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명소 ⑩ 끝] 창원 송도…"올 때마다 감동인 아늑한 섬"
뉴시스 2023.03.10
마을 좌·우 작은 섬은 물 빠지면 '모세의 기적'
진동 고현항서 10분…주민들 둘레길 조성 희망
[창원=뉴시스] 홍정명 기자 =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송도.2023.03.10. photo@newsis.com
[창원=뉴시스] 홍정명 기자 = 봄 기운이 완연하다. 연인이나 가족들과 봄 나들이를 하고 싶은 계절이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콰이강다리를 지나 저도 비치로드를 걷는 것도 좋지만 번접하지 않고 조용하고 아늑한 섬, 송도를 추천한다.
송도는 마산합포구 진동면 고현항에서 손에 닿을 듯 가까운 곳에 있는 섬이다. 별장형 농장을 가꾸기 위해 주말마다 송도를 찾는다는 도시민 주 모씨는 "올 때마다 감동이다!"라고 말했다. 송도는 그런 작은 섬이다. 고현항에서 '송양도' 호를 타면 10분이면 도착한다.
송양도는 양도에서 출발해 송도를 거쳐 고현항을 오가는 도선이다. 도선 이름은 송도와 양도의 앞 이름을 딴 것이다. 송양도 정박지는 송도에서 배로 10분 거리인 양도다. 서은두(60) 선장이 양도 토박이로 섬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일 오전 8시 고현항에서 송양도에 올랐다. 찰지게 부서지는 물살이 정겹다. 잔잔한 바다가 햇살에 간지러운 듯 반짝인다. 해풍도 차지 않고 시원스럽다.
[창원=뉴시스] 홍정명 기자 =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송도 앞 물 빠진 윗똥섬.2023.03.10. hjm@newsis.com
송도항 선착장에 들어서기 전 뱃머리에서 낮게 엎드린 송도마을 쪽을 보면 양쪽에 작은 섬이 두 개 보인다. 마치 두 팔을 벌리고 반기는 모양새다. 주민들은 섬이 '똥'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왼쪽 작은 섬은 윗똥섬, 아래 조금 더 큰 섬은 아랫똥섬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이 두 섬은 썰물 때가 되면 걸어서 건너갈 수 있다. 모세의 기적처럼 갈라지기 때문이다. 송도 토박이인 김종환(64) 이장에 따르면, 송도에는 현재 17가구 19명이 거주하고 있다. 대부분 70~80대 어르신이다. 예전에 거주민이 많을 때는 우산초등학교 분교도 있었으나 지금은 터만 남아 있다. 빈집도 5채 있다.
송도는 소나무가 많아서 일반적으로 '솔섬'으로 불린다. 송도의 본래 이름은 소범의도이며, '서쪽에 있는 중심이 되는 작은 섬'을 뜻한다. 섬의 면적은 10만㎡로, 남쪽으로 길게 뻗어 있다. 섬 정상은 해발 32.5m이고, 섬의 둘레는 2.2㎞이다. 물이 빠질 때 해안선을 따라 천천히 걸어면 섬을 한바퀴 도는데 1시간10분 정도 걸린다. 살짝 난코스도 2곳 있다.
[창원=뉴시스] 홍정명 기자 = 물 빠진 아랫똥섬에서 바라본 송도 전경.2023.03.10. hjm@newsis.com
마을 쪽 해안가 도로는 잘 포장되어 있다. 경사가 완만해 걷기 좋고, 암석이 발달한 퇴적 지형이다. 주민들은 섬 둘레길 조성을 바라고 있다. 김종환 이장은 "섬 뒤편으로 돌아가면 진동 광암해수욕장이 지척이다. 둘레길을 조성하면 섬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져 마을에 생기가 돌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둘레길은 주민 숙원사업이다"고 말했다.
창원에서 사업하고 있다는 주씨는 "송도에 오면 마음이 편해져 좋다. 간혹 지나가는 뱃소리 이외는 소음이 없다. 이곳에 와 본 지인들 중에는 잠시 배 타고 와서 바다를 보면서 즐길 수 있는 파크골프장을 조성하면 좋겠다는 말도 한다"고 전했다.
주씨는 지난해부터 보아 염소 부부를 키우고 있는데, 최근 귀여운 새끼 두마리 낳았다면서 안내했다. 섬 뒤쪽으로 30분여 걷다보면 수년 전 폐업한 FRP 선박조선소 건물이 유령처럼 남아 있다. 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공장 건물 내부로 들어서자 각종 자재가 널려 있다. 선박 제작용 목형도 그대로 있다. 특히 건물동 밖에는 녹슨 포크레인도 손을 땅에 박은 채 방치되어 있다.
[창원=뉴시스] 홍정명 기자 = 송도 뒤쪽에서 바라만 창원 진동면 광암해수욕장 일대.2023.03.10. hjm@newsis.com
해안 쓰레기도 그다지 많지 않아 천천히 거닐다보면 마음이 깨끗해 지는 느낌이 든다.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이는 진동면 아파트단지도 정겹게 느껴진다. 섬을 한 바퀴 돌고 나서 윗똥섬과 아랫똥섬을 거니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속이 빈 굴껍질을 밟으면 뿌드득 뿌드득 소리가 귀를 즐겁게 한다. 굴 철에는 돌로 깨어 굴맛도 볼 수 있다.
또, 운이 좋으면 아랫똥섬에서는 흑염소 가족도 볼 수 있다. 섬 일주를 하기 싫다면 선착장에서 낚시를 하는 것도 좋다. 지금은 수온이 낮아 고기가 잘 잡히지 않지만 4월부터는 낚시객들이 더러 찾는다. 낚시철이 되면 가족단위 여행객들이 찾아와 선착장에 텐트를 치고 1박하면서 놀고 가기도 한다.
[창원=뉴시스] 홍정명 기자 = 송도 뒷쪽에 방치된 폐조선소 건물과 굴삭기.2023.03.10. hjm@newsis.com
이번 주말에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비경의 섬, 송도를 찾아보시기를 권한다. 한편, 송양도 도선은 창원서부수협 고현지점 앞 고현항 선착장에서 평일 오전 8시, 오후 1시30분, 오후 5시에 3회 출항한다. 진동 장날(4·9일장)에는 오전 6시와 오전 10시, 2차례 추가 운항하기도 한다.
단체 방문 시 도선 선장(010-3773-2705)에 연락하면 별도로 이용할 수도 있다. 도선 이용 요금은 일반인 편도 1500원이며, 어린이는 무료다. 승선 정원은 15명이다. 25인승이지만 보험료 절감 차원에서 승선 인원 15명으로 등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