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가슴까지 차오릅니다" 보고하자 "그냥 수색해"
당시 해병들은 하천 전체를 걸어 다녀
구명조끼 없이 수색용 삽이나 막대기만 지급돼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에 투입됐다가 순직한 고(故) 채수근 해병대 상병. KBS 보도에 따르면 진보당 강성희 의원은 어제(20일) SNS에 채 상병 사건을 언급하며, 같은 부대에서 예천 수색 현장에 투입된 A 부사관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다고 알렸습니다.
어머니는 강 의원과의 통화에서 해병대 장병 순직 소식을 언급하며 "죽고 나서 태극기 덮어주면 뭐 하나. 살아 있을 때 구명조끼 입혀야지"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자신의 아들이라도 지켜야겠다며 "아들이 있는 수색 현장에 구명 조끼를 사 들고 가서 입히겠다"고 했습니다.
여기까지는 강 의원이 자신의 SNS에 대화 내용을 알리며 알려진 내용입니다.
KBS는 A 부사관 어머니와 직접 연락을 시도했습니다. 그리고 A 부사관 어머니가 아들과 주고받은 통화와 메시지 내용을 토대로 채 상병이 실종된 지난 19일 예천 수색 현장 상황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미 수색 현장에서 '불어난 강물이 장병들 가슴까지 차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장병들에게 예고도 했으면서도, 정작 구명조끼는 지급하지 않았다고도 했습니다.
A 부사관 어머니는 "아들 말로는 장병들이 '물이 가슴까지 차오릅니다'라고 보고하자, 상관들은 '그냥 수색해'라고 했대요. 그래서 아들에게 그랬어요. '너네들 왜 이렇게 멍청하냐. 너네들 죽을지 모르는데 그냥 하면 어떡하냐'고요. 너무 화가 났어요. 구명조끼가 없으면 서로 허리라도 끈으로 묶어줘야 휩쓸리지 않는 거잖아요. 군대는 아무리 상명하복이라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너무 속상한 이야기였습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해병대는 어제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구명조끼를 착용하는 것이 맞았다"며 "당시 구명조끼는 하천변 수색 참가자들에게 지급이 안 됐다. "현장에서 어떤 판단을 했는지 조사를 진행 중이고 규정과 지침을 보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재난지역 수색 시 안전 매뉴얼이나 지침의 존재 여부와 그 내용에 대한 질의에는 "재난현장조치 매뉴얼이 있다"며 "내용 공개 여부는 검토해보겠다"고 했습니다.
국방부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군 내 안전사고 건수 평균은 한해 70건 정도였습니다. 해마다 20명 정도의 군인이 안전사고로 숨졌습니다.
https://www.mbn.co.kr/news/society/4948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