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가 지난 2월부터 지금까지 많은 분들이 공유해주신 후기를 읽으면서 많은 도움과 용기와 위안을 받았기 때문에 저도 그 마음에 보답하고 싶어서 글을 씁니다. 제가 일련의 일들을 겪으면서 궁금했던 점들이 정말 많았는데, 후기만으로 알 수 있었던 것도 많았지만 실제로 경험하면서 알게 되었던 부분들도 많았기 때문에 차근차근 자세하게 적어보고자 합니다.
오늘은 입원하기까지의 전반적인 경험을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사실 첫 수술도 우여곡절 끝에 받게 되었고, 그 수술이 마지막인 줄 알았는데 공교롭게 또 한 번의 수술을 겪었습니다. 수술 날짜 안내 관련 경험, 입원 전 관리, 입원 준비물까지 크게 셋으로 나누어 풀어나가 보겠습니다.
1. 수술 날짜
서울대학교병원의 신경외과는 조금 독특한 시스템으로 수술이 결정됩니다. 수술 날짜가 외래 중에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매주 급한 환자의 수술을 우선으로 하여 수술 일정이 확정되므로 언제 수술을 받을 수 있는지 아무도 미리 알 수 없습니다. 정확한 수술 날짜 안내 연락을 마냥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저는 이게 서울대학교병원의 특징인가 싶었는데, 같은 병원 타과(산부인과)의 수술 날짜는 (보통 앞당겨질 수도 있는) 변동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외래 후 수술 상담실을 통해서 결정됩니다.
저는 당시 근무를 하고 있던 상황이기도 했고, 결국 엄마가 간호해주셨지만 간병인 문제도 있어서 이 부분이 좀 골치 아팠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느 정도에 연락이 왔었는지 보여드릴겸, 저의 타임라인을 공유해봅니다.
2022.02.23 의원급 병원에서 첫 척추 종양 의증 소견
2022.03.02 MRI 영상 촬영 후 척추 종양 확진 판정
2022.03.22 서울대학교병원 정천기 교수님 첫 외래. 한 달 안에 수술 날짜 안내 연락 주신다고 안내
2022.03.28 2022.04.04(첫 외래 후 6일만)에 수술하자고 연락 받음. 그러나, 근무처 코로나 이슈로 취소
( 타 병원에서 수술 받으려고 날짜 받았으나 두 번 연기된 뒤
서울대학교병원 정천기 교수님께 수술 받기로 결심하고 수술 취소 )
2022.05.24 서울대학교병원 정천기 교수님 두 번째 외래. 두 달 안에 수술 날짜 안내 연락 주신다고 안내하심
2022.06.07 2022.06.13(두 번째 외래 후 13일만)에 수술하자고 연락 받음
2022.06.11 2022.06.13 에 응급 환자 수술 때문에 다음날 예정되었던 입원이 취소됨
혹시 이런 일이 자주 있진 않을지 걱정하시는 분이 계실까 해서 덧붙여봅니다. 정천기 교수님께서는 소아 환자를 보지는 않으시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입원 및 수술 취소 연락을 받았을 때에는 응급 소아 환자의 수술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애초에 선택권도 없긴 했지만, 30여년 더 산 이모가 당연히 양보해야 할 일이었죠. 이후에 저에게 오히려 다음날(2022.06.12) 입원하는 거냐고 확인하는 연락이 두 어 차례 왔을 정도였기 때문에 무척 급하게 결정된 사안인가보다 싶었습니다. 겪은 사람 입장으로선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던 것 같았습니다.
2022.06.13 2022.06.20 에 수술하자고 연락 받음
2022.06.19 (드디어) 입원
2022.06.19 첫 번째 수술
2022.06.22 퇴원
2022.07.05 수술 후 첫 외래
2022.07.19 협진
2022.07.26 수술 후 두 번째 외래
2022.08.18 2022.08.22 에 수술하자고 연락 받음
2022.08.21 입원
2022.08.22 두 번째 수술
2022.08.24 퇴원
2022.09.06 수술 후 첫 외래
2022.12.06 수술 후 두 번째 외래
비록 다른 환우분들에 비하면 별 것 아닌 간헐적 통증이나 힘 빠짐 정도가 증상의 전부였지만, 수술 후에 오히려 없던 심각한 후유증이 생기진 않을까 수술 후 제 스스로 확인하기 직전까지 무척 긴장이 되었습니다. 수술 후 방사선 치료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기는 하였지만, 수술 자체는 잘 끝났습니다.
2. 입원 전 관리
가장 조심하셔야 하는 부분은 코로나입니다. 저는 아직까지도 코로나에 걸린 적이 단 한번도 없는데, 실제로 코로나에 감염되어서 수술 날짜를 부득이하게 미루시는 환우 분들도 많이 계셨고요. 심지어는 보호자 분께서 걸리시는 바람에 병동이 안전하지 않은 상황이 빚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입원이 예정되어 있다면 환자 분과 보호자 및 다른 가족 분들도 특히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도록 주의하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입원이 일주일 남은 상황에서 제 동생이 코로나에 걸리는 바람에, 저랑 엄마랑 며칠간 숙소 생활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사실 이렇게까지 했었는데 공교롭게도 응급수술로 입원 및 수술이 취소가 되었답니다! 그래도 코로나로부터 저 자신은 지킬 수 있었죠. 그것에 위안을…
어떤 병원이든지 입원 안내서로 주의해야 할 사항을 전달하기는 하지만, 제가 입원하고 수술했던 서울대학교병원의 입원 전 준비사항을 공유해드립니다. 이런 것은 기본적으로 지키셔야 겠지요.
또한, 서울대학교병원에 입원을 하시면 ‘척추 수술 후 조기회복프로그램’ 팸플릿을 주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깜박 하시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엔 45병동 복도에 팸플릿이 진열되어 있으니 하나 챙기시면 됩니다. 여기에 ‘입원 전’ 내용이 있어서 미리 읽어 보시라고 공유드립니다!
그 외에 입원 전 수술을 위해 제가 했던 일입니다.
1. 가벼운 걷기 운동
수술을 받기로 마음먹은 뒤에 매일 걷기 운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수술 직전까지 생각이 많을 수밖에 없죠. 저도 수술 전 증상이나 통증이 거의 없다시피 한 상태에서 오히려 수술 후에 후유증이 생기면 어쩌나 정말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두 번의 수술을 경험한 제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아직 벌어지지도 않은 일에 대해서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고, 이런 걱정을 안 하는게 최선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와 같은 잡스러운 생각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그 시간에 차라리 건강을 챙기자 싶어서 늘 음악을 들으며 집 근처 걷기 좋은 곳을 찾아 하루 만 보를 목표로 걸었습니다.
2. 머리카락 길이 정리
경추 수술하시는 분들은 절개 위치에 따라 강제 반삭(?)을 당할 수 있으니 걱정이실 수 있는데, 생각보다 많이 잘리지 않을 수 있으니까 회복하는 시기에 너무 긴 머리카락이 방해 요소가 되지 않을 정도로만 머리 길이를 정리한다 생각하시면 좋을 거 같아요. 저는 머리카락을 높이 묶었을 때 머리카락이 목에 닿지 않을 정도로 미리 머리 길이를 정리하였습니다. 저는 실제로 수술 중 반드시 잘라내야 하는 머리카락만 정리해주셔서, 뒷머리를 내리면 다 가려질 정도였습니다.
3. 유산균 먹기
저는 원래 유산균을 챙겨 먹지 않는데 수술 전에 대변을 보는게 좋겠다 싶어서 미리 몸을 준비(?)시키자는 생각으로 수술 결정하자 마자 꾸준하게 먹기 시작했습니다. 상식상 임산부 분들이 보통 변비로 고생을 하시니까 그 분들이 추천하는 제품을 검색해서 먹기 시작했어요. 슈퍼푸드로 알려진 올리브유가 변비에도 좋고 변비 때문만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몸에 좋다고 하여 암환자 분들도 섭취하신다고 하시기에 저는 심지어 좋은 올리브유 구입해서 매일 한 스푼 씩 먹기도 했습니다.
병원에서는 수술 후 간호사 선생님께서 언제 배변을 마지막으로 봤는지 물어보시더라고요. 전 매번 수술 전에 해결을 해서 퇴원 전까지 배변을 봐야 한다는 등에 대한 얘긴 안 들었습니다.
4. 원피스 준비
경추 수술을 앞두다 보니, 옷도 걱정이 되었습니다. 수술 전후 및 회복 중에 가장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이 어떤 옷일지 생각해보니까 앞을 위에서 아래까지 모두 단추로 잠글 수 있는, 쉽게 구김이 가지 않는, 그런 원피스가 가장 편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일부러 이 옷을 입원할 때 입고 갔고, 퇴원할 때도 아무래도 목에 목보호대를 착용한 상태가 되다 보니까 가운 걸치듯 입고 앞의 단추도 상황에 맞춰서 잠그면 되니 편했습니다. 퇴원 후 드레싱을 위해 근처 병원에 갈 때마다도 비슷한 류의 원피스만 고집해서 입고 다녀서 ‘이 환자는 이런 옷 밖에 없나?’ 싶을 정도였을 것 같아요!ㅎㅎ
5. 입원 직전에 손/발톱 정리
수술 후에 하기가 어려워서 저는 입원 직전에 항상 손/발톱 정리를 하고 출발했습니다.
3. 입원 준비물
저는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총 두 번 수술을 하였고, 각각 3박 4일 동안 입원을 했기 때문에 그 기간에 대한 입원 준비물을 공유해드립니다.
세면도구 / 위생용품
1 | 가글액 | |
2 | (일회용)칫솔 세트 | 사용 후 퇴원하는 날 버리고 왔어요. |
3 | (샘플용)샤워 위시 | 앞으로 2주간 샤워를 못 하니까 샤워하려고 가지고 갔어요. 라인 잡으면 샤워 못하니까, 입원 직후 라인잡기 전에 하셔야 합니다. |
4 | KF94 마스크 | 병원은 생각보다 코로나로부터 안전하지 않습니다. KF94 착용하세요! KF-AD는 수술 전 MRI 촬영할 때 주시는데, 수술 후 걷기 운동 하다가 영 KF94가 답답하다고 느껴졌을 때 그때 받은 KF-AD 마스크 착용하고 걷긴 했습니다. |
5 | 수건 | 한 장이면 충분합니다. 간이세탁 후 말리고 다시 쓰고 했어요. |
6 | 치실 | |
7 | 토너패드 | 세수 대용으로 가져가서 얼굴/목/몸 등을 닦을 때 사용했어요. |
수면용품
1 | 환자용 베개 | 병원 베개는 좀 딱딱해서 저는 수술 후에 좀 불편하더라고요. 그래서 두 번째 수술 땐 제가 원래 사용하던 베개 챙겼어요. |
2 | 보호자용 침구 | |
3 | (일회용)수면 안대 | 6인실을 배정받을 수 있으니 필수입니다. 같은 병실에 밤새 관장하시는 환우 분들이 몇 분 계셨었는데 새벽까지도 병실 불을 끄지 않아서 저희는 너무 잘 활용했어요. |
4 | 수면 양말 | |
5 | 이어플러그 | 병실 내가 시끄러울 수 있어서 한 세트 챙겨갔습니다. |
전자용품
1 | 베터리 충전기 | 충전용 케이블은 2M 짜리로 골라서 챙겨갔습니다. |
2 |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 | 6인실 병실에 있을 땐 계속 이어폰 끼고 있었어요. |
3 | 멀티탭 | 3구 짜리 챙겨 가서 요긴하게 잘 쓰고 왔습니다. |
의류 / 잡화
1 | 가디건 | |
2 | 머리끈 & 머리집게 | |
3 | 속옷(니플패치) | 여성 분들! 입원하기 전/퇴원하실 때 그냥 니플패치 하세요! 세상 편합니다. |
4 | 안경 | |
5 | 실내화(슬리퍼) | |
6 | (끈 없는)운동화 | 슬립온 있으시면 그게 가장 편합니다. 특히, 경추 수술하시는 분은… 아래를 내려다보지 않고도 쉽게 착용할 수 있는 신발이 가장 좋아요. |
일회용품
1 | (ㄱ자)빨대 | 저는 그로미미 빨대컵이랑 추 빨대 구입해서 가져갔습니다. 유아용이라 어떤 방향으로 마시더라도 절대 흐르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굳이 구입할 필요는 없으시고, ㄱ자 빨대로 충분합니다~ |
2 | 비닐 봉지 | |
3 | 종이컵 | 세 개 정도 챙겨서 뭔가 뱉을 때나 꽂이 용으로 잘 사용했어요. |
그 외
1 | 가위 | |
2 | 야채스프 | 프레딧 하루야채스프 구입해서 가져갔었습니다. 사실 맛은 그냥 그래요. 그런데 마셔서 먹기 좋아서 수술 후 금식 풀렸을 때 야채스프를 마셨고요. 식사하기가 불편한 상황일 때 아무것도 안 먹을 순 없으니 야채스프를 대신 마셨습니다. |
3 | 유산균 | |
4 | 두루마리 휴지 | |
5 | 물티슈 | |
6 | 일회용 알코올스왑 | 병원에도 물론 있긴 한데, 저는 좀 자주 쓰는 편이라 제 성격상 매번 달라고 하기가 어렵기도 하고… 또, 병원용은 일회용이 아니다 보니 전 오히려 불편하더라고요. 일반적인 크기보다 조금 더 큰 것과 와이드형으로 두~세 배 크기의 것도 구입해서 챙겨갔어요. 입원 후 손이 닿는 곳을 싹 닦아 내기도 하고, 수술 후 앞쪽 목이나 목보호대에 묻은 피 등을 닦아 내기도 했고요. 수술 후 머리카락에 (아마도 소독용) 약이 많이 묻어 있어서, 머리카락 정리할 때 이걸로 다 닦아내고 빗었습니다. |
7 | 바지걸이 용 옷걸이 | 일반적인 옷걸이는 많아요. 저는 수건 말릴 생각으로 바지걸이 용 옷걸이 딱 하나 챙겨 가서 요긴하게 잘 쓰고 왔습니다. |
8 | S고리 | 이 고리에 마스크 걸어 두려고 챙겨갔습니다. |
9 | 커블체어 | 첫 번째 수술을 경험하고 두 번째 수술 때문에 입원할 때 제일 먼저 챙긴 것들 중 하나가 커블체어 입니다. 경추라서 그런지 수술 후 벽에 기대어 앉는 것도, 침상을 90도로 조정하여 앉는 것도, 모두 불편했습니다. 그런데 커블체어는 허리는 기댈 수 있는데 목 부위는 자유로우니 앉을 때 정말 세상 편하더랍니다. 가지고 계시지 않다면 지인 통해서 빌리시거나 구입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을 정도로 추천합니다. |
필요 없었던 것
1 | 각종 햇반/간편식 | 45병동에는 전자레인지가 없어서 다른 병동을 가서 이용해야 하는데, 이런 상황이다 보니 잘 안 가게 됩니다. 저도 두 번 수술하면서 단 한번도 이용해본 적이 없어요. 수술 후에 입맛이 정말 없어요. 몸이 힘드니까. 보호자는 환자식 나눠서 드시면 되고, 무겁게 챙기는 것보다 또 병원 내 식당 등(서울대학교병원은 대한외래!)에서 환자가 먹고 싶은 음식 그때 그때 사서 드시는 게 나아요. |
2 | 과도 | 병원 주변에 과일 배달하는 곳에서 배달시켜서 드세요. 수술 전날 한 번 배달시켜서 퇴원 전까지 먹었는데, 종류도 다양하고 양도 딱 먹기 좋은 정도였답니다. |
3 | 샴푸 & 린스 | 서울대학교병원에서는 소독용 샴푸를 제공합니다. 그때 제외하고는 머리를 감을 일도 없고, 제공해주시는 샴푸양도 많아서 저는 퇴원 후 처음 머리 감을 때 사용하려고 남은 샴푸 가져왔었어요!ㅎ |
4 | 드라이샴푸 | 3박 4일 일정이다 보니 병원에서는 쓸 일이 없습니다. |
5 | 옷걸이 | 옷장에 넘치고 넘치는 것이 옷걸이 입니다. 단, 바지걸이 용 옷걸이는 수건 말릴 때 쓰기 위해 챙겨갔습니다. |
CHECK LIST
이정도일 것 같습니다. 추가할 준비물이 있거나 어떤 물품이 필요할지 아닐지가 궁금하시면 댓글 달아주세요. 답변 드리겠습니다. 이미 수술 경험이 있으신 다른 환우분들의 추가 의견도 언제나 환영입니다!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까지 정말 온갖 생각이 다 드시겠지만, 그런 생각을 안 하려고 노력하셔야 그나마 덜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힘든 상황이겠지만 아무쪼록 힘내시고 수술 잘 받고 회복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안녕하세요..2차수술도하시고 방사선치료하셨네요? 올려주신글도 많은도움되어 오늘 집사람이 경추4-6 수막종 수술했습니다. 저는 아직 담당의를 못만나봤는데 오후에 환자에게 종양이 완전제거 안됬다고/오른쪽팔저림증상부분/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방사선치료를 말하고 갔다하는데,, 깨끗이 제거됬단 소리를 못들으니 마음이 안좋네요,,,, 이거 방사선치료를 해야할지 말아야할지,,치료힘드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