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의 정치방역 비판하며 과학방역 내세워
윤 정부, 과학방역→자율방역→표적방역 강조
청송군 등 일부 농어촌 '원스톱진료기관 사각지대'
항체양성률 조사·데이터 플랫폼 구축사업 연기
생활지원금·유급휴가비 축소에 '숨은 감염자' 증가 우려
◆…안철수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2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과학적 추계 기반의 온전한 손실보상을 위한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2022.4.28.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정부의 방역대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19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13만8812명이며 위중증 환자수는 492명, 사망자는 83명이라고 밝혔다. 사망자 수는 4월 29일(136명) 이후 112일만에 가장 많은 수치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7일,18일 이틀 동안 18만 명 안팎을 기록하다 19일 4만 명가량 감소했다.
코로나19 재유행 속에 신규 확진자가 가파르게 급증하면서 정부가 과학방역에 이어 이번엔 ‘표적방역’을 내세웠다. 데이터 기반으로 감염에 취약한 집단이나 장소 등을 특정해 맞춤형 대책을 수립하겠다는 설명이다.
이미 문재인 정부에서도 치명률이 높은 고위험군 보호 조치로 ‘정밀방역’을 시행한 바 있지만 구체적으로 '표적방역'과의 차이점이 무엇인지는 설명되지 않았다.
그동안 정부는 문 정부의 방역 대책을 ‘정치방역’이라고 비판하며 ‘과학방역’을 앞세웠지만 '과학방역'이 오히려 비과학적이라는 여론의 역풍을 맞으면서 불신만 키운 모양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문 정부의 방역정책에 대해 “비과학적 주먹구구식 방역패스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선 후보 시절인 안철수 의원도 "방역은 정치가 아닌 과학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그동안 행정 권력으로 찍어 누르던 문재인표 K-방역에 대한 국민적 피로도가 상당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지난 4월 정치방역이 아닌 과학에 근거한 방역을 펼치겠다며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을 공개했다. 5월에 취임한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방역 도약기 핵심 키워드를 '근거 기반 과학적 방역 정책'이라고 제시했다.
이후 7월 13일 정부는 출범 후 처음으로 ‘과학방역’과 ‘자율’에 초점을 맞춘 방역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전국 단위 항체 양성률 조사 시행 등을 통해 명확한 데이터를 방역정책의 근거로 삼을 방침이며 예방접종, 진료정보 등을 연계한 빅데이터 플랫폼도 단계적으로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또 과학적 근거중심으로 새로운 생활방역매뉴얼을 수립하며 고위험 다중이용시설의 환기설비 기준 마련 및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그러나 당초 5월 중 착수해 정부 출범 30일 안에 결과를 발표하기로 한 '국민 1만 명 대규모 항체양성률 조사'는 9월 발표로 늦쳐졌다. '항체 조사'는 '과학방역'의 일환으로 인수위 시절부터 강조해 온 약속이었다.
또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과 고위험 다중이용시설 환기설비 기준 마련 역시 지연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IST)은 올 연말까지 구축 완료를 목표로 '데이터 플랫폼 구축사업' 착수보고회를 이번 달에 가졌으며 복지부는 환기설비 기준 등에 대한 연구용역이 현재 진행중이다.
무엇보다 '중환자·사망자 발생 최소화'를 정부의 과학방역 목표로 내걸었지만 사망자와 위중증 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과학도 방역도 실종됐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결국 '과학방역'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도 전에 방역당국은 국민 스스로 실천하는 '자율방역'을 제시했다. 한정된 정부 예산으로 인해 생활지원금·유급휴가비 등 방역 참여에 따른 지원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로 인해 검사·격리 모두 회피하는 숨은 감염자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각자도생 방역'이라는 논란이 거세지자 정부는 지난 3일 '표적방역'을 새롭게 내세웠다.
전문가들은 윤 정부의 방역정책에 대해 명칭만 바뀌었지 전 정부와 비교해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과학방역이라는 말이 전 정권과 차별되는 개념으로 사용되는 것 같다"며 "코로나 대응은 지난 2년 반 동안 저희가 이미 다 경험했던 것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거니까 사실 뾰족하게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윤태호 부산대 의과대학 교수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당시 방역총괄반장을 맡았던 윤태호 부산대 의대 교수도 지난달 2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현재 정부에서 내놓았던 대응은 사실 오미크론 때 대응했던 부분하고 크게 다르지는 않다"면서 "지금 유행했던 것도 오미크론의 하위변이기 때문에 바이러스 성격 자체가 완전히 달라진 것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윤 교수는 "전 정부에서도 과학적인 근거를 생산하려고 했지만 문제는 데이터가 충분하게 축적되지 못해 외국에 있던 많은 사례들을 가지고 방역에 적용했던 부분들이 없지 않아 있었다"며 "그렇다고 해서 전 정부는 비과학적 방역이고 현 정부는 과학방역이라고 구분 짓는 것은 바람직하지는 못하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염호기 코로나19대책전문위원장은 지난달 18일 의협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문 정부의 방역 컨트롤 타워는 정치였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윤 정부의 방역 정책에는 그러한 "컨트롤 타워조차도 없다"며 국가 주도의 통제적인 방역을 지양하겠다는 윤 정부의 방역 정책에 핵심을 찔렀다.
과학방역의 실체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됐다.
염 위원장은 “현행 체계 내에서 질병청에 지금보다 많은 권한을 갖고 주도적인 방역망을 설계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며 "과학방역을 실제로 하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2.8.2 사진:연합뉴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가 지난 2일 열리자 민주당 의원들이 '과학방역'을 두고 문 정부와 다른 점에 대해 집중 추궁했지만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원론적인 대답만 반복했다. 여당 간사인 강기윤 의원조차 “과학적 위기관리라고 하는데 무슨 뜻인지 혼란스럽다”며 "타성에 젖어 기존에 해 온 것을 그대로 답습한 게 많다"고 우려했다.
한편 한국일보는 집권 100일을 맞아 현 정부의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 발표 내용을 점검한 결과 실천과제 34개 중 30% 정도만 이행하거나 관련 계획을 구체화했다고 17일 보도했다.
의료관계자들은 몇 가지 과제는 여전히 현실과 괴리가 있어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원스톱·대면진료 기관은 실제 목록과 일치하지 않고, 지역 간 의료 격차가 여전해 환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청송군 등 일부 농어촌 지역의 원스톱진료기관 수는 0개로 집계됐다. 이번 달부터 재택치료자 중 ‘집중관리군’에 이뤄지던 모니터링도 폐지돼 여전히 '고위험군 사각지대'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정부는 돌봄·요양서비스 등 지역사회 복지서비스와 연계해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의 코로나19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19일 밝혔다.
전문가들은 확진자 수를 줄이지 못하면 의료체계에 빈틈이 생겨 고위험군에게 피해가 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김경우 인제대 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13일 YTN '뉴스와이드'에서 "재택치료가 중단되면서 고위험군 사망자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추가적인 사례 분석을 통해 제도적으로 미비한 점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보완을 해야 한다"면서 "특히 고위험군 어르신들은 충분한 보완을 병행하면서 재택치료를 중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달 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발표한 대책들을 보면 유행 규모를 줄이기 위한 전략은 없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평가하면서 "피해의 대부분은 60대 이상 연령군과 만성적인 질환을 갖고 있거나 면역저하질환을 갖고 있는 분들이 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상희(shhappylife2001@joseilbo.com)
첫댓글 잘보고가요 고맙습니다
잘봤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잘 보고 갑니다^^
잘봤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