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당무>
먼저, '홍당무'부터 시작할게요. '홍당무'는 가수 이선희의 팬클럽 이름이지요. 글구 어뜬 동화작가들의 모임이기도 하구요. 논술 관련 싸이트에서도 많이 보이는 이름입니당..
며칠 전, '무' 때문에 고민하다가-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 초반에 환상계가 '무' 땜에 초긴장 상태가 되지요- '무, 무.. 아, 무!' 이럼시롱 한숨을 푹푹 내쉬던 중, 우연찮게 '쥘 르나르'의 '홍당무(poil de Carotte)'를 읽었어요. 와우! 된장, 잼나더군요!
아래 그림은 프랑스 홍당무 플라나리옹(책 낸 곳)판 표지예요. 장석훈의 '도도부깽'에서 퍼왔어요(아래 주소에 그 아래 그림이 나오죠.^^ ) 참, '도도부깽'이라는 말 재밌죠? '도도(Dodo)'는 장석훈의 세례명이고 '부깽(bouquin)'은 '책'을 뜻하는 불어의 옛말이래요.
도도부깽: http://home.megapass.co.kr/~naozdo/index.htm
다음은 위의 홍당무 표지에 대한 단상이예요. 역시 '도도부깽'의 '국내 소개 도서' 중 홍당무에서 펐지요.
홍당무가 나뭇가지를 들고 곤충을 괴롭히려고 하고 있다. 우선, 저 몸의 움직임과 표정을 보라. 표정은 그렇게 잔인한 표정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린애다운 순수함이 느껴지게 하는 표정도 아니다. (중략) 저 표정은 아주 오랫동안 저런 식으로 곤충들이나 동물들을 괴롭혀 온 연륜에 의해서만 지을 수 있는 표정이다. 그리고 저 몸의 포즈와 나뭇가지를 쥔 손의 섬세함과 정교함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외과의사의 메스처럼 정확하게 저 곤충을 자지러지게 괴롭힐 수 있는 급소를 찾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일격에 축 늘어뜨리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홍당무는 프로다. 최대한의 쾌감을 자신이 원하는 시간 동안 자아나게끔 하기 위해 그 곤충을 충분히 살려둬야 한다. 그것과 관령해서 자세히 살펴봐야 할 것은 도구로 사용한 바로 저 나뭇가지의 굵기와 밑에서 위로 올리면서 찌르는 것이 용이하도록 섬세하게 구부러진 저 곡선이다. 그리고 찌르기 조르기 등 여러 잔학 행위가 가능하도록 설계되어진(설계되었다기보다, 찾아낸) 나뭇가지의 짜임새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역시 프로는 무기도 제대로 고를 줄 안다. 그리고나서 몰입은 있으되 긴장은 없는 홍당무의 여유와 근성을 읽을 수 있게 된다.(장석훈)
어때요? 길죠??*^^*
우리나라에서 홍당무는 꽤 나왔네요. 가장 뜨끈뜨끈한 홍당무는 2003년 1월 20일 '도로시'에서 나왔군요.
요 도로시 홍당무를 보세요.
홍당무는 앤(빨강머리 앤)처럼 머리털이 붉어야 하는데^^ -지네 엄마가 홍당무를 가리켜 속까지 붉다잖아요?- 당근 옆에 웬 금발소년이어요??
홍당무가 웅진에서 (공주와 고블린, 15소년 표류기, 소공녀 등등처럼) 완역으로 나온다는 얘기가 있든데, -웅진 맞나요?- 나오면 꼭 사서 깍두기(?)를 담을까봐요~~^^* 홍당무 완역판을 당장 보고 싶긴 한데 그래도 여러 가지 생각해본 결과 내년 봄이 좋을 것 같아요..TT 아니에요. 지금 나와야 해요. 그게 좋겠어요.^^
참, 며칠 전에 깍두기를 담았는데-배추가 보통 비싸야죠~~- 깍두기에서 수돗물 냄새가 나요. 그래서인지 이 깍두기를 먹는 사람은 저밖에 없어요.TT 왜 무에서 수돗물 냄새가 날까요?? 암튼 무슨 소독약 냄새 같은 게 나요..
내친 김에 깍두기(1기 정경신) 소식을 전해드리죠. 깍두기는 얼마 전에 '좀머씨 이야기'를 읽었어요. 왜 그걸 이제서야 (새삼) 읽느냐고요? 깍두기 별명이 '뒷북'이잖아요~~^^* 깍두기가 책을 막 읽으면서 자꾸만 '무슨 내용이냐' 묻길래 제가 그랬어요. "몰라, 잊었어. 좀머 씨도 내가 잊기를 바랄 거야." 깍두기가 까르르르 웃었어요. 나중에 책을 다 읽은 깍두기가 말했어요. "야! 이 번역자, 대단하다야~~" 저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사실 한 문장도 기억이 안 나는데 말이죠..TT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 없어요. 기억도 못할 책을 자꾸(?) 읽는 이유는 뭘까, 이러구요. 전 물론 대답해주지 않죠.^^*
<자연의 이야기들>
다시 쥘 르나르한테 돌아가서 '자연의 이야기들(Histoires Naturelles)'을 볼까요?
2002년 2월 18일 문학동네에서 '자연의 이야기들'이 309쪽짜리로 나왔어요. 옮긴이는 '박명욱'인데, 개인적으로 이 사람을 통 모르지만 왠지 옆집에
사는 젊은이처럼 느껴져요. 예전에 박명욱도 저도
젊었을 때 그의 책을 본 것 같아요. 제목이 길어서
기억이 안 나지만 이 총각(그때는?)이 '잘(무사히)
커야 할 텐데' 하는 바램을 품었던 것 같아요. 근데
어쩜 그가 아닐지도 몰라요. 어떡하죠? 제가 함부로
그를 거명해서 명예훼손 같은 걸 한 게 아닐까요?
어우, 잘쫌 찾아보구 얘기 꺼낼걸~~ 아, 어떡하죠? 걱정돼서 손구락이 굳어버릴 지경이에요. 혹시 난중에 무신 일이 있음 여로분이 말쫌 해조요. 누지로 말은 들어도 뭔 소린지 통(!) 모른다고요~~^^*
암튼 문학동네판 '자연의 이야기들'은 알라딘에서 15쪽 가량 볼 수 있어요. 궁리닷컴 종횡서해에 들어가도 책소개가 있어요.
'개미는 숫자 3을 닮았다. 여기도 3! 저기도 3! 333333333333.....이 끝도 없다.' 식으로 '동물 우화집'이라기보다는 '동물에 관한 짧은 생각, 아포리즘' 정도로 봐야 할까봐요~~
Pierre Bonnard (1867-1947)
이 사람은 피에르 보나르(1867-1947)에요. 문학동네판 '자연의 이야기들'에 삽화를 그렸죠. 전 처음에 쥘 르나르인 줄 알았어요. 바로 밑에 피에르 보나르라고 분명히 써 있었는데 말입죠. 아, 물론 불어로 쓰여 있었죠. 가만, 불어 맞나요? Pierre Bonnard
전 영어, 중국어, 독어까지는 배웠는데 불어는 못 배웠어요~~ 고등학교 1학년 때 불어냐 중국어냐를 택하는데 중국어 샘은 남자, 불어 샘은 여자였거덩요..TT
쥘 르나르의 '자연의 이야기들'이 또 있지요.
2003년 2월 25일에 나온 그림책인데, 베틀북에서 윤정임 번역으로 나왔어요. 그림은 야센 그리고로브가 그렸어요. 2002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그림책 부문 수상작이라서 그런지 책방에서 썩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더군요.*^^*
참, 새삼스럽지만 쥘 르나르와 야센 그리고로브를 (알라딘에서 퍼서) 소개할게요.
쥘 르나르(Jules Renard) - 소설가이자 시인이며 극작가로, 1864년 프랑스 샬롱 뒤 멘에서 태어났다. 소설집 <마을의 범죄>를 출간하면서 작가활동을 시작한 그는 <홍당무>, <박물지>, <포도밭의 포도 재배인> 등과 희곡 <이별의 기쁨>, <나날의 빵> 등을 발표했다.
야센 그리고로브 - 1974년 불가리아의 세블리에보에서 태어났고, 스위스 제네바의 고등응용미술학교와 불가리아 소피아의 미술아카데미에서 공부했다. 1999년에는 제네바 시 문화부에서 주는 '삽화 부문 장학금'을 받기도 했다. 지금은 소피아에서 살고 있으며, 작품으로는 <교통수단들>, <통화>, <여가>, <음식>, <40명의 아이들과 개> 등이 있다.
<뱀 너무 길다>
쥘 르나르의 책으로 '뱀 너무 길다'라는 책도 나와있어요. 1997년 8월 30일 바다출판사에서 216쪽짜리로 나왔지요. 전 보지 못했지만 알라딘 미디어 리뷰를 보니깐 (시건방지게도) 대강 짐작이 가요~~^^*
다음은 '뱀 너무 길다'에 대한 한겨레신문 리뷰여요. 이 리뷰를 읽으면 혹,하지 않아요??^^*
<뱀 너무 길다>는 <박물지>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소개된 바 있다.새로운 문패는 이 책에 들어 있는 `뱀`이라는 작품의 제목과 본문 전문이다.당혹스러울 정도로 간결한 이 작품은 르나르 산문집을 관통하는 어떤 정신을 요약해서 말해준다.사물의 본질을
압축적인 문장에 담는다는 것,대상에 대한 정확한 관찰과 언어에 대한 외경의 정신이 그것이다.
닭, 비둘기, 개, 돼지, 소, 파리, 고양이, 지렁이 등 산문집의 구성원들은 르나르의 시대만 해도 인간과 친근했던 자연물들이다.
작가는 이들을 통해 생명과 자연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한편, 인간적 속성의 투사체로서 그것들을 이용하기도 한다. 아직도 왕조시대에 살고 있는 양 으스대며 걷는 칠면조,염소의 먹이로나
쓰이는 시청 벽의 관보,들판의 군수 나으리 같은 어치 등의 묘사에서 알레고리적 성격은 특히 두드러진다. - 최재봉기자 (
1997-09-30 )
<쥘 르나르>
쥘 르나르의 '쥘 르나르'라는 책을 소개하려는 게 아녀요. 아, 아, 음, 음, 아, 아.. 저의 밧데리가 다 닳았다는 신호음이 들리는군요~~ 구롬, 쥘 르나르의 사진 한 장을 띄움시롱 마칠까 해요.
음, 사진이 흐릿한 거밖에 없어서 다음 펌글로 대신할게요~~ (역시 궁리닷컴 종횡서해에서 펐어요.)
궁리닷컴 종횡서해 : http://www.kungree.com/book/book117.htm
(중략) 그는 유명 작가의 반열에 오른 뒤에도 어린 시절을 보낸 시골 쉬트리에서 농부들과 어울리며 소박하게 살았다. 지팡이 하나를 벗삼아 들판과 산을 거닐며 동물들과 사귀는 것이 그의 중요한
일과였다. 그런 그는 쉬트리의 면장으로 선출되기까지 했고, 세상을 떠나기 얼마 전까지도 마을 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하지만 그는 세상과 담을 쌓고 지낸 은자가 결코 아니었다. 프랑스, 더 나아가 전 유럽의 양심적 지식인들이 참여한 드레퓌스 사건 파문에서 르나르는 에밀 졸라를 필두로 한 지식인 진영을 열렬하게 지지했고, 지방 의원 선거에서 공화주의 성향의 후보자들을
적극 지지하기도 했다.(궁리닷컴)
덧1. 첨엔 제가 '홍당무를 읽고,' 라는 식으로 독서감상문이나 한 편 써볼까 했는데, 아무래도 '무의미한 짓' 같아서 이렇게 얼레발레 (걸레쪽)글을 띄우게 되었습니다.. 저도 불어를 배웠다면 홍당무를 원어로 읽어봤을 텐데 생각하문서.. 길고 긴-지구 둘레 약 4만(?) 킬로미터보다는 짧습니다만-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 우헤헤헤!!
덧2. 달팽이, 뿌리, 장수풍뎅이, 풀씨에 이어 '동물이 좋아요'-과학 친구들 5가 나왔더군요. 햇살(햇살과 나무꾼)이 번역했든데 축하해요! 언제 한 번 보죠(잘 했나~~^^)!!
첫댓글 휴~ 잘 읽었져. 재밌었어. 글 속에 깍두기도 나오고.. 홍당무라, 만약 책 제목이 '당근'이었다면 그건 당근이 이상했겠네여. 암, 당근이지..
한숨을 쉬는군요. 역시 넘 길었어요. 제가 외로웠나봐요. 미쳤든지. 어쩜 둘 다인지도..^^* 근데 뭐? 책 제목이 '당근'이었다면? 쳇, 싱거운 소리 작작해요!! 그르니까 사람들이 유유상종이라고 하는 거여..TT 홍당무 완역 나오문 독후감 써서 올리세욧. 도랐냐구? 어휴, 말했잖아~~^^
하~ 무지 기네요. 제임스 조이스 생각나네요. 무슨 '의식의 흐름'인가 뭔가를 부르짖었던. 나름대로 흐름(?) 따라가며 읽었는데, 다 읽고나니 머~엉하네요. 담에 따로따로 한번 더 봐야겠어요. 각각 다 괜찮아 보였거든요. 특히 '자연..."은 읽고 싶었던 거거든요. 재미있었구요, 글 올리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