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스타] 연기 대결하는 문희-윤정희-남정임

[선데이 스타] 연기 대결하는 문희-윤정희-남정임 좀처럼 한영화에 함께 출연하려들지 않는 남정임·윤정희·문희 세 '톱·스타'가 요즘들어 몇개작품에서 공연, 불꽃튀는 경연과 함께 심심찮은 화제를 낳고 있다. 윤정희·남정임·신성일 주연의 『 당신과 나사이에 』(이성구 감독)와 문희·윤정희·신성일 주연의 『 비에 젖은 두 여인 』(이형균 감독)이 문제의 경연작품. '라이벌·스타'의 촬영현장에서 쏟아진 이 옥신각신적 화제들을 주워보면ㅡ. 작품 수나 연기면에 우열을 가릴 수 없고 남정임·문희·윤정희(가나다순)ㅡ이들 누구를 '톱·스타'의 '톱'으로 꼽을 수 있느냐는 문제는 지금 싯점으로는 곤란하다. 3,4년간 한국 여우 판도의 3頭쯤으로 군림해 온 이들은 작품수나 질적인 점에서 우열을 가릴 수 없게 균등하다. 흔히 인기의 척도라는 겹치기 출연편수도 거의 비슷하게 20∼30편 사이고, 각종 영화상의 수상실적도 막상막하. '데뷔'순위를 따져 선후배를 가지라면 문희-남정임-윤정희의 순서고, 나이로 따지자면 윤정희(27) 문희(26) 남정임(25)의 순서. '데뷔'순서로 '오뉴월 하루볕'을 따져 선후배 행세를 깎듯이 하는 연예계지만 이들 세 청춘들에겐 그런 선후배 관념이 거의 없다. 만나서 경어를 쓰는 예가 결코 없듯이, “얘, 쟤”하는 친밀감도 거의 없다. 서로가 이름 부르기를 꺼려해서 할 말이 있으면 호칭생략에 ‘XX했어?’의 어정쩡한 어투. 부딪치면 폭발할듯한 '라이벌'의식으로 똘똘 뭉쳐진 이들을 한 작품에서 공연시키기란 그린 쉽지 않다. 먼저 윤정희·남정임을 『 당신과 나사이에 』에서 묶어 놓은 이성구감독의 발언을 들어보자. 문희 고집 꺾지 못해 결국 남정희에 낙착 “당초 문희·남정임을 생각했었죠. 책을 나눠주고 배역선정이 끝날 때까지 잠잠하더니 서로가 자기역보다 상대역이 좋다고, 바꿔주지 않으면 않겠다는 거예요” 남의 콩이 커보인 것일까? 이중 문희는 끝내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래서 낙찰된 것이 윤정희. 책을 받아쥔 윤정희는 “한번 해볼만한 역인걸요” 라면서 환하게 웃더라고. 연기대결로 맞서며 분장술로도 한 몫 물론 윤정희의 이 아량(?)이 촬영장에서도 그대로 진행되진 않았다. 그가 맡은 역은 신성일의 병든 아내. 남정임은 신의 건강한 애인역으로 「 당신과 나 사이에 본마누라만 없었다면 」 식의 만요를 생각케하는 내용. 남정임은 예쁘고 건강해보여야 하니까 자꾸 화장을 하지만 윤정희는 화장보다 병색짙은 모습을 꾸며야할 처지. 외모에서 한풀꺾인 그가 연기로 대결하려는 치밀한 계산엔 감독도 놀랄정도 였다고. 가령 남정임이 '러브·신' 에서 다리를 노출하면 윤정희는 허리를. 그 다음엔 '누드'도 불사할 기세였다는 '에피소드'. 이런 경쟁은 의상에서도 나타난다. 문희, 윤정희, 남정임이 처음으로 함께 나온 『 결혼교실 』(정인화 감독)은 세 '톱·스타'의 의상경쟁으로 흡사 '패션'영화였다. 어느 누구에게 '스포트'를 둘수도 없어서 공평하게 취급하느라고 애쓴 이 『 결혼교실 』 은 그때문에 얘기줄거리마저 놓쳐버린 결과를 가져왔었다. 무모한 경쟁이란 걸 세사람 다 알고 있어 세 '스타' 자신들도 이러한 경쟁이 얼마나 무모한가를 알았던지 “다시는 세사람이 함께 나오는 영화는 하지말자. 하게 될 때는 최소한 '개런티'를 1백만원씩 하기로 하자”고 결의했을 정도. 그래도 좋은 작품에 대한 이들 '라이벌 ·스타'의 쟁탈전은 가위 출혈적이다. 이들의 경쟁심을 이용하여 엉뚱하게 어부지리를 노리는 제작자도 있다. 출연료 적게 주고 '스케줄'을 잘 빼고 또 열심히 연기하게 만드는 것. 대표적인 예가 주동진감독의 『 사랑하는 마리아 』와 『 마님 』(두편 모두 남정임이 차지) 그리고 한국 최초의 70mm영화 『 춘향전 』은 남정임 윤정희의 이름이 차례로 후보에 올랐다가 문희에게 낙찰됐는데 문희는 '노 ·캐러'로 출연했다는 후문도 있다. 세 '스타' 가 나란히 나와서 일종의 전시회를 하는 경우와 달리 당당히 연기대결을 노린건 이번 『 당신과 나사이에 』와 『 비에 젖은 두 여인 』이 처음이다. 『 비에 젖은ㅡ 』 에서는 윤정희·문희의 대결. 두사람 모두 회심의 연기경쟁을 펴고 있다는 소문이다. <관> [발행:1970년11월22일 제112호] 2004/11/03 08:15 입력 : 2004/11/03 08:23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