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며칠 겨울을 벋겨낸듯 온화한 바람이 불어온다.
들잠을 잔지도 오래고하여 손죽도를 경유하는 초도를 계획했다.
그런데 가뭄으로 모든이를 애태우던 비소식이 하필 지금에서야...
강풍을 동반한 폭우예보는 불운하게도 나의 먼바다로의 행로를 막아 근해의 작은섬으로 안내한다.
전날 예보로 설왕설래했던 친구 둘을 대동하고 느즈막히 백야도선착장으로 차를 몬다.
늘 하던대로 짐을 꾸리고,뱃시간을 살핀다음 선착장주변 두부집에 들렀다.
두부 한모를 시켜 막걸리 두어순배로 취기를 부르고 하화도행 배에 몸을 실었다.
봄기운이 올라온 휴일인지라 바리바리 등짐을 꾸린 백패커들이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배에 오른다.
주의보는 걷히고 날씨는 더없이 좋았다.
노울이 가느다랐게 일렁일뿐 바다는 고요하고,
다소간의 바람으로 행동거지에 불편함이 있을뿐 대기는 맑고 좋았다.
하화도행 철부선이 뱃고동을 울리고 바다를 가른다.
하화도 꽃섬길 안내도...
하화도는 사계절 꽃이 만발하여 화도라 부르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북쪽의 상화도(上花島)와 남쪽 섬인 하화도(下花島)가 서로 마주하고 있으며
고흥 소록도에서 두 섬을 바라보면 마치 쌍둥이처럼 보인다 한다.
백야도에 도착하여 간단히 짐을 꾸리고 두부집에 들러 두부 한모에 막걸리 두어진...
제도를 잠깐 들른 철부선은 40여분의 항해 끝에 하화도에 도착했다.
박지를 선점하려는 패커들의 다름박질을 비켜주며 느긋한 걸음으로 막산전망대로 향한다.
임시야영장인 애림민 야생화공원 잔듸밭에는 10여동의 텐트가 펴져 있었다.
거기에 더해 지금 도착한 패커들을 합한다면??
SNS의 폐단이다...
야생화공원을 지나 꽃섬길을 따라 막산전망대로 오른다.
너울탓인지 성난파도는 섬를 삼킬듯 굉음을 내며 무인섬인 장구도를 위협한다.
막산전망대로 오르는 계단길...
막산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장구도...
막산전망대 전경...
우리일행 셋이 기거하기에 충분한 면적의 전망데크다.
박지로 결정하고 탐방객들이 끊기길 기다리며 정담으로 시간을 보낸다.
오후배 시간을 넘겨 탐방객이 뜸해지자 텐트 한동으로 쉘터를 대신하기로 하고 천막을 펼친다.
밥을 덮히고 삼겹살을 구워 늦은점심을 먹는다.
적당히 배를 불리우고 딱히 할일도 없고하여 주변산책을 하기로 한다.
아직도 파도는 숨을 죽일줄 모르고...
장구도 넘어로 고흥군 남열리와 나로도가 잿빛 하늘에 가리워 희미하게 보인다.
한사코 마다한 일행 둘을 남겨두고 꽃섬다리와 능선을 타고 섬을 한바뀌 돌아볼 요량으로 길을 나선다.
솔나무 가지 사이로 꽃섬다리 첨탑이 뾰족하니 솟아 보인다.
꽃섬다리 전망대에서 바라본 출렁다리...
꽃섬다리를 건너며...
깻넘전망대를 오르며 내려다본 꽃섬다리...
깻넘전망대 전경...
아직은 비워져 있다.
깻넘전망대에서 조망한 애림민 야생화공원과 하화도해변...
야생화공원 주변으로 형형색색의 텐트들이 꽃을 피운다.
바다건너 뫼산(山)자 모양을 하고 백야도가 솟아 보인다.
당겨보니 야생화는 보이질 않고 텐트들만 즐비하다. ㅎㅎ
큰산전망대,
벼랑위에 자리잡고 있어 다도를 조망하기 좋으며 주변풍경 또한 한눈에 들어온다.
전면에 개도가...
큰산전망대에서 벼랑을 따라 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구절초공원 삼거리...
공원위 잔듸밭 가장자리에 한무리의 텐트촌이 조성되어 있다.
구절초공원 전경...
구절초는 보이질 않고 잔듸만 그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가을에는 구철초가 꽃을 피울럴지...
야생화공원 내림길에서 바라본 하화도 마을전경...
바다건너 우측으로 백야산이,좌로는 장등봉화산이 보인다.
마을로 이어지는 능선길을 따라 걸으니 등로 한켠으로 제철을 맏은 동백이 붉게 꽃망울을 피우고 있다.
붉은 동백꽃이 서럽게 피어있다.
"꽃들이/ 봉오리째 떨어져 있다.// "어쩔꼬,/ 요 목숨들 어쩔꼬.""
어느 시인의 '동백꽃'의 첫 대목이다.
동백꽃은 숱한 죽음을 야기한 역사적 사건의 상징화로도 각인된다.
대표적인 것이 "여순사건"과"제주4·3"이다.
몇해전 제주올레 10코스 다크투어때 제주 출신 서양화가인 강요배 화백의 4·3 그림 '동백꽃 지다'가 불현듯 생각난다.
넘 붉어서 서러운 동백꽃...
휴게정자를 지나 마을로 내려서는 갈림길에서 섬등 끄트머리를 바라본다.
섬등뒤로 개도섬이 길게 펼쳐져 자리하고 있다.
마을로 내려서는 길...
바다건너 쌍둥이 섬인 상화도가 보이고 우측 섬사이로 고흥으로 이어지는 연육교가 보인다.
꽃섬마을 어느 민박집에...
마을 골목마다에 벽화가...
골목길 풍경...1
골목길 풍경...2
어느 담장넘어 화분에...
마을을 한바뀌 돌고 매점에서 소주 세병을 봉다리에 담고 야생화공원을 가로질러 능선으로 오른다.
왕복했던 능선을 뒤돌아 보고...
느긋한 걸음으로 섬 한바뀌를 둘러보고 박지인 막산전망대로 내려선다.
어둠이 내려왔다.
이제는 아무도 여길 찿지 않는다.
바람이 자지라 드니 사방은 조용하고 노을마져도 사그라들고 있다.
전망데크를 통채로 전세내어 우리들만의 보금자리에 불을 밝힌다.
한동안을 어둠에 기대어 부족한 취기를 마져 채우고,
각자의 방식대로 여유로운 밤시간을 보냈다.
(( 이 틑 날 ))
아침이 밝아온다.
검붉은 여명을 뚫고 빛이 밝아 온다.
일출을 볼요량으로 높은곳을 찿아 다리를 건넌다.
하화도에서의 일출...
솔가지 사이로 해가 떠오른다.
해무에 가리워진 태양은 붉은기만 띄울뿐 타원으로 일그러져 보인다.
시원한 아침공기를 쐬며 박지로 돌아왔다.
빛을 받아 사방이 열렸음에도 움막엔 아직도 인기척이 없다.
일행을 일으켜 간단히 해장을 하고 짐을 꾸린다.
해가 오르니 하늘과 바다가 푸르게 채색을 하고,
하화도를 떠난 첫배가 낭도를 향해 바다를 가른다.
눈 아래로는 상화도가 지척에 보이고,
좌측 뒤로 낭도 상산이 우뚝 솟아 보인다.
탐방객에 눈치가 보일세라 부지런한 놀림으로 전망대를 비운다.
바다멀리 수평선을 타고 고흥반도를 건너 나로도가 희하게 늘어져 보인다.
날씨는 온화하고 바다는 평화롭다.
바다 건너 우측에 백야도가,그리고 여수지맥인 장등봉화산,고봉상,이영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하화도 마을 전경...
하산길에 넝쿨사이에 피어있는 야생드릅 몇꼬타리를 땃다.
험난한 가시밭을 헤친 보람이 있었다.
점심시간도 되어가고 술도 고프고 해서 따온 드릅을 안주삼아 하산주를 대신한다.
하화도 꽃섬길...
트레킹이라고는 하지만 어슬렁거리는 산책처럼 여유로운 걸음으로 봄기운을 만끽했다.
귀를 간지럽히는 새소리와 코를 상쾌하게 만드는 풀내음,그리고 비릿한 바닷바람을 즐겼다.
길을 걷다 만나는 호기심...
거기에 드릅이란 놈도 무지한 미생들을 끌어 들인다.
넝쿨을 걷어내며 수확한 몇 꼬타리의 안주깜이 달달한 막걸리와 환상을 이룬다.
선사와의 소통부재로 귀로의 뱃길이 다소 언짢았으나 즐거운 봄나들이를 보내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