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꽃이 피면

[꽃님이 이 홍자]

           감꽃이 피며

복지관이 오랜 휴관으로 처음에는 지루해서 못 견디겠더니 이제 그 생활도 자리가 잡혀가는 기분이 든다. 그럭저럭 봄도 가고 여름이 더위를 몰고 올 모양이다. 흘러간 과거가 없으면 흘러올 미래도 없듯이 그래도 시간이 빨리 감이 느껴지니 다행이라 여겨 진다

복지관생활에서 간혹 귀찮기도 했던 인간과 인간 사이의 소통의 접근이 이렇게 그리울 줄 몰랐다. 며칠 전에 복지관 친구의 사망소식을 들었다. 모든 감정 중에 가장 싫어하는 것이 불안인데 알수 없는 불안의 슬픔이 밀려든다. 소식을 전하는 친구의 목소리가 젖어있다.

온세계가 바이러스 하나에 헤매고 있는 모습이 예사롭지가 않다. 아직까지 손 씹고 거리를 지키며 마스크를 꼭하고 특히 나이가 많은 사람과 기저질환자들은 더 외출을 삼가라는 문자가 하루가 멀다 하고온다. 정말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불안한 생각이 든다. 답답한 나날 속에 그리운 사람이 늘어간다.

집에만 있으니 자연히 TV에만 메 달린다. 방송국도 공개방송을 못하게 되니 지나간 프로만 지루하게 재방송이다. 학생들도 이제 겨우 등교했지만 불안하다. 모든 것이 만물의 영장인 사람의 힘으로 되는 것이 없는 바이러스인 것 같다. 우리가 어릴 때는 홍역과 고뿔을 무서워했다.

5월 어느 날 코로나 때문에 봄을 정신없이 보내고 갑갑한 기분에 시골길을 나섰다. 사월 오월이 되면 감꽃이 핀다. 내가 9살 때까지 살았던 시골집 마당에는 감나무가 많았다. 과자가 흔하지 않던 시절이라 감꽃은 간식이 되기도 했다. 노란색을 띤 감꽃을 먼저 주우려고 아침 일찍 일어나 감나무 밑으로 달려갔다.

그 당시에는 먹을 것이 많지 않아 집집마다 감나무가 많았다. 봄이 깊어 가면 보리 고개로 힘들든 시절이다. 요사이는 감나무를 구경하려면 시외로 나가야 많이 볼 수 있다. 언양 쪽으로 나서기로 했다. 꽃은 떨어지고 감이 아이들 배꼽같이 달려있었다. 그 열매를 보니 옛일이 새록새록 아롱 거렸다.

감꽃을 주어 목거리도 만들고 팔지도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감꽃이 인기가 없는 것 같다. 감나무 밑에는 감꽃이 지천으로 떨어져 거름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긴 기다림 끝에 피었다 또 흙으로 돌아가는 꽃들의 비움을 보며 누가 보던지 말든지 피고 지는 꽃들의 초연함이 부럽다.

코로나로 인해 힘든 나날을 보내지만 이런 생활도 하나하나 내 일생의 지도가 되어 보여 지리다. 차에서 내려 돌담길을 걸어본다. 매실도 조롱조롱 열려서 웃는다. 맑은 공기라 마스크를 벗고 크게 심호흡을 해본다. 즐거운 하루였다.

감꽃의 추억을 생각하며.... 실버기자 이홍자.

[문수실버복지관 김다정]

어르신 안녕하세요^^ 박혜미사회복지사입니다. 끝난다 싶으면서도 코로나가 잠잠해지지않네요,, 어르신덕분에 감꽃 저는 처음 봐요ㅎ 코로나로 인한 생활이 이제 자리잡혔다는 글귀를 보니깐 더 익숙해지시기 전에 어서 빨리 복지관이 개관했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어르신과 실버기자단 어르신들에게 인사한번 못드렸는데.. 하루빨리 뵙고 인사드릴 수 있는 날이 올수있기를 기도합니다^^

[꽃님이 이 홍자]

혜미쌤 정말 인사도 없이 몇달이 흘려갔내요.세상 돌아가는 모양이 왠지 불안합니다. 또다른 바이러스가 엄습할수도 있다니 겁이 납니다. 혜미쌤이 감꽃을 모르고 살았다니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내요. 점점 문화의 발달로 정서가 메말라 가는 것 같아.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방문해 주고 댓글을 남겨 주어서 고마워요.건강하게 만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