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짜장면은 역시 돼지기름에 볶아야 제맛! -
내가 인생을 즐겁게 사는 비결이 있다면 그중에 하나가 호기심이다.
지하철을 타고 내려서 집에 오는 길도 특별한 일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같은 길로 가지않고 가보지 않았던 골목길을 선택해서 집으로 간다.
골목길 안에는 저마다 백인백색(百人百色)의 개성과 삶이 응축 되어있어 골목길을 걷다보면 큰길에서는 보지 못했던 다양한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지난 봄 꽃피었던 길모퉁이 목련은 베어지지않고 잘 자라고 있는지, 새로생긴 커피집은 손님이 많은지 등을 관찰하다보면 재미난 것도 많이보고 일상생활에 필요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6,70년대 서울 도심 재개발이 시작되고 하는 수 없이 밀려나 살림살이를 머리에 이고 지고 강을 건너 자리를 잡은 곳이 성남과 봉천동,사당동 일대에 달동네를 형성했다 그랬던 성남도 이제는 재개발로 점차 골목길이 사라지고 있다.
주택가 한 가운데 옛날식 중화요리 간판을 내걸고 자그마치 30년 동안 중화요리를 파는 가게가 보인다.
이곳을 가끔씩 지나갈때 고소한 짜장냄새를 맡으면 이유 없이 배가 고팠다
그러나 무조건 들어가지는 않는다.
곁눈질로 손님들은 많은지,위생상태는 괜찮아 보이는지 심지어 환풍기와 에어콘 바람이 길가는 사람에게 직접 불어오는지 등을 체크하다 세번째로 이 골목을 걸을 때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음식점에서 환풍기와 에어컨 실외기 바람이 길가는 행인에게 그대로 불어오게 만드는 집은 배려심이 없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이런 집은 아무리 맛집이라고 해도 잘 찾지를 않는다.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없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주방에서 어떻게 음식을 만드는지 누가 알 수 있겠는가.
짜장면은 국민음식이다.
방송에서 4대 짜장이니 뭐니 하는 곳을 가봐도 짜장맛은 비슷하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중국집 80% 이상이
사자표춘장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맛의 차이는 무엇으로 춘장을 볶느냐에 갈린다.
어렸을 때 먹었던 짜장면 맛을 찾을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그동안 춘장을 콩기름으로 볶는 것을 맛봤기 때문이다.
옛 맛이 나려면 춘장을 돼지기름인 라드유를 이용해 센불에 볶아줘야 한다.
이렇게 라드유에 볶아낸 짜장면은 꾸덕하면서 불향이 나는 제대로된 짜장면이 탄생한다.
그런데 요즘 식당에서 라드유를 쓰지않는 이유가 있다. 가격도 비싸지만 마요네즈처럼 준고체상태의 기름이라 설거지할때 무척 손이 많이 가기 때문이다.
옛날방식으로 짜장을 만드는 집을 골목길에서 찾아냈다.
옛 정취가 물씬풍기는 중화요리 간판이 이집의 내력을 말해주는 것 같다.
진주 정통 중화요리 ( 성남시 중원구 산성대로 448번길 1 .031 745 2587)
실내는 금새라도 황비홍이 나와서 만두를 먹고있을 것 같은 중국식 분위기다.
얼마만에 맛보는 정통 짜장면인가.
젓가락으로 면을 비비기 힘들정도로 양도 많고 꾸덕하다.
식탁에 놓인 고춧가루는 참으로 곱게 갈려있고 식초병은 빛이 날 정도로 깨끗하다.
식초를 뿌린 아삭한 단무지 하나를 꾸덕한 면발위에 올려먹으니 옛 추억이 샘솟는다.
(짜장면 6.000원)
사람들의 왕래가 별로없는 골목길에서 살아남는 법은 단 하나다.
바로 맛이다.
여기에 위생상태까지 좋다면 금상첨화,
벽면에 백짬뽕과 차돌해물짬뽕이 이집의 추천메뉴로 붙어있다.
백짬뽕은 어렸을때 아버님 손잡고 고흥읍내에서 영화 한편보고 극장 건너편에 있던 덕성루에서 먹었던 백짬뽕이 최고였는데 이집 짜장면맛을 보니 기대가 된다.
꼭 재방문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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