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금 1,299일째
내겐 어둠이 걸맞다.
저녁이면 머리 위 전등이 꺼지는 소리가 들리기를 기다린다.
메인 수조의 불빛이 남아 있어 완벽한 어둠은 아니지만 그 정도면 괜찮다.
ㆍ 나는 거대태평양 문어다.
문어는 놀랍도록 똑똑한 생명체다.저문어는마셀러스예요.문어의 평균 수명 바로 4년이다
4년. 1,460일이다.
ㆍ토바는 알고 있었다.누군가를 상실함ㅡ으로써 겪는 절망의 깊이에는 끝이 있다는 것을.
영혼이 슬픔에 한번 푹 젖고나면
그 이상의 슬픔은 넘쳐서 흘러 보내게 된다.
ㆍ보닛 모자를 쓴 것 같은 노란색 꽃들이 쏟아지는 햇살에 뒤섞였다.ㅡ 수선화
ㆍ교훈을 얻었다. 무언가로 받쳐놓은 문은 믿어선 안 된다.
ㆍ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무언 가를 하는 것이라는 것을.
ㆍ비밀은 어디에나 있다. 어떤 인간들은 비밀로 가득 차 있다..
그런데도 어떻게 폭발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최악의 의사소통 능력. 그것이 인간이란 종의 특징인 듯 하다. 왜 인간은 무엇을 원하는지 서로에게 속 시원히 말하기 위해 자신들이 가진 수백만 개의 단어를 사용할 수 없는 걸까?
ㆍ인간은 결점을 상쇄할 만한 장점이 별로 없지만, 그들의 지문만은 아주 작은 예술품 같다.나는 지문을매우잘 읽는다.
저녁이 되어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 주변이 어둑해지고, 내 수조 앞 유리벽에 굉장히 아름답고도 복잡한 그림들이 남는다. 한번씩 이그림들을 한참 들여다보며 연구한다. 작은 타원형의 걸작들을. 내 눈은 바깥에서 안으로, 그리고 다시 바깥으로 지문 골을 쫒는다. 각각의 그림이 모두 다르다. 나는 지금껏 본 그림들을 다 기억하고 있다.
지문은 고유한 형태를 지닌 열쇠와 같다. 나는 모든 열쇠들 역시 기억하고 있다.
ㆍ브래드는 꽤 괜찮은 애였지만
항상 캐머런과 엘리자베스가 어울리는 그룹 언저리에서 겉도는 쪽이었다.(맴도는)
고등학교 때만 해도 브래드는 감히 엘리자베스를 넘보기 어려운 처지였지만, 어쩌다 보니
몇 년 후 두 사람은 사귀고 있었다.
ㆍ 띄어쓰기ㅡ해 질 녘,
ㆍ 양심이 우리 모두를 겁쟁이로 만든다.
ㆍ뜻밖의 일들이벌어질 수 있어.
ㆍ아, 무지로 행복을 얻는 인간이란! 이곳 동물의 왕국에서 무지는 곧 위험을 의미한다.
ㆍ해양 생물들은 속임수의 달인들이다.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모두 거짓말을 한다. 해마는 해초처럼 위장한다. 청소 물고기 흉내를 내는 청줄배도라치는 때를 기다리다
자신의 몸을 내맡긴 자비로운
다른 물고기를 물어 뜯는다. 몸 색깔을 변신시키는 내 능력, 내 위장술 또한 본질적으로는 속임수다. 주변환경에 따라 색을 바꾸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걸로 봐서 안타깝게 내 속잉수가 끝에 다다른 것 같다.
ㆍ인간은 재미를 위해 진실을 거짓으로 말하는 유일한 종이다. 그들은 이를 농담이라고 부른다. 말장난이라고도 하고.
저의가 다른 말 말이다. 이런 말을 들으면 그들은 웃거나 예의상 웃는 척 한다.
ㆍ눈앞에 있지만 잡을 수 없다는 것은 실로 고문에 가까웠다.
ㆍ토바가 미간을 찌푸리며 차가운 밤하늘 아래 잠미 꽃봉오리처럼 입을 꾹 닫았다.
ㆍ30년 전, 뭐라도, 뭐든지 찾고 싶었던 토바는 이 졸업 앨범을 샅샅이 뒤졌었다. 물론 그 이후로도 세월에 굳어버린 제방 사이로 아주 작은 추억의 물길이라도 비죽 새어 나오면 토바나 윌은 이것을 들추곤 했다
ㆍ누군가의 집에 들어간다는 것은 친밀한 행위다.
ㆍ하등 쓸데없는 물건들을 모아두는 건 종을 초월하는 수컷의 성향인가 보다.
ㆍ 한 인간이 견딜 수 있는 고통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ㆍ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
ㆍ부모가 된다는 건 겁쟁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걸요.
ㆍ인간들. 대체로 멍청하고 어리석다. 하지만 한번씩 놀랍도록 똑똑한 생명체가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