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대든 사회의 그늘진 한편에는 주먹패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우리나라 주먹세계의 역사에서 체계를 갖춘 본격적인 조직폭력배의 원조로
일제시대 종로통을 주름 잡았던 김두한 일파를 꼽는데 이견이 없는 것 같다.
해방이후 자유당시절에는 이화룡,시라소니등이 이끄는 명동사단과
이정재,임화수,유지광의 동대문사단이 서울패권을 두고 각축하였다.
이들은 야당탄압을 목적으로 하는 자유당정권의 비호아래 이른바 정치깡패로
무소불위의 세력을 과시하였으나 5.16 직후 군사정권이 내세운 사회악 일소라는
명분에 의해 거의 괴멸되었다.
60년대부터 이화룡의 부하였던 신상현이 주도하는 신상사파가 서울 주먹세계를
평정하였으나 신상사파도 오래가지 못하였다.
경제개발에서 소외된 호남지역의 젊은 주먹들이 대거 열차를 타고 물좋은 서울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회칼과 야구방망이로 무장한 호남파는 1975년 주먹세계의 역사를 바꾼 유명한
사보이호텔 습격사건으로 신상사를 몰락시키고 범호남파라는 기치아래
새로운 호남주먹의 전성시대를 열었다.
서울을 장악한 범호남파는 얼마가기 않아 김태촌의 서방파,조양은의 양은이파,
그리고 이동재의 OB파로 갈라서게 되는데 먼저 OB파가 김태촌의 기습공격을 받아
제거되었고 조양은과 김태촌이 번갈아 가며 구속되면서
범호남파는 서서히 쇠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요즈음의 조폭들은 그간 축적한 자금을 기반으로
벤처기업이나 다단계기업을 인수합병하거나 철거용역회사 또는 도박업소 운영등 합법을
가장한 기업인 행세를 하며 불법행위를 저지르기도 하여 가끔씩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면 눈을 돌려 산꾼들의 세계를 일별 해보자.
경향각지에서 날고기던 산꾼들이 호남주먹의 서울정벌사건처럼 하나의 무대에 등장하게 되는
단초는 인터넷 산행싸이트의 시작과 함께가 아닐까 생각한다.
2000년대초 "한국의 산하"라든지 "오케이마운틴"이라든지 전국의 산꾼을 대상으로 하는
싸이트가 생기자 온라인으로 소통하게된 산꾼들 사이에서 한번 만나 얼굴이라도 보자는
공감대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그렇게 몇차례씩 만남을 가지다 보면 취향에 따라 새로운 친소관계가 형성되고
그에따라 이합집산을 거치며 오늘날의 수많은 인터넷 산악동호회가 만들어진 것으로 안다.
산꾼들의 성향을 내나름 둘로 나누자면 주류는 마루금파라 하겠다.
주위를 둘러보면 마루금파의 대표격인 인물로 광인,킬문,높은산등을 들 수 있고
변칙 마루금파로 대간거사의 오지팀을 들 수 있겠다.
이들은 일찌감치 대간9정맥을 졸업하고 지금은 무려 150개나 된다는 방대한 지맥종주에
경쟁적으로 매진하고 있다는데 누가 지맥종주를 첫번째로 마스터했다는
소문을 아직은 듣지 못하였다.
다른 하나의 부류인 비주류는 마루금에 연연하지 않고 자유롭게 다니며 야영을 일삼는 무리다.
과문한 탓에 널리 알지는 못하지만 여기서도 대표적인 팀을 든다면
더덕이파와 까칠이교주파를 열거할 수 있겠다.
양대 계파의 대표인 더덕이와 까칠이교주는 오래전부터 절친한 산행파트너이자 친구사이였으나
세월의 흐름에 따라 각자의 스타일때문에 딴 살림 차리게 되었을 것이다.
더덕이파는 각종 산나물 채취나 자연을 즐기며 산행하다 산정상에서 야영을 주로 한다.
윤더덕대장은 발군의 요리실력에 더하여 탁월한 임기응변 능력,해박한 산야초 지식과
채취능력등으로 인기가 높다.
한때 더덕이파의 세력이 잘나갈때는 따르는 무리가 수십명에 이르고 어쩌다 한번씩 발담갔던
왠만한 초보자는 나가 떨어지기 일쑤일 만큼 하드워커 였다.
요즈음은 윤대장이 포항,대구,대전을 연결하는 경부라인 전국구 운영에 열중하는 통에
소외감을 느낀 일부 대원들이 이탈하는등 내홍을 겪는 모양이다.
까칠이교주파는 형성 과정이 특이한 경우다.
대장인 까칠이교주가 원래 어떤 조직을 운영하겠다는 생각이 없는 나홀로산꾼이나
탁월한 코스선정과 팀원들에 대한 헌신적인 희생,그리고 지역 특산물로 담아 전국 곳곳의
산에 묻어 둔 술을 야영지에의 시음등 개인적인 매력으로 추대형식의 야영대장이면서
거의 신흥종교 교주급으로 인정 받는 인물이다.
나는 어떤때는 더덕이파의 일원으로 어느때는 교주파 일원으로 산행에 참가하는데
둘 다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만큼 야전에서 서바이벌 능력이 뛰어난 대장감임은 확실하니
관심있는 분은 더덕이파나 까칠이교주파에 한번 동참해 보시라 권하는 바이다.
근데 이런 소리 물어 보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올렸다고 흰눈 흘기는 사람 나오겠다 싶은데.....
첫댓글 수려한 히든님 글솜씨에 보태져
아주 재미난 이야기가 되었네요......언젠가 겨울 오대산을 까칠이의
저돌적인 공격에 따라 가다 반쯤 죽었다 살아 왔지만 그밤의 야영은 최고였죠.
또 코타키나발루 등반때도 참 배려깊게 챙겨주어서 잘 다녀 왔는데.....보고싶구만요 ㅋ
조만간 시내 쐬주번개시 꼭 나왔음 좋겠네요 까칠이~~ ㅋㅋ
하하~~ 두사람 다 아주 개성있고 특이(?)한 사람들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