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 샬롬! 가톨릭]
이번 한 주, 참으로 더운 한 주였지만
그 더위에도 불구하고 어제 빵빵쇼를
찾아와 지디와 함께 해 준 여러분 덕분에
행복했던 하루인데요!!!
샬롬, 가톨릭 2018.8.4.(35회)
“덥다, 덥다!” 하면서 7월이 가고 8월의 첫 주말을 맞이했습니다. 여전히 덥다는 소리가 나오지만 감사하게도 아침엔 선들바람이 일기도 하더군요.
▶ 네. “춥다, 춥다!” 하는 소리가 나올 때가 분명 있을 테니 참으시라고 하기에는 여전히 힘든 날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주말에는 시골집에 내려갔다가 모처럼 시원하게 좍좍 내리는 소나기를 보고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한옥 처마 끝에 하얀 커튼을 드리운 듯 빗줄기가 내리는 사진이 멋지던데요. 그런 날 마루에 앉아 있으면 시가 저절로 나올 듯합니다.
▶ 네. 시는 못 쓰고 멋진 풍경을 감상하며 사진을 찍어 공유를 했는데요. 축담도 마무리하고 봉당도 미장을 해야겠구나 하는 현실적인 생각이 들더군요. 아내는 집으로 들어오는 경사로 진입로를 포장할 때 ‘회찬로’로 이름붙이자고 하던데, 저는 노회찬 의원을 생각하며 이해인 수녀님의 시 ‘소나기’를 떠올렸습니다.
“여럿이 오는데도/
쓸쓸해 보입니다//
큰 소리 내는데도/
외로워 보입니다//
위로해 주고 싶어/
창문을 열었더니//
뚝! 그쳐버린 하얀 비.”
대구가 아프리카라면 서울은 사우디 같다고 ‘서우디’라는 말이 생겼는데요. 도시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뜨거운데, 한적해서 좀 쓸쓸할지 모르지만 시원한 시골 풍경이 더욱 그리워지는군요.
▶ 네. 1970년대 이라크나 리비아, 사우디 같은 중동의 사막에서 일하셨던 건설 노동자들은 이쯤이야 하실지도 모르겠는데요. 나이 들수록 마음이 여려지는지 몸으로 체감하는 온도보다 마음으로 느끼는 아픈 현실들이 더 견디기가 힘든 듯합니다.
“내 마음이 더 여리어져/
가는 8월을 견딜 수 없네./
흘러가는 것들을/
견딜 수 없네/
사람의 일들/
변화와 아픔들을/
견딜 수 없네./
있다가 없는 것/
보이다 안 보이는 것/
견딜 수 없네.//
시간을 견딜 수 없네./
시간의 모든 흔적들/
그림자들/ 견딜 수 없네./
모든 흔적은 상흔(傷痕)이니/
흐르고 변하는 것들이여/
아프고 아픈 것들이여.”
정현종 시인의 ‘견딜 수 없네’란 시가 다가온 한 주간이었습니다.
누구나 변화와 아픔을 견디며 살지만, 고통스러운 시간들은 더 길게 느껴지고 기쁨의 순간들은 너무 빨리 지나가는 듯합니다.
▶ 네. 더위에 고생하다가 세상을 떠나시는 분들도 계신데요. 도시 사람들에게 시골은 갈수록 먼 나라가 되어 가는 듯합니다.
마산의 시인 박태일의 ‘풀나라’라는 시처럼
“그 먼 나라를 아시는지 여쭙습니다/
예순 아들이 여든 어머니 점심상을 차리고/
예순 젊은이가 열 살 버릇대로/
대소사 상다리 이고 지는 마을/
사람만 봐도 개는 굼실 집 안으로 내빼/
이름 잊혀진 채 그저 풀로만 불리는/
이장댁 한산 할배 마을회관 마룻바닥에/
소금 전 양 등줄 꺼지게 누운 마을/
한때 마흔 이제 스무 집 어른들/
집집 다 버리고 마을 회관 두 방/
문지방 내외하며 자고 먹는 풀나라/
그 먼 나라를 아시는지 여쭙습니다.”
우리나라는 첨단 교통 통신 국가인데요. “얘야, 도시는 덥다던데, 아이들과 어찌 지내냐?”고 어르신들이 전화하시기 전에, 안부 전화 드리면 좋겠습니다.
▶ 네.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 하죠. 조상대대로 물려받은 땅을 지키려고 고압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다 노인 두 분이 자살한 밀양 산골의 어르신들도 떠오릅니다. 주일에 나환우 정착마을인 산청 성심원 미사를 다녀왔는데요. 머리카락과 수염이 새하얀 스페인 신부님이 하신 오병이어의 기적 복음에 대한 강론이 생각납니다. 도시에는 식당이 많아도 돈이 없으면 음식을 먹을 수 없지 않느냐고 하시며, 아이가 내어놓은 보리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처럼 가난한 사람들의 나눔으로 우리가 먹고 산다고 하신 말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냉커피나 빙수 등 가난한 이들에게는 밥 한 끼에 해당하는 기호품을 쉽게 사 먹으면서도 나눔에 인색한 경우가 있는데,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군요.
▶ 술꾼들은 오병이어를 술 다섯 병에 회 두 접시라고 농담도 하는데, 도시에서 식당에 모여 회식 한 번 하면 몇 만 원이 후딱 나가지요. 성심원에서 주일 미사 공지사항 때, 이번에 카페를 차렸다며 커피와 눈꽃빙수를 어르신들에게 무료로 대접한다고 알리던데, 제가 더 기쁘더군요. 맨발에 샌들을 신고 두건이 달린 수도복을 입고 제대에 서신 콧수염 신부님이 바로 바리스타셨습니다. 카페이름이 “Bonum 1959”인데, ‘보눔’은 ‘좋다’는 뜻의 라틴어죠. 1959는 성심원이 설립된 해라고 하더군요.
내년이면 성심원이 설립 60주년이군요. 성심원은 프란치스코 수도회에서 운영하고 있죠.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 있는 산 다미아노라는 카페에서도 눈꽃빙수를 판다던데, 정말 시원한 소식이네요.
▶ 네. 나환우 어르신들이 보름달처럼 환하게 웃으시는 모습에 하느님께서도 기뻐하시며 “보시니 좋더라.”고 하실 듯합니다.
지난 주말에는 주한 교황대사 슈에레브 대주교님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제주도의 예멘 난민을 도우라고 제주교구에 1만 유로를 전하셨다는 기쁜 소식도 있었는데요. “역시 우리 교황님!” 하고 엄지 척 올린 분이 많으셨죠.
▶ 네. 저도 다시 엄지 척 올립니다. 서울대교구에서도 라오스 댐 붕괴로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에게 5만 달러의 긴급구호 자금을 보냈다고 하죠. 저 개인적으로는 지난 주 이 방송을 들으신 듯 토요일에 이용훈 주교님이 대한문 옆 쌍용차 분향소를 찾아오시어 후원금을 전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뻤습니다. 쌍용차 평택공장이 수원교구에 있어서이기도 하겠지만, 이 주교님의 행보가 119명의 해고 노동자들에게 위로와 격려가 되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8월의 첫날인 수요일 저녁에 거리 미사가 있었죠. 이번에는 다녀오셨더군요.
▶ 네. 세 분의 선후배와 함께 미사를 드리고 조문을 했습니다.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와 정의평화위원회 사제 열다섯 분이 미사를 집전하셨는데요. 한여름 해가 저무는 길거리에서 듣는 복음과 강론은 물론, 제1독서 예레미야 예언자의 탄식이 살아 있는 말씀으로 생생하게 다가왔습니다.
부장님이 페북에 올린 글 저도 읽었습니다. “아, 불행한 이 몸! 어머니, 어쩌자고 날 낳으셨나요? 온 세상을 상대로 시비와 말다툼을 벌이고 있는 이 사람을. 빚을 놓은 적도 없고 빚을 얻은 적도 없는데 모두 나를 저주합니다.” 예레미야 예언자의 이 고백이 정말 해고 노동자들의 절절한 외침처럼 들리더군요.
▶ 네. 미사 끝나고 어떤 한의사 분이 주신 보약에다 얼음과자까지 하나씩 나누어 먹으며 주일학교 어린이처럼 기뻐했는데요. 서른 번째 희생자인 해고 노동자 김주중 씨의 빈소에 절하고 나와 넷이서 정의와 사랑을 논하며 술을 마셨습니다. 정의 더하기 사랑은? 정사! 현해탄에 빠져 죽은 김우진과 가수 윤심덕처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는 남녀처럼 열렬히 살다 가자고 썰렁한 농담으로 무더운 밤을 마무리하고 저마다 집으로 향했는데요. 다음 주 8일 8일 수요일 오후 7시 미사는 의정부교구 사제들이 맡는답니다.
미사 시간에 딱 맞추어 바로 옆에서 태극기 어르신들 몇 분이 확성기를 켜고 맞불을 놓았다고 하던데, 태극기 집회에 참가한 어르신들도 한 세월을 살아오신 분들이니 돈이 아니라 신념 때문이라면 존중해야겠죠.
▶ 네. 소통이 쉽지는 않아 안타깝습니다. 이번 주 가톨릭평화신문 칼럼을 보니, 부모가 재산을 담보로 자식에게 효를 요구하며, 부모와 자식 간에 ‘효도계약서’를 쓰는 경우도 있다던데요. 노인 자살률이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 국가 중 1위인 우리나라에서 어르신들에 대한 배려 문화와 돌봄 서비스 체계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사회복지 평론가인 필자가 밝혔더군요. 고령화 사회에서 우리 교회도 노인 문제를 더욱 고민해야 하겠습니다.
최저임금 논란이 많은데요. 노동 문제에도 교회가 관심을 가져야 할 때죠. 가톨릭평화신문 사설에서 밝힌 대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노동하는 사람들의 존엄성과 권리가 침해되는 상황을 고발하여 인간과 사회의 진보를 보장하는 것은 하느님으로부터 부여받은 중대한 직무”라고 역설하셨더군요.
▶ 네. 회칙 『노동하는 인간』에서 하신 말씀이죠. 노동을 일종의 상품으로 취급하는 유물론적이고 경제주의적 사상을 반대해야 한다고 교황님은 말씀하셨는데요. “조물주 위에 건물주”, “연봉이 곧 인격”이란 말이 젊은이들 입에서도 나오는 사회에서 노동의 참된 존엄성을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돈과 권력 앞에서 젊은이들도 비굴해진다고 탄식하는데요. “너희는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고 힘써라.”는 내일 주일 복음 한 구절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 네. 목구멍이 포도청이니까요. 지난 주 선배가 보리굴비 정식을 사주어 찬녹차에다 밥을 말아 짭짤한 굴비를 반찬으로 맛있게 저녁을 먹었는데요. 언젠가 인용한 듯도 한데, 정호승 프란치스코 시인은 ‘굴비’라는 시에서 말했죠.
“부디 너만은 비굴해지지 말기를/
돈과 권력 앞에 비굴해지는 인생은 굴비가 아니다/
내 너를 굳이 천일염에 정성껏 절인 까닭을 알겠느냐.”
세상의 소금인 장래가 구만리인 젊은이가 짠맛 같은 패기를 잃고 비굴해지면 곤란하겠죠.
굴비와 비굴이라 시인다운 언어유희네요. 오늘은 성 요한 마리아 비안네 사제 기념일인데요. 전 신자가 한 끼 단식과 금육을 실천하며, 개별적으로 성체 조배의 시간을 갖도록 주교회의에서 권유한 날이죠.
▶ 네. 저도 동참합니다. 지난해 연말 해외 성지순례를 할 때 아르스의 요한 비안네 신부님 본당에 들러 큰 감동을 받고 깊은 묵상을 했는데요. 신부님이 부임하던 날 성당 가는 길을 가르쳐 준 동네 소년에게, 이제는 내가 천국 가는 길을 가르쳐 주겠다고 하신 말씀도 떠오릅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인생은 짧아지는데, 나이 많은 어르신들은 물론, 오늘도 지옥고, 곧 지하방과 옥탑방, 고시원에서 희망을 안고 열심히 공부하는 젊은이들과, 주말에도 달리기하듯 숨차게 일하는 모든 청장년들에게 ‘옥상달빛’이 노래한 ‘수고했어 오늘도’라는 노래를 아침에 미리 들려주고 싶습니다만 가능할까요? 자, 더워도 힘냅시다! 파이팅!
행복과 함께 주교회의 배봉한 부장님의
이슈 이야기 그리고 우리 행복 가족들의 사진들도
같이 즐기셔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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