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 만감이 주렁주렁 열리는 밤중
- 시실시인- 감, 만감이 주렁주렁 열리는 16에서 17을 향하는 귀하디귀한 신비로운 귀신의 시간
0059초 순간 막을 치는 날의 숫자는 바뀌고 돈다.
그새 그 사이 7년 전 오월 여름 그날
또랑또랑 시를 쓰겠다고 전화로 목소리를 마주친 한양댁
그리고는 다시 꼭 가야 할 일이 있어서 한양을 간다며 그다음 주 금요일에 보자는 목소리
그렇게 인연은 맺어지고 행운의 칠 년이라는 숫자를 그리며
이제 '뜨락의 하루'를 펼친다
"난 아무것도 안 해, 안 한다고, 왜 신세를 지느냐고"
누구에게 부담도 주기 싫고 누구에게 더부살이도 누구에게 얹히고 누구보다 잘나게 앞서기도
그런 게 싫어 그런 게 부끄러워 누가 그리 시를 읽는다고
그래서 옳다구나 나름대로 옳게 바르게 그 길로 간다구
새벽 빠쓰를 타고 졸음을 쫓아내면서 달려와 앞자리에,
어느 날은 텃밭 숨이 송울송울 말갛게 맺은 상추며 쑥갓을 한 자루 들고 와서 뿌려주고
어떤 날은 벚꽃길을 타고 가서 정성스런 밭을 보여주기도 했었지
그때 그날은 시심을 모두 불러 꽃핀 닭이 노래 부르는 뜰이며 집 구경도 시켜주고 음식솜씨도 내보여 대접해 주던
그리하여 실처럼 길쭉하니 시를 이어가라고 '시실'로 필명을 짓고 불리는 시인
강사가 몸이 아프다는 소리에 새벽 빠쓰를 타고 와서
약방문을 두들겨 깨우고는 꼭 쌍화탕 하나를 안고 와 내밀던 그 손
괜찮아 먹지 말라는 그 말을 들으면 먹을 게 없다고 --
그렇게 다듬고 안아주던 그 마음 어찌 가슴이 아리지 않을 손가
그렇게 그러다가~~
애증이랄까
어쩌다 어찌하다가 큰소리 울고 그리됐었는지
그해 연말에 전화를 걸었을 때
"난 너 때문은 아니야" 라고 말끔하게 풀어주던 정서
연민이 애증이 솟는 밤
맘대로 해주시와, 더 주춤거릴 일이 없어서
뜨락에 노랗게 피어난 수선화의 자존심이며 고결하다라는 꽃말을 표지에 얹고
손매, 손맛이 잔뜩 밴 장독대를 올리고 좋다는 뜻을 담고
드디어 펴낸다 시의 집이 문을 연다 펼치고 나온다
오늘 517 금요일, 그 시가 집을 칫고 집들이한다
대문깐에 붙일 현수막을 찾으면서
그 안에 시실시인을 나타낼 수 있는 외자 '미'
미리미리 다듬으며 아름지고 아름 번 나날이길 기원한다
남에게 조금도 피해주기 싫어 똑바른 화살표 같은 성격이
드디어 그냥 시원하게 고집을 꺾고 시집을 펴낸다
오늘 발간 날 새벽에 그가 문득 떠올라 만상의 맘결을 펼친다
행운을 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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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7. 20 시명 ;시실;을 지어주면서 써 준 시
양명숙시인에 시명을 드립니다.
양명숙 -> 시실
- 시를 실 풀듯 한다
시붉은 시루에서
익어가는 떡
하루를 시침질하며 맞는 석양
시방, 저물기 전에 시실을 겁니다
실눈에 실눈썹 같은 초승달을 바라보며
한올 두올 실여울에 비쳐 흔들리는
실낱같은 옛사랑
실패에서 실 풀듯 천천히 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