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회는 여전히 불통
지난 5월 30일, 제22대 국회가 개원했다. 그리고 6월 5일 열린 첫 본회의에는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원 구성 문제로 회의에 불참하면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야당 의원들만으로 개원하게 되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장 선출 관련 의사 일정 및 원 구성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는 이유로 더불어민주당을 규탄했다. 하지만 여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야당 단독 개원과 더불어 국회의장 선출이 이뤄졌다. 불통(不通)!
엊그제, 서울 강서지역에 사는 고향 친구들과 함께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찾았다. 우리가 국회의사당을 자주 찾는 까닭은 오로지 집에서 가까울 뿐만 아니라 식사하고, 차 마시며 얘기 나눈 뒤 산책까지 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국회의사당 구내식당은 식대가 저렴한 데다 음식이 깔끔하고, 국회 소통관에 있는 카페의 커피값이 여느 곳에 비해 저렴하며, 의사당 후원에는 나무가 많아 더위를 피해 산책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친구들과 만나 국회의사당 구내식당에서 가볍게 식사한 뒤 국회 소통관 ‘외계인키친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세상 돌아가는 얘기 나누었다. 그런데 국회 소통관 건물 로비에는 소통관 건물을 상징하는 김원용 조각가의 비구상 작품 <Convergence(융합)>이 전시돼 있다. 이 작품은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의 조각으로 공모를 통해 선정됐다. 그래서 소통관을 찾은 사람들은 한 번쯤 작품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감상하곤 한다.
<Convergence> 조각작품 앞에 있는 팻말에는 ‘본 작품은 음과 양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듯 두 개의 구(球)가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교차, 회전하는 형상으로서 소통, 교류, 융합의 테마를 시각예술로 전하고 있다. 서로가 연결되고 순환하는 형태에서 역동성을 느낄 수 있으며, 속도감 있게 교류하는 이미지는 소통관에서 국회와 국민, 또는 정부가 연결되어 막힘없이 소통하고 상생, 화합하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정치인들을 싫어하는 사람이다. 정치인이라고 해서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여러 부류의 사람들 가운데 정치인들만큼 부도덕하고 거들먹거리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어디 있겠는가. 지난 4월 총선에서 당선된 국회의원들 가운데 ‘융합’이라든가 ‘소통’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지 궁금하다. 김원용 조각가의 작품 <Convergence>가 무색하도록 불통인 정치꾼들이 우리 사회를 마비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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