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주가 / 최종천
지금까지 쭉 아들과 딸 마누라에게
가장으로서 군림해 왔느니
오늘 하루는 술을 마시고
술의 하인이 되고 싶다.
술을 마시면 누구나 술의
꼭두각시가 된다. 술과 싸우지 말 일이다.
그냥 순종하자. 죽어도 인간의 하인이 되기는 싫으니,
사장님을 안주 삼아 씹어 먹고
아줌마 여기 반 병 더!를 외치자.
술에 절어 들어가면
그동안 식물처럼 순종해 온
마누라가 나를 침상에 누이고
비틀어 짜 줄 것이다. 양말 벗으라면 벗고
양치질하라면 하고 오늘 하루쯤은
술을 핑계로 그냥 마누라의 하인이 되자.
사람이 술의 주인이 될 수 없음에
대파 한 단이나 시금치나 상추 같은 것
마누라가 다듬는 무슨, 풋것이라도 되자.
- 웹진 시산맥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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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
권주가 / 최종천
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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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2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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