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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서부에서 중국 우르무치로 들어가는 이야기.
볼강 국경을 넘을 때 :
◎ 울기에서 올 경우엔( 7만 투그릭) 쉼터에서 국경까지 3시간이 넘게 걸리니까 점심전에 간신히 국경을 통과하고
따라서 우르무치로 가는 차편을 구하는 데 어려움이 생길 가능성 높다.
◎ 홉드에서 출발하면(3만 투그릭) 새벽에 볼간에 도착해서 한 숨 자더라도 국경이 가까우니까 (포장도로,택시합승 30분, 5천 투그릭)
일찍 국경을 통과할 수 있고 그 만큼 우르무치에 갈 수 있는 여지가 많다.
8월 3일 (일)
오늘은 중국으로 떠나는 날.
어제 저녁에 숙소 아줌마에게 차를 부탁했는데, 오늘 오후 1시에 숙소로 차가 올 거라고 한다.
사거리의 수퍼 옆 ATM 에 가서 10만 투그릭을 인출했다.
중국에 가기 전에 담배를 사 두려고...(중국이 몽골보다 조금 비싸다)
내가 피우는 엣세 담배를 사야 할텐 데...
마침 길가의 자가용 택시 운전사가 같은 담배를 피우길래 온갖 손짓을 동원해가며 "어디서 샀냐?"고 물어보니 뭐라고 말하기는 하는데...모르겠다.
대강 그 친구가 알려준 방향으로 주욱 가서 가게마다 들려서 물어보니 없다.
다시 되돌아 와서 코앞의 가게에 들어가 보니 거기에 있었다.
등잔밑이 어둡다고 옛 어른들이 그렇게 일렀건만...
담배 8갑을 샀다.
이거면 베트남에 갈 때까지 피우겠지...(베트남에선 매우 싸다)
여행을 하다보니 담배피우는 양이 많이 줄었다.
거의 절반으로...
우리나라처럼 남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이 담배를 맘놓고 피울 수 있는 데도 왜 양이 줄었는지는 모르겠다.
약속한 1시가 넘어서도 차가 오지를 않자 주인 아줌마가 자기차로 나를 차타는 곳에 데려다 주었다.
가서 보니 일반 미니버스가 아니고 알혼섬에서도 많이 봤던 러시아제 승합차다.
이런 차를 타고 가야한다면 앞으로 가야할 길의 상태를 미리 짐작할 수 있다는 거...
1시 반쯤 출발을하길래 가는 줄 알았더니 사거리 수퍼에서 짐을 싣는다.
언제 떠나냐고 물어보니 2시 반에 간다고...
부리나케 시장으로 가서 점심을 사 먹고 2시 반에 왔더니 아직도 짐을 싣고 있었다.
짐을 다 싣고나서 이번엔 자기네 집으로 차를 몰고 가서 남은 천막을 내려놓고 , 주유소에서 주유하고, 또 짐 하나를 싣고...
결국 3시 30분에 울기 시내를 떠났다.
시 외곽의 검문소에서 경찰에게 신고를 하고 출발을 하려는데
어떤 외국인 청년이 "홉드"로 가냐고 물었다.
운전사가 안 간다고 하자 그냥 배낭을 멘 채 홉드 방향으로 난 길을 따라 걷기 시작한다.
쓸데없이 힘빼지 말고 검문소에서 다음에 오는 차를 기다리는 게 나을텐데...
그런데, 이 차가 홉드로 안 간다면 지도에는 없는 길로 간다는 이야기인 데...
자못 기대가 된다.
차가 홉드 방향으로 한참 달려서 토르보 호수를 지나자 포장도로가 끝나고 비포장도로가 시작되었는데
갑자기 뒷쪽에서 먼지가 쏟아져 들어온다.
뒤에 실은 짐 때문에 뒷문을 꽉 닫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운전사가 벌어진 틈을 헝겊등으로 틀어 막고 다시 출발..
먼지구멍 틀어 막는 중...
거기서 조금 가다가 홉드로 가는 길과 헤어졌다.
갈림길에서 약 5분을 가더니 어떤 게르 근처에서 세웠는데
차에 타고 있던 어떤 아줌마와 아이가 내려서 그 게르로 들어가더니 한참 후에 게르의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왔다.
나는 그 사람들도 이 차를 타려는 줄 알았더니 아줌마와 아이를 배웅하려는 거 였다.
" 버스가 자가용인 줄 아나? "
하지만 여기서는 그런게 허용이 되나보다.
다시 출발을 해서 5분도 안되어 또 가게앞에 정차.
이번엔 필요한 것들을 구입하는 모양이다. 술도 샀다.
나는 출입문 바로 옆 단독의자에 앉았는데 건너편 창가에 앉은 젊은 카자크 아낙이 젖을 꺼내어 아이에게 물린다.
그것도 보란듯이 내놓고...
나는 눈을 둘 곳이 마땅치 않았는데 둘러앉은 다른 사람들은 당연하다는 듯 아무런 관심도 없다.
그래...
애 엄마가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건 당연한 거고 자연스러운 거다.
그걸 보면서 부자연스럽게 보는 내가 이상한 놈이지...
6시쯤 도착한 마을의 가게에서 아까 수퍼에서 실은 짐들을 모두 내렸다.
초코파이도 있고...
전기도 없을 것 같은 이 외딴마을에 컴퓨터와 프린터를 갖춰 놓고 사진을 뽑아주는 청년도 있다.
즉석에서 자기 카메라로 사진을 찍더니 프린터로 뽑아준다.
여기서 짐을 모두 내리고..
시대를 앞서가는...청년.
계속된 길에서 대략 한시간마다 한번씩 정차를 해서 볼일도 보고 담배도 피우고...
그리고 아까 산 보드카도 마셨다.
나에게도 술을 권했는데 아예 못 마시는 척 하다가, 두번째로 쉬던 장소에선 조금 남은 것을 마셨다.
운전사도 한잔...
여기서는 차 안에선 못마시는 걸로 되어 있나보다.
쉬는 시간에만 들판에 앉아서 마셨다.
저녁식사는 각자 준비해 온 것을 먹었는데
빵과 돌처럼 딱딱한 치즈(맛이 괜찮았다), 그리고 아이락같은 것을 마시고...
이들은 모두 카자크인들...한가족처럼 이야기를 나누며 간다.
모국인 카자크스탄으로 방문을 가는 길이었다.
카자크인들이 살고 있는 범위가 무척 넓은데...(러시아, 몽골, 중국등 3국의 접경지역)
정치인들이 나누어 놓은 경계선 때문에 어려운 절차를 거쳐고 먼 길을 돌아야 고국으로 갈 수 있다는 거...
어두워질 무렵에 매우 높은 고개를 넘었다.
밤이 깊자 정차를 해도 내리는 사람이 없다.
그러구보니 이 차에는 보조 운전사도 없다.
혼자서 밤새도록 운전을 하다니...
이렇게 밤을 새워 달려서 8월 4일(월) 새벽을 맞을 즈음...
아직 어두운 새벽에 차가 멈췄다.
운전사가 내리더니 잭으로 오른쪽 앞바퀴를 들어 올린다.
다른 사람들은 아직도 잠 자거나, 추워서 차 안에 있지만 나는 내려서 불을 비춰주었다.
타이어 펑크는 아닌데...
타이어를 들어내더니 브레이크 드럼을 분해한다.
어디가 터졌는지 사방이 기름투성이...
오일 실린더까지 분해를 하고...
이거...여기서 수리가 될까?
아무튼 추운 손을 불어가며 튜브조각을 가위로 잘라서 패킹을 만들어 끼우고 어쩌구 하더니 다시 조립...
약 한시간만에 다시 출발을 할 수 있었다.
날은 거의 밝았고...
작은 강줄기를 따라서 난 험한 길을 조금 더 가니까 집 한채가 나타났다.
여기가 쉬는 곳.
집 안에는 주인이 사는 방과 부엌이 함께 있었고 다른 한쪽은 군대 내무반처럼 긴 침상에 베개들이 주욱 놓여 있었고
담요들은 한편에 개어져 있다.
평소대로 도착을 했으면 이곳에서 두어시간 눈을 붙였다가 가는 건데
오늘은 조금 늦게 도착을 했으니 한시간만 쉬었다.
따뜻한 아이락과 치즈 몇조각을 먹고(무료, 운전사가 냈을까?) 집 뒷편 개울에서 세수도 하고...
7시 30분에 다시 출발을 했는데
아주 긴 계곡인데다 (150 km 쯤) 도로 바닥이 돌 투성이라서 속도를 못냈지만
강물을 따라 아름드리 나무들이 이어져 있어서 삭막함은 면했다.
아마도 저 나무들은 징기스칸의 얼굴을 봤을지도 모르지...
10시 40분경 볼강에서 오는 포장도로와 만났다.
남은 거리는 16 km.
11 : 00 경 국경에 도착해서 각자 출입국 수속을...
처음에 버스에 탈 때 "타커스컨"행 이라고 해서 국경넘어 타커스컨까지 가는 줄 알았더니
이 차는 여기서 다시 울기로 돌아간다.
출국하는 사람들은 거의가 몽골인들...
몽골의 과자가 중국에 가면 비싼 건가?... 과자상자를 저마다 몇개씩 들고 간다.
사전 정보로는 국경을 통과할 때 신분증 검사와 카메라 검사가 심하다고 했는데
신분증 검사는 몽골 쪽 3번, 중국측 출입국 사무소를 나갈 때 한번 이었고
카메라는 중국측 세관에서 잠깐 보고 돌려주었다.
휴대폰 카메라는 손도 안 댔고...
중국측 입국사무소에서 심사관이 내 여권을 보면서 "한꿔런(한국인), 한꿔런" 하면서 자기네들끼리 뭐라고
한참을 이야기하고 또 한참을 여권을 들여다 본다.
오래 보면 뭘해?
아무튼 통과.
이번엔 세관검사에서 내가 한국인이라는 걸 알고는 신기해 한다.
" 한국인 첨 봤냐?"
그랬더니 처음 봤단다.
그리고는 옆의 다른 동료에게 물어보더니 내가 이 국경을 지나가는 첫번째 한국인이란다.
가방을 거의 다 조사를 하면서도 친절은 하다.
출입국사무소를 나오니 삐끼들이 여러명 붙는다.
" 우르무치 얼마? "
이정도 중국말은 할 줄 안다.
" 350 콰이치앤.."
"무슨 말씀을... 250 위앤인걸 아는 데.."
버스는 170위앤이다.
그래서 250원짜리 택시(자가용 영업)에 앉았다.
이미 두명이 타고 있었고...
한명만 더 타면 가는 데...
( 이때부터 비극이 시작된다..)
국경의 택시들과 미니버스
내 뒤로 몇명이 나오고 곧 점심시간이 되어서 더 이상 나올 사람이 없자
운전사는 터커스컨 시내로 갔다.
나는 시내에 가서 한사람을 더 태우고 출발을 하거나 그냥 3명만 태우고 가려는 줄 알았다.
일단 어느 식당앞에 세우고 점심식사를 하고...(라그만, 음식은 맛 좋았지..)
기사가 누군가와 통화를 하더니 잠시 후에 2명이 탄 차가 왔다.
그러더니 내 차에 같이 탔던 2명을 그 차에 태우고 떠났다.
나만 낙동강 오리알이 된 거다.
나는 칭하현에 가서 버스를 탈 생각으로 여기서 내리겠다고 했더니
칭하현을 가기가 어렵다고 잠시만 기다려 달란다.
( 나는 칭하현이 가까운 걸로 생각했는데 사실은 꽤 멀다)
한참 후에 다시 국경으로 갔다.
오후 4시가 지나서야 몇명이 입국을 했는데
사실 이 시간에 입국하는 사람들은 우르무치로 가려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나만 모르고 있는 거다.
(국경에서 우르무치까지 500 km가 넘는다는 것도 몰랐으니..)
어쨌든 두명을 더 태웠다.
그리고는 다시 타커스컨 시내로 가더니
어느 호텔 마당에서 크라이슬러 7인승 차에 옮겨태웠다.
이 차에도 빈 자리가 몇개 있었는데
미리 연락이 되었는지 시내를 한바퀴 돌아서 모두 채웠다.
그리하여 오전에 입국을 했는데 오후 6시가 되어서야 국경도시를 떠날 수 있었다.
보통 우르무치까지 7시간이 걸린다고 하는데...
도중에 3번 검문소에 내려서 인적사항을 적고,
출발 후 약 한시간을 달린 후에 어느 식당에 들려서 저녁을 먹고...
가스를 충전하고...(놀란 것은 대형 트레일러도 LNG 차량이 많았다)
타이어 펑크 수리하고...
평탄지역이라서 길은 거의 일직선으로 뻗어 있었고 푸캉까지는 아주 잘 달려왔다.
그러나 우르무치까지 약 1시간정도 남긴 푸캉에서 올라 탄 고속도로는
명절연휴의 경부고속도로가 울고 갈 지경이었다.
원 세상에!
나는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화물트럭은 처음 봤다.(중국의 저력을 보는 듯 했다)
중국의 화물트럭은 매우 길다.
대부분이 천막같은 걸로 씌어져 있지만 보통의 40푸트 콘테이너만한 트럭들이 고속도로를 꽉 메우고 있었다.
가다 서다... 아주 조금씩 움직이면서...
사고라도 난 걸까?
1,2차선은 화물트럭이 점령을 했고...
몇대 안되는 승용차들이 갓길로 조금씩 조금씩 빠져나갔다.
결국 우르무치 근처의 톨게이트까지 와서야 정체의 원인을 알게 되었다.
여러개의 톨게이트 중에 단지 3개만 열려 있었던 것.
결국 새벽 3시가 넘어서 호스텔에 도착했다.("白樺林 유스호스텔")
운전기사가 친절하게 가방을 호스텔 안까지 가져다 주고...
국경에서 출발 할 때 호스텔에 예약 전화를 하면서 12시 안으로 도착 할 거라고 했는데..
3시가 넘도록 잠을 안자고 기다려 준 스탭들에게 참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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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담달 출국 예정인데 제가 관심있는 루틀 반대로 가셨네요. 전 텐진 ㅡ시안 우르무치에서 몽골입국 ㅡ 동쪽으로 갈 생각인데 2주 일정에 얼마나 갈 지 모르겠네요. 궁금한거 있음 여쭐게요~.
2주 일정이면 바쁘게 움직여야 하겠군요.
의미있는 여행이 될 겁니다...건강하게 여행 잘 하세요...^^
@나빌레라 나빌레라님께 궁금한게 있습니다.
대중교통으로 이동하셨나요? 울란에서 국경까지 어떻게 가셨는지요?
@원루피 울란바타르에서 바얀울기까지 2박3일 쉬지않고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바로가기 링크를 올리려고 했는 데 잘 안되네요.
http://blog.daum.net/pbelado/7665934
울기에서 국경까지는 사진에서 보이는 승합차를 탔구요.
원루피님은 반대로 가신다고 했으니 국경에서 홉드로 가시면 울란바타르로 가는 버스가 하루 한번 있습니다(2014년 기준)
국경에서 홉드로 가는 방법은 국경에서 택시나 승합차(있으면)를 타시고 볼간으로 가서 다시 볼간에서 홉드행 승합차를 타면 됩니다.
@나빌레라 어마어마한 거리를 2박3일... 대단하네요.
사실 전 욕심을 좀 줄이고 횡단컨셉보다 하고싶은걸 구체화해봤는데요. 평원의 광활함을 느끼기 +
1. 은하별보기. 2. 야생화초원. 3 말타기.
10일 정도로 줄여볼까하고요.
그래서 투어도 알아보곤 있는데
계획없이 돌아다니는 걸 워낙좋아해서요.
아무래도 버스탄다면 위의 것은 어느정도 포기해야 할까요?
@원루피 님이 원하는 거 하실려면 궂이 몽골까지 갈 필요없이 우르무치에서 버스나 기차를 타고 카자흐스탄 국경 근처의 사리무 호수로 가 보세요.
위 세가지를 모두 할 수 있습니다.
게르에서 하룻밤 체류비용 50위안(당시)정도...
우르무치의 게스트하우스에 문의하면 우르무치에서 출발하는 투어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