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지역 아파트 주민 집값 하락 방지 안간힘 |
사건 터지면 ‘절대 함구’… 외벽은 ‘화려하게’… |
|
이호상 기자 gigumury@hvnews.co.kr |
|
“아파트에서 발생한 각종 사건 사고를 절대 외부로 알리지 마시오. 집값이 떨어집니다.” 청주지역 각 아파트 부녀회 및 주민들이 아파트값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건설된 지 10년 안팎 된 아파트부녀회는 아파트 외벽을 새단장하고 아파트 이름을 브랜드명으로 고치는가 하면 살인사건과 자살·강도 등 자칫 아파트시세 하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각종 소문을 ‘절대 함구’하는 등 부녀회가 나서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부 아파트단지 부녀회에서는 급매로 시세보다 싼 가격에 아파트 매물이 나올 경우 부녀회 차원에서 “다른 세대 아파트값도 떨어질 우려가 있으니 아파트값을 올려 내놔 달라”고 종용하는 등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최근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50대 여성 변사 사건. 50대 여성이 아파트 단지내에서 피를 흘리며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사건 발생 이후 아파트부녀회는 “각 세대마다 이 사건을 함구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유는 아파트값 하락이 우려됐기 때문. 한 40대 가장이 신병을 비관해 12층 자신의 집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사건이 발생한 흥덕구 분평동 모 아파트 주민들도 이같은 사건을 함구하자고 입을 모았다. 흥덕구 분평동 한 아파트에 사는 윤모씨(38)는 최근 아파트 부녀회 한 간부로부터 황당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윤씨가 급전이 필요해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를 시세보다 1천만원 정도 싸게 부동산중개업소와 생활정보지에 광고하자 부녀회 간부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통해 그는 “급전이 필요하다고 해서 아파트를 싸게 팔면 아파트단지 전체 시세가 떨어질 우려가 있다”며 “요즘 행정중심도시 건설로 청주지역 아파트값이 오르고 있는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아파트값을 올려 내놔 달라”고 요구했다. 또 “만약 아파트가 시세보다 싸게 팔리더라도 판매가격에 대해서는 소문 내지 말아달라”는 주문도 받았다. 이처럼 아파트부녀회 및 주민들이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집값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각종 사건 사고에 대한 함구는 물론 매매까지 관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아파트 부녀회에서는 아파트 외벽 등 외부 치장에 나서고 있다. 흥덕구 신봉동 S아파트와 사창동 H 아파트는 지난해 말 아파트 부녀회가 나서 아파트 외벽을 새 단장하고 기존 건설사명으로 돼 있던 아파트 이름도 브랜드로 바꿨다. 아파트 브랜드가 정착화 되면서 이같은 방법이 집값 상승을 주도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이처럼 각종 사건사고를 외부에 알리지 않고 아파트 외벽과 이름을 바꾸는 이같은 방법에 대해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실제 집값 상승에 그다지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전혀 영향이 없다고도 볼 수 없다”며 “살인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라는 소문이 날 경우 누가 아파트를 구입하려 하겠느냐. 이런 측면에서 크지는 않지만 집값에 영향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