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이 급식비나 방과후학교 수업비를 인터넷으로 신청할 수 있다는 정부 발표는 많은 기대를 모았다. 어려운 가정형편이 남에게 알려져 눈칫밥을 먹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 때문이었다. 특히 저소득층 학부모가 반색했다. 교육과학기술부 홈페이지에는 “아이 편에 신청 서류를 보내는 게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개선된 제도가 반갑습니다”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런데 이달 들어 접수가 시작되면서 ‘교육비 원클릭 신청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지원 대상을 명확히 알려주지 않는 데다, 신청 방식도 저소득층 환경에서 접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원클릭 홈페이지를 방문해 회원 가입을 하고 등록을 해보니 지적대로 쉽지 않았다. 용어가 어렵고 등록 절차가 복잡했다. 설명을 듣기 위해 안내 전화를 걸어 봤지만 하루 종일 ‘모든 상담원이 통화 중’이란 말만 반복해 들렸다.
관련 기사가 나간 뒤 학부모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는 “온라인 신청서에 지원 기준만 명확히 밝혀줘도 이렇게 발을 동동 구르진 않죠. 건강보험료 4만 원 납부 가구…. 이런 식으로 기준을 알리라고 써주셔야 돼요”라고 말했다. 개선책까지 내놓아야지 문제점만 지적해서는 정부에서 고치려 들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아니나 다를까. 교과부는 ‘현재는 교육비 신청 기간으로 대상자 선정 기간이 아니다’라는 해명자료를 11일 내놓았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라는 얘기다. 학부모들의 불만이 무엇인지 여전히 귀 기울이지 않는 태도다.
이 시스템은 교육비를 지원받는 과정에서 저소득층이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도록 만든 서비스다. 그런데 소득이 조금이라도 변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없다. 휴대전화나 신용카드가 없으면 어려운 환경을 또 한 번 탓해야 한다. 신청 시스템이 학사 일정보다 늦게 돌아가는 제도적 허점도 감수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제도나 시스템이라도 운용하는 사람의 의식이 뒤따르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된다. 교사나 공무원의 무심한 행동이 어려운 환경의 학생에게 수치심을 안기기도 한다. 초등학생 딸을 서울시교육청에서 지원하는 60만 원짜리 영어캠프에 보냈다가 저소득층 아이들을 한방에 재웠다는 소식에 마음고생을 했다는 학부모도 있다. 작은 선물을 할 때도 상대방의 취향과 입장을 생각하는 게 에티켓이다. 저소득층 학생이 상처받지 않도록 만든 제도라면 더 세심하게 배려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