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재건축에 관계된 법률의 문제점 및 개선방향

[김진호(시인)]

1. 현행 재건축에 관계된 법률의 문제점 및 개선방향

먼저 '현행 재건축에 관계된 법률의 문제점 및 개선방향'을 재개발조합과 대비하여 언급하면 다음과 같다.

(가) 재건축을 규율하는 법률이 <주택건설촉진법>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등에 산재되어 있는 반면 재개발의 경우는 <도시재개발법>이라는 단일화된 법률이 있다.

기본적인 차이는, 재건축의 경우 조합원들이 알아서 하여야 하는, 즉 조합원들의 역량에 따라서 사업의 성패가 판가름나는 사업임에 반하여 재개발의 경우 위 <도시재개발법>에서 중요사항에 대해 행정관청에서 개입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어서 반드시 주민들이 전적인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예를 하나만 든다면, 조합원들의 부담금에 있어서 재건축의 경우에는 전적으로 시공회사와 조합간의 계약에 의하여 규율되지만, 재개발의 경우는 <도시재개발법> 제42조에 청산금에 관한 규정이 있어 시공회사와 조합간에 가사 공사비 부담에 관한 계약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위 규정에 의하여 분양처분의 고시가 있은 후에만 조합원들이 공사비를 납입할 의무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차이점은 조합원들의 권리보호면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통상 공사가 완료된 이후에는 현실적으로 공사시공내역의 검증이 가능하기 때문에 시공회사가 약자 편에 서고 부당한 비용을 납입하여야 하는 위험은 상당부분 감소될 것이다.

그러나 재건축의 경우 공사초기에 부담금 약정을 함으로 인하여 조합원들의 권익보호에 약점이 있다고 하겠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공사 진행 도중에 분담금을 납입할 능력이 되지 못하는 조합원들은 외부의 제3자에게 매도하게 되고, 그 제3자는 기존에 정한 분담금을 당연히 납부하여야 되는 것으로 생각하여 분담금의 청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게 돼 그로 인한 어부지리를 시공회사에서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경우만 보더라도 재건축에 있어서 시공회사와 조합간의 계약에 전적으로 맡겨서는 부족하고 공익적인 측면에서 법률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고 하겠다.
아래에서 구체적인 문제점을 언급할 때마다 재건축과 재개발을 비교해 보겠다.

(나) 재건축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점 중에 하나가 재건축 결의요건이다. 그동안 재건축 결의요건은 <집합건물법> 제47조 제2항의 '…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각 5분의 4 이상의 다수에 의한 결의에 의한다'고 되어 있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재건축을 추진하던 조합들은 '전체 4/5의 동의만 있으면 가능한 것으로 파악, 사업을 진행해 왔었다. 하지만 '매도청구소송' 과정에서 '전체의 4/5 이상이라 함은 각 동별로도 4/5 이상임을 의미한다'는 대법원 판례로 인해 피해를 입는 조합들이 속출하게 됐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바른재건축실천 전국조합연합회가 나서 법률 개정운동을 펼쳐 지난 99년 3월1일자로 <주촉법> 제44조의3 제7항이 신설되면서 '전체 4/5 이상, 각 동별 2/3 이상'으로 다소 완화되게 됐다. 하지만 이 완화된 법률만으로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상가' 문제가 불거지면서 '각 동별 2/3 이상'이라는 조항이 실효를 거두지 못했던 것. 더구나 재건축을 추진하는 아파트들의 경우 대부분 저층에 이렇다할 대형상가보다는 일종의 '연탄보급소' 역할을 하던 단독상가가 대부분이었고, 상가 소유주가 1인일 경우 결국에는 100%의 동의를 얻어야 재건축이 가능할 수밖에 없었던 것.

따라서 아파트 주민 100%가 재건축에 동의한다고 하더라도 단독상가 소유주 1인이 반대할 경우 재건축을 추진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하게 됐다. 실제로 단독상가 소유주가 시가의 수배에 달하는 보상을 요구하는 등 무리한 조건을 제시, 조합원들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상황들이 여러 사업장에서 속출했다. 물론 과다한 보상에 따른 피해가 일반 조합원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현재 이 조항은 금년 3월1일자로 <주촉법> 제44조의3 제7항이 '… 주택단지 안의 각 동별(복리시설은 하나의 동으로 본다) 3분의 2 이상의 결의'로 다시 개정되면서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여전히 단독상가 등의 경우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현실적으로 많은 사업장에서 주거용 건물에는 위 결의요건을 충족시켰음에도 상가의 경우 위 결의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고, 더군다나 일확천금을 노리고 위 결의요건을 빌미로 하여 사업추진을 고의적으로 방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다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 마련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한편, 결의요건 완화에 따른 부작용이 지적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은 재건축의 또 다른 요건인 건물의 노후화(구조안전진단과 그에 따른 관청의 승인) 심의 등 다른 요건을 엄격히 심리하여 제어할 경우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2. 재건축 추진과정에 있어서 분쟁의 발생유형과 해결책

다음으로 재건축사업의 진행에 있어서 분쟁의 유형과 해결책에 관하여 살펴보자.

(가) 조합과 시공회사간에 있어서의 분쟁은 추가분담금의 요구, 공사내용에 있어서 부실한 시공, 시공자재의 품질, 옵션 등에 관한 것이다.

현실적으로 시공회사 선정에 있어서는 공사비와 조합원들의 분담금에 관하여 대충 큰 테두리만 정하고 구체적인 사항들은 공사과정에서 정하는 경우가 많다. 또 분담금의 경우(지분제의 경우는 지분율) 여러 가지 상황변화를 내세우며 추가요구를 하며 이에 불응하면 심지어는 현장을 철수하기도 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옵션만 하더라도 30%, 15%등 추상적인 약정만 하고 구체적인 품목을 따지면 서로 요구사항이 다른 경우가 역시 비일비재하다.

이에 관한 해결책은 역시 공사계약 단계에서 계약서에 철저하게 명시하는 것이 중요하며,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면 분담금의 경우 일반분양분의 수입항목과 공사비의 내역, 이주비 이자 등의 비용항목을 따져 공사완공 후에 정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 조합과 조합원간의 분쟁은, 조합집행부의 주도권을(조합장을 누가 할 것인지) 둘러싼 '조합장선임 총회결의 무효확인', '임시총회 소집요구', '조합장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이 있는데 모두 <민법> <비송사건절차법> 등에 의하여 해결할 것이다. 또 조합원으로 가입하고서 이주는 물론이고 신탁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조합에 이행하는 것을 거부하거나 조합원이 되기를 거부하는 경우가 있는데, 전자의 경우 이전등기 및 명도소송, 명도단행가처분 등에 의하게 된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 매도청구소송에 의하여 해결할 수밖에 없으며, 현실적으로 사업시행기간의 단축을 위하여 조합에서 상당한 손해를 감수하고 합의를 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또 일부 사업장의 경우 아예 재판에서 패소하여 사업시행 자체가 원시적으로 불능에 빠져버리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이든 조합원들에게는 손해가 되는 문제이다.

재개발의 경우 <도시재개발법> 제29조 내지 제31조에서 지장물의 이전요구, 심지어는 수용까지 가능하도록 정하여 사업시행이 신속하게 될 수 있도록 법적으로 지원하고 있는데 재건축의 경우에도 그러한 법률조항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또, 조합원분담금 납입을 둘러싸고 '분담금 산정이 부당하다'고 이의를 제기하는 조합원과의 분쟁도 다수이다. 조합경영을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서 하되 고의적으로 반대하는 조합원들은 제명 등의 절차를 취할 수 있을 것이다. 재개발의 경우는 법에서 청산금의 징수에 관한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어 분담금납입에 관한 개별약정을 하지 않은 조합원에게 강제적으로 분담금을 징수할 방법이 있다.

3. 재건축과 재개발의 접근(도시계획에 정한 재건축 사업)

최근 재건축사업의 사업규모가 방대화, 광역화되면서 정책당국에서는 이를 도시계획 차원에서 관여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5개 저밀도지구에 관하여 서울시에서 각 사업지구별로 지구, 주구 등을 지정하고 공원용지, 학교용지의 의무화 등을 사업승인조건으로 한 것이다.

그 출발에 있어서 재건축은 주민자치를 원칙으로 하고, 재개발은 도시의 계획적인 개발로 공공복리를 증진함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재개발의 경우 단일법률을 제정하여 법률에 의한 개입을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의 재건축 사업 추진현황을 살펴보면, 재개발에 적용하여야 할 도시계획적인 면이 재건축 사업에 강조되고, 그에 따른 각종 의무조항이 재건축사업의 수익성을 오히려 악화시키는 반면, 주민들의 권익보호에 관하여는 예전과 같이 주민들이 알아서 하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정책당국에서 재건축에 관하여 도시계획적인 측면을 강조하고자 한다면 재개발과 같은 단일법률을 제정하시어 주민들의 권익보호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4. 재건축조합에 관한 문제

재건축조합에 관한 문제에 있어서는 조합집행부의 일원이 되어 본 일이 없기 때문에 그 초점을 조합의 외부에 바라본 자의 입장에 맞추어 간단히 언급하고자 한다.

먼저 사업승인 단계에서 관청에서 사업승인 여부의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에 조합집행부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며, 사업승인 단계에서 관청의 인·허가 관계서류 및 사업승인 요건조차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다르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 혼자서 뛰어야 하는 조합집행부의 애로사항도 상당히 많은 것 같다.

그러나 한편으로 각종 용역계약의 체결과정에 있어서 조합원들의 참여 없이 조합집행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의혹의 눈길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조합은 복마전'이라는 그릇된 사회적 인식과 아울러 조합원들의 참여 부족, 건설, 행정, 법률 등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의 부족, 임기 후의 적절한 수입원이 없는 문제도 조합집행부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위와 같은 조합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신임 조합집행부에 대한 적절한 교육, 임기를 마친 조합집행부의 노-하우의 활용을 위한 방안들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며, 조합집행부 상호간의 정보교환과 민주적이고 투명한 조합운영을 위한 시민단체의 결성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도 높다고 할 것이다.

5. 정책당국에의 제안 : 단일화된 재건축법률의 제정과 분쟁조정위원회의 설치

마지막으로 정책당국에 부탁하고 싶은 것은, 위에서 여러 차례 언급한 단일법률의 제정과 아울러 분쟁조정위원회의 설치이다.

과거 도곡동 재건축조합에서는 바른재건축실천 전국조합연합회의 중재로 분쟁을 성공리에 마무리한 적이 있었다. 만약 당시 분쟁이 더 장기화되었더라면 훨씬 더 많은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재건련이 중재를 하기 전까지 그 어떤 곳도 책임 있게 중재노력에 나서지 않았고, 아예 어려움을 호소해도 귀를 기울여주지 않았었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도곡 주공아파트 재건축조합뿐만이 아니라 여러 곳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이로 인해 수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재건축 과정의 제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분쟁조정위원회에 각계의 전문가들이 참가, 실질적이고 책임 있는 분쟁조정을 할 수 있다면 재건축 현장의 분쟁이 신속하게 해결됨으로써 조합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