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최동진입니다. 다들 잘 지내시는지요. 몇 년 전 한강 공원에서 번개한 후로 잘들 지내시는지 궁금합니다. 당시 라세티 웨건 흡기 청소하는 것 배운 것이 아직도 인상에 남습니다, 라면도 먹으면서. ^^
전 직장 때문에 미국에 오게 되겠습니다. 이제 2년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 동안 여러가지 일들로 바빠서 동호회 접속도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T.T 여기선 지금까지 버스로 출퇴근을 했는데, 얼마 전 직장을 옮기게 되어 어쩔 수 없이 차를 구매하게 되었는데, 라세티 웨건에 대한 그리움이라고 할까요. 폭스바겐 골프 웨건을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사진을 올리려고 했는데 아도브 플래쉬가 안 깔리면 올리지 못한다고 하네요. T.T) 쉐보레가 미국 메이크라 혹시 라세티 웨건이 있을까 했으나 크루즈 디젤 해치백은 있으나 웨건은 없더군요. 사실 여기로 오게될 때 가능만 했더라면 라세티 웨건을 가져오려고 했습니다.
여기는 요즘 세단에서 SUV로 거의 넘어가는 추세이고 (차들을 보면 세단보다 SUV가 더 많음) 웨건은 더구나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나마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두 가지인데 스바루 아웃백과 폭스바겐 골프 웨건입니다. 지금까지는 아웃백이 인기가 많았으나 (특히 추운 지방인 경우) CVT 미션을 채택 한 후에는 좀 시들해지는 것 같습니다. 연비가 32 mpg(= 13.6 km/l, 고속도로 기준)라고는 하나 힘이 좀 약하다는 소리를 듣는 2.5L 엔진의 이야기이고, 3.6L 엔진은 27 mpg(= 11.48 km/l)이라고 하네요 (가솔린 엔진입니다). 게다가 트림에 따라 엔진이 다른 것이 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해서, 전 골프 웨건을 택했습니다.
일단, 외관은 전형적인 웨건 타입으로 라세티 웨건과 거의 똑같이 생겼습니다. 크기도 아마 제가 느끼기엔 거의 똑같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디젤 엔진이 아닌 1.8L 가솔린 터보 엔진에 토크 199 lb-ft (= 27.5 kgm @1600 rpm), 연비 30 mpg (= 12.75 km/l, 고속도로 기준)입니다.
하지만, 라세티 웨건 2.0L 디젤 엔진의 토크 207 lb-ft (= 28.6 kgm @2000 rpm), 연비 42.3 mpg (=18 km/l, 고속도로 기준)에는 못 미칩니다. (이는 라세티 웨건의 공식 연비는 아니지만 DAG를 항상 쳐다보면서 제가 체감했던 일반적인 연비입니다.) 이는 경유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텐데, 물론 골프도 TDI 디젤 엔진을 선택하면 비슷하거나 약간 나을 겁니다. 게다가,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 이후로 TDI가 단종되는 바람에 중고는 아주 싸게 살 수 있습니다. (2015년이 마지막 TDI 골프인데 요즘 새 차 가격의 거의 1/3 수준, 게다가 DSG 미션.) 하지만, 여기는 경유가 가솔린보다 비싸고 (제가 사는 시골 동네는 가솔린 2.2불, 경유 2.8불 정도) 경유를 팔지 않는 주유소가 많은 터라 (50% 정도), 그리고 와이프가 한사코 말리는 바람에 전 TSI 가솔린 엔진 웨건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보통의 경우 많아야 3000 rpm 이내에서 운전하기 때문에 마력보다는 토크가 실질적인 효용성을 가질텐데, 200 lb-ft의 토크는 상당히 만족스럽습니다. 라세티 웨건일 때와 마찬가지로 오르막을 가볍게 올라갑니다. 오르막에서 킥다운 없이 액셀을 밟는 만큼 속도를 슬금슬금 조절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 그랜저 2.4(?)가 라세티 웨건보다 못하다고 느꼈던 것이, 중앙 고속도로에서 오르막을 오를 때 속도가 조금씩 떨어지는 것을 안 떨어지게 하려고 액셀을 살짝 더 밟게 됩니다. 하지만 속도는 여전히 계속 떨어지고 그래서 액셀을 더 밟다보면 어느 순간 킥다운이 되면서 그제서야 부웅-하면서 속도가 올라가던 것이 기억나네요.
여기는 눈이 많은 동네라 4륜 구동을 택하긴 했지만 정작 스노우체인이나 윈터타이어를 끼는 것보다 일반적으로 효과는 없다고 알려져 있고, 테일게이트도 자동이 아닌 수동입니다. 전동식 접이 사이드 미러가 아니라서 세차할 때 손으로 접어야 하니 좀 더 불편하더라구요. 라세티 웨건 (플래티넘)이 부러운 순간입니다.
ACC(Adaptive Cruise Control)이 있어 막히는 도로에서 앞 차만 죽 따라갈 때 편하긴한데 흔히들 생각하듯 사람이 직접 하는 것보다 연비가 더 잘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앞 차들이 모두 속도를 줄이고 있는데도 간격이 좀 남았다고 액셀링하는 걸 보면 영 아니구요. 액셀링할 때에도 제가 직접 하는 것보단 덜 부드럽습니다. 부웅-하는 느낌이 납니다. 그리고, 자동차 튜닝을 할 때 크루즈 컨트롤을 다시면서 연비가 좋아지기 때문이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제 느낌으로는 직접 운전하는 편이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오르막을 오를 때는 다소 천천히, 내리막을 내려갈 때에는 처음엔 약간 빨리 그리곤 엑셀에서 발을 떼고 내려오는 편이 연비가 더 잘 나오는 것 같습니다.
디젤이 아니고 가솔린이라 좀 더 조용할 것으로 생각은 되지만 이건 익숙해짐에 따라 그리 문제가 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전기차를 타다보면 오히려 바닥 소음에 더 신경을 쓰게 되듯이요. 라세티를 타면서도 고속에서 시끄럽다고 느낀 적은 한번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골프가 고급 차가 아니며, 또한 가솔린 차임에도 그리 조용한 편은 아니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DSG 6단 미션인데,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전 만족스럽습니다. 라세티 웨건을 타면서 엔진 소리가 가장 듣기 좋았던 적은, 엔진이 상태가 아주 좋으면 낮은 rpm인데도 토크컨버터를 거치지 않고 락업클러치로 직접 연결이 될 때가 가끔 있더군요. 이때 엔진이 아주 저음으로 그르렁거리는 소리를 내게 되는데 (작게 코고는 소리?), DCT 미션에선 낮은 rpm에서 항상 이 소리를 들을 수가 있더군요. 마치 수동 기어처럼.
하지만, 크리핑 (자동 기어에서 정지 상태에서 브레이크를 떼면 차가 조금씩 전진하는) 현상은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나 부자연스러운 것을 느끼겠더군요. 약간 지연이 있다고 해야 하나요, 정차 중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중립에 있다가 급하게 1단으로 바뀌면서 차가 살짝 움찔하면서 나간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멀리 빨간불에서 엑셀을 떼고 서서히 정차할 때에도 좀 불편합니다. 토크컨버터가 없다보니 기어가 2단에서 1단으로 떨어지게 되는 순간 속도가 확 줄어듭니다. 그래서 엑셀을 다시 밟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차라리 수동이었더라면 클러치를 밟고 브레이크로 속도를 원하는 만큼 줄일 수가 있을텐데, DCT 미션에선 (주행 상태에서) 중립이 없더군요.
나머지, 실내 공간 활용 부분은 라세티 웨건과 크게 다를 바가 없으니 말씀드리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컴팩트 SUV보다는 웨건이 뒷 공간이 더 넓고 활용도가 더 크다는 장점 역시 동일합니다.
골프 웨건에 대한 시승기라고 적어보았으나, 라세티 웨건과 그리 차이점은 잘 못 느끼겠습니다. 그런 면에서 라세티 웨건이 참 좋은 차였다는 것을 다시 느끼게 됩니다.
첫댓글 영화에서 한번 봤는데 국내에 왜 안들어오는지 이해가 안가더라고요. 차 정말 참하게 생겼던디
자동차 전문 칼람리스트 가 쓰신것보다 더 잘써주셔서 이해가 쏙쏙되고 재미있게 잘봤습니다 ^^
타지에서 생활하시느라 고생하시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역시 기-승-전-러세티 웨건이네요. ^^
도움 되는 좋은글 입니다.
여기에(https://dzchoi.tistory.com/3) 좀 더 상세히, 라세티 웨건 칭찬 글을 올렸습니다. 우리 동호회는 외부에서 글 읽기가 되면 참 좋을텐데하고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