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
아버지의 영향으로 서동현 셰프는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홍익대 미대 동양화과에 진학했다. 잘나가던 아버지가 동양화가로 전업한 후 가세(家勢)가 기울었다. 어머니는 “화가로서는 생계가 너무 힘들다. 꼭 안정적인 직업을 갖도록 해라”는 말을 아들에게 했다. 어려워진 가정형편에 보탬이 되려고 군 제대 후 복학과 함께 학교 앞에 화실을 차렸다. 주말에는 지방 출장과외도 다녔다. 홍익대 대학원을 졸업한 후에는 목원대와 대진대에서 5년간 강사 생활도 했다. 1997년에는 아예 미대입시학원을 차려 본격적인 학원 사업에도 뛰어들었으나 운영 미숙으로 1년 반 만에 문을 닫았다. 2000년에 두 번째로 시작한 미술학원은 성공을 거뒀다. 진학률 전국 1위(조소학원 중)의 유명 프랜차이즈 브랜드로까지 키워냈다. 학원 사업으로 성공가도를 달리다 돌연 베트남 식당을 차린 이유를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1994년 싱가포르에서 얼마간 지낼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베트남과 동남아 음식의 매력에 깊이 빠져들었습니다. 귀국해서도 종종 만들어 먹곤 했는데, 새로운 진로로 제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선택하게 된 거죠.” 그는 또 “학원 사업을 하며 겪은 배신과 실망의 아픈 경험들이 쌓이다 결국 진로를 변경하게 됐다”고 말했다.
첫 베트남 식당은 2012년 경기도 용인시 수지에 차렸다. 지난 4월에는 서울 홍익대 인근 골목길의 3층 단독건물에 ‘포스타’를 열었다. 자신이 20년 넘게 터를 잡고 지내온 홍대앞에서 제대로 승부를 걸어보자는 생각에서였다. 가족 식당인 수지점과는 달리, 홍대점은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상권 특성을 생각해 펍(Pub) 개념을 병행했다. 분위기와 술과 음식을 그에 맞추어 강화했다. ‘국내 최초의 맥주를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베트남 식당’이 그가 내세운 콘셉트다. 잘 관리된 하우스 생맥주와 그에 어울리는 음식들을 준비했다. 그는 “제가 인터넷 ‘맥만동(맥주 만들기 동호회)’의 초창기 멤버”라며 “그 정도로 맥주에 애착이 강하기 때문에 남들보다 생맥주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월남쌈에는 참숯에 직화로 구운 돼지고기가 곁들여진다. 프랜차이즈 베트남 식당의 쌀국수 국물은 인공조미료가 주인공인 반면 이 집 쌀국수 국물은 조미료 사용이 절제돼 속에 부담이 덜하다. 대신 상대적으로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여름 메뉴로는 베트남식 비빔면인 ‘분보싸오’, 냉소스에 찍어 먹는 고기 국수인 ‘분짜’, 얼음 국물의 ‘사이공냉면’이 있다.
홍익대 포스타를 상징하는 것으로 ‘예술적 감각의 인테리어’도 있다. 포스타 실내는 11회의 개인전과 100여차례 단체전을 가진 서동현 오너셰프의 작품과 장식물로 꾸며졌다. 작은 갤러리와 같은 분위기다. “직접 인테리어를 위해 자격증까지 취득했어요. 지난 예술 경력과 경험이 쓸모없어진 게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식당과 음식에 녹여냈기에 결코 낭비가 아닙니다.”
그는 “곁에서 지켜볼 스승과 선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그간 많은 도움을 받은 모교에 보답한다는 의미에서 3층은 갤러리로도 병행 운영할 예정”이라고 했다. “어려운 여건의 재학생들에게 무료로 작품 전시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그렇게라도 조금씩 갚아가려 한다”는 것이 서동현 오너셰프의 말이다. 깔끔한 분위기에서 신선한 생맥주와 그에 어울리는 한국식 베트남 음식을 즐기고픈 이들에게 권할 만하다.
포스타(홍대점)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18길 20 (02)338-5503
2003년부터 각종 포털과 매체에 독특한 관점의 음식 칼럼을 게재하고 있는 우리나라 음식 분야 정상급 파워블로거. blog.daum.net/gundow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