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일과의 인터뷰를 위해 질문지를 작성하면서 몇 해 전 <와이키키 브라더스>에 등장한 박해일을 본 후, “앗, 저 배우가 누구지?”, “정말 괜찮은데”, “곧 뜰 것 같은 걸~” 이라며 친구들과 나누었던 대화들이 문득 떠올랐다. 인터뷰 장소에서 막상 그를 만나니 예전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 보았던 모습과는 사뭇 달라 보였다. 살이 빠졌다고 해야하나, 아니면 얼굴이 너무 작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그의 모습에서 어린 왕자(키는 조금 큰)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벌써 영화만도 4편이나 찍어보았고 이 중 2편이 그가 주연을 맡은 영화인 것만 보아도 예전 친구들과 주고받았던 농담들이 현실로 이루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박해일은 그러나 기타 신인급 스타 배우들과는 그 과정이 판이하다. 이들 대부분이 TV나 광고를 통해 인기를 얻어 스크린으로 진출했다면 박해일은 연극 무대를 통해 그 연기력을 인정 받아 스크린으로 진출한 케이스. 그런 만큼 그는 아직 대중적인 지지가 조금은 약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국화꽃 향기>는 아마도 배우 박해일을 좀더 대중적으로 다가서도록 도와줄 수 있으리라. 자, 그럼 박해일의 매력에 대해 좀더 알아보자.
Q. 극단에서부터 연기 경력을 쌓아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영화를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영화와 조우하게 된 것은 연극 <청춘 예찬>을 공연하고 있을 때, 임순례 감독과 박찬옥 감독 그리고 봉준호 감독이 제 연극을 관람한 계기로 영화에 출연하게 되었습니다. 첫 작품으로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찍게 되었구요. 다음으로 박찬옥 감독의 <질투는 나의 힘> 그리고 <살인의 추억>까지 하게 된 것이지요.
Q. 영화 속 '서인하'는 어떤 인물인지 간단하게 소개한다면? (원작 소설의 승우와 비교하여)
'서인하'라는 인물은 외국에서 초년 시절을 보냈고 대학에 들어와서 한 여자, 즉 서클 선배를 짝사랑 하게 되면서 사랑의 아픔을 간직하게 되는데요. 군대 제대 후, 라디오 방송 PD가 되어 라디오를 통해 선배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보내면서 결국 선배와 결혼하게 되는 인물입니다. 소설을 읽어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소설 속의 주인공인 ‘승우’는 너무 완벽한 남성으로 그려지고 있어요. 그런데 저는 보시면 알겠지만 별로 매력이 있는 남자가 아니기 때문에 (웃음)… 제작진과 상의 끝에 영화 속 인하는 좀 더 평범하고 동네 청년 같은 밝고 선한 이미지로 캐릭터를 바꾼 것이지요.
Q. 이정욱 감독의 간곡한(?) 요청에 의해 <국화꽃향기>에 출연하게 되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정욱 감독님의 원래 의도도 소설 속의 완벽한 캐릭터보다는 조금 평범한 이미지를 생각하고 계셨던 같아요. 그런데 모든 배우들이 잘 생기고 매력이 있다 보니 그에 대비되는 제가 눈에 띄었는지 저를 캐스팅한 것 같습니다(웃음).
Q. <국화꽃향기>의 어떤 매력 때문에 출연 결정을 하게 되었는지?
시나리오를 먼저 읽어보았는데 <국화꽃 향기>가 최루성 멜로인 동시에 또 나에게 이런 기회가 언제 오겠느냐 싶었고 멜로 영화의 주인공으로써 내 모습은 어떨까라고 생각이 들게 되서 출연하게 되었어요. 그게 예전부터 많이 궁금하기도 했구요.
Q. 그럼 영화를 보고 난 후 자신의 모습이 어떠했는지?
저도 궁금해서 기자시사회 때 처음 봤는데, 속으로 ‘니가 저러니?’ 그러면서 재미있게 봤습니다(웃음).
Q. <질투는 나의 힘>도 있긴 하지만, 실제로 주연을 맡은 작품이 처음인데...
(<질투는 나의 힘>과 <살인의 추억>의 촬영을 먼저 끝내고) 마지막으로 마무리 지은 작품이 먼저 개봉한다는 것이 처음에는 의아하기도 했고 한 동안은 떨리고 설레기까지 했는데, 막상 개봉하는 시점이 되니까 초연해졌다고나 할까요. 많은 떨림들이 이제는 조금씩 가셔지는 느낌인 것 같아요.
Q. 영화에 반전이 있긴 하지만 소설로도 워낙 잘 알려진 작품이고 누가 봐도 이 작품이 최루성 멜로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기의 노력이 필요했을 것 같습니다.
결혼도 해보지 않은 제가 극 중 아내가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아내를 배려하고 애써 감추면서 슬퍼하는 모습을 표현하려니 너무나 힘들고 부족했던 점이 많았고, 배우라는 것이 정말 많은 경험들을 해야 되는 것이구나라는 점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반면 얻은 것도 많았습니다. 또 주로 술자리에서 주위에 계시는 결혼하신 선배님들에게 많이 여쭤보고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부부싸움 할 때 어떻게 싸워요?’ 또는 ‘아내가 아플 때 어떻게 배려해 주는지’ 등, 여러 가지 질문을 했었지요.
Q. 구체적으로 어떤 선배들이었나요?
송강호 선배에게도 물어봤고 봉준호 감독에게도 물어보았는데, 주로 연극하는 선배님들의 조언을 많이 들었죠.
Q. 영화 속에서 장진영 씨를 보며 "당신에게서 국화꽃 향기가 난다"라는 대사가 있던데, 해일씨가 실제로 느낀 장진영 씨에 대한 향기는 어떠했습니까?
사람이 밀폐된 방에 수많은 국화꽃을 깔고 국화꽃 향기와 향내에 취해 죽는 것이 가장 편안한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라고 들었거든요. 그만큼 국화꽃 향기가 향기로운 향은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질문이 뭐였죠 (웃음)? Q. 장진영씨를 향기에 비유한다면요… 아, 진영 선배는… 제가 멜로 영화가 처음이다 보니 낯설고 경직되어 있었나 봐요, 그걸 어떻게 알고는 선배로서 누나로서 또 형처럼 완화시켜주셨어요. 뭐 향기로 표현하자면 달콤하면서 박하 향처럼 시원한 면도 있고 국화 향 같이 또 슬프고 여린 면도 있는 그런 배우같다고나 할까.
Q. 남녀를 떠나서 특별히 같이 작업해 보고 싶은 배우가 있다면요?
저랑 연기하고 싶다고 하는 배우가 있다면 다 같이 해보고 싶습니다(웃음). 아직 제가 누구를 선택한다는 것이 좀 막연하네요. 아직은 주어진 역할에 충실해야겠다는 생각 밖에는….
Q. 요즘 조승우씨와도 비교가 많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나의 ‘경쟁 상대는 누구다’라고 말할 수 있는 배우가 있는지요?
굳이 경쟁까지 할 필요가 있나요. (조승우 씨와 비교되니) 더불어 홍보 효과가 좋습니다(웃음).
Q. 자의든 타의든 여성 영화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배우인 것 같습니다…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여성 감독 두 분과 같이 작업을 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임순례, 박찬옥 감독과 작업하면서 배운 것이 있다면 (여성 감독만의) 섬세함과 날카로운 관찰력 같아요. 첫 작품부터 이런 점을 배워 많은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Q. 연극과 영화 이외에 TV 드라마로 활동 범위를 넓히실 의향은 있으신지?
우선은 하나라도 잘하자라는 생각입니다. 아직은 그럴만한 자신과 여유가 없는 것 같은데요
Q. <살인의 추억>을 끝내고 <두 사람이다>를 찍을 계획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 <살인의 추억>의 촬영을 모두 끝내고 <해피엔드>를 연출했던 정지우 감독과 조우하게 되었습니다. <두 사람이다>라는 작품인데… 영화 잘 찍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박해일은 이런 배우다…
박해일이라는 사람의 배우로서의 매력은요…. 제가 현재 하고 있는 작품들이 저의 매력을 찾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니, 제 매력을 충분히 발산하고 또 그렇기 위해 주어진 작품에 열심히 임하려고 합니다.
첫댓글 역시 여기에서도 "조우"라는말을 쓰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