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히 알고 계시겠지만 근육 성장과 체지방 감소를 위해서는 풍부하면서도 균형적인 영양의 섭취가 강조됩니다. 특히 근육 성장에 가장 주안점을 두는 스포츠인 보디빌딩에서 영양 섭취의 의미와 가치는 절대적인 위치에 있습니다. 세심한 정성과 노력이 뒷받침된다면야 일반 식사를 통해서도 충분히 균형적인 영양섭취가 이루어질 수 있고, 또한 보충제보다는 자연식을 통한 방법을 권장합니다. 그러나 바쁘고 귀찮아서 아침식사조차 자주 거르게 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하루 5~6끼의 식사를 통해 3대 영양소 및 비타민, 무기질, 식이섬유 등을 균형 있게 섭취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게 사실입니다. [image:1 align=right]그러다보니 운동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부족한 영양을 채우기 위해, 또는 간편한 영양 섭취를 위한 보충제의 이용이 거의 필수가 되어 버린 듯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몇년 사이에 보충제들의 가격도 많이 저렴해진 편입니다. 영양 가치만을 따져 보았을 때 일반 식품보다 저렴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처음 보충제라는 것을 접했던 것은 92년경, 충무로 지하상가에서였습니다. 당시 고등학생 신분으로 보디빌더의 꿈을 키우고 있었는데, 하루 3시간씩 스쿼트를 하고 나서 겨우 영양보충한다는게 두유 한팩에 날계란 2개 까서 마시던 것이 전부였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잡지에서 본 광고를 보고 충무로까지 가서 분유통만한 프로틴을 한통 사가지고는 소중히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고는 아깝다고 티스푼으로 한스푼씩 먹고는 했었죠. 90년대 중반 이후로는 남대문에서 유통되는 제품들을 주로 이용했고, 몇년 전부터는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제품들이 주요 구매 대상이었습니다. 그동안 정말 많은 종류의 제품들을 이용해봤습니다만, 돌이켜보면 그중 절반 이상이 웨이프로틴 종류였던것 같습니다. 비단 제 개인적인 경험을 떠나서 전반적인 추세 역시 영양보충용 제품으로는 웨이프로틴이 가장 선호되는 듯 합니다. 웨이프로틴을 선호하는 이유는 3대 영양소중 가장 섭취하기 곤란한 영양소가 단백질이며, 그 단백질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식품 중 하나인 웨이 프로틴을 손쉽게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울러 그동안 보충제의 비싼 가격으로 인해 보충제를 통해 섭취하는 영양의 종류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었기에, 이를 단백질로 한정하여 선택한 것이죠. 그러나 이러한 이유로 선택된 웨이프로틴은 태생적으로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운동 전에 섭취하는 웨이 프로틴은 포만감은 줄지언정 운동 에너지로의 전환은 이루어지지 않기에 운동 효율을 떨어뜨리며, 운동 후의 웨이 프로틴 섭취는 운동시 소모된 글리코겐 보충을 위한 탄수화물 식품을 함께 섭취하지 않을 경우 단백동화를 최대화하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근육 손실이 발생하는 근육이화가 진행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웨이 프로틴의 빠른 단백질 흡수라는 것은 반대로 지속적인 단백동화작용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근육은 '기회의 창'이라고 일컬어지는 운동 후와 자는 동안에만 성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루 종일 칼로리가 소모되듯이, 단백동화도 하루 종일 이루어집니다. 운동을 하거나 힘든 일을 할 때 더 많은 칼로리가 요구되는 것처럼 운동 후와 자는 동안 더 많은 단백질이 요구되는 것일 뿐, 단지 그 시간 동안만 단백질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죠. 또한 다른 영양소들이 밸런스를 맞춰주지 못하는 상태에서의 단백질 과잉 섭취로 인해 신장기능의 약화와 간의 피로를 증가시키는 부작용도 생기게 됩니다. 다른 영양소들이 균형을 맞춰서 이상적인 식단이 마련된다면 100g의 단백질로도 충분한 결과를 만들 수 있는데, 불균형한 식단속에서는 150g의 단백질로도 어려워지는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이러한 경우 많은 동호인들이 단백질의 섭취량만 계속해서 늘리는 실수를 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백질의 중요성이야 두말할 나위가 없겠지만, 지나치게 단백질만 강조되다 보니 다른 영양소들의 중요성이 간과된 결과가 아닐까 합니다.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보충제 회사들이 90년대 중반부터 내놓은 제품이 바로 MRP(Meal Replacement Powder) 제품입니다. 풀어 쓰면 식사대용보충제인데, 실제 식사 대용으로 사용하기 보다는 식사만큼이나 풍부한 영양가치를 갖고 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제품마다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주로 3대 영양소인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함량을 적정량씩 혼합하고 5대 영양소에 포함되는 비타민과 무기질을 첨가하였고, 단백질의 경우 빠른 흡수가 이루어지는 웨이 종류와 느린 흡수가 이루어지는 카제인이 혼합된 것이 일반적인 MRP제품들의 특성입니다. 즉, 운동전후 에너지로 사용되거나, 보충될 탄수화물과 지방, 빠른 흡수와 지속적인 흡수가 이루어지는 단백질, 비타민과 무기질의 추가를 통해 하나의 제품으로 5대 영양소의 균형적 섭취를 원스톱으로 이루도록 한 제품인 것이죠. MRP의 시초가 되는 제품은 Met-Rx사의 Met-Rx제품입니다. 이 제품은 프로틴이나 게이너가 전부였던 시절, 영양용 보충제의 신기원을 연 제품으로 평가받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제품이 애당초 만성질환자들의 근손실 방지용으로 나왔던 제품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보디빌더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스포츠 보충제로 변모된 제품이 되었습니다. 제조사에서도 이미 오래전부터 환자용으로는 전혀 마케팅하지 않으며 스포츠 보충제로 마케팅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 제품은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제품입니다만, 현지에서는 여전히 적지 않은 인기를 과시하고 있죠. 특히 스트롱맨 대회 등의 후원을 통해 보디빌더들 이외의 체력소모가 많은 스포츠맨들에게 많이 이용되는 제품입니다. 웨이프로틴, 칼슘 카제인, 에그 알부민, 말토덱스트린, 비타민, 미네랄 등이 포함된, 지금 보자면 평이한 수준의 MRP입니다만 당시로서는 보충제의 새로운 기원을 열었던 의미있는 제품이었습니다. 그리고 2세대 MRP라고 할 수 있는 제품이 바로 EAS사의 마이요플렉스(Myoplex) 제품입니다. Met-Rx를 통해 MRP가 갖고 있는 대중적인 영양보충제로서의 성공가능성을 간파한 유능한 비즈니스맨인 Phillips 형제가 "Body for Life"와 "Body Challenge"를 통해 미국 전역,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마이요플렉스를 마시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사실 제품 자체는 Met-Rx와 비교해서 특별할게 없었습니다. 그러나 뛰어난 사업 수완과 마케팅 능력은 MRP의 섭취 대상자, 즉 수요층을 환자나 전문 보디빌더들에게 국한시키지 않고 그야말로 몸매에 관심있는 모든 사람들로 확대시켜 고객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이처럼 마이요플렉스는 제품 자체의 특징보다는 MRP를 대중화시켰다는 의미에서 가치를 갖는 제품입니다. 여전히 가장 높은 점유율을 가진 제품입니다만, 전문 보디빌더들 보다는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습니다. '최초로 유명해진' 프리미엄의 덕을 톡톡히 본다고 할 수 있죠. 폭넓은 인지도와 다양한 유통채널을 통해 당분간 그 인기는 지속될 듯 합니다. 다만 최근 가격이 상당폭 인상되면서 서서히 외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모든 보충제 회사들이 EAS의 마이요플렉스의 성공을 부러워하며 비슷한 제품들을 따라 만들고 있을 때, 역발상을 통해 3세대 MRP라고 불릴만한 제품이 나오게 됩니다. 바로 CytoSport사의 Muscle Milk입니다. Met-Rx나 마이요플렉스 같은 제품들은 지방 함량을 줄이는데 주력했습니다. 지방이 비만의 주요 원인이라 여겼기 때문이죠. 이 제품들을 따라한 모든 제품들이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렇게 모두가 지방 함량을 낮추고 단백질 함량만을 최대화하려고 할 때, 즉 MRP 본연의 역할을 망각해가고 있을 때, 머슬 밀크는 '건강한 지방'이라는 획기적인 역발상을 통해 보충제 시장에 일대 지각변동을 일으켰습니다. 머슬 밀크는 지금까지 현존하는 MRP 제품중에 가장 높은 지방 함량을 자랑합니다. 그리고 가장 낮은 함량의 단백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따위' 제품이 성공하리라 예상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겠으나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완전식품을 넘어 성스럽다고 표현하는 것이 적당할 '모유(mother's milk)'와의 유사성을 다소 과장되게 표방하고, 체지방 대사에 관여하며 근육성장에 있어 불가결한 요소인 필수지방산, 포화지방이지만 에너지로 사용되는 MCToil과 더불어 크레아틴 전구체인 글리코시아민 등을 포함한 머슬 밀크는 제조사 표현대로 '혁명적인' 제품이 되었고 많은 매니아들이 열광했습니다. 게다가 지방 함량을 높이면서 맛을 내기가 용이해졌습니다. 소고기든 돼지고기든, 고기맛의 대부분이 지방으로부터 나게 되는 것처럼 보충제 역시 지방 함량이 적을 수록 맛을 내기가 어렵습니다. 머슬 밀크는 이 부분까지도 '건강한 지방'으로 간단히 해결해버린 것입니다. 이와 같은 역발상을 통한 반향으로 3세대 MRP의 대장 역할을 떠맡게 된 머슬밀크이지만, 또 다른 마이요플렉스, 또 다른 머슬밀크가 되기 위해 분전하는 다른 회사의 제품들이 속속 나오게 됩니다. 소비자들에게는 즐거운 일이죠. 머슬밀크의 최대 단점은 탄수화물과 단백질입니다. 지방 함량을 획기적으로 높이다보니(출시 당시 충격적인 지방 함량이 아니라 '적당한' 지방 함량이었으면 아마 별 반향이 없었을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단백질함량이 너무 적게 되고, 탄수화물은 아예 별 관심이 없었던 듯 합니다. MRP 본연의 기능이 5대 영양소의 균형적 섭취에 있는 것인데, 12g/32g/18g이라는 탄수화물/단백질/지방 함량은 다소 어색한 것이 분명합니다. 게다가 12g의 탄수화물 성분의 절반은 설탕이며, 나머지 반은 말토덱스트린입니다. 가장 고급에 속하는 제품군인 MRP에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싸구려 탄수화물 성분입니다. 이에 건강한 지방의 함량을 적당한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단백질 함량과 성분을 좀 더 높이고, 탄수화물 성분을 고급화한 제품들이 바로 4세대 MRP 제품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Labrada사의 린바디(Leanbody), Instone사의 인테이크퍼포먼스(IntakePerformance), MHP사의 매크로볼릭(Macrobolic), SAN사의 인퓨전(Infusion), Ergopharm의 매스밀(Massmeal) 등이 있습니다. 이들 제품을 보면 WPI, 미셀라 카제인 등으로 최고급 성분의 단백질 원료와 섬유질이 풍부한 다당류 위주의 탄수화물, 그리고 여러종류의 필수지방산이 50:30:20 정도의 비율로 혼합되어 있는 것이 공통된 특징입니다. 현재로서는 이들 제품들이 근매스 성장과 건강한 영양 섭취에 가장 효과적인 제품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위에 있는 제품들 모두를 먹어봤는데, 맛도 일반 프로틴들과는 비교가 안되게 좋은 편입니다. 모두 다 좋습니다. 역시 맛에 있었어는 지방 함량의 영향이 큰 듯 합니다. MetRX가 아직도 적지 않은 인기를 얻고 있고, 여전히 MRP하면 마이요플렉스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머슬밀크의 폭발적 인기가 사그라들지 않는것을 보면 역시 마켓에서의 선도적 역할을 한 제품들의 생명이 오래 간다는 것이 확인됩니다. 하지만 인기도가 곧 높은 품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해집니다. 또한 대부분의 인기있는 제품들은 품질에 비해 가격이 비싼 편입니다. 그만큰 비싼 가격에도 잘 팔리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마케팅비로 쏟아붓는 비용이 크기에 가격도 올라가게 되죠.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가격 거품이 많은 제품들보다는 좀 더 저렴한 가격의 고품질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유리할 것입니다. 적어도 이 재미없는 글을 끝까지 읽으신 분들이라면, 같은 비용으로 최상의 결과를 얻고자 할 때 그저 남들 따라서 구입하는것이 아니라, 제품 선택시 어떤 부분들을 고려해야 하는지 정도는 얻으실 수 있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조금만 세심히 살펴보면 훨씬 유리한 구매가 가능하니까요. 그리고 하루종일 웨이프로틴만 가득가득 드시면서 신통치 않은 결과에 불만족스러워하셨던 분들의 경우, 적어도 다른 탄수화물/지방 식품을 함께 섭취해주시거나 MRP 제품을 이용하는 것이 좋은 방안이 될 것입니다. 비용 대비 효과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MRP만한 영양보충용 제품은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