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혼자.. 한라산에 오른다. 정말 한라산 정상을 죽지 않으려고 올랐다. 섬 한가운데 있는 산이니.. 아무데로나 올라도 정상에 닫겠지.. 하는 마음으로 사람들이 없는 코스로 산행을 시작했다. 물론 인적을 거부한 것은 아니고 순전히 모르고 택한 것이다.
가파르지 않는 지루한 산행.. 먹을 것은 전혀 준비하지 않았고 만나는 이 하나 없었다. 정말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이었다. 이제 경치고 뭐고 오직 목표는.. 정상에 올라 누군가를 만나 그들에게 먹을것을 나누는 온정을 베풀 기회를 주는 것이 유일한 목표가 되었다.
죽기살기로 정상에 올라 보니.. 제주도는 산이 한라산 하나라서 그런지 내가 오른 반대편으론 사람들이 저 밑에서부터 줄을이어 오르고 있었다. 수학여행을 온듯한(전에 그팀인듯) 여학생들로 부터 입 동냥을 받아 배가 차고나니 경치도 보이고.. 오르다 몇 마리 본 노루들도 생각났다. 그 노루라도 한 마리를 잡아 먹을까 했는데 그게 잘 안되드라고.. 쩝..
한라산의 백록담은 물이 별로 없어 장관은 아니었다. 원래 저만큼 있는건가.. 아님 빠진건가? 한두 사람 세수나 할까? 정상에는 사람들이 많아 별로 할게없어 입 동냥 받은 여학생들을 벗삼아 같이 하산을 했다. 그런데 이 하산길이(사람들 많이가는) 정말 색다른 멋이었다. 넓은 고원에.. 저마치 한라산 봉우리를 배경 삼아.. 긴뿔의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모습.. 이런 모습을 이국적인 풍경이라고 하는건가..?
같이 벗삼은 이들은 졸업여행을 나온 서울 모 여대 학생들이었다. 버스가 머무른 곳까지 다다르니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데 하산 길을 도와 주었다며 음료수도 사주고.. 거참.. 안 먹을 수도 없고..^^;; 그들과 헤어져 혼자 또 털레털레~ 걸어 내려오니 그 팀인 듯한 버스 몇 대가 내려오고 있어서 손을 들었다. 그중 한대가 시원스럽게 서준다.
그 차엔 산행의 가이드가 타고 있었는데 자신의 과거 여행때가 생각나 세워 주었단다. 어쨌거나.. 노래를 한곡 하고 들어가라니.. 못할 것 없지..ㅎ 저~ 하늘에~ 구름~ 따라~~ 흐~르는~ 강물~따라~~ 노래를 마치니 역시 지성인들이라 앵콜이..ㅋ 까짓것 기분이다~ 승냥이 울음따라~따라간다~~ 별빛 차가운~ 저~숲길을~~ 이왕이면 아까 그 여학생들이 탄 차였으면 더 좋았을텐데..^^
이 가이드 형님덕에 오늘은 술복이 터졌다. 그런대 이 양반.. 술을 끝장을 보려했다. 나는 그건 싫어.. 미안했지만 취한듯 몰래 빠져나와 밤거리를 걸었다. 근처에 보이는 체육관에 체육전공의 과거를 팔고 하루밤을 묵는다. 누가 제주도가 작다구 그랬어.. 나는 서울의 한 구 정도 되는 줄 알았다. 하긴 그말한 이를 탓 하랴.. 내 무지를 탓해야지..
목인방 이던가? 갖가지 모양의 돌 조각 나무조각을 모아 생긴 순서대로 제주도의 전설인 듯 설화 인 듯한 스토리를 역어낸 곳.. 나는 정방폭포 보다.. 천지연 폭포 보다 더 인상 깊었다. 학생 입장료가 백원 이라는데 학생증을 소지하고 있었던 나는 백원이 없다는 이야기를 차마 하지 못해 입장료를 내고 당당하게 들어섰다. 역시 입장료는 싸야돼.. 그래야 무임승차나 월담하는 불순한 일 없이 공정한 상거래가 이뤄지잖아? 이곳은 여행중 유일하게 내돈으로 입장료를 낸 곳이 됐다.
제주도에 왔으니 지성의 전당인 제주대학을 안 둘러 볼 수가 없어 찾아 들어가니.. 가는 날이 장날이었다.
축제기간 이었다..ㅎ 나를 반기는 저 많은 젊은이들~캬~ 저 술들~ 크~ 노래 경연대회에 참가한 이들의 노래를 반주삼아.. 캠프 화이어의 커다란 모닥불을 조명삼아.. 젊은이들의 열기를 온기 삼아.. 어제 잡아 지금껏 정성스레 가지고 다니던 뱀 한 마리를 안주 삼아.. 새벽이 오는 줄도 몰랐다. 같이 어울렸던 학생들의 제주도 사투리는 퍽 재미 있었다.
역시 어울린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한동안 혼자만의 여행중에 어울림 이어서 더욱 좋은 지도 모르겠다. 어느 곳이든 젊음은 있어야한다. 또한 그 젊음이 모일수 있는 전당.. 혹은 상징적인 것이 있어야 한다. 그곳엔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함께 있다.
1990. 10. 1
아침이 또 밝았다. 학교내 새면대에서 부시시한 모습에 대충 세수를 하고.. 털레털레~ 혼자 길을 걷는데 오늘까지 여행중 이곳 제주도에서 처음으로 세우지도 않은 승용차 한대가 옆에섰다. 그는 어디까지 가냐며 타라고 한다. 그 여행가이드 형님도 그렇고 이 아저씨도 그렇고.. 제주도는 아직도 인심이 많이 남아 있다. 어떤 경치보다도.. 어떤 관광 명소 보다도 좋은 것을 이곳 제주도는 가지고 있었다.
이제 추석이 며칠 남지 않았다. 군 생활 삼년 동안 한 번도 집에서 명절을 보낸 적이 없구나.. 명절은 집에서 부모님들과 보내야지.. 이제 이 여행도 끝맺을 때가 된거같다. 마음 같아서는 한 일년 더 구석구석을 둘러보고 싶지만 마냥 여행만 하며 다닐수는 없는일.. 미처 가보지 못한곳은 살아가며 후일을 기약 해야지..
그동안 얼마나.. 소중한 시간과 경험들 이었던가.. 비록 일생중 짧은시간 이겠지만 지금의 시간들은.. 추억과 경험으로 가슴속에 남아 앞으로 삶에 많은 지침이 되어줄 것을 의심치 않는다. 좀더 오래 이 시간과 느낌들을 간직하기 위해 이렇게 일지를 적는다.
90년 8월 초에 시작한 무전여행을 드디어 마쳤구나. 낯선 여학생들 무리와 잘 어울리고 즉석에서 노래도 부르고, 거침없이 노루(먹을려다 만), 뱀도 먹는등 역시나 다소 생경하면서도 리얼한 여행기네 ㅎ 두달 동안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이 경험한것이 풍경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겠다
풍경친구의 무전여행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면서 이제서야 댓글을 달아보네 멋진추억 삶에있어서 큰 에너지가 되었을거라 생각되어지고 앞으로도 더 알아가면서 잘즐기길 바래 인생이 학교면. 경험은 선생이라고 늘 생각하면서 살아왔는데 더많은 선생님을 만나보자구~~ 잘보았어. 건강하게 이 한달도 잘 살아내보자구 ~
첫댓글 마지막?
그동안 잘 보았어
그대의 젊은날…
멋모르고 무턱대고 두번 올랏어
겨울에 못 올라본게 아쉬움 ㆍ
이젠 자신이 없어요
마자~
짧은 시간 이었지만
젊은날의 큰 조각..
미리의 그 오지여행만 하겠냐만
소중했던 시간..
내 삶에 커다란 지표가
되었던 시간..
고맙네~^^
한라산은 자신없음을
커버할수 있는 유능한 가이드가
필요하겠군~^^
ㅋㅋㅋ
나 역시 유일하게 한라산 정상에 올랐던게 대학교 졸업여행이었지
그후 제주도에 꽤나 갔었지만 한라산을 오른적은 한번도 없었어
한번 올라갔으면 됐지 라는 생각이었던듯...
앞으로도 백록담에 올라갈 생각이 없고 ㅋㅋ
글 올리느라 수고많았어 ~ ^^
와우~ 지금것 본 자네의
대글중 가장 가슴 찡한~
댓글일쎄~^^
"글 올리느라 수고많았어 ~ ^^"
고맙네~~^^
@풍경
유종의 미는 있어야지 ~
마지막은 폼나야 혀 ~
ㅍㅎㅎㅎㅎ ~
또 뱀... 장어만 먹어도 힘이 솟구친다는데 벰을 아주 상복하는 수준일세 수고하셨음
그때까지만~ㅋ
장단 맞춰줘 고맙네~^^
이제 무전여행할 때는
지난듯 하고..
맘맞는 친구 있으면..
순례자의 길은 한번 가볼까?
기대 해~^^
그럼 나를 위해서 환갑기념 무전여행을 준비하시오 기다릴테니 글타고 대리만족~
긴 장편소설 탈고 한 느낌은 뭐지? ㅋ
두려움 없던 시절 무전여행이란 값진 경험도 해보고 그런 정신력이 강한 너라서 지금의 산골 생활도 가능한게 아닌가 싶다
순례 여행기도 이 곳에 연재하는 그날이 오기를 ㅎㅎ
그러게..ㅎ
나도 오랜만에 다시 읽으면서
감회가~^^
순례자의 길~ 나도
연재하는 날이 오면 좋겠군~^^
'한라산도 식후경" 이네.^^
그동안 글이 얼마나 실감(물론 체험 수기니 당연 하지만) 나던지,
글 읽으며 같이 목마르고 배고프고 탈진할뻔.ㅎ
멋진 경험이었다.^^
👍
고맙네~^^
어쩐지 그때마다 말이
뻔지르르하게 나온다 했더니..
같이 먹여살려야 했던 친구가
있었구만~^^
찾았어 드디어 뭔가 난 잘못산게 아닐까하는 그 아쉬움을 으히힛
위로해주는
딱 맞는 말이다~^^
몸으로 읽는 책..
그게 여행이지..^^
삶도.. 몸으로 살아야 하는..^^
추석이 다가오는 바람에 겸사겸사 무전여행이 한라산 꼭대기에서 마침표를 찍었구만~~누구나 할 수 없는 일을 해 냈다는 것에 큰 박수를 보내며... 수고수고👏 👏 👏
👦 청년 풍경이 만세^^*
한라산은 난 두번은 못 가겠더라...너무 힘들었던 기억 때문에 ~~○
고마워~
덕분에 여행 무사히 마첬어~^^
90년 8월 초에 시작한
무전여행을 드디어
마쳤구나.
낯선 여학생들 무리와 잘 어울리고 즉석에서 노래도 부르고, 거침없이 노루(먹을려다 만), 뱀도 먹는등 역시나 다소 생경하면서도 리얼한 여행기네 ㅎ
두달 동안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이 경험한것이 풍경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겠다
노루는 생각만 한거고..
비암이 취향이었던건 아냐..ㅎ
머.. 그런것들이 등장하니
생존 여행 같네..^^;;
내 삶에 뚜렸한 족적이 된
노른자 같은 여행이었지..
구독에 애썼네~^^
풍경친구의 무전여행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면서 이제서야 댓글을 달아보네
멋진추억 삶에있어서 큰 에너지가 되었을거라 생각되어지고 앞으로도 더 알아가면서 잘즐기길 바래
인생이 학교면. 경험은 선생이라고 늘 생각하면서 살아왔는데 더많은 선생님을 만나보자구~~
잘보았어. 건강하게 이 한달도 잘 살아내보자구 ~
숨은 구독자가 있었군~^^
고맙네~
그래.. 그렇게 서로 잘 살아보자~^^
2008년도 11월에 한라산 정상에 다녀 왔는데
내겐 너무 힘든 산행 이었어.
백록담엔 정말 물이 없더군.ㅎ
무전 여행 끝 이라니 섭섭하다.
매우 재미있게 잘 읽었어.^^
우리 푸른 젊은날~
여행은 여기까지..
그동안 함께 걸어주어 고마워~^^
무전여행이라는 게 용기도 필요하고,
얼굴도 두꺼워야 하고,
혼자라는 두려움도 없어야 하고,
여행하는 동안 어디 아프지 않게
건강도 챙겨야 하는데,
물론,
그 외 장애물이 수도 없이 많았겠지만
두 달여간에 걸친 여정을 무사히 잘 마친
젊은 풍경이에게 박수 보내줄게^^
개인적으로 글을 읽는 내내
남자라서 이런 여행이 가능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곤 했어 ㅎ
꼭 무전여행이 포인트는 아니었어~
젊은날 돈때문에 하고 싶은걸
못한다는건 말도 안된다..
라는 생각에 수단으로 선택한
거였고.. 하면서 더.. 사람들에게..
그리고 그들의 삶에 가깝게
들어가는 수단 이었다는걸
알게됐지..
여자 혼자 무전은 좀 비추..
그러나 가난한 여행은 충분히
가능하리라 봐..
그리고 그 가난한 여행을 강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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