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의 글은 본 카페 도동서원 이야기 2018년 1월 13일자 게시글을 그대로 옮겨온 것입니다... 예전에 우천 관계로 도동서원 강당에서 망제(望祭)로 묘사를 행한 이야기를 적은 적이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산소에서 직접 행한 한훤당 선생 묘제 이야기입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송선비가 들려주는 흥미로운 전통예절 이야기
제41강 【묘제】 문중이 아닌 서원이 주관하여 행하는
한훤당 김굉필 선생 묘제(2)
글·송은석
(대구시문화관광해설사·전 성균관청년유도회 대구광역시본부 사무국장)
프롤로그
지난 2017년 11월 19일 일요일 오전. 도동서원과 한훤당 김굉필 선생의 묘소에서는 특별한 의식이 봉행되었다. 의식은 다름 아닌 ‘묘사·묘제’였다. 새삼스럽게 묘사를 가리켜 특별한 의식이라고 표현한 것은 까닭이 있어서이다. 문중원이 중심이 되어 문중행사로 행하는 일반적인 묘사와는 달리 한훤당 김굉필 선생의 묘사는 도동서원이 주관하는 유림행사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선생의 묘사를 서흥 김씨 문중이 아닌 도동서원이 주관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독특한 성격의 한훤당 선생 묘사에 대해서는 이미 앞서 한 번 다룬 적이 있다.[http://cafe.daum.net/3169179/Dkyi/30] 오늘은 지난번 글에 이어 사진자료를 중심으로 선생 묘사의 행례절차에 대해 한 번 살펴보기로 하자. 참고로 사진자료는 2017년 11월 19일 촬영한 것이다.
갖출 것은 다 갖추더라, 한훤당 선생 묘제
대체로 묘사는 기제사나 시제에 비해 절차나 제수가 간소한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자칫하면 여기에도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무슨 소리인가하면 경우에 따라서는 절차나 제수가 기제사보다 더 복잡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절차가 복잡하다는 것은 행례절차가 복잡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행례절차에 있어서는 묘사가 기제사보다는 조금 간소한 것이 보편적이다. 그러나 묘사가 행해지는 공간이 실내가 아닌 실외인 만큼 이것저것 손이 가는 일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보니 전체적인 측면에서 보면 묘사의 절차가 기제사보다 좀 더 복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제수 역시 그렇다. 경우에 따라서는 기제사보다도 더 많은 제수를 사용하는 예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한 두 가지의 예를 한 번 소개해보면 다음과 같다. 항상 언급하는 이야기지만 예에는 항상 다름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실수가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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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묘제를 지내는 산소는 대개 그 산소에 따른 제답 등 재산이 있는 경우가 많아서 제기 등은 준비된 경우가 많다. 준비된 제기가 없으면 기제사와 같은 제기를 준비하면 된다. 제수는 기제사의 경우에 준하여 준비한다. 다만 기제사에서는 대부분의 제찬을 합설하고 밥, 국, 술잔, 수저만 고위와 비위를 각각 달리하여 차리는데 비해, 묘제에서는 떡과 면(국수)도 따로 쓰는 경우가 많으며 탕은 3탕이 아닌 5탕을 쓰고, 어육은 간납이라 하여 기제사보다 더 많은 종류를 쓰기도 한다. 상차림은 기제사와 거의 같으나 기제사가 5열로 차리는데 반해 묘제는 제수의 종류가 많아 6열로 차리기도 한다.
(이영춘, 차례와 제사, 221쪽)
▪묘제는 야외에서 지내는 제사이므로 약간 간소화하여 가정에서 제사 차릴 때처럼 식지 않는 채소와 과실을 먼저 차리고, 식으면 안 될 음식도 강신 후에 올리지 않고 동시에 올린다.
(이병혁, 우리 제례 이론에서 실용까지, 1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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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한훤당 선생의 묘사는 제수는 좀 간소한 편이나, 절차는 갖출 것은 다 갖췄다고 할 수 있다.
행례 이모저모
업무분장을 하다, 집사분정례
묘사에 참석한 모든 참례자들이 도동서원 중정당 강당에서 집사분정례[執事分定禮·각자의 소임을 정하는 예]를 행하고 있다. 때마침 사진동우회분들과 대만에서 온 언론인들이 있어 주변이 좀 분주한 모습이다. 추운 날씨 탓에 집사분정은 서쪽 방에서 행하고 이후 중정당 대청에서 창방[唱榜·분정판에 적힌 소임과 이름을 소리 내어 외침]을 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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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을 나와 산소로
집사분정례를 마치고 참례자들이 도동서원 환주문을 나서는 모습이다. 이때에도 서차[序次·자리의 순서 또는 차례]에 따라 길을 나서는 것은 당연지사. 도동서원 분정판에 의거하면 ‘초헌관·아헌관·종헌관·장의[집례]·축·찬자·찬창·사준·봉향·봉로·봉작·전작·사관(司盥)·사세(司帨)·장찬’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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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례자들이 계단을 내려갈 때의 거동을 자세히 보면 일반인들과는 다른 특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왼발이 먼저 내려가고 뒤에 오른발을 들어 왼발 옆에 가지런히 붙인다. 다시 왼발이 내려가고 앞에서처럼 오른발이 뒤따른다. 바로 ‘취족(取足)’을 하는 것이다. 취족은 경거망동을 하지 말라는 뜻. 사진 가운데 뒤편으로 흙돌담으로 둘러싸인 비각이 하나 보인다. 한훤당 김굉필 선생 신도비이다. 참례자들이 수월루를 나와 선생의 신도비각 곁을 지나 묘소로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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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측이 도동서원 담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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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동서원에서 선생의 묘소까지는 일반인의 걸음으로는 15분 정도면 충분하다. 하지만 묘사 당일은 초헌관 이하 대부분의 집사들이 연로한 탓에 시간이 좀 더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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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훤당 선생 산소에 도착
역시 계절의 순환은 진리인가 보다. 선생 산소에도 늦가을이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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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분 바로 앞쪽에 상석과 향로석이 있다. 사진 좌측에 상석보다 더 큰 짙은 색의 또 다른 상석이 하나 보인다. 미리 제수를 장만해 준비해두는 곳으로 전사청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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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훤당 선생 묘소에 속속 도착하는 헌관이하 모든 참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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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사에 사용되는 각종 제기와 제물 등은 경운기로 묘소 아래까지 운송한 뒤, 집사들에 의해 묘소까지 옮겨진다.
묘사
도동서원 유사가 주관이 되어 진설을 한다. 이때 도동서원 홀기집의 묘사 진설도에 따라 진설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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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석 아래 향로석을 정면에서 마주 보면 가운데에 향로가 놓이고, 왼쪽에 향, 오른쪽에 퇴주기가 놓인다. 향로석 왼쪽 아래에 보이는 나무판은 축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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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한훤당 선생 묘사 때에는 앙장[仰帳·위쪽을 가리는 천막]을 친다. 하지만 이날은 특별한 사정이 있어 앙장을 생략했다. 참고로 앙장은 차일(遮日)과는 그 용도가 다르다. 차일은 햇빛을 가리는 것이지만, 앙장은 먼지나 벌레 등이 제상에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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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을 상석으로 하여 헌관 이하 모든 집사들이 자리 순서에 따라 도열한 모습이다. 이를 좀 유식하게 표현하면 ‘서립(序立)’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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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석 아래쪽에 가로로 길게 놓인 잘 다듬어진 장대석이 보인다. 이를 계체석(階砌石)이라고 한다. 계체석을 기준으로 상단은 신의 세계요 음의 세계이며, 아래는 사람의 세계요 양의 세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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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체석 아래 하단에 두 종류의 멍석자리가 깔려 있다. 상석 앞에 깔린 자리는 헌관이 절을 하는 배위이고, 하단을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길게 놓인 자리는 헌관석과 준소[樽(尊·罇)所·술단지가 있는 곳]를 잇는 자리이다. 묘사에 사용하는 이 두 종류의 멍석자리는 도동서원 사우[사당]에서 사용하는 것을 옮겨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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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분 앞의 상석이 아닌 사진 앞쪽에 보이는 또 다른 상석에 진설되어 있는 제물은 앞쪽에서부터 조류·어류·육류이다. 한훤당 선생 묘사에서는 기제사 때처럼 초헌에 육류, 아헌에 어류, 종헌에 조류 순으로 진적(進炙)의 절차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초헌·아헌·종헌의 순서를 기다리며 대기 중인 제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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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적을 위해 대기 중이었던 육류, 어류, 조류 중에 육류가 보이지 않는다. 초헌관이 부복을 하고 있고 그 좌측에 축관이 독축을 하고 있으니 현재 초헌례가 진행 중임을 알 수 있다. 육적은 초헌과 동시에 신위전 상석에 올라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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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의 상석에 대기 중이던 제물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이로서 종헌례가 진행 중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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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제배. 묘사의 모든 절차를 마치면서 신에게 마지막 인사를 드리는 절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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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훤당 선생 묘제 축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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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관이하 모든 집사 기념촬영. 앞쪽의 검은 빛깔의 의관을 정제한 분들이 오집사이다. 오집사는 대표집사 5인을 이르는 것으로 ‘초헌관, 아헌관, 종헌관, 장의, 축’이다.
에필로그
이렇게 하여 오늘은 한훤당 선생 묘사를 한 번 살펴보았다. 한훤당 선생 묘사는 문중이 아닌 서원에서 주관하는 특이한 묘사이다. 제수 역시 일반적인 묘사와는 다른 점이 많다. 또한 초헌·아헌·종헌 때마다 육적·치적·어적을 올리는 절차가 있었으며, 분향과 뇌주의 절차가 모두 있었다. 그래서 말이다. 제발 내 것이 맞고 네 것은 틀렸다는 식의 예론·예설은 이제 좀 지양했으면 좋겠다. 예의 다양성을 좀 인정하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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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13일...
대구 砧山下 風鏡山房에서
訥齋 송은석
☎018-525-8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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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의 유교유적, 유교문화, 문중 등은 기존의 자료가 충분치 못한 관계로 내용 중에 오류가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오류를 발견하신 경우 전화 또는 댓글로 조언을 주시면 적극 경청하고 수정토록 하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격려 당부 드립니다.
※ 참고로 필자는 2018년 3월부터 매주 토요일 ‘도동서원’, 2,3,4,5째 목요일과 1째 일요일은 ‘남평문씨 본리 세거지’에서 해설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