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t1.daumcdn.net/cfile/cafe/145FB14C4D58E50724)
너를 기다리는 동안/황지우 (텐리 님)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은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953BE4E4D58E53C21)
겨울 일기/문정희 (정신차려이것아 님)
나는 이 겨울을 누워 지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려
염주처럼 윤나게 굴리던
독백도 끝이 나고
바람도 불지 않아
이 겨울 누워서 편히 지냈다.
저 들에선 벌거벗은 나무들이
추워 울어도
서로 서로 기대어 숲이 되어도
나는 무관해서
문 한 번 열지 않고
반추 동물처럼 죽음만 꺼내 씹었다.
나는 누워서 편해 지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이 겨울.
![](https://t1.daumcdn.net/cfile/cafe/1150154A4D58E56029)
어떤 사랑/정호승 (파블로네루다 님)
내가 너를 사랑했을 때
너는 이미 숨져 있었고
네가 나를 사랑했을 때
나는 이미 숨져 있었다
너의 일생이 단 한번
푸른 하늘을 바라보는 일이라면
나는 언제나 네 푸른 목숨의 하늘이 되고 싶었고
너의 삶이 촛불이라면
나는 너의 붉은 초가 되고 싶었다
너와 나의 짧은 사랑
짧은 노래 사이로
마친내 죽음이
삶의 모습으로 죽을 때
나는 이미 너의 죽음이 되어 있었고
너는 이미 나의 죽음이 되어 있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237753B4D58E7AB28)
첫 눈/이정하 (정겸디 님)
아무도 없는 뒤를 자꾸만 쳐다보는 것은
혹시나 네가 거기 서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이다
그러나 너는 아무데도 없었다
낙엽이 질 때쯤 나는 너를 잊고 있었다
색 바랜 사진처럼 까맣게 너를 잊고 있었다
하지만 첫눈이 내리는 지금
소복고복 내리는 눈처럼 너의 생각이 싸아하니
떠오르는 것은 어쩐 일일까
그토록 못 잊어 하다가 거짓말처럼 너를 잊고 있었는데
첫 눈이 내린 지금
자꾸만 휑하니 비어 오는 내 마음에 함박눈이 쌓이듯
네가 쌓이고 있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139113B4D58E7CC22)
먼 후일/김소월 (미존개오도니 님)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아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 때에 '잊었노라'
![](https://t1.daumcdn.net/cfile/cafe/190259354D58E7ED1C)
너의 이름을 부르면/신달자 (콜리플라워너마저 님)
내가 울 때 왜 너는 없을까
배고픈 늦은 밤에
울음을 참아 내면서
너를 찾지만
이미 너는 내 어두운
표정 밖으로 사라져 버린다
같이 울기 위해서
너를 사랑한 건 아니지만
이름을 부르면
이름을 부를수록
너는 멀리 있고
내 울음은 깊어만 간다
같이 울기 위해서
너를 사랑한 건 아니지만
![](https://t1.daumcdn.net/cfile/cafe/11520C3E4D58EB2C23)
선운사에서/최영미 (아쉬워라... 님)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수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https://t1.daumcdn.net/cfile/cafe/17521B444D58EB4B06)
추억에 못을 박는/이정하 (이집털어 님)
잘 가라, 내 사랑
너를 만날 때부터 나는
네가 떠나는 꿈을 꾸었다.
저문 해가 다시 뜨기까지의
그 침울했던 시간,
그 동안에 나는 못질을 한다.
다시는 생각나지 않도록 서둘러
내 가슴에 큰 못 하나를 박았다.
잘 가라, 내 사랑
나는 너를 보내고 햄버거를 먹었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뒤돌아 서서
햄버거를 먹다가
목이 막혀 콜라를 마셨다.
잘 가라, 내 사랑
네가 나를 버린 게 아니라
내가 너를 버린 게지.
네가 가고 없을 때 나는 나를 버렸다.
너와 함께 가고 있을 나를 버렸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958E7414D58EB691F)
들국/김용택 (안면붕괴 님)
산마다 단풍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
뭐헌다요. 산 아래
물빛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
선 너머, 저 산 너머로
산그늘도 다 도망가불고
산 아래 집 뒤안
하얀 억새꽃 하얀 손짓도
당신 안오는데 뭔 헛짓이다요
저런 것들이 다 뭔 소용이다요
뭔 소용이다요, 어둔 산머리
초생달만 그대 얼굴같이 걸리면 뭐헌다요
마른 지푸라기 같은 내 마음에
허연 서리만 끼어가고
저 달 금방 져불면
세상 길 다 막혀 막막한 어둠 천지일 틴디
병신같이, 바보 천지같이
이 가을 다 가도록
서리밫에 하얀 들국으로 피어 있으면
뭐헌다요, 뭔 소용이다요.
詩,
제가 알지 못하는 시들을 알게되고, 제가 공감하는 시들을 여러분 역시 공감한다는 건 꽤 기분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배경 음악은 영화 가면OST, '회상'입니다.
첫댓글 아... 너무너무 좋네요 ㅠㅠㅠㅠㅠ
우와...좋다....
황지우 시인님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은 정말 좋아하는 시.. 사랑하지 않지만 읽는 내내 왠지 두근거리는 기분 좋은 시..
그런 의미로 정말 시인분들 존경합니다. 문학 작품 중 시만큼 어려운 것이 없다고 하죠.. ㅠㅠ
좋은 시 잘 읽고 갑니다..
기다렸어요..또봤어도 또메모해가네요
고삼생활하면서 황지우님의 너를 기다리는동안을 입에 달고 살았었어요. 덤덤하면서도 포기하지않는 화자의 모습이 여러상황에서 부러웠거든요. 수능준비로 많은 시를 하나하나분석했지만 역시 시는 그냥 내려놓듯 편하게 읽는게 최고같아요ㅜㅜ
덧글조뮤ㅠㅠ 근데 전 사랑을 해보지 않아서........... 가슴이 쿵거리지는 않네요...크흡
덧글~!
너를기다리는동안 내가제일좋아하는시에요 ㅠㅠ 사랑하는사람만아니라 뭐 광복 그런것도 의미한다고하던데 ㅠㅠ 멋져잉 ㅠㅠ
너를기다리는동안 진짜좋아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너무 좋아요
시는 아니지만 좋아하는 글귀 피천득의 인연 중에서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좋은시... 아 진짜 ㅠㅠ 정말 좋네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두분이 지으신 시 모두 정말 낭만적이네요 ㅠㅠ
엽혹진 시인이다..ㅠㅠ...
삭제된 댓글 입니다.
가슴에 내려앉은 시 모음
황지우님의 시 너를 기다리는 동안..교과서에 수록되기도 했던거..ㅠㅠ.. 전 개인적으로 그대와 나 사이의 거리가 좁아지고 있다는거에 착안해서 만든 시라고 생각했었음.. 그대는 나에대한 사랑이 없고 단 한발치 움직이지 않더라도 내가 가고있음으로서 거리는 가까워지고 그걸 그대가 오고 있노라고 표현했다고..ㅠㅠ..
삭제된 댓글 입니다.
나태주님의 들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요거 말씀하시나요?
이 시 좋아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읅릉르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는 첫번째꺼가 젤 맘에 와닿네요 ㅜㅜㅜㅜ
아 진짜 좋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같이 울기위해서 사랑한건 아니지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누가 저도 댓글좀ㅜㅜㅜㅜㅜㅜㅜ
감사합니당 ㅠ_ㅠ~~~
너를 기다리는 동안....괜히 내 엉덩이가 들썩이고 괜시리 설레이고 내가 저렇게 기다리던 때를 생각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슬며시 웃게되고 또 오지 않았던 그때가 생각나면 다시 기다리던 일을 생각하게 되고, 진짜 좋아하는 시인데ㅠㅠㅠㅠㅠㅠ
지나가시다가 제 댓글을 보신 착한 혹지너님......저도 댓글을 주시면......................................사......사.........좋아해요..*-_-*...
詩^^
이런 글 진짜 너무너무 좋아요!!!!!!!!!!!!!!!!!!!!!!!!!!!!!!!!!!!!!!!!!!!!!!! 앞으로도 많이많이 올려주세요!! 이거다적어놔야지
김소월 시 너무 좋다ㅠㅠㅠㅠㅠㅠㅠㅠ
그 시도 좋던데 ㅠㅠ 뵈오려 안 뵈는 님 눈감으니 보이시네 감아야 보이신다면 소경 되어지이다. 이은상-소경되어지이다 ㅠㅠㅠ말하나하나가 너무 예쁘고 내용도 넘 아련해서 좋아하는시 ㅠㅠ
엉엉 눈물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댓글 달아주세요
가슴에 내려앉는 시모음 6
아너무좋아요..ㅠㅠ감사합니다
답글좀 남겨주실래요 ?? 책상에 올려두고싶은 시가 있네요
마음이가라앉는시모음
뭉클하당ㅠㅠ
<가슴에 내려앉는 시 모음> 나중에 다시 봐야지>ㅁ<
가슴에
내려앉는시
가슴에내려앉는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