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상가 분양이 되는 거야, 안되는 거야.”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2 재건축단지 내 상가 분양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법원에서 똑같은 사안에 대해 서로 상반된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상가 분양 관련 소송에 대해 A재판부는 즉시 분양을 시작하라고 결정을 내렸으나 B재판부는 분양해서는 안된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에 따라 상가 분양이 당분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합원들은 당초 올해 상반기로 예정된 상가 분양이 늦어질 수밖에 없어 울상이다.
같은 소송에 같은 법원서 다른 판결
잠실 주공2단지 아파트 재건축조합과 상가재건축추진위원회, 주변 중개업소에 따르면 상가재건축추진위원회는 지난해 말 재건축조합을 상대로 “단지 내 상가 분양을 시작하게 해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서울 동부지방법원 민사21부에 냈다.
이에 대해 민사21부는 최근 “2005년 8월 상가재건축추진위원회가 개최한 총회 의결에 따라 조속히 상가 분양을 개시하라”는 요지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 일부 아파트 재건축 조합원들이 동일 사안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정반대의 판결을 받아내면서 상가 분양 일정에 혼선이 생겼다. 상가재건축추진위원회의 상가 분양 추진에 반발한 일부 재건축 조합원들은 지난해 말 “상가재건축추진위원회의 총회 의결은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상가 분양을 금지해달라”는 요지의 가처분 신청을 서울동부지방법원 민사12부에 냈다.
이번에 법원은 “2005년 8월 상가재건축추진위원회가 개최한 총회는 조합원 5분의 4 이상 동의요건을 채우지 못해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다. 상가재건축추진위원회의 총회 의결요건 상의 문제를 들어 사실상 잠실 주공2 재건축단지 내 상가의 분양을 금지한 것이다.
어째 이런 일이…
논란의 핵심인 상가재건축추진위원회 총회는 2005년 8월에 열려 상가 위치 변경과 부지 확대, 추가 부담비용 등을 의결했다. 이때 전체 조합원(160여명) 중 100여명만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재건축조합 측에서는 서울 동부지방법원 민사21부가 기초적인 사실관계만 정확히 확인했다면 ‘분양 개시’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합측 S부장은 “현행 집합건축물 제47조에는 비용 분담 등 조합원의 권리에 대한 중요한 사항을 의결할 때에는 조합원 5분의 4 이상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법원이 이를 확인하지 않은 채 판결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사21부는 총회의결의 전제인 동의요건은 따지지 않은 것이고 민사12부는 동의요건에 하자가 있다고 본 것이다. 당시 총회가 동의요건을 제대로 갖췄는지가 관건인 셈.
재건축 조합 갈등, 왜?
이번 갈등이 빚어진 것은 아파트 재건축조합과 상가재건축추진위원회 간 뿌리 깊은 분쟁 때문이다. 1998년 잠실 주공2단지 재건축조합은 아파트 부분에 대해서만 재건축을 하기로 하고 이를 추진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당시 서울시가 잠실아파트지구 개발기본계획를 발표하면서 아파트 재건축사업에 상가까지 포함시키도록 하면서 갈등의 씨앗이 텃다.
서울시 결정에 당시 재건축조합과 상가번영회는 대외적으로는 재건축조합이 주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각각 독립해서 재건축을 추진하기로 하고 협의서를 작성했다. 순조롭게 추진되던 재건축사업은 상가 위치 변경과 부지 확대 등을 둘러싸고 아파트 재건축조합과 상가재건축조합이 갈등을 빚으면서 난항을 겪기 시작했다.
잠실 주공2 재건축단지 내 상가는 당초 아파트 단지 내 중앙에 들어서도록 계획됐었다. 그러나 상가조합원들의 요구에 따라 상가의 위치가 단지 내 중앙에서 전철역 주변으로 변경되고 부지 면적도 기존 상가부지 2637㎡(798평)에다 아파트 조합 부지(3504㎡)를 보태 확대하기로 계획이 변경되자 아파트 조합원들이 반발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상가 부지 면적 확대는 아파트 조합 소유 부지 3504㎡를 ㎡당 908만원(평당 3000만원)를 상가 조합에 매각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이에 대해 아파트 조합원들은 상가 조합이 ㎡당 3030만원에 달하는 부지를 헐값에 사들여 엄청난 이익을 거두게 됐다며 상가 분양을 반대하고 나섰다.
그러자 상가재건축추진원회가 아파트 재건축 조합을 상대로 상가 분양을 하라며 법원에 먼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다.
아파트 입주는 7월말 예정
법원의 상반된 판결에 따라 당초 올해 상반기로 예정돼 있던 잠실 주공2 재건축단지 내 상가 분양 일정은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아파트조합과 상가조합 측은 각각 법원에 이의신청 등을 제기한 상태다.
아파트조합 측 관계자는 “상가조합 측의 총회 절차 상에 명백한 잘못이 있는 만큼 분양 금지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상가조합측 관계자는 “먼저 법원의 분양 개시 판결이 내려진 만큼 재건축조합 측은 당장이라도 상가 분양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으로 있을 법원 판단에 상가 분양 여부가 달린 것이다.
한편 잠실 주공2 재건축단지 내 상가는 총 연면적이 4만㎡로 서울 지하철 신천역 입구에 위치해 일반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곳이다. 강남권인 데다 초대형 단지로 주변에 유동 인구도 풍부해 투자가치가 비교적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파트(5563가구)는 올해 7월말로 예정돼 있다.
자료원:중앙일보 2008. 3.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