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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진 (57호 : 2012년 02월 15일 발행)
![어린왕자로 불리는 가수 이승환은 집 안 가득 피규어를 채우고, 국가대표 수영 선수 박태환 은 피규어를 통해 위안을 얻는다고 했을 때 짐짓 어른처럼 ‘다 큰 어른이 무슨 장난감이야’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처음으로 밀리터리 피규어를 보고 충격에 빠졌다. 실제 군인보다 더 현실감이 있어서 감히 이것이 1/6으로 축소해놓았다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사포질을 통해 녹슨 것 하나 하나까지 섬세하게 표현한 것을 보고 감동받았다.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는 피규어의 세계란 어떤 것이며, 피규어 아티스트들은 진짜 세상을 두고 하필 1/6로 축소된 세상을 표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과 열정으로 작업하는지에 대해 호기심이 일었다. 그리하여 세계적인 피규어 아티스트 쿨레인 이찬우 작가의 작업실 문을 두드렸다.](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ani.seoul.kr%2Fwebzine%2Fimages_webright%2F0057%2Fspecial%2Fissue%2Fvisual_issue2.jpg)
![이찬우 작가의 잠실에 있는 작업실](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ani.seoul.kr%2Fwebzine%2Fimages_webright%2F0057%2Fspecial%2Fissue%2Fimg_02_01.jpg)
이찬우 작가는 잠실에 있는 작업실로 우리를 안내하면서 스스로를 ‘장난감을 만드는 이찬우’라고 소개하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그와 피규어의 인연은 10년도 훨씬 전 대구에서 올라온 친구가 ‘스폰’이라는 피규어를 보며주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그 순간 마음을 뺏겨 피규어를 모으게 되었고, 어느 순간 피규어는 ‘갖고 싶은 것’이 아니라 ‘만들고 싶은 것’이 되었다. 특히 3D 애니메이터였던 작가는 컴퓨터를 사용해서가 아니라 온전히 두 손으로 직접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강해져 결국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 쉽지 않았다. 그때만 해도 국내 피규어 시장은 황무지나 다름없었다. 피규어를 배울 수 있는 곳도 없고, 정보도 거의 없는 열악한 상황에서 외국 서적을 뒤져가며 혼자 독학했고, 아인슈타인처럼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러는 동안 피규어의 손과 발이 하나씩 둘씩 모양이 갖춰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즐거움과 성취감을 느끼며, 작은 도구와 작은 부속품들을 잇는 힘든 작업의 시간을 견뎠다. 수많은 밤을 하얗게 지새운 끝에 3년 만에 감격스러운 첫 피규어를 완성했다.
![상상마당 논산점오픈전시](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ani.seoul.kr%2Fwebzine%2Fimages_webright%2F0057%2Fspecial%2Fissue%2Fimg_02_02.jpg)
피규어 아티스트로써의 첫 걸음은 2007년 서태지 페스티벌에 작품을 선보이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그동안 연습했던 작품들을 출품하며 해외에서 많은 판매 문의를 해왔다. 그 후에도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월드 토이 페어, 토이 팝 아트전, 킨키로봇 쇼케이스, 나이크 덩크 전까지 굵직한 전시회에서 이름을 알려왔다. 게다가 2011년 5월에는 NBA 본사와 손잡고 ‘NBA collector' 을 런칭하며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세계적인 기업과 함께 작업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묻자, “어떤 경로로 나의 작품을 봤는지 모르겠지만, 2010년 1월에 계약을 맺자고 연락이 와서 개인적으로도 놀랐다. 해외의 피규어 시장은 작업과정이 세분화 되어 있어 디자인부터 원형까지 전 과정을 작업할 수 있는 피규어 아티스트는 세계에서 열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작다. 그런 이유도 한몫 했을 테고, 무엇보다 Dunkeys 캐릭터가 가장 영향을 크게 미친 건 아닐까”라고 추측의 대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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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NBA 세계 최초의 아티스트 콜레보레이션(Collaboration)으로 NBA 슈퍼스타들을 아트토이로 재현했다. 이는 NBA와 홍콩의 아트토이회사인 MINDstyle과 공동 작업으로 이루어졌으며, 모든 2D/3D 디자인과 원형을 COOLRAIN studio에서 제작했다. 2011년에 5인치 시리즈1을 시작으로 18인치 디럭스 시리즈까지 출시되었다. 지금은 시리즈2의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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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nkeys는 세계 최고의 캐릭터를 꿈꾼다. Dunkeys는 덩크 하는 원숭이들로 이찬우 작가와 Seman10cm가 함께 만들어낸 대표적인 캐릭터로 예술의 전당 전시회 이후 베를린, 파리, 이태리, 밀라노, 미국 등에서 전시회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세계적인 아티스트 Dave white가 Dunkeys 피규어를 보고 직접 그림을 그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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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ke 'Dunk zone'는 1985년 처음 등장한 dunk를 하는 농구와 스케이트보드 등 인디문화 전반에 걸쳐 창의적인 예술가와의 콜레보레이션으로 자아를 표현하고 창의성이라는 본질을 담았다. 2010 남아공월드컵을 기념하여 퓨마와 함께 대표적인 남아공선수들을 디자인 피규어로 제작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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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나믹 듀오(Dynamic Duo) 10주년 기념으로 제작한 Amoebahood는 Amoeba culture 소속 뮤지션인 슈프림팀(Supreme Team), 프라이머리(Primary) 등을 아트토이시리즈로 아트토이와 플랫폼토이의 포맷을 가지고 함께 만들었다.
엄지손가락만한 운동화, 섬세한 바느질의 옷, 개성 넘치는 표정의 피규어를 보고 있으면 어떻게 탄생하게 그 작업과정이 궁금해진다.
그는 “사실 상상마당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피규어에 관한 강의를 하고 있는데, 섬세한 손재주와 인내심, 열의만 있다면 일반인들도 피규어를 만들 수 있다. 보편적으로는 캐릭터의 앞면과 옆면을 디자인을 할 수 있으면 된다. 그 후 스컬피로 조형하는 작업을 하고, 필요에 따라서 3D 모델링 후 깎는 작업을 하기도 한다. 또한 의상이나 부수적인 재료들은 직접 동대문 시장이나 화방에 가서 구입해서 하나하나 만든다. 특히 덩키즈의 경우 원숭이 털의 느낌을 내야하기 때문에 털 원단을 찾기도 했다. 게다가 신발 한 켤레에 3일이 걸리기도 할 만큼 섬세한 작업이다. 처음엔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노력하는 만큼 실력도 잭의 콩 나무처럼 자라 이제는 10~15일이면 원형 하나를 작업한다.”고 웃으며 설명한다.
피규어는 디자인을 직업하거나 리얼리티를 살려서 원형을 만드는 경우가 있다. 그는 주로 디자인을 통해 개성을 표현한다. 그로인해 지금까지 작가가 제작하는 피규어들은 어반 컬쳐와 스트릿 컬쳐의 문화와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담아내고 있다. 캐릭터마다 그들의 정신과 독창성을 실어 생명을 불어 넣어 문화 및 예술주도적인 젊은 크리에이터들의 감각적인 삶을 보여주고 있며 작가만의 색을 완성해 나가고 있다.
![작업실 한켠에 마련된 다양한 도구와 섬세한 작업이 필요한 운동화](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ani.seoul.kr%2Fwebzine%2Fimages_webright%2F0057%2Fspecial%2Fissue%2Fimg_02_07.jpg)
국내에서 피규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시장도 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가야할 길이 멀다. 피규어 시장이 발전하기 위해서 개선되어져야 할 점에 대해 “요즘 직접 디자인하는 아트토이에 도전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대부분이 연예인 피규어를 하려고 한다. 연예인 피규어의 경우 대중화되어 있는 만큼 실패 요인이 작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로 인해 오리지널 디자인이 설 자리가 없다. 연예인 캐릭터 피규어만 나온다면 시장은 개성을 잃고 규격화 되어 버릴 가능성이 크다.”고 안타까워했다.
덧붙여 피규어의 가격은 비싼 편이기 때문에 애정이나 관심이 없어서 쉽게 살 수 없다. 하지만 가격에 비해 눈앞의 이익을 위해 퀼리티에 신경 쓰지 않고 무조건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피규어 시장이 활성화되기 전에 사라질 수도 있다. 일반인들은 쉽게 접할 수 있는 피규어를 보고 판단하고 평가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가격은 이런데 왜 이래’ 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좋은 제품이 나와서 피규어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게 중요하다. 콜렉터가 많아서 시장이 커지는 게 아니라 만드는 사람이 많아서 보여줄 수 있는 시장이 되어야만 더욱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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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차츰 차츰 이찬우 작가를 롤모델로 피규어 아티스트를 꿈꾸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에게 미래의 피규어 아티스트들을 위해 따뜻한 조언을 요청하자 “기본적으로 꾸준하게 해야 한다. 꾸준하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하나를 만들고 그만두면 의미가 없다. 조금 쑥스럽지만 열정을 가지고 에너지를 유지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일반적으로 그냥 좋아하는 것과 평생 좋아하고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그러니 가장 먼저 아주 오랫동안 애정과 열정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늦은 시기라는 것은 없다. 나는 화학과를 나와서 30대 초반에 시작해서 지금의 자리까지 오를 수 있게 된 것이다. 나이와 전공, 상황과 관계없이 도전하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 유일한 답이다”라고 대답한다.
만들고 싶은 게 아직 많다고 웃는 그는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함께 콜레보레이션(Collaboration) 해보며 다양한 도전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피규어 아트스트로서 좋은 예가 되어 개인적으로도 국내시장을 위해서도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피규어를 만들겠다는 그의 앞으로의 작품들을 기대해본다.
![이수진 기자는 대한적십자 공식 블로그, 하이트진로 웹진‘우리 곁에’, IBK 기업은행의‘톡 매거진’,‘교보생명 DM’등 콘텐츠의 기획 및 제작 에디터다. 편집자로써 리더스 북의‘둘리학습만화’시리즈에 참여했으며, 광고홍보회사에서 보도자료와 촬영 구성안을 짜며‘작가’의 꿈을 키웠다. 무수히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이 있었고, 여전히 서툴지만, 선택을 바꾸지 않고 지금처럼 즐겁게 살아갈 것이다.블로그:http://blog.naver.com/desert55,이메일:desert55@naver.com](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ani.seoul.kr%2Fwebzine%2Fimages_webright%2Fleesujin.jpg)
사진 및 자료 제공 : 이수진, 이찬우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