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패션디스트릭트에 핫도그와 파파야 전문점 '그레이스 파파야'에 걸린 '경기침체 스페셜 1달러 절약' 프로모션 사인이 올해 어두웠던 미국의 경제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AP>
올해 미국 경제는 '9월15일'을 기점으로 방향을 확실히 잡았다. 불행히도 이번에는 그 방향이 '안 좋은 쪽'이었다.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한 이날 이후 경제계에서 더 이상 '경기침체다 아니다'라는 논쟁이 사라졌다. 올해 미국의 경제난은 그야말로 '역사'로 기록될 정도로 그 타격이 컸다.
상반기까지 희망이 보였던 주가는 리먼사태 이후 폭락을 거듭했다. 기업들은 단순한 경기침체가 아니라 '대공황' 때를 비교하며 '살아남아야 한다'는 쪽으로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다.
사실 신호는 미리 왔다. 150달러 가까이 치솟던 유가가 7월 중순부터 내리기 시작했다. 글로벌 경기침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석유 수요도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에 투자자들이 발을 빼기 시작했다.
실물 경제는 이보다 더 안좋았다. 7월 개스값이 갤런당 4.5달러를 넘어서자 거리에는 차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소비심리가 얼어붙기 시작한 것이다.
▷주가
지난해 최고점을 찍었던 주가는 올해 초 다우존스 1만3000으로 장을 시작했다. 3월 중순 1만1000대까지 내려 앉았던 주가는 상승세로 돌아서 5월에는 다시 1만3000대를 회복했다.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10월 초 부터 주가는 급락을 거듭한다. 단순한 경기침체를 넘어서 '대공황'때와 비교하는 기사들이 쏟아졌다. 11월 7500선이 무너진 주가는 현재 8500선에서 횡보를 하고 있다.
▷유가
올해 초 국제유가는 사상처음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며 강세로 출발했다. 7월까지 국제유가는 상승을 거듭했다. 배럴당 200달러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미국은 금융위기를 겪고 있지만 유럽이나 신흥국가들의 경기는 건재하다는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7월11일 배럴당 147.27달러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것에서 유가는 하락세를 거듭한다.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배럴당 100달러가 붕괴된 유가는 최근 배럴당 30달러대 까지 떨어진 상태다.
▷개스값
LA지역 개스값은 연초 갤런당 3.3달러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유가가 상승하며 6월20일엔 사상 최고가인 4.626달러를 기록했다. 거리엔 차가 줄기 시작했다.
이후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 등의 영향으로 하락세로 돌아선 개스값은 9월 초 3달러대로 돌아섰고 11월에는 2달러대까지 떨어졌다.
개스값은 최근 갤런당 1.75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보다 평균 1.5달러정도 낮은 수준이다.
▷환율
올해 원.달러 환율은 936원으로 시작했다. 환율은 한동안 930원대를 유지했고 한국의 한 경제연구원은 "환율이 800원대로 갈 수 있다"고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글로벌 달러 약세 속에서도 원화는 예외였다. 달러가 강세로 돌아서면서 원화가치는 급격히 떨어졌다. 11월 말 원.달러 환율은 1달러에 1500원을 넘어서며 한국 송금 붐이 일어났다. 환율은 최근 달러당 1300원대를 기록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