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여우
1)분량은?
168 페이지의 중장편 분량이다. 읽은 동화 중 제일 장편이다. 그럼에도 지루할 틈 없이 읽었다.
2)느낀 점은? 그 이유는?
과거에 클레어 키건의 맡겨진 소녀에서 소녀에 빠져드는 기분과 같이 이번엔 검은 여우를 읽으며 주인공 톰에게 빠져들었다. 연달아 읽은 비슷한 분량의 서사이면서, 둘 다 친척에게 맡겨지는 설정이 같다. 큰 틀에서의 서사는 전혀 다르지만, 친척에게 맡겨지면서 시작하는 부분과 새로운 집에서 지내며 겪는 사소한 갈등, 그리고 부모가 다시 되찾으러 왔을 때 되돌아가기 싫었던, 어쩌면 맡겨졌던 장소와 사람에 정이 들어서 더 맡겨지고 싶었던 주인공의 모습에서 클레어 키건의 작품이 자꾸 떠올랐다.
3)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그 이유는?
단연코 새끼 검은 여우를 풀어준 부분이다. 주인공의 마음이 급격하게 바뀌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책에서는 톰소여의 모험에 비유한 것처럼 대단한 모험은 아니지만 주인공 톰에게는 비바람과 천둥 번개가 몰아치는 안 좋은 날씨에 창밖의 나무를 통해 마당으로 내려간 일은 엄청나게 모험적인 일이었다. 주인공 톰의 강한 내면의 의지가 밖으로 표출된 부분이라서 인상적인 부분으로 꼽는다.
4)글을 쓰는 창작자로서 배울 부분들을 꼽아보자
톰의 내면의 생각에 대한 묘사가 탁월했다. 과장해서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 떠올랐다. 주인공 싱클레어의 내면 묘사가 탁월한 작품인데, 본 작품에서도 헤세의 작품 못지않은 내면 묘사에 감탄하며 빠져들어 읽었다.
5)나에게도 검은여우 같은 진귀한 추억이 있나? 혹은 어릴 때 가장 좋아했던 것이 있다면, 무엇이었을까?
35년도 더 전에 고전 게임을 한참 좋아하던 시절에는 지금처럼 완전 한글화된 게임은 전혀 없었고 일본어로 된 게임을 억지로 했다. 어떤 게임이 무척 어려웠는데 국민학생이 일본어 사전을 찾아보며 근성을 갖고 게임을 해냈다. 나중에는 동네 게임 상가를 돌며 게임이 분석되어 있는 게임 잡지를 찾아 모험을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난 게임 안에서도 미지의 일본어 세계에서 모험을 했었고 현실 세계에서도 게임 잡지를 찾아 모험을 했었다.
해가 지기 전에
2020 동아일보 신춘문예 소설 - 서장원
1)분량은? 단락장은?
A4 용지 8매 분량의 단편 소설로 시공간의 이동이 크게 없이 느리게 순간을 묘사해서 따라가며 읽기 편했다.
1. 주인공 기선은 고속도로 휴게소에 화장실 줄에 서서 상념에 빠진다. 흐르는 세월에 늙어가는 자신의 모습과 남편의 모습에 답답한 감정을 느낀다.
2. 부부는 아들이 입원해 있는 정신병원에 가는 길이었다. 아들은 우울감 때문에 잠시 입원하는 듯싶더니 그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잘나가던 의대생 시절의 자신감 있던 아들의 모습이 그립다.
3. 기선은 젊은 시절 수의사로 일하며 건강하고 똑똑했던 남편의 모습 또 그립다. 지금 남편은 차량의 내비게이션조차도 제대로 조작하지 못하고 있다.
4. 부부는 가까스로 병원 근처로 와서 카페에 들어갔다. 기선은 남편이 정신병원 이야기를 안 했으면 싶지만 구체적인 병원의 위치를 찾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고, 남편은 그녀의 생각대로 길을 물으며 정신병원을 언급한다. 기선은 아들이 의사라고 말하지만 마음은 이미 무겁다.
5. 기선의 아들의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내내 마음 쓰이게 했던 착한 아들이다. 그런 기선이 정신과 의사가 되면서 남들의 힘들 이야기를 듣다가 마음의 병이 생긴 것 같다.
6. 기선은 커피에 설탕을 조금 넣으려 카페에 다시 가려고 하다가 넘어졌다. 놀란 남편이 달려왔다. 기선은 카페에서 안정을 찾기로 한 와중에도 아들 생각이다.
7. 남편은 병원 사정이 생겨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아쉬움을 갖고 해변길을 따라 드라이브라도 하기로 했다. 기선은 대낮의 불꽃놀이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조금 더 늦게 했다면 좋겠다는 아쉬운 마음을 갖고 해변 도로를 지나간다.
2)느낀 점은? 그 이유는?
해가 지기 전에를 읽는 내내 기선이 되었다. 첫 번째 단락에서 잔뇨감을 확인하는 부분과 남편의 전립선 문제는 노년의 부부가 겪는 사실적 묘사가 좋았다. 이 단편 소설은 이후의 단락 내내 노년의 아내가 겪는 권태로움을 극단적으로 사실적인 묘사를 통해 독자가 함께 동질감을 느끼게 해준다. 상황에 대한 설정뿐만 아니라 남편에게 건네는 대화에서도, 남편을 바라보는 눈빛과 표정, 남편을 향한 아쉬운 기대감에 대해서도 그럴법한 느낌을 내내 던져주고 있다. 이 단편은 사실 수필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의 현실감을 준다. 마지막 단락에서 대낮의 불꽃놀이를 보며 느끼는 감정 또한 주인공 기선의 심리를 극대화해서 보여주고 있다.
3)가장 좋은 점은? 그 이유는?
노년기에 접어드는 두 부부만 나왔다면 심심했을 텐데 중간에 아들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이 좋았다. 아들 영환이가 우울감을 느껴서 병원에 들어간 부분과 결국 만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게 되는 상황으로 부부의 권태로움과 동시적으로 독자에게 아쉬움을 던져준다. 그 아쉬움을 더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역할인 아들 영환이 직접 나오지는 않았지만 서사의 페이소스로 좋은 점이라고 본다.
- 삼월이의 꿈
1. 느낀 점
두 마리의 강아지를 보낸 경험이 있는 독자로, 삼월이와 가족의 애처로움이 그대로 느껴진다. 특히 기석의 마음이 잘 느껴진다. 첫 단락장에서는 삼월이와 보내는 힘든 새벽시간을 대화로 잘 보여주고, 두 번째 단락장은 삼월이의 현재 상태를 보여주면서 독자에게 짧은 글에서 모든 상황을 이해시켜주고 있다. 마지막에 삼월이가 걸음을 내딛는 상황은 이 소설의 제목인 삼월이의 꿈과 겹쳐서 슬프게 다가온다. 비슷한 상황으로 보내준 요크셔테리어가 생각나는 글이다.
2. 좋았던 부분
두 번째 단락장의 다리가 굳으며 걸음을 힘들어하는 삼월이의 상황 묘사는 직접 겪어본 일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섬세하고 소름이 돋았다.
3. 아쉬운 부분
서사와 문장이 좋아서 아쉬운 부분은 없었습니다.
- 그해 겨울은 쌀쌀했다.
1. 느낀 점
1978년의 쌀쌀한 겨울과 1979년의 서늘한 봄 기운이 그대로 느껴지는 단편이다. 거센 경상도 말과 상황 묘사가 그 시절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서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그 상황으로 이입된다. 작가가 문장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이라고 느껴진다.
2. 좋았던 부분
첫 문장이 좋았다. 이어서 쌀쌀한 겨울을 묘사하는 첫 단락이 좋았다.
3. 아쉬운 부분
아쉬운 부분은 없었습니다. 조금 과장해서 기성 작가의 글이 아닐까 싶은 정도로 몰입해서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