 수금업무가 거래처 확장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예컨대 한 영업사원이 100개 가까운 약국과 거래하다보니 한달간 수금업무만도 버거웠다. 그렇다고 영업인원을 더 늘리자니 회사는 투자대비 비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국 약국수는 2만1000여개. 제약회사 영업사원 최대 150명을 동원해도 거래할 수 있는 약국은 1만3000여개가 최대치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하지만 의약품 온라인몰을 활용하면 수금업무에서 해방되면서 1만5000개처 이상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더샵이나 HMP몰 등 선발몰들이 이를 증명했다.
회사 입장에서는 굳이 영업사원 수를 늘리지 않더라도 거래처 확장을 이룰 수 있는데다 영업사원이 주문, 수금 부담에서 벗어나니 일석삼조다. 올해 오픈한 보령제약이나 일동제약도 1만5000곳 이상의 거래처 확장을 목표로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몰에서는 주문과 수금이 바로 이뤄져 기존 영업사원들이 수금업무 부담에서 벗어나면, 이는 곧 약국 서비스의 질적향상으로 이어진다는 해석이다. 영업사원 업무의 질적 향상을 도모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일동샵을 운영중인 일동e커머스의 김원랑 대표는 "온라인몰 기능을 통해 시간비용이 절약되면 영업담당자들은 고객서비스에 대한 질적 향상에 집중할 수 있고, 고객들은 약국 운영과 환자 복약지도 등과 같은 주업무를 더욱 원활히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업사원을 두고 운영하냐, 플랫폼 서비스만 하느냐로 구분제약회사 온라인몰은 한계에 봉착한 OTC(일반의약품 등) 영업을 대변한다. 지난 2013년 1월 한미 온라인팜이 도매업체에게 보낸 공문에는 온라인몰의 설립배경과 관련해 이같은 상황이 잘 나타나 있다. 당시 온라인팜은 한미약품 외 타 제약사 제품유통 문제로 도매업체들과 갈등을 벌일 때다. 양측의 대립은 온라인팜이 한미약품 제품만 취급하기로 하면서 일단락됐다.
도매업체에 보낸 공문에서 온라인팜은 "약국 직거래 비율이 40% 이하로 감소하면서 약국영업부의 존폐 문제까지 거론됐으나, 기존 거래약국들의 계속적인 직거래 요구와 잔고정리 문제 등 해결해야 할 여러 난제들로 진퇴양난의 고민에 빠져 있었다"면서 "200명의 약국영업부 조직을 분사시켜 온라인팜을 설립함으로써 약국영업부가 독자 생존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한미약품은 약 200명의 약국 영업사원을 두고 전국 1만5000여개 약국과 거래했다.
온라인팜은 기존 한미약품 약국 영업사원을 흡수해 독자 운영해왔고 2015년에는 매출 6005억원을 기록했다. 온라인몰이 운영하는 한미HMP몰은 기존 한미약품 직거래 약국 다수를 흡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약국영업부 홀로서기의 성공사례로 불린다.
보령컨슈머헬스케어의 팜스트리트는 온라인팜의 한미HMP몰과 비슷한 형태를 띄고 있다. 둘다 별도법인으로 독립 운영하고 있는데다 기존 약국 영업사원들을 흡수했다.
반면 대웅제약의 관계사인 더샵이나 일동제약의 자회사 일동e커머스가 운영하는 일동샵은 별도 영업인력을 두지 않고, 플랫폼 형태로 제품유통을 중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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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약회사 직간접 관여 의약품 오픈마켓 4개점 비교 |
이렇다보니 매출형태에도 차이가 나는데, 모회사의 도매역할을 수행하는 온라인팜과 보령컨슈머헬스케어의 매출이 중개수수료로 수익을 내는 더샵의 엠서클이나 일동샵의 일동e커머스보다 클 수 밖에 없다.
또한 온라인팜과 보령컨슈머헬스케어는 영업사원이 회사 구성원이다보니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상호 유기적 활동이 가능한데, 예를 들어 온라인으로 흡수되지 않은 약국은 계속 오프라인에서 직거래를 지속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면 대웅제약이나 일동제약은 온라인몰을 통한 100% 약국거래를 중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존 약국 MR(영업사원)들이 디테일에 집중해 전문성을 강화하고, 영업형태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는 의도다. 대웅제약은 현재 영업사원을 통한 약국 직거래없이 더샵을 통해서만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회원모집을 진행중인 일동제약도 향후 직거래 형태를 온라인몰로 100% 전환하겠다는 목표다.
공통적으로는 4개사 모두 오픈마켓 형태로 도매업체 입점을 통해 다양한 약품을 판매하고 있다. 도매업체들은 일정 수수료를 내고 온라인몰을 통해 제품을 공급한다. 제품 구색이 갖춰져야 소비자를 끌 수 있는만큼 도매 입점은 신생 온라인몰들에게 중요한 요소다. 더샵이나 HMP몰은 수십여개 도매가 입점해 제품구색이나 전국 유통이 가능하다.
보령 팜스트리트나 일동샵은 현재 모집중인데, 대형 도매업체 입점 소식이 들리는 등 연말까지 구성을 마무리짓는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다만 도매업계가 제약 온라인몰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어 입점 유치에 난항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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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약품 오픈마켓 <더샵> 초기화면 |
오픈마켓 운영자들이 도매자로부터 받는 수수로 이익은 제품판매의 1% 미만으로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수수료, 약국 법정수수료 등을 제외하면 남는 게 별로 없다는 게 그들의 시각이다. 이보다는 기존 약국영업 관리비 절감에 따른 이익이 더 크다고 온라인몰 관계자들은 말한다.
반면 도매업계는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도매업체 한 관계자는 "도매업체 순수익을 보통 0.5%로 보는데, 기존 온라인몰이 카드수수료와 금융비용을 제하고 0.7~1%의 수수료를 받아가고 있어 1% 미만이 도매업체 입장에선 상당히 큰 금액"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제약 온라인몰, 약국 직거래 DNA 있어야 가능…사업전망은 밝아 온라인몰을 활용하면 전문의약품 유통 부분에서도 제약사들이 얻는 혜택이 있다. 도매 유통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전문의약품 약국 직거래 비중이 미미한데다 대량구매 수요는 대부분 도매를 활용하다보니 이 역시 수익창출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기존 OTC 직거래 비중이 높은 제약사들이 온라인몰 활용도가 높고, 사업성패도 달렸다는 해석이다.
제약회사 온라인몰 한 관계자는 "여러 상위업체들이 한미 온라인팜 설립 이후 자사 OTC 영업형태를 온라인몰로 전환하려고 검토한 바 있다"며 "하지만 전통적 대면영업이 갖는 장점, 온라인몰의 낮은 수익성 등으로 최종 검토단계에서 좌절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여전히 많은 약국들은 영업사원들이 직접 찾아와 주문과 결제를 하기를 원한다. 관련 제약회사 한 영업사원은 "기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몰으로 주문 전환을 요구하려 할 때 온라인몰에 거부감을 갖고 예전 거래방식을 고집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최근 제약사 온라인몰이 우후죽순 생겨 약사들이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온라인몰은 기존 약국영업의 맹점으로 꼽히던 수금 등의 불편한 업무들을 대신하고 있어 OTC 직거래에 강점인 제약사들은 추가로 온라인몰로 판매시스템 전환을 꾀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2000년 대한약사통신과 CJ GLS 합작사인 '팜스넷'이 선보인 이래 유팜몰, 데일리몰 등 여러 오픈마켓 형태의 의약품 온라인몰이 자리를 잡았다. 최근엔 약국 주력 도매업체 9곳이 유팜몰과 별도법인을 설립해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제약회사 온라인몰말고도 여러 업체들이 오픈마켓 형태의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중이지만, 앞으로도 온라인몰에 대한 수요는 더 확산될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제약회사 온라인몰 다른 관계자는 "온라인을 통한 소비 형태는 계속 증가해왔고, 최근 추세와도 맞닿아 있다"면서 "의약품 온라인몰도 손쉬운 주문, 카드 포인트 헤택 등 여러 장점이 있기 때문에 여러 쇼핑몰들이 나온다해서 경쟁구도 때문에 손해보는 구조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오프라인 직거래처를 온라인으로 흡수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제약사라면 오픈마켓 시장에서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있다"면서 "다만 매출확대를 노리고 들어왔다면 실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치로 따질 수 없는 약국 영업행태 전환에 따른 이점을 받아들일 수 있는 제약사만이 온라인몰 시장을 제대로 공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