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래마을 방배중학교 앞에 있던 ‘와사비’가 지난해 서초역 대법원 앞으로 옮겨오면서 상호를 바꿨다. 와사비 시절부터 가족들과 함께 자주 가는 식당이다. 주 메뉴는 생선회이지만 다른 음식들도 모두 수준급이다. 스시의 경우 스시 전문점은 아니지만 요즘 유행하는 회전 초밥집(스시라기보다는 캘리포니아 롤 전문점이라고 불러야 할)에 비할 바가 아니다. 한마디로 일급 생선회 솜씨에서 우러나온 정통 스시다.
이 밖에 장어구이, 도미조림, 튀김 등 정식 메뉴들도 하나같이 정갈하고 수준이 높다. 점심에는 대개 생선회보다는 정식을 주문하게 되는데, 사실 생선회 잘한다는 유명 일식집들도 점심 메뉴는 수준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반면 미유끼는 점심과 저녁 메뉴 구분 없이 전체적으로 고른 맛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 장점이다. 일식집은 다른 음식점과 달리 식사 시간에 따라 주문하는 메뉴가 달라지는 특성이 있다. 고급 일식당에서 저녁 시간에 간단한 찌개류 같은 메뉴를 주문하기에는 눈치가 보이는 게 사실이고 아예 주문을 받지 않는 곳도 많다. 언젠가 미유끼에서 저녁 시간에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녀석이 우동 정식을 시켰는데 싫은 내색을 하지 않아서 맘이 편했다. 한마디로 믿음이 가는 정통 일식집이다.
[알아둘사항]
오전 11시 30분~오후 2시 30분, 오후 5시 30분~10시 30분 | 매주 일요일 휴무
주차 가능
02-532-3399
모듬 사시미 8만원, 특사시미 10만원, 스시 3만5천원, 점심 정식 2만5천원, 점심 특정식 3만5천원
청담복집
복(鰒) 요리는 호불호(好不好)가 뚜렷이 나뉘는 음식 중 하나다. 복을 무슨 맛으로 먹는지 모르겠다거나 맛있는 복 요리가 어떤 것인지 가늠하기 어렵다고들 하는 것으로 보아 복 맛을 안다는 것은 분명 갈비나 갈치구이를 즐기는 것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사실 복 지리를 비롯해 사시미, 튀김, 불고기, 샤브샤브 등 대표적인 복 요리를 보면 특별한 재료나 조리법이랄 게 없다. 흔히 먹는 복 지리도 들어가는 재료는 미나리, 콩나물, 무, 마늘 등 기본 양념뿐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맛의 비밀은 육수와 복어의 신선도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오랫동안 복 요리를 즐겨온 내가 보기에 ‘청담복집’은 강남 일대 복 요리 전문점 중에서 최고다. 주인에게 비결 같은 것을 물어보는 성격이 아니라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복어 자체의 수준이 분명히 느껴지는데 활복(活鰒)을 쓰는 게 비결인 듯하다. 당연히 음식 값도 다른 집보다 조금 비싸다. 그러나 복 지리를 비롯해 불고기와 샤브샤브 등 한번도 실망한 적이 없다. 사실 복 요리는 매일 먹는 음식이 아니기 때문에 가격보다는 음식 맛으로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용한 방이 여럿 있어서 어른들 모시기에도 불편함이 없다. 오픈 10주년 기념으로 당분간 전 메뉴가 20% 할인된다고 한다.
[알아둘사항]
오전 11시 30분~오후 10시 30분 | 명절 휴무
주차 가능
02-512-1888
복 매운탕?복 지리 2만8천원, 참복 지리 6만5천원, 복 불고기 7만원, 복 샤브샤브 7만원, 복 사시미 12만원(복 사시미를 뺀 나머지 모두 1인분 기준)
분위기파 부모님을 위한 양식
글 - 김수미(프랑스 요리연구가)
키친(W 서울-워커힐 호텔)
근사한 양식당 하면 호텔 레스토랑을 떠올리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은 오너 셰프 레스토랑들의 선전으로 대세가 바뀌고 있지만 부모님들은 여전히 격식 있는 호텔 레스토랑을 최고로 치는 분들이 많다. 일요일에 부모님과 함께 식사를 할 예정이라면 W 호텔 ‘키친’의 브런치 뷔페를 추천한다. 한강이 내다보이는 통창을 통해 들어오는 밝은 빛과 일반 레스토랑에서는 느낄 수 없는 높은 공간감은 신선하고 담백한 음식 맛을 더욱 돋운다.
키친의 음식은 재료 맛을 충분히 살려 솔직하게 조리하는 스타일. 브런치에는 컨셉트가 다른 섹션이 여러 개 있는데, 그중에서도 부위별 쇠고기 스테이크와 양?오리?사슴?타조 고기 등 여러 가지 육류와 바닷가재, 새우, 크랩 같은 해물류, 생선류 등을 원하는 대로 매칭해서 먹는 스타일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뷔페이지만 정성들여 만든 단품 메뉴를 먹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 자연 속의 모던한 레스토랑에서 너무 격식 차리지 않고, 적당히 떠들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인 만큼 그 대가(?)는 충분히 치러야 한다. 브런치가 7만5천원(세금과 봉사료 별도)으로 다른 호텔에 비해 좀더 비싼 편이며, 2만원을 추가하면 ‘뵈브 클리코’라는 프랑스의 유명 샴페인과 음료를 마음껏 곁들일 수 있다.
[알아둘사항]
6시 30분~마지막 손님이 있을 때까지(브런치는 매주 일요일 오전 11시~오후 1시, 오후 1시 30분~3시 30분) 연중 무휴 주차 가능
02-2022-0111
버블리 선데이 브런치 7만5천원(샴페인?와인 추가하면 9만5천원), 후추가 곁들여진 팬에 구운 참치와 세브루가 캐비어 비네그렛 2만8천원
아 따블르
한옥과 현대적인 건물이 묘한 조화를 이루는 삼청동은 전통 한식집과 옛날 찻집, 트렌디한 카페와 와인바 등이 뒤섞여 있는 매력적인 동네다. 이곳 한적한 뒷골목에 자리 잡은 ‘아 따블르’는 겉모습은 한옥이지만 안에 들어서면 입구가 기와지붕이었음을 까맣게 잊어버릴 만큼 한옥스럽지 않다. 장식을 배제하고 음식만을 돋보이게 하는 컨셉트이기 때문. 부모님을 모시고 단정하고 편안하게 양식을 즐기고 싶다면 이곳이 제격이다. 프렌치 레스토랑이 어렵고 격식을 차려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리게 한다.
아 따블르는 이미 알려진 대로 스테이크 맛이 좋다. 굽기 정도를 ‘블루(레어보다 덜 익힌 상태)’에서 ‘베리 웰던’까지 정확하게 맞추는데 베리 웰던으로 익힌 스테이크도 퍽퍽한 맛이 안 느껴질 정도로 육질이 좋다. 그 외의 음식들도 재료의 맛을 가리는 소스는 되도록 사용하지 않고 재료의 좋은 맛을 살려 간단하게 양념을 하는 컨셉트다. 예를 들면 활어 생선 요리는 레몬의 향긋함과 버터의 고소함만을 살리고 금방 삶아 발라낸 게살에는 신선한 망고를 곁들여 내는 식이다. 우리네 한정식이 계절의 맛을 살려 그 계절을 느끼게 하듯, 아 따블르 음식에는 계절감이 있다.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제대로 먹고 싶을 때 아 따블르를 떠올려보자.
[알아둘사항]
12시~오후 3시, 오후 6시~10시 30분 | 일요일 휴무
근처 유료 주차장 이용
02-736-1048
오늘의 메뉴(코스) 3만원(점심), 4만5천원(저녁)
자장면에 탕수육도 마다하지 않는 부모님을 위한 중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