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 미도' 아파트, 강남권 리모델링 '포문' 열까

[한여울]

서초구 서초동 '반포 미도' 아파트/사진=임해중 기자ⓒ News1

수직증축 기대감에 지난해 말 대비 아파트 시세 1억원↑

강남권 중층 아파트들, 기부채납 부담 없는 리모델링 사업성 검토 중

(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 "수직증축 허용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어요. 지난해 말에 비해 '반포 미도' 아파트 가격이 1억원 이상 오르는 등 리모델링이 본격화되면서 아파트 시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반포 미도 인근 P공인중개업소 대표)

최근 수직증축 리모델링의 가(假)설계안을 마련한 '반포 미도' 아파트가 조합설립을 위한 추진위원회 구성을 시작하면서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리모델링 조합설립을 마친 개포동 대치2단지가 안전진단을 준비하고 있는데다 서초동 삼풍아파트와 신반포 한신아파트 일부 단지들이 수직증축 사업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강남권 리모델링 사업장에 활기가 돌고 있다.

10일 서초구 '반포 미도' 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위에 따르면 조합 구성을 위한 대의원 모집을 15일까지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수직증축 허용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이 오는 25일 시행됨에 따라 이 시점에 맞춰 본설계안을 마련하고 안전진단 절차를 밟는다는 게 '반포 미도' 리모델링 추진위의 계획이다.

수년간 리모델링 사업이 지연됐던 '반포 미도'의 사업이 재개되자 아파트 시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사업성 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투자수요가 몰리면서 지난해 말에 비해 시세가 1억원 이상 뛰었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전용 84㎡ 단일 주택형으로 구성된 '반포 미도'는 지난해 말 7억원 선에 거래됐지만 현재는 8억원 까지 가격이 오른 상태다. 지난달 리모델링 조합의 추진위 구성을 위한 대의원 모집공고가 나간 이후에는 한 달 사이 가격이 1000만원 이상 상승했다.

그동안 리모델링 사업지연으로 시세하락 등 부침이 계속됐던 '반포 미도'의 분위기가 반전된데는 지난해 말 리모델링 수직증축을 허용하는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이후다. 높은 공사비 때문에 주민들이 리모델링에 선뜻 나서지 못했지만 분양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면서 사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이다.

1260가구에 달하는 서초구 대표 중층 아파트인 '반포 미도'는 2008년 대림산업을 시공기업으로 선정한 뒤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했지만 주택경기 침체와 사업성 부족이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사업이 수년간 지연됐다.

여기에 2011년 주택법이 개정되며 시공기업으로 선정됐던 대림산업이 지위를 상실한 것도 악재가 됐다. 주택법 개정 전에는 추진위 단계에서 리모델링 시공기업을 선정할 수 있었지만 2011년 부터는 조합설립 이후 시공기업을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공기업 지위를 상실한 대림산업은 입찰보증금을 반납 받고 '반포 미도'에서 발을 뺀 상태다.

황갑성 반포 미도 리모델링 추진위원장은 "시공기업이 빠진 뒤 추진위를 운영하기가 어려워진데다 막대한 공사비 부담으로 사업이 지연됐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수직증축이라는 대형 호재가 터지면서 리모델링을 다시 시작하자는데 주민들의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최대 3개층까지 증축하기 위해서는 두 차례로 강화된 안전진단과 설계검토를 받아야해 현재는 수직증축이 반영된 본설계안을 마련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반포 미도'의 수직증축이 완료될 경우 2500억∼3500억원 가량의 사업성 개선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법 개정에 따라 '반포 미도'는 3개층을 증축한 뒤 종전 가구수인 1260가구의 15%에 해당되는 189가구를 일반물량으로 돌릴 수 있다. 현재 서초구 인근의 전용 84㎡ 아파트 매매가격은 최소 13억원에서 많게는 20억원을 웃돌고 있는데 수직증축 이후 일반분양가를 최소 시세인 13억원으로 정한다고 가정하면 약 2450억원의 분양수익이 발생하게 된다.

이 분양수익을 조합원 가구수로 나누면 한 가구당 1억9000만원 정도의 분담금을 줄일 수 있다. 1대 1 리모델링을 진행했을 때 가구당 공사비가 3억5000만원 정도 투입되는 점을 감안하면 조합원 분담금을 최대 50% 이상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반포 미도'가 강남권 중층 아파트 리모델링의 포문을 열면서 인근 중층 단지들도 수직증축의 사업성을 검토하고 있는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총 2390가구에 달하는 서초동 삼풍아파트와 신반포 한신아파트의 일부 단지들이 수직증축의 사업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강남권 중층 아파트들이 수직증축의 수익성을 검토하는 등 리모델링 사업에 기대를 걸고 있는 이유는 현재 재건축이 진행되고 있는 단지들을 제외한 나머지 아파트들 대부분이 80년대 중반 이후에 준공된 아파트여서다.

서울시 도시환경정비 조례에 따르면 1982년과 1992년 준공된 아파트의 재건축 연한은 각각 20년과 40년으로 묶여 있다. 82년과 92년 사이에 완공된 아파트는 준공년도에서 1982를 뺀 뒤 2를 곱한 값에 22년을 더해 재건축 연한을 계산한다. 이에 따라 80년대 중반 이후 준공된 중층 아파트들의 재건축 연한은 최소 30년에서 최대 42년을 오가고 있는 실정이다.

반포 미도 인근의 P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은마나 개포주공 등 강남권 대표 재건축 단지들은 모두 1982년 이전에 준공됐다"면서 "현재 재건축이 진행되고 있는 단지를 제외한 나머지 아파트들은 대부분 2020년 이후에나 재건축 안전진단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재건축 보다는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들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함께 강남의 중층 아파트는 재건축보다 리모델링의 사업성이 오히려 더 낫다는 의견도 있다. 3종 일반주거지역에 들어선 중층 아파트는 집을 지을 때부터 높은 용적률을 적용 받아 재건축이 완료되더라도 층수를 대폭 올리지 못하는데다 기부채납 비율까지 고려하면 리모델링의 사업성이 더 나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시는 재건축 정비구역을 지정할 때 사업부지의 10∼15%에 해당되는 땅을 기부채납 받고 있다. 전체부지 면적이 7만5900㎡에 달하는 '반포 미도'의 경우 기부채납 비율을 13%라고 가정하면 9900㎡의 땅을 서울시에 기부채납 해야 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부채납 비율을 감안하면 강남권 중층 아파트는 1대1 재건축에 가깝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면서 "중층 아파트의 경우에는 기부채납 부담이 없는 리모델링이 재건축보다 수익성이 오히려 더 높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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