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식적인 의대 증원" 충북대 의대 학장단 전원 보직 사퇴
입력2024.03.22. 오후 6:40 수정2024.03.22. 오후 6:41
[청주=뉴시스] 조성현 기자 = 19일 오후 충북 청주시 서원구 개신동 충북대학교 대학본부 건물 앞에서 의과대학과 대학병원
교수회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현장 방문 일정에 맞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2024.03.19. jsh0128@newsis.com
[청주=뉴시스] 조성현 기자 = 충북대학교 의과대학 학장단 전원이 대학과 정부의 의대 증원 강행에 반발,
22일 보직 사임했다.
충북대 의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에 따르면 충북대 의과대학 학장과 부학장 등 학장단 전원이
이날 대학 측에 보직 사임 의사를 전달했다.
이들은 "고창섭 충북대 총장이 의대 교수진과 한 차례의 협의도 하지 않았고, 대학 내 교육 여건도 고려
하지 않고 증원 희망 인원을 현 정원(49명)의 5배가 넘는 희망 인원을 일방적으로 신청했다"며 "대학과
정부 측의 비상식적인 의대 증원에 반발해 강력한 항의 표시로 전원 사임하기로 결의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의대 2000명 증원 배정안을 발표한 가운데 지역 거점 국립대인 충북대 의대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151명을 배정 받았다. 이에 현행 49명에서 200명으로 4배 이상 늘어나게 됐다.
학장단 전원이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의대 교수진들의 사직 행렬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앞서 비대위위원장인 심장내과 배장환 교수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직
의사를 전달했다.
그는 SNS를 통해 "정부는 그동안 필수의료분야를 간신히 지켜온 의사들마저 국민 앞에서 돈밖에
모르는 파렴치한으로 조림돌림 하고 있다"며 "우리병원이 심장이식과 우리 아이들 잘 가르쳐서
지역의료의 충실한 간성이 되게 한다는 제 꿈은 이번 의대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로 산산조각 됐다"
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제가 모시던 외래 환자 분들은 적절한 곳에서 치료를 지속해서 받을 수 있도록 소임을
다하고, 남은 기간 동안 여전히 응급 환자를 보고, 중환자실 병실 당직하고, 학회 활동을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이날 3명의 병원 겸직 교수가 사직 의사를 밝히는 등 전공의나 의대생 피해가 현실화되는 시점인
25일부터 교수진의 개인적 결정에 의한 사직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비대위는 지난 14~15일 소속 교수 234명을 대상으로 '의대 증원에 대한 정부의 입장 변화가
없거나 의대생·전공의에 대한 사법·행정 조치 시 사직서 제출 의향'을 묻는 설문 조사에 응답자
188명 가운데 155명(82.4%)이 사직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이들은 사직서를 제출하더라도 수리될 때까지 환자 진료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들의 이 같은 행동은 개강일인 지난 4일부터 수업 거부 의사를 밝힌 충북대 의예과 학생
90여명과 149명의 전공의가 병원을 떠나 돌아오지 않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수업 거부 의사를 밝힌 의예과 학생 90여명은 29일까지 수업에 참여하지 않으면 유급 처리된다.
업무개시명령에도 돌아오지 않은 전공의들에게는 면허정지 등의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이다.
전공의의 빈 자리를 메워온 교수들이 사직서를 내더라도 당장 한꺼번에 의료현장을 벗어나는 것은
아니어서 큰 혼란이 빚어지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로 사태가 이달
말까지 지속되면 파국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조성현 기자(jsh0128@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