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 사용으로 발생한 대표적인 온실가스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산업화 이전 280ppm에서 2005년 379ppm으로 높아지면서 복사열을 가둔 덕분이다. 작물재배를 위해 지은 온실처럼 하늘에 이산화탄소 온실이 만들어진 셈이다. 이에 따라 지난 세기동안 전세계 평균기온은 0.74℃, 해수면은 매년 1.8mm씩 상승했다. 이황대로 간다면 이번 세기 말 지구평균기온은 최대 6.4℃, 해수면은 59㎝가 상승할 것이다.
지난 100년간 세계가 이룩해 놓은 문명의 이기가 부메랑이 되어 우리의 목을 노리고 있다. 이에 지구온난화와의 상황과 전망 및 대응책에 대해 살펴보고, 농업분야의 역할 등을 2회에 걸쳐 조망해 본다.
100년간 우리나라 평균기온 상승 속도 ‘세계 평균 2배’ 녹차 보성→고성, 사과 대구→영월로 재배 한계선 북상 서해서 오징어 잡히고 내수성 어종 명태·도루묵 사라져
▲지구평균기온 4℃·해수면 26~59㎝ 상승 전망=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는 2007년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열팽창과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 상승이 이번 세기 내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또 상황별로 6개의 시나리오를 작성했는데 지금처럼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A1F1모델 경우 1980~1999년과 비교해 2090~2099년 온도가 4℃ 상승하고, 해수면이 26~59㎝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지구평균기온이 1.5~2.5℃ 상승할 경우 동식품종의 약 20~30%가 멸종위험에 처할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아열대지역에서 강수량이 줄어들면서 가뭄의 영향을 받는 지역이 확대되는 한편, 고위도지역에서는 강수량이 증가하면서 폭우와 홍수에 의한 피해 위험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나타나는 결과는 파괴적이다. 2080년까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매년 수백만명 이상이 홍수피해를 입게 될 것이며, 아프리카 지역은 2020년까지 7500만명에서 2억5000만명의 사람이 물 부족에 직면하는가 하면, 곡창지역인 유럽은 작물수확량이 감소하게 된다.
▲우리나라 지난 30년간 겨울 1.9℃·여름 0.3℃↑=한반도도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100년간 세계평균기온이 0.74℃ 상승한 반면 한반도는 1.5℃가 상승했다. 두 배가 넘는 상승곡선을 그린 셈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계절별 기온상승효과를 살핀 결과 겨울철 1.9℃·여름철 0.3℃ 상승했으며, 고랭지 1.3℃·난지 1.25℃·평지 1.04℃가 상승했다. 이같은 추세대로라면 2020년 한반도는 아열대 기후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봄철 농사와 직접적인 연관을 가지고 있는 겨울철 강수량이 기후변화에 따라 크게 줄고 있다. 겨울철 대비 여름철 강수량 비율은 1970년대 4.5배이던 것이 2000년대 6.3배로 불균형이 크게 증가했다. 강수량이 1272mm에서 1470mm로 늘어나기는 했지만 여름철 강수가 크게 증가하면서 집중호우로 버려지는 빗물이 많아지게 된 것이다.
식생에도 상당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온난화에 따라 녹차는 보성에서 고성으로, 사과는 대구에서 영월로, 한라봉은 제주에서 고창, 복숭아는 경산에서 춘천으로 재배한계선이 북상하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이례적으로 내놓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농어업생산변화’ 통계자료에 이같은 경향이 뚜렷히 나타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속적인 기온상승과 함께 연근해지역의 평균표층수온이 0.9℃가량 상승하면서 농산물의 생산지역 변경과 함께 연근해에서 잡히는 어종도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온대과일인 사과의 경우 지구온난화와 아열대 기후대가 증가하면서 재배적지 감소로 재배면적이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1992년 5만2447ha였던 재배면적이 2007년 2만9204ha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반면 최적 생육조건이 연평균 11~15℃인 복숭아는 동해 발생지역이 줄어들면서 재배지가 충북 강원지역으로 북상, 면적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수산물 분야에서도 동해에서 잡히던 온수성 어종인 오징어가 서해안에서도 잡히고 있으며, 또 다른 온수성어종인 멸치가 늘어나면서 이를 먹이로 하는 고등어, 삼치, 다랑어 어획량도 증가하고 있다. 반면 대표적 냉수성 어종인 명태는 1990년 2만7000톤의 어획량을 보였으나 최근에는 거의 잡히지 않고 있으며, 도루묵도 1970년대 2만톤가량의 어획량을 보이다가 지난해는 3000톤밖에 잡히지 않는 상황이다.
▲정부 대응책=이같은 지구온난화에 따라 세계 각국이 국가차원의 적응계획수립에 나선 가운데 한국정부도 지난해 말 전부처가 참여하는 국가기후변화 적응종합계획을 내놨다. 단기적으로 2012년까지 기후온난화에 대한 취약성 평가와 함께 이를 위한 기반을 조성하고, 2030년까지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 최소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를 기회로 삼아 성장동력으로 승화시킨다는 것이 골자다.
분야별로 기후변화 감시 및 예측 강화·기후변화 영향 장기 모니터링·부문별 취약성 평가 등을 골자로 한 기후변화 위험평가 체계구축을 필두로, 생태계 적응프로그램·효율적인 수자원관리·대기오염 전염병 등으로부터의 건강 대책·재난 방재를 위한 위기관리 강화·기후변화 적응산업 및 에너지 적응대책 등 사회 전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단기적으로 추진되는 기후변화 영향 및 취약성 평가에서 농업분야는 △농경지 토양 농업용수의 화학성 및 미생물상의 영향평가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환경 취약성 평가 및 농업환경지도 작성 △온난화에 따른 주요 작물의 생육 및 병충해 발생 평가 △기후변화에 따른 과수 생산성 및 품질영향평가 △대기환경변화에 따른 농축산 영향평가 등이 지난해와 올해부터 추진되고 있다.
이와 함께 수산분야에서는 △수온상승에 민감한 수자원에 대한 취약성 평가 △해조류의 생리 및 생태변화 파악 등이 추진되며, 산림 및 임업분야에서는 오는 2014년까지 △산불취약성 분석 및 산물잠재위험지도 구축 △산지토사재해 취약성 평가 △산림병해충 피해 예측 등의 평가가 추진된다. 하지만 대책이 추진되는 것이 대부분 올해부터여서 이렇다 할 가시적인 성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강원도농업기술원 “사과·복숭아 등 과실류 재배 증가”
10년 전부터 대체작물 연구 키위 연구재배 준비도 한창
“지금 상황에서 수치적으로 결과를 내기는 어렵겠지만 기후가 변하는 것은 확실합니다.” 강안석 강원도농업기술원 환경농업연구과장의 말이다.
한반도에서 온도가 가장 낮은 지역으로 유명한 강원도. 최근 부각되고 있는 기후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해 대체작물 연구사업이 한창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연구사업이 본격화 되는 것은 올해부터라는 강 과장은 하지만 도농업기술원차원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기후변화에 따른 대체작목 시험은 해오고 있다고 말한다.
영하 30℃를 기록할 정도로 겨울철 최저온도가 낮아 온대성 과일 재배도 쉽지 않았던 이곳이 사과와 복숭아 등 경북지방에서 주로 재배됐던 과실류의 생산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복숭아의 경우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는 원주지역을 비롯해 지난해 춘천시가 농진청의 특성화사업 중 과수분야에서 복숭아 품목지역으로 선정된데다 사과도 재배지가 늘어나고 있다.
춘천시 신북면에 위치한 과수시험포장. 시험포장이 위치한 율문리 일대에는 대단위 사과단지가 들어서 있다. 5만4205㎡의 부지에 사과 배 복숭아 포도 등의 작목을 연구재배하고 있는 이곳에서 사과의 연구재배를 시작한지는 벌써 10년에 가깝다. 또 남부지역에서 주로 재배되는 키위 연구재배를 준비 중이다.
여기서 만난 엄남용 연구사는 사과의 경우 지난해부터 평창 태백 양구 철원 삼척 등지에 기후변화측정을 위한 기상장비를 설치하고 기후변화와 함께 수확 후 사과품질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연구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예찰과 취약성 평가에 들어간 것이다.
양구를 제외하고 이들 지역에서 사과재배가 본격화 된 것은 아니지만 온난화에 따라 연구재배가 실용화 될 것으로 판단되면 농가들이 먼저 식재를 한다는 것이 엄 연구사의 말이다. 이렇게 되면 사과주산지가 경북에서 충북을 넘어 강원도로 넘어올 공산이 크다는 것.
이에 대해 강안석 과장은 “아직까지 최저기온이 영하 32℃까지 내려가는 지역이 있어 사과나 복숭아를 적극적으로 권장할 수는 없지만 기후변화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준비를 해야 한다”면서 “기후변화는 서서히 오는 것이어서 당장에 딱히 뭐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분명히 기후가 바뀌고 있기 때문에 사전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덕배 농진청 기후변화생태과 과장
“농지 지켜 지구온난화 방지, 빗물 모아 가뭄·홍수 대비를”
지구온난화에 의한 기상이변이 우리에게 강한 역습을 가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이상고온현상과 더불어 오랜 가뭄으로 물 부족현상이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974년부터 2007년까지 35년간 우리나라는 연 강수량은 283mm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가을, 겨울 그리고 봄철에는 가뭄피해가 빈발하고 여름철에는 상습적으로 홍수피해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기상재해는 화석연료 대량소비에 의한 대기중 온난화 가스농도증가가 가져온 지구온난화에 기인하고 있다. 이산화탄소농도는 1900년 초반에는 290ppm수준이었으나 2008년에는 347ppm으로 급증하고 있어서 세계적으로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각국이 탄소배출량을 줄여야 하고 이를 위해서 탄소배출권거래, 탄소표시제와 같은 제도와 정책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최근 영국 브리스톨대학 앤디 리지웰(Andy Ridgewell)교수팀은 시사생물학 (Current Biology)이라는 저서에서 지구온난화를 막는 방법으로 햇빛이 지구표면에 도달하는 양을 줄이기 위해서 우주공간에 거대한 햇빛가리개를 설치하거나 황산화물을 대기에 살포하는 것과 같은 하부구조를 바꾸는 것보다 농업을 활용하는 것이 실용적이라고 밝혔다.
식물의 잎에 있는 왁스성분 변화와 잎의 배열방식에 따라 햇빛의 반사량이 달라지며 이것이 지구온도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구온난화를 방지하는 농업의 역할로 햇빛을 잘 반사하는 작물품종을 재배하면 대규모 농업지대인 북미 중앙지역과 유럽, 아시아 여러 지역에서 약 2℉ (1.1℃) 정도 낮출 수 있다고 했다.
농업이 지구온난화를 완화시키는 또 하나의 사례를 보면 태양열이 아스팔트나 콘크리트 표면에 도달하면 복사열이 발생하지만, 농경지에서는 흙속의 수분이 증발되면서 잠열형태로 표면이 냉각돼 복사열이 낮아지면서 결과적으로 대기를 냉각시키는 효과가 있다. 농촌진흥청에서 35년간 우리나라의 도시와 농촌의 온도변화의 분석결과를 보면 도시지역은 1.23℃상승한 반면, 농촌지역은 0.8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농업을 주요산업으로 하는 농촌지역이 도시지역보다 온난화가 완화되고 있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해 녹색공간인 농지가 소중히 지켜져야 한다. 농업이란 햇빛을 이용해 대기중의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식량을 생산하는 녹색산업이다. 논 1ha가 도로나 주택, 공단으로 바뀔 경우 연간 2944㎥의 물이 유출되면서 홍수피해를 일으키는 한편, 연간 3865㎥의 지하수가 보충되는 기반을 파괴해 지하수자원 고갈을 가중시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 이후 2007년까지 연평균 1만4668ha의 농경지가 사라졌는데 이중 논 면적은 매년 1만331ha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지난해만 2만3941ha의 논이 사라졌다. 우리나라 연평균 강수량은 세계평균 973mm보다 272mm나 많음에도 불구하고 연평균 강수량의 27%밖에 이용하지 못하는 실정에서 우리의 물 관리 정책을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빗물을 버리지 않고 모은다면 가뭄과 홍수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논과 둠벙과 같이 자연적인 빗물 침투시설과 저장시설을 활용하여 수자원을 보존·활용하는 것이야 말로 기후변화에 대응한 생활공감형 녹색 물 관리기술인 것이다. 농경지는 우리에게 기후변화를 완화시키는 동시에 기후변화의 역습을 막아내는 소중한 삶의 터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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