申欽 (1566~1628. 本 平山. 字 敬叔. 號 象村, 玄軒. 諡號 文貞. 文臣 - 領議政)
(1) 感舊題撰集廳契會圖
(옛날, 撰集廳契會圖에다 쓴 것을 보고 感懷가 새로워서)
上巳天廚膳 ~ 三月 三辰날은 天廚의 料理였고
重陽白獸樽 ~ 九月 九日이면 白獸樽 술이었지.
君臣千載會 ~ 千載一遇로 임금 臣下가 한 데 모이던
往事秖傷魂 ~ 지난 일들이 無斷히 사람을 슬프게 하네.
(2) 感事. 1 (일에 對한 느낌)
椎埋何技亦興王 ~ 사람을 쳐 죽인 者가 무슨 才주로 王이 되었고
董賈無時事可傷 ~ 董仲舒와 賈誼는 때를 못 만났으니, 일이 슬프지 않은가.
小草在原霑雨露 ~ 작은 풀은 草原에서 비와 이슬 惠澤 받고
長松臥壑困風霜 ~ 長松은 골짝에 누워 바람과 서리에 困難을 當하는구나.
(3) 感事. 2
出處那能與俗俱 ~ 나가고 물러남을 어찌 世俗과 함께 할 수 있나
幽居端合谷名愚 ~ 외진 집 단출하니 골짝 이름 愚谷이라 하였도다.
縱橫王覇終何用 ~ 어지러운 王의 覇道 끝내 어디에 쓸 건가
左右圖書只自娛 ~ 前後左右 冊들을 다만 스스로 즐길 뿐이어라.
此日賈生空痛漢 ~ 이러한 날 賈生의 忠告는 부질없는 痛哭이요
何時張翰定歸吳 ~ 어느 때라야 張翰은 丁寧 吳縣으로 돌아가리오.
年來轉自關心苦 ~ 해마다 갈수록 마음 쓰기 고달프니
治世須看國有儒 ~ 世上을 다스림에는 나라 안 선비 依支해야 하느니라.
(4) 感事. 3
顔如緇墨鬢如絲 ~ 얼굴은 새까맣고 귀밑머리 흰 실 같아
衰相年來不可支 ~ 늙는 꼴이 몇 해 동안에 支撐하지 못하는구나.
唯有此心同鐵石 ~ 오직 이 마음은 鐵石과 같아
幾經鍛鍊未曾移 ~ 몇 番 鍛鍊 받았지만 옮겨지지 않는구나.
(5) 感事. 4
寥落柴扉傍海門 ~ 바닷가 마을 사립門 쓸쓸한데
楚天猶有未招魂 ~ 楚 나라 하늘엔 아직도 忠臣의 넋이 없도다.
閑愁不與琴歌散 ~ 거문고와 노래로도 시름 흩어지지 않아
舊癖唯憑翰墨存 ~ 紙筆에만 依存하는 예前 버릇만 남아 있구나.
烟逕晩鍾江北寺 ~ 江北 寺刹 저녁 鐘소리 안개 길 따라 퍼지고
霽蟬高柳夕陽村 ~ 夕陽 마을 높은 버들 매미소리는 또렷하구나.
浮生適意知何事 ~ 뜬 구름 人生살이 즐거운 일 무엇인가
贏得霜華上鬢繁 ~ 머리 위에 서리꽃만 수북하게 쌓였구나.
(6) 感春. 1
蜂唼花鬚燕唼泥 ~ 벌은 꽃술 물고 제비는 진흙 무는데
雨餘深院綠苔齊 ~ 비 갠 깊숙한 뜰에 푸른 이끼 수북하다.
春來無限傷心事 ~ 봄 되니 마음 傷할 일들 많나니
分付流鶯盡意啼 ~ 꾀꼬리에 부쳐서 실컷 울게 하리라.
(7) 感春. 2
閒愁如病復如憨 ~ 쓸데없이 하는 걱정 病者도 같고 멍청한 듯도 해
晩倚亭欄晝夢酣 ~ 亭子 난간 依支하여 낮잠에 醉했는데
小雨入簾禽語鬧 ~ 발 밖에 부슬비 소리 조잘대는 새 소리가
又看春色到湘潭 ~ 瀟湘江 깊은 물에도 春色이 또 왔나보다.
(8) 感春贈人. 六首
(봄에 느끼어 사람에게 주다)
役役街塵二十年 ~ 애쓰며 벼슬길 二十 年
致君堯舜志徒然 ~ 임금님을 堯舜으로 만들려 했으나 뜻이 헛되었네.
春禽格格如呼我 ~ 봄새는 찍찍 나를 부르는 듯 하고
胡不歸來雪滿顚 ~ 山머리에 흰 눈이 가득한데 어찌 돌아가지 않으리.
(9) 感懷
才非今世具 ~ 才주는 今世의 材木 못되나
心卽古人徒 ~ 마음은 바로 옛사람과 같도다.
歲月關門後 ~ 閑暇한 時間은 門을 닫은 뒤이고
詩騷悶俗餘 ~ 詩를 지음은 世上 걱정한 까닭이로다.
向來官實漫 ~ 終來에 벼슬살이 實로 虛望하니
何處谷名愚 ~ 어느 곳이 愚谷이란 골짜기란 말인가.
早晩應長往 ~ 早晩間에 반드시 永遠히 물러나리니
漁樵計不虛 ~ 漁夫와 나뭇꾼 되는 생각 헛되지 않으리.
(10) 甲寅上元 (甲寅年 正月 보름날)
上元佳節客黔山 ~ 正月 보름 좋은 날에도 黔山 땅의 나그네 身世
半夜孤懷鬂已斑 ~ 깊은 밤 외로운 마음 일고 귀밑머리 벌써 半白이구나.
忽憶昔年燕市陌 ~ 그 옛날 燕京 거리가 갑자기 생각나는데
萬家燈火市樓間 ~ 집집마다 燈불들이 저자 술집 사이로 보였었도다.
(11) 甲寅春 次月沙 二首 中. 其一
楚客愁捐佩 ~ 楚客이 시름 속에 佩玉을 버리고
孤村寄峽中 ~ 외로운 마을 山속에 붙여 있다네.
病來雙鬢短 ~ 病들어 兩쪽 귀밑머리 줄어들고
身外萬緣空 ~ 몸 밖의 온갖 因緣 부질없다네.
花鳥春長在 ~ 꽃피고 새 우는 봄 나날이 이어지고
雲山路不窮 ~ 구름 드리운 山길 끝없이 뻗어 있다네.
餘生何所事 ~ 남은 人生 할 일이 무엇인가?
擬作鹿皮翁 ~ 鹿皮翁 되어 보려네.
★ 鹿皮翁 ~: 漢 나라 때 淄川 사람으로 鹿皮公이라고도 하는데 機械를 잘 만들었다 한다. 젊었을 때 地方 官廳의 末端 官吏로 있다가 岑山 위에 있는 神泉에 수레와 棧道를 만들어 올라가서 샘 곁에다 집을 짓고 사슴갖옷을 입고서 芝楚를 캐먹고 神泉을 마시며 70如 年을 살았다 한다.
(12) 江陰縣獨坐 ( 江陰縣에서 홀로 앉아)
世道有如此 ~ 世上 道理는 이러함이 있는데
天心知若何 ~ 하늘의 마음은 大體 어떠한지 알겠는가.
才雖慙報主 ~ 才주는 임금님께 報答 못함 부끄러워도
國耳敢言家 ~ 國事에 專念할 뿐 家事를 敢히 말하리오.
古縣人烟盡 ~ 옛 고을에는 사람의 자취 다하였고
空林鬼火多 ~ 빈숲에는 도깨비불 자주 나타나는구나.
危途無限意 ~ 危險한 世上 길 無限한 생각에
獨立望京華 ~ 나 홀로 서서 서울을 바라보고 있노라.
(13) 見白沙書悼漢陰相國亡
(白沙의 글을 보고 漢陰 相國을 哀悼하다)
沙老歸田漢老亡 ~ 白沙 老人 시골 가자, 漢陰 老人 死亡하시니
人間俯仰易滄桑 ~ 人間이란 仰俯間에 桑田碧海로 되는구나.
終南病客愁無寐 ~ 終南山 病든 나그네 愁心으로 잠 못 이루고
風雪香燈坐夜長 ~ 눈바람에 긴나긴 밤을 燈불 앞에 앉아 밤을 새운다.
(14) 遣懷 (懷抱를 풀다)
肺氣唯高枕 ~ 肺病 氣運 있어 누워만 있으니
行遲漸廢衙 ~ 발걸음 더디어 漸漸 出勤도 못하노라.
馬曹元似是 ~ 벼슬살이 元來 내 關心 아닌데
槐夢竟何加 ~ 南柯夢이 끝내 무슨 利得이 되겠는가.
落落違心事 ~ 큰 뜻에 世上 일과 내 마음이 어긋나
悠悠負歲華 ~ 하염없이 歲月만 저버렸도다.
知音不在此 ~ 날 알아줄 親舊가 이곳에는 없어
且復一長嗟 ~ 또 다시 한 番 길게 恨歎하노라.
(15) 遣興. 1 (興을 달래며)
幽愁不爲雍門曲 ~ 깊은 시름 속에 雍門曲 불러 求乞 않고
倦客長吟行路難 ~ 나른한 나그네 行路難을 길이 읊조린다.
楚澤自懸明月佩 ~ 楚 나라 물가에서 明月珠를 몸에 차고
漢廷休着鵕鸃冠 ~ 漢 나라 朝廷에서 高尙한 鵕鸃冠을 쓰지 말아라.
靑氈猶在貧非病 ~ 푸른 털方席은 아직 있어 가난은 病이 아니나
白首無成意已䦨 ~ 늙어 이룬 것 하나 없고 意欲 이미 시들었구나.
坐對丘園歌激烈 ~ 벌판 向해 앉아서 激烈하게 노래하니
瘦梅踈竹十分寒 ~ 야윈 梅花 성긴 대나무 그야말로 淸漢하구나.
(16) 遣興. 2
明時負罪問何因 ~ 밝은 時節 지은 罪 무슨 까닭일까
且作田間自在身 ~ 이제야 논밭 사이 自由로운 몸 되었구나.
老去逢春渾寂寞 ~ 늙어가며 만난 봄 모두가 寂寞하고
愁來覓句轉淸新 ~ 시름겨워 찾은 詩句 도리어 淸新하구나.
漫憑烏几閑耽睡 ~ 烏几 冊床에 기대어 閑暇히 잠자며
却掃柴扉懶揖人 ~ 사립門을 쓸고서 나른히 손님 맞노라.
秪是賞心渾不忘 ~ 景物 感賞 이 마음 도무지 잊지 못하여
渚雲溪月揔精神 ~ 물가 구름 시냇가 달에 마음이 쏠리는구나.
(17) 遣興. 3
非蘇非白亦非陶 ~ 蘇東坡도 白樂天도 陶淵明도 아닌데
歲暮江門臥自高 ~ 歲暮에 江邊에서 스스로 높이도 누웠도다.
聞健有時頻陟巘 ~ 듣건데, 康健하여 이따금 山마루에 올라
等閑排悶却成騷 ~ 閑暇로이 시름 달래며 다시 詩를 짓는도다.
平郊漠漠留殘雪 ~ 平平한 벌판은 아득하고 눈은 아직 남고
極浦茫茫漲晩濤 ~ 아련한 갯가에는 저녁 물살 불어나는구나.
乘興渺然迷遠眺 ~ 興을 타고 아득하게 저 먼 景致에 넋 잃고
春寒襲盡紫羅袍 ~ 봄날의 추위에 緋緞 솜옷을 껴입고 있었다.
(18) 遣興. 4
高樓獨倚向黃昏 ~ 黃昏을 向하며 높은 樓閣에 홀로 기대니
江上靑山帶雨痕 ~ 江위의 푸른 山에는 비 내린 痕跡이로다.
風散磬聲來古寺 ~ 夕磬소리 바람에 실려 옛절에서 들려오고
鴈和帆影過前村 ~ 돛 그림자와 어울린 기러기는 앞마을 지난다.
非關世路無知己 ~ 世上길에 참된 親舊 없음 相關 않으나
爭奈覊蹤易斷魂 ~ 어찌하리오, 나그네 자취에 넋 쉽게 끊어짐을.
惆悵春歸花事近 ~ 서글퍼라 봄 되어 꽃구경하는 일 가까워짐이
小桃應發郭南園 ~ 복사꽃이 應當 城郭 南쪽 동산에 피었으리라.
(19) 慶興府得見家信
(慶興府에서 집에서 온 書信을 보고)
一秋沙塞阻音徽 ~ 한 가을 邊境에서 故鄕 消息 몰랐는데
十月龍庭見鴈歸 ~ 十月 들어 匈奴 王庭에 기러기 돌아왔다.
無限相思關外夢 ~ 無限히도 그리운 關山 밖의 꿈이여
曉來和雨度金微 ~ 새벽이면 비가 되어 金微山을 넘어가리라.
(20) 癸巳冬奉使西路牛峰途中作
(癸巳年 겨울, 西쪽으로 使臣 가다가 牛峰 途中에서)
覊緖悠悠路正長 ~ 나그네 心情 아득하고 길은 멀기만 한데
年年鞍馬滯殊方 ~ 해마다 말 몰아 낯 선 他鄕에 머무는구나.
關河歲暮多氷雪 ~ 關河의 歲暮에는 얼음과 눈도 많기도 하여
瘦盡腰圍一半强 ~ 나의 허리둘레는 어느덧 折半도 더 줄었구나.
(21) 溪上 (개울가에서)
折得山花溪上歸 ~ 山꽃 꺾어 들고 개울 가로 돌아오니
霏霏香霧濕人衣 ~ 부슬부슬 香氣로운 안개가 옷을 적신다.
偶逢樵父尋厓去 ~ 나무꾼을 偶然히 만나 비탈 찾아 가
更約漁翁理釣磯 ~ 고기잡기 言約하고 낚시터 손질한다.
(22) 癸丑元日 (癸丑年 설날에)
季世悲吾道 ~ 末世가 우리의 眞理를 슬프게 하니
徘徊且歲時 ~ 徘徊하는 사이 또 새해가 되었네.
但令身却健 ~ 내 몸만은 健實하고자 하는데
遮莫老相欺 ~ 늙어가면서 서로 속이는 것을 가릴 수 없네.
鳧鶴誰長短 ~ 물오리와 鶴 어느 것이 더 낫고 못한가
蕭蘭替盛衰 ~ 쓸쓸한 蘭草가 盛하고 衰하기를 反復하네.
人犧吾不願 ~ 사람의 祭物이 되는 것 나는 願하지 않아
歸臥故山陂 ~ 故鄕 山비탈에 돌아가 살고 싶어라.
(23) 高蘭暮磬
水闊煙深沙渚遙 ~ 물 넓고 안개 자욱한 긴 모래톱엔
祗今樵牧認前朝 ~ 마침 땔나무하는 아이와 家畜 치는 아이는 前朝를 알고 있다.
山僧不管興亡事 ~ 山僧은 홀로 興亡盛衰 相關않고
淸磬一聲雲外飄 ~ 드맑은 風磬소리만 구름 밖을 날아오른다.
(24) 孤山松雪
鐵幹虯枝不可攀 ~ 鐵 같은 몸통 龍 같은 가지 더위잡을 수가 없고
凜然相對敢相干 ~ 마주 바라볼 뿐 무서워 敢히 가까이야 하겠는가.
怪來凍雪深如許 ~ 異常하게도 매서운 눈 저리 많이 쌓였는데
應試孤標耐歲寒 ~ 추운 겨울 견뎌내는 節槪 試驗 하나보다.
(25) 控江亭
樓頭丹碧壓江明 ~ 樓臺 머리 붉고 푸른빛 江물까지 비치고
南浦歸撓動客情 ~ 南浦로 떠나는 배는 나그네 마음 설레게 한다
眼底好詩君記取 ~ 눈에 뜨이는 좋은 詩 그대 적어두어
落霞孤鶩有餘淸 ~ 지는 노을에 외로운 기러기마저 情겹구나.
(26) 過山村
木麥花開豆實垂 ~ 메밀꽃 활짝 피고 콩 주렁주렁 열리고
緣墻瓜蔓已離披 ~ 담으로 뻗은 오이 덩굴은 이미 다 흐트러졌도다.
門前客子欲投宿 ~ 門前의 나그네가 投宿을 하려는데
落日在山庬吠籬 ~ 지는 해는 山에 걸려있고 삽살개는 울타리에서 짖는다.
(27) 過鄭相國故宅
(鄭相國의 故宅을 지나며)
橋斷墻頹草樹墟 ~ 끊어진 다리 무너진 담 풀과 나무 茂盛한 廢墟
路人云是相公居 ~ 길 가는 사람이 相公이 살던 곳이라 말 하는구나.
當時全盛猶能記 ~ 그 當時 全盛한 때에 記憶할 수 있는 것은
日日朱輪塞里閭 ~ 날마다 貴人 탄 수레들이 마을門을 메웠었다네.
(28) 廣寒樓記
介於湖嶺之堧 ~ 湖南과 嶺南의 언저리에 끼어
爲一大都會曰南原 ~ 하나의 큰 都會가 되고 있는 곳이 이름하여 南原이다.
山川之所湊集 ~ 山과 물이 모여드는 곳으로
而廣寒樓得其全 ~ 廣寒樓는 더욱 山水의 全景을 다 갖추고 있는 곳이다.
樓毀有年 ~ 그 樓臺가 헐린 지 몇 해 만에
而府伯申公復其舊徵其勝 ~ 府伯 申公이 復舊를 하였는데, 그곳 勝景을 살펴보자면
則曰之樓也 ~ 그 樓臺를 中心으로 하여
西有蛟龍城 ~ 西쪽에는 蛟龍城이 있고,
南有金溪山 ~ 南쪽에는 金溪山
東有方丈山 ~ 東쪽에는 方丈山이 있으며
有水源於方丈 ~ 물은 方丈山에서 發源해
迤邐而下 ~ 구불구불 멀리멀리 흘러내려
爲蓼川 ~ 蓼川이 되고
折而注樓前 ~ 다시 꺾어져서 廣寒樓 앞에 와서는
瀦而爲湖 ~ 하나의 湖水로 變하여
涵泓澄澈 ~ 깊고 맑기 마치
若天漢起箕尾間 ~ 하늘의 銀河水가 箕星ㆍ尾星 사이에서 發源하여
南經傳說 ~ 南으로 傅說星을 거치고
北經龜宿而襟帶之也 ~ 北으로는 龜宿을 거쳐 깃과 띠처럼 두르고 있는 것과 같다.
湖外有曠野 ~ 湖水 밖에는 넓은 平野
長沙斷壟 ~ 긴 모래밭, 낭떠러지
奇岩島嶼花竹 ~ 奇異한 바위 그리고 島嶼ㆍ花竹
若靑城洞裏 ~ 恰似 靑城山의 洞天 속과 같다.
玄界初開 ~ 숨겨진 그 고장을 처음 開拓했을 때는
瓊華石英 ~ 아름다운 구슬, 水晶 같은 돌이
互發而交拆 ~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赤水丹丘 ~ 붉은 물 붉은 언덕이
惝怳而靡窮也 ~ 恍惚하여 끝이 없었으리라.
湖上有橋跨空者四 ~ 湖水 위에는 空中에 걸치어 있는 다리 넷이 있는데
若婺女渡河 ~ 恰似 㜈女별이 銀河를 건너가게 하기 爲하여
仙官集役 ~ 神仙들이 모여 일하여
橫橋一成 ~ 그 다리가 놓여지자
碧落平地 ~ 하늘이 平地로 變해버린 것과도 같은 것이다.
名之曰烏鵲 ~ 이름을 烏鵲橋라고 한 것은
記其似也 ~ 그와 비슷하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統諸勝而樓之 ~ 그리고 그 여러 勝景을 總網羅하여 그 위에다 樓臺를 세웠는데,
虹梁畫栱 ~ 무지개 같은 大들보에 丹靑한 枓栱과
珠箔瑤窓 ~ 眞珠 발에 구슬 窓門은
若五城十樓 ~ 마치 五城十二樓 (崑崙山 위에 있는 神仙이 산다는 곳)를
紅雲擁之 ~ 붉은 구름이 가리우고 있어
雖眞仙 ~ 비록 眞짜 神仙이라도
亦不得尋也 ~ 찾을 수가 없는 것과 같은 것이다.
名以廣寒 ~ 이름을 廣寒으로 한 것도
其在是乎 ~ 아마 그런 뜻이었으리라.
顧廣寒之說 ~ 그런데 廣寒이라는 그 뜻을
難知也 ~ 알기가 어려운 것이다.
嫦娥奔月 ~ 嫦娥가 달로 逃亡가서
此焉攸宅 ~ 그곳에서 살고 있다지만
百丈之桂 ~ 一百 발의 桂樹나무
三千之斧 ~ 三千의 도끼
守杵之兔 ~ 절구공이 지키는 토끼 等은
若有若無 ~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浩浩茫茫 ~ 넓고 아득한데,
乃援而名斯樓者 ~ 그것을 取하여 이 樓臺 이름을 지었다는 것이
其然乎其不然乎 ~ 果然 그런 것인가, 그렇지 않은 것인가?
其可乎其不可乎 ~ 또 그것이 옳은 것인가, 옳지 않은 것인가? 알 수 없는 일이다.
鄒衍之言曰 ~ 鄒衍 (戰國시대 齊의 사람)의 말을 빌면
九州之外 ~ 九州 밖에
更有九州 ~ 또 다른 九州가 있다고 하였고,
佛氏之言曰 ~ 佛氏는 말하기를
恒河之內 ~ “恒河 내에
有三十三天 ~ 三十三天이 있다.”하였으며,
仙家之言曰 ~ 仙家에서는 말하기를
度世之所有三十六洞天 ~ “世上 苦海를 건너는 곳에 洞天이 36個가 있다.”하였다.
雖出於荒唐無端倪 ~ 이 모두가 비록 荒唐無稽한 말이기는 하겠지만
而亦未宜徒謂之弔詭也 ~ 그러나 無酌定 駭怪罔測하다고만 말할 것도 아닌 것이다.
今以天象稽之 ~ 只今 天象을 두고 말하더라도
三公九卿 ~ 三公ㆍ九卿ㆍ
酒旂市樓 ~ 酒旂ㆍ市樓 하는 것들이
人間之所稱 ~ 우리 人間이 쓰고 있는 말들이지만
而引以爲列星之號 ~ 따라서 별들의 이름도 되고 있는 것이다.
則天上之廣寒 ~ 그렇다면 하늘 위의 廣寒이
獨不足爲南原之廣寒乎 ~ 南原의 廣寒은 되지 말라는 法이 어디 있겠는가.
人間天上不必論也 ~ 人間이니 天上이니를 따질 것도 없고
塵躅眞遊不必分也 ~ 風塵生涯와 神仙놀이를 區分할 것도 없는 것이다.
當其沆瀣初收 ~ 稀微한 이슬氣運 걷히고
素影流輝 ~ 흰 달이 빛을 發할 때
俯瞰平湖 ~ 질펀한 湖水를 내려다보고
傍臨烏鵲橋 ~ 곁에 있는 烏鵲橋를 갈려고 하면
山河大地 ~ 山과 바다와 大地가
擧聚目前 ~ 모두 눈 앞에 모일 것이니
於是乎手把金屈巵 ~ 이때 손에다는 金屈巵를 들고
口誦明月篇 ~ 입으로는 明月篇을 외우며
座有素娥 ~ 자리에는 素服丹粧한 계집이 있어
披阿錫揄紵縞 ~ 얇은 緋緞옷을 입고 세모시옷을 끌어 당기면서
和而侑之 ~ 노래를 和答하고 술을 勸하고 하면 그때도
吾不知天上之與人間其有辨乎 ~ 天上과 人間이 區別이 있을지 내 모르겠다.
其視羅家老子奉天寶皇帝 ~ 羅氏 집 늙은이가 天寶皇帝를 모시고
幻遊暫時 ~ 暫時 幻想 속에서 놀며
聽霓裳羽衣 ~ 霓裳羽衣曲을 듣다가
銀橋一掣 ~ 銀橋를 끌어당겨 버리자
蓬海遂隔 ~ 神仙이 살고 있는 蓬海와는 消息이 斷絶 되어 버렸으면서도
而竊竊然持以誇詡者 ~ 그것이 큰 자랑거리인 양 豪言壯談하고 있는 것에 比하면
又何如也 ~ 그 差異가 어느 程度이겠는가.
達人觀物 ~ 事理에 通達한 사람은 事物을 觀察하는 데 있어
在驪黃牝牡之外 ~ 검정말 누른말 암컷 수컷을 따지지 않는 法이다.
抑余三十年前 ~ 또 내가 三十 年 前에
從元帥幕會于茲樓 ~ 元帥의 從事官으로서 그 樓臺에 모여 놀 때
適丁牛女交會之夕 ~ 그 때 마침 牽牛와 織女가 만나는 밤이었는데,
桂苑天香 ~ 桂苑의 그윽한 香氣가
已夢境矣 ~ 이미 꿈속 일이 되고 말았다.
恨不偸大藥駐韶齡 ~ 나도 不老草를 훔쳐먹고 젊은 나이를 그대로 가지고 있지 못하고
白首鍾漏已 ~ 이제 白首로 時間이 다하기만 기다리고 있는 것이 恨스러울 뿐이다.
府伯 ~ 府伯은
卽余家弟 ~ 바로 내 아우로
名鑑字明遠 ~ 이름은 鑑이고 字는 明遠인데,
經方伯侍郞 ~ 方伯ㆍ侍郞을 歷任하고
莅府以治行著云 ~ 南原府를 맡아 다스리면서 治行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한다.
天啓六年歲舍丙寅孟秋 ~ 天啓 6年(1626年) 7月
右議政停杯道人申欽記 ~ 右議政 停盃道人 申欽은 記錄한다.
(29) 僑居. 1 (집 떠나 살며)
僑居孤絶近江城 ~ 외로운 客地살이 江城이 가까운데
歸夢何會上紫淸 ~ 돌아갈 꿈, 어느 때나 神仙世界로 갈거나.
海燕欲來春正嫰 ~ 바다 제비 돌아올 무렵 봄빛 한창 부드럽고
山花纔發雨初晴 ~ 山의 꽃들은 막 피어나고 비가 이제 걷히는구나.
流年易變韶華節 ~ 흐르는 歲月에 華麗한 봄날은 쉬이 變하고
久客長關去住情 ~ 오랜 나그네 生活에 離別의 情 사무치는구나.
世路向來多感慨 ~ 世上 길은 本來부터 恨歎할 일 많지만
白頭肝膽尙崢嶸 ~ 다 늙은 흰 머리에, 自信感은 아직 굳굳하다오.
(30) 僑居. 2
流落江湖八載强 ~ 江湖에 떠돈지 벌써 여덟 해가 넘어
口中無齒鬢全霜 ~ 입안에 齒牙가 없고 머리는 온통 서릿빛.
木綿袍闊違時制 ~ 펑퍼짐한 무명베옷 世上 流行 맞지 않고
馬尾冠高合野粧 ~ 말총갓 높아서 村사람 服裝에 어울린다.
面壁人疑迦葉佛 ~ 늘 壁을 向하니 사람들은 迦葉불인가 여겨
忘機自許柒園莊 ~ 機心을 잊고서 스스로 莊周처럼 여기노라.
羲皇一夢超塵世 ~ 太古의 옛날 한바당 꿈으로 世俗을 넘어
烏几晴窓白日長 ~ 烏皮几 맑은 窓가에 하염없이 누워 있노라.
(31) 九日 (重陽節 날에)
連年從遠道 ~ 해마다 먼 길을 찾아가노니
明日更重陽 ~ 來日 重陽節에 다시 만나리라.
佳節那宜客 ~ 明節이 어찌 나그네에 어울리랴만
孤懷只望鄕 ~ 외로운 속마음은 故鄕만 그리워한다오.
村醪應已白 ~ 시골 막걸리 이미 익었을 것이고
野菊亦能黃 ~ 들菊花도 노랗게 피었을 것이네.
尙憶昇平樂 ~ 追憶하노라, 즐겁던 太平 時節에
携壺上翠岡 ~ 술 甁 가지고 푸른 언덕에 오르던 지난 일들을.
(32) 九日贈淸陰 (九日에 淸陰에게)
愁殺逢佳節 ~ 시름 속에 佳節을 만나
關河送遠行 ~ 關河에서 먼 길 떠나는 이를 보낸다.
黃花如解意 ~ 노란 菊花 사람 마음을 헤아린 듯하고
白酒亦多情 ~ 흰 막걸리 또한 多情하도다.
事往天難問 ~ 지나간 일들 하늘에 묻기 어렵고
名浮夢欲驚 ~ 名譽는 부질없어 꿈에도 놀라노라.
霜林又斜日 ~ 丹楓 숲엔 또 夕陽이 지니
蕭瑟起寒聲 ~ 쓸쓸히 찬 소리만 이는구나.
(33) 菊馨 (菊花香氣)
擧世皆能種 ~ 온 世上 사람들이 누구나 심거늘
何如獨說陶 ~ 어찌하여 陶淵明만 말하는가.
始知陶與菊 ~ 이제야 알겠다, 陶淵明과 菊花가
馨德兩俱高 ~ 香氣와 德, 이 두 가지가 모두 높은 것을.
(34) 宮詞. 1
複道新連御苑斜 ~ 複道가 御苑과 連結되고
觚稜初日散彤霞 ~ 殿閣 모서리 햇빛 노을처럼 퍼진다.
春來漸覺稀封事 ~ 봄 들자 上疎도 드물어짐을 알겠는데
一豫何妨管歲華 ~ 한 番 즐긴들 時節 管理에 무엇이 害로울까.
(35) 宮詞. 2
未央前路接長門 ~ 未央宮 앞길이 長門宮으로 通해
牌字新題賜淑媛 ~ 牌字를 새로 써서 淑媛이라 하였네.
從此羊車不須引 ~ 이제부턴 임금 탄 수레를 誘引할 必要 없느니
夜來天語有殊恩 ~ 밤 되면 임금님의 말씀 特別한 恩寵 있을 것이네.
(36) 宮詞. 3
閒愁脈脈倦粧梳 ~ 脈脈한 시름 속에 빗질 丹粧도 싫어
花暗簾帷柳暗渠 ~ 꽃은 우거져 발 가리고 버들잎 개울 가린다.
莫遣苔痕迷御道 ~ 이끼의 痕跡에 임금님 오는 길 妨害하지 말라
至今猶記度金輿 ~ 只今도 金 수레가 오시던 일 記憶한단다.
(37) 閨情 (女子의 마음)
侍女催呼薦玉盤 ~ 侍女를 急히 불러 玉錚盤을 올리게 하니
象床香歇夢初䦨 ~ 寢床에는 香氣 멎고 꿈만이 무르익는구나.
欄東却有春光別 ~ 欄干 東녘에 特別한 봄 景致는
百合花開露氣漙 ~ 百合꽃 활짝 피어 이슬에 흠뻑 젖은 것이구나.
(38) 寄朴郞遊重興洞
(重興洞에 노는 朴郞에게 부치다)
滿山紅葉九秋時 ~ 山에 가득한 丹楓 때는 가을 九月인데
一十餘年費夢思 ~ 十如 年을 꿈으로만 생각했구나.
最憶上方明月夜 ~ 第一 생각나는 건 절間의 달 밝은 밤
一聲淸磬出林遲 ~ 숲을 뚫고 들려오는 한가닥 맑은 風磬소리
(39) 記謫居自嘲 (귀양살이 생활을 기록하며 자신을 비웃다) . 其四
李資玄窟風流遠 ~ 李資玄 깊은 工夫 風流가 深遠했고
金悅卿書逸躅傳 ~ 金悅卿 남긴 글은 一品으로 傳해오네.
莫道後來無繼者 ~ 이들의 後繼者 없다고 말하지 말라
何妨共我作三賢 ~ 내가 함께 三賢 된들 害로울 게 무엇인가.
(40) 寄昌期 (昌期에게)
靑嶂霏霏白雨連 ~ 푸른 山에 가을비가 부슬부슬 쉬지 않고 내리니
新秋物色倍茫然 ~ 새 가을날의 物色이 茫然하기 그지없도다.
高山遠客何時返 ~ 高山의 먼 나그네 그 어느 때나 돌아갈 수 있을까
秦樹嵩雲又一年 ~ 秦나라 나무와 崇山의 구름처럼 만나지 못하고 또 一 年을 지난다.
(41) 落花朝嵐
濟王家業亦徒然 ~ 百濟의 王家業도 虛無함 그것인데
誰把浮生擬百年 ~ 浮生들이 百 年 산다 그 누가 말했는가.
唯有落花巖翠色 ~ 아직까지 남은 것은 落花巖 푸른빛이
朝朝不改草堂前 ~ 아침마다 變함없이 草堂 앞에 있는 것이네.
(42) 南柯子. 1
蕙逕花初謝 ~ 蕙草 심어진 길에 꽃이 막 지고
粧樓柳已眠 ~ 華麗한 樓臺 가의 버들잎도 졸고 있구나.
雛鶯乳燕競相姸 ~ 꾀꼬리와 제비가 새끼 고운 姿態 시샘하는데
添却韶華底事更悽然 ~ 和暢한 봄날에 무슨 일로 더욱더 슬퍼할까.
(43) 南柯子. 2
珠箔慵開蒜 ~ 발 걷어 걸어둔 門고리도 풀기 싫어
瑶箏捲不絃 ~ 거문고도 치우고서 켜지를 않는도다.
人何杳杳書何濶 ~ 사람 어찌 그리 消息 없고 書信도 왜 그리 드문가
唯有中宵魂夢寄君邊 ~ 오직 이밤 이내 마음 그대 곁에 보내노라.
(44) 端川郡齋雪後贈沈使君伯晦. 1
(端川 郡齋에서 눈 내린 뒤 沈使君 伯晦에게)
密雪輕盈拂畵欄 ~ 싸락눈이 가볍게 欄干을 때리더니
朔雲如墨海天寒 ~ 구름은 먹물 같이 검고 바다같은 하늘은 차다
風流最愛黨家事 ~ 風流가 第一 좋긴 黨家의 잔치
煖酌羔兒酒未䦨 ~ 羔兒酒를 데워 마시니 그 興趣 못막겠네.
(45) 端川郡齋雪後贈沈使君伯晦. 2
點爐香篆占亭欄 ~ 火爐에서 타는 香은 亭子의 欄干 차지하고
閣日輕陰釀晩寒 ~ 해를 가린 陰氣가 늦추위를 빚어내었구나.
驛使不來梅信歇 ~ 驛使가 오지 않아 梅花 消息 끊겼으니
離情還與歲俱䦨 ~ 떠나 있는 그리움이 가는 해와 함께 깊어진다.
(46) 唐虞 (唐虞 임금님)
土階三等不誅茅 ~ 흙으로 된 세 階段 띠지붕도 다듬지 않고
蓂莢陰中日未哺 ~ 蓂莢 그늘 속에 해도 저물지 않았도다.
借問帝堯何所事 ~ 묻고 싶어라, 帝堯는 무슨 일을 하여
至今人口誦唐虞 ~ 只今까지도 사람들은 唐虞라고 하는가.
(47) 大雪
塡壑埋山極目同 ~ 골짝을 메우고 山을 덮어 눈길 끝까지 白雪인데
瓊瑤世界水晶宮 ~ 玲瓏한 玉빛 世上의 水晶宮을 이루었구나.
人間畵史知無數 ~ 人間世上 畵家들 無數히 많다지만
難寫陰陽變化功 ~ 奧妙한 陰陽變化를 描寫하긴 어려우리.
(48) 象村
桐千年老恒藏曲 ~ 梧桐나무는 千 年이 흘러도 恒常 曲調를 간직하고
梅一生寒不賣香 ~ 梅花는 一生을 춥게 살아도 그 香를 팔지 않는다.
月到千虧餘本質 ~ 달은 千 番를 이지려져도 그 本바탕은 남아있고
柳經百別又新枝 ~ 버드나무는 離別의 情表로 百番을 꺾여도 새로 가지에 싹티운다.
(49) 渡臨津 (臨津江을 건너며)
少年多遠役 ~ 젊은 땐 나라 爲한 遠役도 많았지만
垂老怯長途 ~ 늙어지니 먼 길이 두려웁구나.
物議輕廚俊 ~ 世上 評判은 八廚와 八俊같은 人物에 못 미치고
詩名愧駱盧 ~ 詩人 名聲 駱賓王과 盧照隣에 부끄럽기만 하다.
潮生沙浦濶 ~ 밀물 들어 모랫벌판 넓고
山迥野村孤 ~ 山이 멀어 들마을이 외롭기만 하다.
故國饒愁思 ~ 故國을 생각에 시름에 젖어
沈吟意未蘇 ~ 웅얼거리며 골똘한 생각에서 깨어나지 못한다.
(50) 讀山海經(13首中) . 5
客子久不歸 ~ 나그네 오랜 歲月 돌아가지 못하니
芳草亦可憐 ~ 芳草 또한 가엽게 여기네.
朝見昭陽水 ~ 아침이면 昭陽江 바라보고
暮見淸平山 ~ 저녁에는 淸平山 바라보네.
我有萬重懷 ~ 나에게 萬 겹 懷抱 쌓여 있는데
山水不解言 ~ 山과 물은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하네.
且須飮美酒 ~ 그래서 좋은 술이나 마시면서
兀兀窮吾年 ~ 兀然히 내 삶을 다하려 하네.
(51) 讀山海經. 7
遙峯含紫氛 ~ 먼 봉우리엔 紫色 氣運 감돌고
落日生寒陰 ~ 지는 해는 찬 그늘을 내는데
枯笻同我瘦 ~ 나처럼 바짝 마른 지팡이가
扶我入深林 ~ 날 부축하여 깊은 숲속으로 드네.
林中何所有 ~ 그 숲속엔 무엇이 있다던가
磵水激淸音 ~ 시냇물이 맑은 소리 내고 있지
坐久却成趣 ~ 오래 앉았노라면 그게 趣味가 되어
寥寥太古心 ~ 고요한 太古的 마음이 되네.
(52) 登東皐有感 (東쪽 언덕에 올라 느낀 것)
春來何日不風沙 ~ 봄날 그 어느 날 모래바람 불지 않고
地委蔫紅蜂鬧衙 ~ 땅에는 시든 꽃, 벌들이 날아 시끄럽게 둘러싼다.
彭澤縱無甁裡粟 ~ 陶淵明은 甁 속에 穀食 하나 없었고
稚川還有鼎中砂 ~ 道士 葛洪은 솥 가운데 丹砂가 들어 있었구나.
頹波靡靡將安往 ~ 부서지는 저 물결은 아득히 어디로 가는가
夕景凄凄轉自斜 ~ 凄凉한 저녁 햇살 조금씩 절로 기우는구나.
獨上平皐徒極目 ~ 나 혼자 언덕에 올라 하염없이 바라보나
非關遲暮怨年華 ~ 늦은 저녁 지난 歲月 怨亡은 決코 아니라네.
(53) 登後阜 (뒤 언덕에 올라)
沿江沙路細彎彎 ~ 江 따라 모랫길 구불구불 하고
落日歸舟艤淺灣 ~ 해질녘에 돌아온 배는 물굽이에 대어 있다.
西去數峯靑一抹 ~ 西便으로 뻗은 몇 山봉우리가 하나같이 푸르고
行人說是桂陽山 ~ 지나가는 사람은 이게 바로 桂陽山이라 말하는구나.
(54) 挽具贊成思孟 (贊成 具思孟의 挽事)
飈馭翛然返九京 ~ 빠른 수레는 어느새 九京으로 돌아가니
新阡東望暮雲橫 ~ 새 무덤 東쪽 바라보니 저문 구름 비끼어 있구나.
兩朝耆舊驚淪沒 ~ 두 朝廷 섬긴 年老한 大臣 돌아가시니 놀라워
異日衣冠憶老成 ~ 後日의 官僚들이 이 어른을 回想하리라.
世變豈能移素節 ~ 世上 變亂에 어찌 能히 本來 節槪 지킬 수 있어
時危猶得保全名 ~ 危殆한 때 오히려 完全한 이름 保全하셨구나.
游魂倘識洪陽路 ~ 떠도는 넋 幸如나 洪陽의 길을 아신다면
應遣人間父子情 ~ 人間의 父子間 情을 반드시 나누실 것이리라.
(55) 輓詞
綠野堂成日 ~ 綠野堂이 完成되던 날에
黃扉謝事年 ~ 政丞자리 辭職하던 해라네.
洞天眞世界 ~ 洞天은 神仙의 世界라서
平地卽神仙 ~ 平地의 神仙이 되었네.
進退身名泰 ~ 進退에 身名이 便安했고
哀榮禮數全 ~ 哀榮의 禮遇가 穩全했네.
新阡違執紼 ~ 새 墳墓에서 永訣하지 못하고
遙望涕空縣 ~ 멀리서 바라보며 눈물만 흘리네.
(56) 晩雨
炎蒸愁永晝 ~ 찌는 더위에 긴 낮을 걱정했는데
一雨爽煩襟 ~ 한바탕 비로 시원해 진다.
細草抽新穎 ~ 잔풀에 새싹 돋아나고
遙岑閣晩陰 ~ 먼 봉우리엔 저녁그늘 걸렸구나.
棲禽飛不定 ~ 새는 아직 둥지를 定치못해 날고
落日耿還沈 ~ 夕陽은 반짝이며 넘어간다.
捲箔仍高枕 ~ 珠簾걷고 베게높이 베고 누우니
微風動遠林 ~ 실바람이 먼 숲을 흔드는구나.
(57) 滿月臺
五百年間事 ~ 五百 年間 故國의 지난 일들
如今已漠然 ~ 只今은 이미 아득하게 되었도다.
英雄不長旺 ~ 英雄은 永遠히 旺盛하지 않고
世運亦交遷 ~ 世上 運勢 또한 番갈아 옮겨가노라.
秀色山河在 ~ 고운 빛은 山河에 남아 있다면
遺風市井傳 ~ 끼친 風俗 人家에 傳해온다
客來空吊古 ~ 손님이 와 부질없이 옛날을 追慕하고
斜日下郊田 ~ 夕陽 아래 들밭을 내려가노라.
(58) 挽李贊成直彥
(贊成 李直彦에 대한 挽事)
自拔頹波裏 ~ 부서지는 世上 波濤에 超脫하여
孤醒衆醉中 ~ 사람들 醉했어도 홀로 깨어있었네.
險夷持素節 ~ 險하든 平坦하든 처음 節槪 지키고
獻納丹罄衷 ~ 임금께 아뢸 때는 精誠 다했다.
名協三尊達 ~ 이름은 三尊達에 賦合되었고
家徒四壁空 ~ 살림은 四方 壁이 텅 비었도다.
餘生泣鳳髓 ~ 餘生에 鳳凰 떠나 흐느껴 우니
何處挹淸風 ~ 어디서 맑은 바람 마셔나 볼까.
(59) 晩春
庭宇寥寥門晝關 ~ 집안은 조용하고 門을 낮에도 닫고
葛巾烏几對靑山 ~ 葛巾에 烏几 기대고 靑山을 마주본다
桃花落盡春光歇 ~ 복사꽃 다 지고 봄빛도 다하는데
蛺蝶如何苦未閒 ~ 나비는 어찌 저리도 괴롭고 閑暇롭지 못한가.
(60) 暮春
短短疏籬山下家 ~ 낮고 성긴 울타리 두른 山 아래 집
松簷遲日鳥聲多 ~ 소나무 처마에 늦은해에 새소리 擾亂하다.
無斷昨夜前溪雨 ~ 無斷히 들려오는 앞 개울 어젯밤 빗물
落盡閑庭一樹花 ~ 꽃잎 다 떨어진 閑暇한 뜰의 한 그루 꽃나무.
(61) 文貞公家訓 / 賓幕
姑婦之相訾 ~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서로 誹謗하고
妯娌之相失 ~ 同婿들이 서로 틀어지고
娣娰之相毁 ~ 시누이와 올케가 서로 헐뜯는 것
恒出於大家世族之富貴者 ~ 이런 일은 恒常 權勢가 높은 집안이니나 代代로 國祿을 받아 富貴를 누리는 집안에서 일어나는 것이지.
乃若貧賤之家 ~ 가난하고 賤한 집안에서는
反無此患何也 ~ 도리어 이런 근심은 없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蓋貴盛之時 ~ 大槪 집안이 貴하고 盛할 때에는
習於驕傲慢佚 ~ 驕慢하고 放恣한데 익숙해져
自尊而不尊人 ~ 스스로를 높이고 남을 높이지 않게 되고
自貴而不貴人 ~ 스스로를 貴하게 여기고 남을 貴하게 여기지 않는다.
待人必先尋人之過誤以謫之 ~ 남을 對하면 반드시 먼저 남의 過誤를 찾아 그를 꾸짖고
雖有所長 ~ 비록 長點이 있어도
不言其長 ~ 그 長點을 말하지 아니하고
而但求其短 ~ 다만 그 短點만 찾아내어
使不得容 ~ 容納하지 못하게 한다.
又多聽婢僕間言以爲之證 ~ 또 婢僕들 사이의 말을 主로 들어서 이것을 證據로 삼아
終至於恩義不全 ~ 마침내 同氣간의 恩德과 義理를 穩全하게 하지 않으니
此所當深戒也 ~ 이것이 반드시 깊이 警戒삼아야 할 일이다.
大抵人家子女多 ~ 大體로 한 家庭에 子女가 많으면
則其所配合皆是別人 ~ 그 짝지어 合치는 바가 모두 달라
和協甚難 ~ 서로 마음을 和合시켜 協助 시키기가 甚히 어려우니
唯在家長主婦忠信以莅之 ~ 오직 그 家長이나 主婦 된 들은 眞實과 믿음으로 이에 臨하여
敦厚以持之 ~ 敦篤하고 厚한 마음으로 이를 지켜
掩過揚善 ~ 잘못하는 것은 덮어주고 잘한 것은 드러내고
忍詬去蔽 ~ 부끄러운 일은 참고 隱蔽하는 일은 버려주어
使群從子弟 ~ 여러 子弟들로 하여금
各得其所 ~ 各者 自身이 맡은 일을 하게 해야 한다.
此尤人家之所先務也 ~ 이는 더욱 한 家庭에서 먼저해야 할 일이다.
友之疎曠者 ~ 벗을 사귈 때 賢明하지 못한 사람이면
足啓庸俗 ~ 꼭 그 平凡하고 俗된 점을 바르게 引導하고
通達者 ~ 모든 事理에 通達한 사람이면
足破拘攣 ~ 꼭 그 마음대로 하는 點을 못하게 하고
博學者 ~ 널리 배워 學識이 많은 사람이면
足開孤陋 ~ 꼭 孤陋한 點을 깨우쳐 啓發하게 하고
高逸者 ~ 世俗을 떠난 뛰어난 사람이면
足振頹惰 ~ 꼭 뜻이 무너지거나 게으른 點을 떨쳐버리게 하고
鎭靜者 ~ 마음이 고요히 가라앉은 사람이면
足制躁妄 ~ 꼭 燥急하고 節度가 없는 點을 絶制하게 하고
恬淡者 ~ 마음을 便安히 가져 慾心이 없는 사람이면
足消穠艶 ~ 꼭 아름답고 華麗한 點을 없애게 하여라.
身病可醫 ~ 몸에 든 病은 고칠 수 있지만
心病難醫 ~ 마음속에 든 病은 고치기가 어렵고
身過易去 ~ 몸으로 빚어지는 잘못은 버리기 쉽지만
心過難去 ~ 마음으로 빚어지는 잘못은 버리기가 어렵다.
才俊人 ~ 才주가 뛰어난 사람은
宜學恭謹 ~ 마땅히 恭遜하고 삼가는 行實을 배우고
聰明人 ~ 聰明한 사람은
宜學沈厚 ~ 마땅히 沈着하고 寬厚한 行實을 배우도록하라.
少而欲好衣服美食者 ~ 젊어서 좋은 衣服을 입고 맛있는 飮食을 먹으려 하고
長而欲治車馬盛蓄積者 ~ 자라서 수레를 타고 다니며 財物을 많이 蓄積하려 虛榮을 꿈꾸는 사람은
皆非士也 ~ 다 선비답지 못한 생각이다.
有一於是 ~ 한 가지라도 이러한 생각을 가졌으면
雖日誦經傳 ~ 비록 날마다 經典을 읽고
日談性命 ~ 날마다 性命의 學理를 이야기한다고 하더라도
僞而已 ~ 거짓일 따름이다.
(62) 訪淸陰北第
(淸陰의 北쪽 집을 訪問하다)
地爽豈受暑 ~ 땅이 시원하니 어찌 더워지리
人高元出塵 ~ 人品은 高邁하여 世俗을 超越하였다.
白雲分作洞 ~ 흰 구름 나뉘어 개울이 열리었고
丹壁與爲鄰 ~ 붉은 絶壁과도 이웃을 하였구나.
果熟堪留客 ~ 과일은 익어 손님 待接할 만하고
壇除不用茵 ~ 자리 깨끗하여 깔개도 必要가 없구나.
秋來霜葉裏 ~ 가을 들어 곱게 물든 丹楓 속을
遲我叩門頻 ~ 게으른 나도 이제 자주 찾으려하네.
(63) 排悶 (煩悶을 떨쳐내고)
寂寞無人問 ~ 찾는 이 없어 寂寞하고
支離有病吟 ~ 支離하며 고달픈 노래만 있구나.
干戈雖自昔 ~ 戰爭은 비록 예부터 있어왔지만
喪亂少如今 ~ 只今과 같은 慘酷한 戰爭은 드물었다.
小草那宜出 ~ 小草가 어찌 山을 나옴이 妥當하리오
長途已息心 ~ 먼 길에서 이미 내 마음 가라앉혔다오.
平生流水曲 ~ 平生에 揚揚하던 流水曲이여
愁絶伯牙琴 ~ 伯牙의 거문고에 시름만 깊었구나.
(64) 百年 (人生 百 年)
百年何醜好 ~ 百 年 동안 좋고 나쁜게 무엇이랴
過去皆陳迹 ~ 지나가면 모두가 지난 이야기되리라.
是非旣已淆 ~ 是非가 이미 서로 混亂스러워도
曲直誰能擇 ~ 바르고 그릇됨을 누가 가려낼 수 있나.
軒冕卽泥塗 ~ 벼슬살이가 곧 진흙길과 같아
三木也非辱 ~ 刑罰을 받아도 辱될 것 아니라오.
歸來田里間 ~ 시골로 돌아와서
閉戶恒處獨 ~ 門 닫아걸고 恒常 혼자 살아가노라.
一飽更何求 ~ 한 番 배부르매 다시 무얼 바라며
休論君與牧 ~ 임금이나 牧民官을 論하지 마시라.
春來且力田 ~ 봄이 오면 또 農事에 힘써서
牢守愚公谷 ~ 愚公의 골짜기처럼 굳게 지켜살리라.
(65) 百祥樓口占. 1 ( 百祥樓에서 짓다)
結構何迢遞 ~ 樓는 어찌 그리도 높은가
風煙接塞長 ~ 바람에 이는 안개 길게 邊方에 닿아있다.
江山窮體勢 ~ 江山의 形勢가 窮해보이고
簾幕俯蒼茫 ~ 珠簾 사이 저 멀리 굽어보노라.
遠客愁歸路 ~ 먼 길 나그네 돌아갈 길 시름겹고
佳辰滯異方 ~ 이 좋은 날 낯선 땅에 머물러 있도다.
登臨有餘意 ~ 올라보니 遊覽 興趣 아직도 남아
落日聽鳴榔 ~ 지는 해에 漁夫들 뱃소리 들려온다.
(66) 百祥樓口占. 2
高樓坐寥落 ~ 높은 樓閣에 고요히 앉아 있으니
客意自無聊 ~ 나그네의 저절로 마음이 無聊해진다.
節序淸明近 ~ 季節은 淸明節이 다가오는데
關河道里遙 ~ 山河는 갈 길이 아득하기만 하다.
江風吹盡日 ~ 江바람은 終日토록 살랑거리고
暝靄雜歸潮 ~ 어둔 안개 밀물과 섞이는구나.
老去猶行役 ~ 늙어가며 오히려 괴로운 旅行
安枝愧爾鷦 ~ 가지 위 저 分數 지키는 뱁새에 부끄럽다.
(67) 百祥樓月夜
金波瑤海兩蒼茫 ~ 金물결에 玉돌 바다 모두가 푸른데
沆瀣浮空夜未央 ~ 空中에 뜬 뿌연 氣運 밤이 새지 않는구나.
欲就麻姑問眞訣 ~ 麻姑할멈 찾아가서 참 秘訣을 물어볼까
世間還有幾滄桑 ~ 이 世上에 桑田碧海 몇 番이나 더 있는가를.
(68) 病後
棄捐那足道 ~ 버려짐을 어찌 足히 擧論하랴
隨分且溫存 ~ 分數를 따름은 또한 便安한 일이라.
不願公侯伯 ~ 公侯伯 높은 벼슬 願치 않고
相依父子孫 ~ 아비, 子息, 孫子가 依支하며 산다.
菜翻屧埋步 ~ 菜蔬잎 茂盛하여 신이 묻히고
砧急響江村 ~ 방아소리는 急하게 江村을 울린다.
倚杖疏林外 ~ 성긴 수풀 밖, 지팡이에 몸 기대니
蒼茫月掛園 ~ 아득히 동산 위에 이미 달이 걸렸구나.
(69) 逢淸明節感懷 (淸明節을 맞는 感懷)
林鳩相喚燕泥融 ~ 숲 비둘기 서로 부르고 제비 진창을 즐기니
客裏淸明幾度逢 ~ 客地 속에 淸明節을 몇 番이나 맞았던가.
山雨乍添花朶膩 ~ 山에 비가 暫時 더하니 꽃은 매끄럽게 늘어져
溪煙初起柳陰濃 ~ 시내에 안개 처음 일고 버들 그늘은 짙어지네.
床頭簾捲香雲皺 ~ 平床 앞의 珠簾 걷자 滿發한 꽃들이 주름지고
庭畔人稀石髮封 ~ 뜰 가엔 人跡이 드물어 돌 이끼만 덮여있네.
休遣年華催旅恨 ~ 歲月아 나그네의 恨을 재촉하지 말아라
半生蕭瑟坐龍鍾 ~ 쓸쓸한 折半의 人生 늙고 病들어 머무는구나.
(70) 逢秋. 1
客愁誰與討 ~ 나그네 시름을 뉘와 풀어볼까
歧路且于於 ~ 갈림길에서 歎息을 해본다.
身事流離後 ~ 農事일은 떠돌아 다닌 뒤의 일
文章憂患餘 ~ 文章은 憂患 끝에 나오는구나.
干人違素性 ~ 남에게 求하자니 本性에 맞지 않고
混俗爲僑居 ~ 俗人과 뒤섞여 臨時로 사노라.
又見新秋候 ~ 다시 새 가을은 맞노라니
踈螢點夜裾 ~ 성근 반딧불이 밤 옷깃에 붙는구나.
(71) 逢秋. 2
殘年寄江國 ~ 남은 人生 물가 고을에 사는데
昨夜又秋風 ~ 지난 밤 또 가을바람 부는구나.
白露濕螢火 ~ 이슬은 반딧불을 적시고
微凉生井桐 ~ 우물가 梧桐나무에 서늘한 氣運 인다.
非關時律晩 ~ 한 해가 저문다고 무슨 相關하랴만
難得客愁空 ~ 나그네 시름은 없애기 어렵구나.
杜老猶身事 ~ 杜甫도 오히려 農事를 지어
耕犁接瀼東 ~ 東瀼溪 東쪽에서 쟁기질 했었다네.
(72) 逢秋. 3
百年今過半 ~ 人生 百 年 이제 半을 넘겨
雙鬢久成翁 ~ 兩 귀밑머리 늙은이된 지 오래구나.
閉門秋色裏 ~ 가을 景色 속에 門 닫아 걸고
欹枕雨聲中 ~ 빗소리 들으며 베개에 기댄다.
漂梗生涯薄 ~ 나뭇토막처럼 岐嶇한 이 人生
浮雲世事空 ~ 뜬 구름처럼 世上일은 虛望하구나.
鄕園長入望 ~ 멀리 故鄕 동산 바라보며
天外送飛鴻 ~ 하늘 밖 멀리 기러기를 날려보낸다.
(73) 粉紅芍藥口占 (粉紅 芍藥을 읊다)
風前露下見精神 ~ 바람 앞의 이슬 내리면 精神이 돋보이고
淺白輕紅朶朶均 ~ 조금 희고 조금 붉은 것이 송이마다 같구나.
恰似華淸高宴罷 ~ 어쩌면 華淸宮의 큰 잔치가 끝나도록
娥眉淡掃虢夫人 ~ 粉丹粧을 하지 않은 虢夫人과 비슷하구나. (虢. 범발톱자국 괵)
(74) 謝金而敬廷睦來訪
(廷睦 金而敬이 찾아온 것에 謝禮하며)
雪後柴扉午不開 ~ 눈 내린 뒤 사립門 한낮에도 열지 않았는데
傳呼驚報使君來 ~ 使君께서 오셨다는 놀라운 消息 종이 알려주었다.
銅符又向東州去 ~ 銅符 차고 또 다시 東쪽 고을 向하시지만
玉節纔從北極回 ~ 玉節 身分 조금 前 北極에서 돌아왔다.
浮世若爲頻見面 ~ 덧없는 世上 무슨 數로 자주 만나며
暮年何處獨登臺 ~ 늙은 나이에 어느 곳에서 홀로 樓臺 오를까.
新春定有西歸使 ~ 새봄에는 이곳 西쪽으로 돌아올 使君 있으리니
休惜音書付驛梅 ~ 驛舍의 梅花로 消息 보내주는 것을 아끼지 말아주오.
(75) 謝仙源 (仙源에게 感謝하다)
客從何處寄雙魚 ~ 어느 곳에서 客이 두 마리 잉어 보내왔는가
中有故人天外書 ~ 그 속에는 뜻밖에도 親舊 便紙가 들어있도다.
却算舊遊還悵望 ~ 옛 親舊를 세어보니 도리어 슬퍼지나니
菊花時節又離居 ~ 菊花 피는 이 時節을 또 떨어져서 보내다니.
(76) 山中獨言. 1
綠陰如畵罨庭除 ~ 綠陰은 그림마냥 뜰 안에 깔리우고
檻外江光漾碧虛 ~ 欄干 밖의 가람 빛 푸른 하늘 일렁이네.
何幸聖恩天海大 ~ 얼마나 多幸인가 넓고 깊은 임금 恩惠
謫來猶得返田廬 ~ 流配 갔다 그래도 田園으로 돌아왔네.
(77) 山中獨言. 2
瀟洒茅茨愜淨便 ~ 띠집을 淸掃하니 마음 또한 淨潔한데
葛巾烏几坐蕭然 ~ 葛巾 쓰고 앉은 자리 四方이 고요하네.
銜來燕子晴泥破 ~ 집 짓는 저 제비들 진흙이 떨어지고
浴罷鳧雛碧浪圓 ~ 沐浴 마친 오리 보게 同心圓을 그리누나.
一壑己專成晩計 ~ 山골 生活 이만하면 老年을 보내겠고
餘生惟喜保長年 ~ 남은 人生 즐기면서 오래오래 살아볼까.
海山兜率俱虛語 ~ 三神山 兜率天 모두가 헛된 소리
卽此幽居是地仙 ~ 隱居한 바로 이곳 地上의 仙界라네.
(78) 山中卽事. 其 一
浮世悠悠七尺身 ~ 아득히 덧없는 世上에 七尺의 이 한 몸
早將榮落等微塵 ~ 일찍이 榮枯盛衰는 티끌처럼 여겼다.
不嫌甁甔貧無粟 ~ 가난하여 缸아리에 穀食 없음도 탓하지 않고(甔항아리 담)
唯喜文章老有神 ~ 오직 글 짓기 좋아하여 늙을 수록 神妙해 진다.
閑餘野雲棲谷裏 ~ 閑暇히 들의 구름과 溪谷에 묻혀 살며
偶隨堤柳到溪濱 ~ 방죽의 버드나뭇 길 따라 시냇가에도 내 닫는다.
人生百歲令强半 ~ 百年人生에 折半의 歲月은 이미 가버렸고
惆愴鸚花又一春 ~ 꾀꼬리 울고 또 봄이 되어도 서글퍼 진다.
(79) 山中卽事. 其 二
柳已飛花杏欲仁 ~ 버들 날리고 살구 열매 맺으려는데
乍晴南澗綠粼粼 ~ 갠 날씨에 南쪽 시내 푸르고도 깨끗하다.
山中高枕時成夢 ~ 山中의 베개 높이 베고 꿈 이루는데
世上何人可語眞 ~ 이 世上 어느 누구와 眞實을 나눌까.
地僻喜逢瑶草長 ~ 사는 땅이 외져 珍奇한 풀 자라는 게 즐겁고
庭空唯見野禽馴 ~ 빈 뜨락에 들새들 노는 게 보일 뿐이다.
芒鞋不踏溪橋外 ~ 개울 다리 저쪽에는 짚신마저 아니 밟아
却怕荷衣染俗塵 ~ 世俗 먼지가 蓮잎 옷 더럽힐까 두렵도다.
(80) 山中卽事. 其 三
瀟洒茅茨愜靜便~산뜻하고 시원한 草家 조용하고 便安하며 洽足한데
葛巾烏几坐蕭然~葛布頭巾에 검정 冊床에 閑暇로이 앉았도다.
銜來燕子晴泥凹~제비 물어간 진흙 자국 움푹 패여 있고
浴罷元鴦碧浪圓~멱감는 鴛鴦에서 푸른 물살 둥글게 퍼져간다.
一壑已專成晩計~한 골짝을 이미 얻어 晩年計劃 이루니
餘生唯喜保長年~남은 生涯 오로지 長壽 누림이 기쁨이로고.
海山兜率俱虛語~海中 兜率天은 모두 虛荒된 말
卽此幽居是地仙~바로 이 그윽한 生活이 곧 地上神仙이로다.
(81) 山中卽事. 其 四
江海棲遲白髮侵 ~ 自然의 隱居 生活 늦어 白髮이 侵擄하나
蓬門寥落廢招尋 ~ 오가는 사람 없어 사립門만 쓸쓸하구나.
人經多難違眞性 ~ 사람이 苦難이 많으면 참된 性品 빗나가서
事到中年少快心 ~ 中年이 다되어도 즐거운 마음 적어지는구나.
萬死尙餘殘骨在 ~ 가까스로 살아남아 남은 목숨 남아 있어
一生惟荷聖恩深 ~ 한 平生에 感謝한 건 깊으신 임그님 恩惠로다.
何妨杖屢消長日 ~ 逍遙하며 긴긴 날을 보냄도 어떠할까
松桂如今已作林 ~ 소나무며 桂樹나무는 只今은 이미 우거졌구나.
(82) 上巳 (三月 三辰날)
章臺不作踏靑人 ~ 章臺에서 踏靑하는 사람이 되지 못하고
湖海僑居又一春 ~ 바다와 湖水에서 살며 또 한 해 봄을 맞는다.
試拓小窓煙景晩 ~ 들窓門을 열어보니 봄빛이 무르익어
山花無數碧溪濱 ~ 푸르른 시냇가에 山꽃이 無數히도 피었구나.
(83) 世故. 1 (世上 變故)
世故何曾料 ~ 世上 變故 그 어찌 헤아리나
巫咸不問寃 ~ 巫咸에게 寃痛함 묻지도 못한다.
法深心反泰 ~ 法은 深刻해도 마음은 太平하고
毁積骨猶存 ~ 誹謗 쌓여도 뼈는 그대로 남아 있다오.
水落沙灘響 ~ 물이 줄자 여울물 소리 들리고
霜晞木葉翻 ~ 서리 마르자 落葉마저 떨어지는구나.
餘生虫共蟄 ~ 餘生을 벌레와 같이 蟄居하나니
萬事已無言 ~ 數 많은 일들을 이제는 할 말이 없도다.
(84) 世故. 2
天意終何似 ~ 하늘의 뜻은 마침내 어떻게 할까
孤臣抱至寃 ~ 외로운 臣下 깊은 寃恨 안고 사노라.
古今時或變 ~ 古今 時事가 때때로 變하여도
宇宙理長存 ~ 宇宙 理致 언제나 그대로 있도다.
耻作侯鯖護 ~ 侯鯖의 護 되는 건 부끄럽고
休論骨相翻 ~ 骨相 險한 虞翻도 論하지 말아라.
香燈秋夜靜 ~ 香燈 아래 가을밤 고요한데
隱几正忘言 ~ 几에 기대 바야흐로 말조차 잊는다.
(85) 蕭瑟 (쓸쓸하여)
蕭瑟江關旅鴈哀 ~ 쓸쓸한 江邊 마을을 날아가는 기러기
淸秋雲物怯登臺 ~ 맑은 가을 景致에 樓臺 오르기가 두려워라.
天如可問寧無定 ~ 하늘에 물을 수만 있다면 어찌 定치 못하리
魂不須招也自來 ~ 넋은 부르지 않아도 절로 찾아오리라.
宋玉有情悲落木 ~ 情 많은 宋玉은 지는 落葉 슬퍼하고
陶潛遺世喜含杯 ~ 陶潛은 世上 잊으려 술 마시기 좋아했어라.
悠悠此意空千古 ~ 아득하여라, 이 생각 千古에 쓸쓸하니
獨立歧途恨未裁 ~ 갈림길에 홀로 서서 恨스러움을 못가누어라.
(86) 昭陽竹枝歌. 1
席破嶺頭日欲落 ~ 席破嶺 머리에 해 기우니
新淵江口行人稀 ~ 新淵江 어구에 行人이 드물구나.
短檣輕枻亂波去 ~ 작은 돛 가벼운 노로 거친 물결 지나
遙指鳳凰臺下磯 ~ 멀리 鳳凰臺 아래 낚시대를 가리킨다.
(87) 昭陽竹枝歌. 2
居人莫唱赧郞曲 ~ 아내여, 부끄러운 郎君 노래는 부르지 마시라
游子此時空斷腸 ~ 집 떠난 이 사람은 只今 애肝腸이 끊어진다네.
一百八盤何處是 ~ 百八 煩惱 서린 곳이 곧 어디이드뇨
鉤輈聲裏樹蒼蒼 ~ 鷓鴣새 울음 속에 나무들 짙프른 숲이라네.
(88) 昭陽竹枝歌. 3
水大已無橋下灘 ~ 江물 불자 다리 아래엔 여울 없어지고
雨昏不見淸平山 ~ 비에 어둑하여 淸平山은 보이지 않네.
湖邊列店小如斗 ~ 湖水가 店鋪들은 열되 들이 말만큼 작고
半夜柴扉純浸灣 ~ 긴 밤동안 사립門은 물굽이에 잠기어 있네.
(89) 小雨 (이슬비)
小雨初晴麥壠分 ~ 이슬비 개니 보리밭 둑이 分明하고
鳴鳩乳燕正紛紛 ~ 비둘기 울고 새끼 제비가 이리저리 난다.
山村長夏無來客 ~ 긴 여름 山村에 찾아오는 사람 없어
閒倚東樓詠白雲 ~ 閑暇로이 東樓에 기대어 白雲을 읊조린다.
(90) 送南狼川 (南 狼川을 보내며)
邑僻還如寺 ~ 고을 窮僻하여 절 같이 閑寂하고
官閑正類僧 ~ 벼슬자리 閑暇하매 바로 스님같구려.
不須虞簿領 ~ 文書 속에서 헛된 마음 쓰지 말고
且去試飛昇 ~ 떠나 神仙이 되는 길을 배워야 하네.
石髓春堪摘 ~ 石髓는 봄에 따 먹음직하고
黃精鼎可蒸 ~ 黃精은 솥에 찌면 먹음직 하리라.
嗟吾苦何事 ~ 아, 나는 무슨 일로 이렇게 괴롭게도
待漏日晨興 ~ 새벽마다 朝會 時間 기다려야 하는가.
(91) 松都
從古英雄遞盛衰 ~ 예로부터 英雄들이 盛衰를 反復한 곳
客來惆悵立多時 ~ 찾아온 客 서글퍼 오랫동안 서 있네.
閑花細草年年似 ~ 閑暇한 꽃 잔디 풀은 해마다 비슷하고
甲第名園處處疑 ~ 멋진 邸宅 동산들 곳곳마다 疑訝롭네.
壠水曲縈荒埭咽 ~ 거친 堤防 둘러싼 도랑물이 흐느끼고
野禽啼向舊宮悲 ~ 들새는 옛 宮殿을 向하여 슬피 우네.
凄涼善竹橋邊路 ~ 凄凉해라 善竹橋의 언저리를 가는 몸
天地無情淚自垂 ~ 天地도 無情하야 눈물 절로 떨어지네.
(92) 送仙源赴尙州
(尙州에 赴任하는 仙源을 보내며)
把袂欲相送 ~ 소매 붙들고 送別하는데
勞歌殊未央 ~ 送別의 노래가 끝나질 않는다.
交情重金石 ~ 사귀는 情은 金石보다 무거운데
別恨動參商 ~ 離別의 恨은 마치 參星과 參商 같도다.
沙伐遺墟古 ~ 沙伐城의 남은 옛 자취
龍湫去路長 ~ 龍湫로 가는 길은 멀기만 하리라.
白雲迷北望 ~ 北녘 바라보면 白雲만 아득리니
何處慰離情 ~ 어느 곳에서 離別의 情을 慰勞 받을까.
(93) 送吳安州. 1 (吳安州를 보내며)
秋浦湘潭臥 ~ 秋浦 黃愼은 귀양가 누워 지내고
仙源守塞隍 ~ 仙源 金尙容은 邊方의 員님이 되었도다.
纔驚時晦別 ~ 方今 前 時晦 鄭曄과의 離別에 놀라고
又哭范翁亡 ~ 또다시 范翁 李壽俊이 죽어 哭을 하였다.
世事有何好 ~ 世上事에 그 무슨 좋은 일 있나
人生良苦忙 ~ 人生살이 참으로 고달프기만 하다
那堪西郭路 ~ 어찌 차마 西쪽의 城郭 길가에
更擧送君觴 ~ 그대 보내는 술盞 다시 들것인가.
(94) 送吳安州. 2
去歲重三節 ~ 지난해 三月 三日 重三節에는
新安古館中 ~ 新安 고을 오래된 館舍 안에 있었다.
相携二千石 ~ 二千 石의 守令들 함께 어울려
晤語一樽同 ~ 술 단지 앞에 놓고 이야기 나누었도다.
往事膓堪斷 ~ 지난일 回想하면 애가 끊길 듯
淸遊迹易空 ~ 淸雅한 놀이 자취 虛無하기만 하다.
今朝與君別 ~ 오늘 아침 그대와 作別하자니
此意轉無窮 ~ 생각이 꼬리 물어 끝이 없도다.
(95) 送吳安州. 3
幾向江樓過 ~ 江邊 樓閣을 몇 番이나 向했던가
朱欄枕碧湖 ~ 붉은 欄干 푸른 湖水 베고 있도다.
有時乘畫舸 ~ 이따금 고운 배 타고
拄笏望香爐 ~ 홀을 꽂고 香爐峰을 바라보았다.
簿領應多暇 ~ 公務 執行 應當히 餘暇가 많고
風烟足自娛 ~ 山川 風景 充分히 즐길 만하도다.
元龍豪氣在 ~ 元龍 秦仲과 같은 豪宕한 氣運을 지니었으니
肯恨旅情孤 ~ 나그네 情 외로움 어찌 怨望하리오.
(96) 松韻 (바람에 흔들리는 소나무 소리)
山蹊小雨過 ~ 山골짝에 가랑비가 스쳐가고
虛閣晩涼生 ~ 텅 빈 樓閣이 夕陽 따라 시원해지면
簫韶都不管 ~ 아름다운 風流소리 모두 다 所用없고
高臥聽松聲 ~ 덩그렇게 누워서 소나무 소리 듣는다네.
(97) 送尹次野赴三陟
(三陟에 赴任하는 尹次野를 餞送하며)
眞珠官府卽蓬壺 ~ 眞珠 官府는 곧 蓬壺이라
關外靑牛道氣俱 ~ 關門 밖 靑牛道氣와 함께하리라.
應向元君傳玉笈 ~ 應當히 元君에서 玉 冊床 傳해 받아
須從石室問丹爐 ~ 모름지기 石室 通하여 丹爐를 물어보리라.
茫茫桑海年空積 ~ 아득하다, 桑田碧海 헛되이 歲月만 쌓이고
杳杳鸞虬路苦迂 ~ 아득한 鸞새 虯龍 오가는 길 멀기도 하여라.
轤轆半生吾已老 ~ 도르래 折半 人生 내 이미 늙었나니
寥天何處是淸都 ~ 고요한 저 하늘의 어느 곳이 淸都이던가.
(98) 送洪都事命元赴嶺北
(嶺北에 赴任하는 洪 都事 命元 를 보내다)
遠別何時已 ~ 먼 離別 언제나 그칠런지
勞歌鬢色催 ~ 送別의 노래 귀밑 머리 빛만 재촉하네.
高才非世具 ~ 높은 才주는 世上에 쓰일 것 아니고
直道是身災 ~ 바른 道理는 곧 몸의 災殃이 될 뿐이네.
棧路雲中出 ~ 棧道는 구름 속에 솟아 있고
溟波天外來 ~ 바닷 물결은 하늘 밖에서 밀려오네.
秋風已蕭瑟 ~ 가을 바람 이미 쓸쓸해졌으니
莫上望鄕臺 ~ 부디 望鄕臺에는 오르지 말게나.
(99) 送回答使呂僉知 祐吉 赴日本
(回答使 僉知 呂祐吉이 日本에 가는 것을 보내며)
十載干戈後 ~ 十 年 歲月 戰爭 後에
君還有此行 ~ 그대가 이 行次를 떠나는구나.
高才足專對 ~ 높은 才주 充分히 使臣 任務 맡을 만하고
滄海亦夷庚 ~ 넓은 바다길 또한 平坦하리라.
夢雜蛟螭恠 ~ 바다 怪物 이무기 꿈속 異常하여도
衣披霧雨生 ~ 옷은 피어나는 안개비를 헤쳐가리라.
仍悲肝膽在 ~ 슬프구나, 忠義의 肝膽 있지만
無力掃欃槍 ~ 온갖 兵器 쓸어낼 힘은 없도다.
(100) 睡起
溪上茅茨小 ~ 시냇가에 띠집은 작고
長林四面回 ~ 큰 숲은 四方을 둘렀는데
夢醒黃鳥近 ~ 꿈을 깨니 꾀꼬리 소리 가깝고
吟罷白雲來 ~ 詩를 읊조리니 흰 구름이 떠오는구나.
引瀑澆階笋 ~ 瀑布 끌어들여 뜨락의 竹筍에 대고
拖笻印石苔 ~ 지팡이 자국 돌 위 이끼에 남네.
柴扉無剝啄 ~ 사립門 두드리는 소리 없으나
時復爲僧開 ~ 이따금 스님 爲해 열어둔다네.
(101) 水北亭 八景. 1
(落花朝嵐 ~: 落花巖의 아침 嵐氣)
濟王家業亦徒然 ~ 百濟의 王家業도 虛無함 그것인데
誰把浮生擬百年 ~ 浮生들이 百 年 살이 그 누가 말했는가.
唯有落花巖翠色 ~ 아직까지 남은 것은 落花巖 푸른빛이
朝朝不改草堂前 ~ 아침마다 變함없이 草堂 앞에 있는 것이네.
(102) 水北亭 八景. 2
(高蘭暮磬 ~: 高蘭寺 저녁 風景)
水闊煙深沙渚遙 ~ 江幅 넓고 안개 길고 저 멀리엔 모래톱
祗今樵牧認前朝 ~ 只今까지 나무하고 소를 침도 前朝였음을 알고 있지.
山僧不管興亡事 ~ 山僧은 國家 興亡 相關이 없다던가
淸磬一聲雲外飄 ~ 드맑은 風磬소리 구름 밖을 날아가네.
(103) 水北亭 八景. 3
(浮橋斜日 ~: 浮橋에 지는 해)
落日依依下淺灣 ~ 지는 해가 뉘엿뉘엿 물굽이 따라 내려가고
浮橋正在水中間 ~ 江물 바로 中間에는 浮橋가 떠 있는데
東西南北人如織 ~ 織布처럼 빽빽한 東西南北 사람들이
却詫吾生早占閒 ~ 남 먼저 閑暇로움 차지했다고 제각기 자랑이네.
(104) 水北亭 八景. 4
(蛤灘霽月 ~: 蛤灘의 갠 달)
三淸露氣洗新晴 ~ 三淸에 이슬 氣運 새로 말끔히 씻었기에
午夜平湖看月明 ~ 오밤中에 平湖에서 달 밝음을 보네 그려.
會借銀橋上星漢 ~ 銀橋를 暫時 빌어 銀河水로 올라가서
桂宮高處聽鸞笙 ~ 桂宮 높은 곳에서 鸞笙 소리 들었으면.
(105) 水北亭 八景. 5
(平沙蘆鴈 ~: 平沙의 갈대와 기러기)
平沙如雪水如羅 ~ 눈 같은 모래벌판 緋緞 같은 물결인데
秋盡南湖鴈陣斜 ~ 가을 다한 南湖에 기러기 떼 빗겨 난다.
曲渚向來矰弋少 ~ 元來부터 모래섬에 주살질이 적었기에
蘆花深處好爲家 ~ 갈대꽃 깊은 곳을 집으로 잘 삼는다네.
(106) 水北亭 八景. 6
(孤山松雪 ~: 孤山의 소나무와 눈)
鐵幹虯枝不可攀 ~ 鐵같은 몸통 龍같은 가지 더위잡을 수가 없고
凜然相對敢相干 ~ 마주나 볼 뿐 무서워 敢히 가까이야 하겠는가.
怪來凍雪深如許 ~ 異常하게도 매서운 눈 저리 많이 쌓였는데
應試孤標耐歲寒 ~ 추운 겨울 견뎌내는 節槪 試驗 하나보네.
(107) 水北亭 八景. 7
(馬江煙雨 ~: 白馬江의 이슬비)
五百年間一夢空 ~ 五百 年 그 歲月이 一場의 꿈이런가
苔磯今屬釣魚翁 ~ 이끼 낀 돌 只今은 고기 낚는 令監 것이네.
孤帆隨意往來穩 ~ 제멋대로 오고 가는 외로운 돛단배가
穿入碧波煙雨中 ~ 푸른 물결 가랑비 속을 뚫고서 들어가네.
(108) 水北亭 八景. 8
(溫臺歌管 ~: 溫臺의 笙篁소리)
荒臺遺跡自傷神 ~ 荒廢한 溫臺 遺跡 사람을 슬프게 하고
野草離離幾度春 ~ 野生草만 더부룩한데 몇 해를 보냈던가.
滄海桑田亦閑事 ~ 桑田碧海 그 모두가 속절없는 일이며
東風歌管屬閒民 ~ 봄바람에 笙篁소리도 閑暇한 百姓들 차지로세.
(109) 是非
先事而言 則以爲妖言 ~ 일이 생기기 前에 말을 하면 妖妄한 말이라 하고
當事而言 則以爲諦言 ~ 일에 닥쳐서 말하면 헐뜯는 말이라한다.
論其嬖倖 則以爲誣罔而斥之 ~ 奸邪한 者를 寵愛함을 指摘하면 誣告하여 헐뜯는다고 排斥하고
論其隱慝 則以爲沽直而排之 ~ 감춰진 奸慝함을 論하면 올곧다는 名聲을 사려 한다고 밀친다.
所當是而是之 則以爲非是 ~ 마땅히 옳다할 것을 옳다 하면 그렇치 않다고 하면서
而必以己之所是爲是 ~ 自己가 옳다고 여기는 바를 가지고 옳다고 하고
所當非而非之 則以爲非非 ~ 마땅히 그르다 할 것을 그르다 하면 그른 것이 아니라면서
而必以己之所非爲非 ~ 반드시 自己가 그르다고 생각하는 바를 가지고 그르다 한다.
(110) 時運. 1 (時節 運數)
旣佩我玦 ~ 터진 나의 구슬 차고서
辭此昌朝 ~ 이 朝廷을 下直하노라.
下澤款段 ~ 바퀴통 짧은 수레에 걸음 느린 말로
言稅于郊 ~ 郊外로 나가 쉬어보리라.
桑梓彌望 ~ 故鄕땅 멀리 바라보면
聳壑昂霄 ~ 우뚝한 山 위의 하늘로 치솟아 있다.
井有丹光 ~ 우물에는 丹沙 빛이 있고
園有芝苗 ~ 庭園에는 靈芝 싹이 있어라.
(111) 時運. 2
杖策登原 ~ 지팡이 짚고 언덕에 오르고
臨流斯濯 ~ 물 가에 가서는 씻는다.
曠彼郊墟 ~ 아득히 저 넓은 平野를 보면
盈我游矚 ~ 내 보고 싶은 것 실컷 보노라.
萬鍾匪豐 ~ 萬鐘처럼 많은게 아니라
一瓢亦足 ~ 瓢주박같이 한 모금으로 足하도다.
從吾所好 ~ 나는 내가 좋아하는 길로 가리니
孔顏之樂 ~ 孔子와 顔子가 즐기던 곳으로 가리다.
(112) 時運. 3
毖彼泉水 ~ 졸졸 흐르는 저 물
惟魯之沂 ~ 바로 魯 나라 淇水이어라.
安此田廬 ~ 그 田園에 편히 살면
如客得歸 ~ 나그네 故鄕에 온 것 같아라.
雪月風花 ~ 눈과 달, 바람과 꽃
爲我發揮 ~ 나를 爲해 제 할 일 다하리라.
今人與棄 ~ 只今 사람들이 버려두지만
古人與追 ~ 나는 옛사람 뒤따라 가리라.
(113) 時運. 4
惟海之澨 ~ 바닷가를 찾아가
卜我之廬 ~ 내 집을 마련하리라.
有水漪然 ~ 물 있어 潺潺해지고
有谷窈如 ~ 골짝이 있어 고요하리라.
書堆于壁 ~ 壁에는 書冊 쌓아 두고
酒盈于壺 ~ 甁에는 술 가득 담아 두리라.
良貴在身 ~ 貴한 物件 다 내 몸에 있는데
誰其爭予 ~ 그 누가 있어 나와 다투리오.
(114) 晨興 (새벽에 일어나)
殘夜涼侵簟 ~ 새벽 서늘한 氣運 대자리에 들고
窓虛露氣通 ~ 窓門이 비어 이슬 氣運 스며든다.
四鄰明宿火 ~ 四方의 이웃에 燈불은 밝고
萬井動晨鍾 ~ 마을마다 새벽鐘이 울려온다.
日出疎煙外 ~ 엷게 낀 노을 밖에 해 떠오르고
秋生積雨中 ~ 지루한 장마 끝에 가을이 찾아왔다.
幽棲忘盥櫛 ~ 깊숙이 살다 보니 洗手와 빗질도 잊었는데
客至强爲容 ~ 손님이 찾아와 억지로 丹粧한다.
(115) 野服 (野人 服裝을 하고)
野服黃冠穩稱身 ~ 野人 服裝에 누른 冠이 이리도 몸에 맞을까
杖藜徐步上溪濱 ~ 靑藜杖 짚고 천천히 걸어 냇가를 따라 오른다.
村童莫問何如者 ~ 아이들아 뭐하던 사람이냐 묻지 말라
曾是先朝八座臣 ~ 그래도 先王朝 때는 兩 僕射(복야)에 있었도다.
(116) 夜坐
野藤拖地少人行 ~ 들판 덩굴 땅에 뻗어있고 사람 적은데
露草離離暗水鳴 ~ 젖은 풀숲 茂盛하고 隱隱한 도랑물 소리.
數點踈螢流客幌 ~ 두세 點의 반딧불은 客窓 揮帳으로 날고
一聲寒雁過江城 ~ 외마디 찬 소리 기러기가 江城을 지난다.
孤燈依壁花成暈 ~ 壁에 달린 외로운 燈불이 둥근빛 이루고
小雨經林葉盡驚 ~ 숲 지나는 가랑비에 나무잎도 놀라는구나.
最是殊方膓斷處 ~ 가장 애끊는 일은 他鄕의 이러한 곳
舊遊零落隔平生 ~ 한 平生 옛벗들이 초라하게 떨어져 산다오.
(117) 夜直
煩憂不能寐 ~ 괴롭고 걱정되어 잠 못 이루고
攬衣起周章 ~ 옷자락 걷어잡고 일어나 徘徊하노니.
回廊閴無人 ~ 回廊엔 人跡 없어 고요한데
廣庭月如霜 ~ 넓은 마당에 달빛만 하얗구려.
節物懍將改 ~ 節物은 懍然히 變貌되어 가고
天機亦自忙 ~ 天地造化 또한 스스로 바쁜데
蟲響室生韻 ~ 벌레 소리는 房 안에서 나오고
露泫草騰光 ~ 이슬 방울은 풀잎에 빛을 내누나.
年至老偏侵 ~ 歲月이 가매 늙음만이 侵犯하고
計拙身未防 ~ 計劃 서툴러 몸도 防禦하지 못하네.
徽纆世何隘 ~ 꽁꽁 묶여라 世上 어이 그리 좁은고
悲歡情苦長 ~ 슬프고 기쁜 情 몹시 길기도 해라.
舊交隔川梁 ~ 옛 親舊가 시내 다리 저便에 있어
日夕摧中腸 ~ 밤낮으로 애가 끊어지려 한지라
朔颷從北來 ~ 朔風이 北쪽에서 불어오는데
獨立歌激昂 ~ 홀로 서서 感情 높여 노래하노라.
(118) 旅燈 (旅館의 燈불)
旅館殘燈夜 ~ 燈불 깜박이는 旅館의 밤
孤城細雨秋 ~ 외로운 城에 가랑비 내리는 가을.
思君意不盡 ~ 그대 생각 懇切한데
千里大江流 ~ 千 里 긴 江은 흘러만 간다.
(119) 旅寓江西縣
堂面遙從山面開 ~ 집 앞은 아스라이 山面 따라 트였는데
溪聲和與雨聲來 ~ 시냇소리 빗소리와 어울려서 들려오네.
任看細草封幽逕 ~ 잔디 덮인 오솔길을 閑暇로이 바라보고
思把脩綸下曲臺 ~ 낚싯줄 잡고 굽은 대 내려갈까 생각 하네.
四海風塵猶澒洞 ~ 온 天下에 이는 風塵 오히려 끊임없어
百年懷抱此徘徊 ~ 한 百 年 지닌 懷抱 이곳에서 徘徊 하네.
瀼西雲物今何似 ~ 瀼西의 自然 景致 只今은 어떠한지
魂夢無端夜夜催 ~ 까닭 없이 밤마다 꿈속에 찾아 가네.
(120) 池上 (蓮못가에서)
竹塢還聽瑟 ~ 대나무 둔덕으로 돌아와 거문고 소리 듣고
香燈却對棋 ~ 香내나는 燈불 아래서 바둑 對하네.
山家淸事足 ~ 山속 집의 素朴한 일에 滿足하나니
煮茶又題詩 ~ 茶를 끓이면서 詩 한 首 지어본다.
(121) 閱邵易有感 (邵翁의 周易을 읽고)
一倍乘之作一元 ~ 한 배를 곱하여 一元을 만들어
興亡千古卽朝昏 ~ 千古의 興亡盛衰 아침과 저녁 일과 같구나.
北窓淸晝忘言處 ~ 맑은 낮, 北窓 아래서 말을 잊고 있는 처지
安得堯夫與討論 ~ 어찌하면 堯夫와 함께 討論 한 番 해볼 수 있을까.
(122) 詠事. 1 (世上 일을 읊다)
淚洒壬辰歲 ~ 壬辰年에 눈물 뿌렸는데
魂驚癸丑年 ~ 癸丑年에는 魂魄이 놀래었단다.
浮生有如此 ~ 덧없는 人生 이와 같은데
不死又胡然 ~ 죽지 않음은 또 무슨 일인가.
脚氣春猶重 ~ 脚氣病은 봄에는 더 뻣뻣하고
脾寒夜未眠 ~ 엉덩이 차가워 밤엔 잠 못 이룬다.
殘釭空耿耿 ~ 燈盞불 空然히 깜박거리는데
伴我五更天 ~ 나와 함께 五更의 밤을 親舊한다.
(123) 詠事. 2
丙辰秋九月 ~ 丙辰年 가을인 九月에
名姓再書丹 ~ 이름과 姓 또다시 罪案에 올랐다.
丁巳年人日 ~ 丁巳年 正月 人日 初이렛 날
蒼黃又出關 ~ 遑急하게 다시 關門을 나왔었다.
經來五寒暑 ~ 추위와 더위 다섯 番 거쳐오며
歷盡幾艱難 ~ 몇 가지나 어려운 일 겪었던가.
却笑餘生在 ~ 우습구나, 남은 人生살이
區區寄世間 ~ 쓸모없이 世間에 붙어 있는구나.
(124) 詠事. 3
嫰綠殘紅小院幽 ~ 어린 잎 시든 꽃, 그윽한 작은 뜨락
韶華過盡倩誰留 ~ 華麗한 봄빛 지나가니 누구를 빌려 挽留하나.
年來異地長爲客 ~ 몇 年을 낯선 땅, 긴 歲月에 나그네 되어
老去逢辰秪自然 ~ 늙어가며 만난 歲月에 절로 시름겨워라.
白紙作燈供節戲 ~ 흰 종이로 燈 만들어 明節 놀이 마련하고
靑芹釅醋飾盤羞 ~ 미나리로 김치 담구니 小盤의 飯饌 부끄러워라.
休嫌村巷無佳伴 ~ 시골 마을 좋은 벗 없다고 싫어 마오
且對淸樽到曉籌 ~ 맑은 술盞 마주하고 새벽까지 즐긴다오.
(125) 詠事. 4
昨日一相去 ~ 어제 한 宰相이 떠나더니
今日一相去 ~ 오늘도 한 宰相이 떠나네.
相去亦何關 ~ 宰相이 떠나는 것이 무슨 相關이랴만
但恐言路阻 ~ 두려운 것은 言路가 막히는 것이니.
(126) 詠夕
明月出林表 ~ 밝은 달이 숲 위로 솟아 오르고
暗泉鳴石根 ~ 샘물은 돌뿌리를 치고 흐른다.
磬殘雲外寺 ~ 磬쇠소리 구름너머 절 쪽에서 들리는 듯
砧急崦中村 ~ 다듬이 소리는 저녁마을에서 急하다.
宿鳥尋巢疾 ~ 자려는 새들은 둥지로 急히 돌아오고
流螢帶露飜 ~ 날던 반딧불이는 이슬을 맞는다.
獨吟仍不寐 ~ 혼자 잠못 들었는데
夏影落山門 ~ 벌써 아침노을 山門에 지네.
(127) 詠閒五首 中. 第一首
向來蹤跡任浮沈 ~世上事 그 동안에 되는대로 살아왔지
玉署鑾坡豈素心 ~ 弘文館 禮文館을 누가 平素 바랐던가.
欹枕忽驚殘午夢 ~ 베개 위에서 깜짝 놀라 낮잠을 깨었더니
綠陰深處有啼禽 ~ 綠陰 깊은 곳에 우는 새가 있네 그려.
(128) 詠閒五首 中. 第二首
別院深深簾額垂 ~別院이 깊숙하고 발이 늘 쳐져 있어
閒人無事起常遲 ~ 일 없는 閑暇한 사람 恒常 늦게 일어나지.
山茶躑躅自開落 ~ 冬栢꽃 철쭉꽃이 피든지 지든지는
一任東風盡意吹 ~ 봄바람이 제 뜻대로 불기에 달렸다네.
(129) 詠閒五首 中. 第三首
誰言世路羊腸險 ~ 世上길 險하다고 그 누가 말했던가
我覺胸中夢澤寬 ~ 내 가슴은 夢澤처럼 넓게만 느껴지데
林影滿庭生夕籟 ~ 뜰 가득히 숲 그림자 우우하고 소리내고
半空疏雨對蒼巒 ~ 半空에 비는 내려 푸르른 山 마주본다.
(130) 詠閒五首 中. 第四首
杖屨多時不出城 ~ 城 밖을 나가지 않기 이미 오래되었는데
道人肌骨向來輕 ~ 道人의 살과 뼈는 元來가 가벼운 法.
庭前綠樹濃陰合 ~ 뜰 앞의 나무들 녹음 짙게 어우러져
閒聽山禽自在鳴 ~ 거기 와 우는 山새 소리 閑暇로이 듣는다네.
(131) 詠閒五首 中. 第五首
移山鍊石計還迂 ~ 山 옮기고 바위 갈고 그게 되려 現實과 맞지않고
少日趨營信浪圖 ~ 少年 時節 쫓아다니던 일 그 亦是 헛짓이지.
浮世向來無別事 ~ 뜬 世上 元來부터 別다른 일 뭐 있겠나
等閒眠食是工夫 ~ 먹고 자는 걸 等閑히 여기는 그것이 工夫라네.
(132) 詠懷
淚作竹間血 ~ 눈물은 대나무 사이의 피가 되고
冤歸江上濤 ~ 寃望은 江 위의 波濤로 흘러간다.
悠悠千古恨 ~ 아득한 千古의 恨을
付與左徙騷 ~ 屈原의 離騷曲에 부쳐보리라.
(133) 浣溪沙
曾侍先王香案前 ~ 일찍이 先王을 香案 앞에서 모시고
鑾坡鳳掖幾經年 ~ 朝廷의 要路를 몇 해를 지나왔던가.
玉音長是聽經筵 ~ 임금의 말을 길이 經筵에서 들었는데
鼎水蒼茫龍馭遠 ~ 머나먼 鼎水 길을 임께서 떠나셨다.
喬山何處怨啼鵑 ~ 임금의 幽宅 어느 곳에서 슬피 우는 杜鵑인가
白頭空有淚如泉 ~ 白髮 되어 부질없이 샘물인 듯 눈물 솟는구나.
(134) 龍灣客詠 申欽
九日遼河蘆葉齊 ~ 九月 九日 遼河에 갈댓잎 가지런한데
歸期又滯浿關西 ~ 돌아갈 期約 또다시 浿關 西쪽에 묶였네.
寒沙淅淅邊聲合 ~ 찬 모래 서걱거려 邊方 소리에 合해지고
短日荒荒鴈翅低 ~ 짧은 해 어둑한데 기러기 날갯짓 나직하네.
故國親朋書欲絶 ~ 故國의 親戚과 벗들 書信이 끊길 듯하고
異鄕魂夢路還迷 ~ 他鄕의 꿈속에는 故鄕길이 아련도하다.
愁來更上譙樓望 ~ 시름겨워 다시금 譙樓 올라 바라보니
大漠浮雲易慘悽 ~ 큰 沙漠의 뜬구름에 쉽게도 서글퍼지네.
(135) 牛頭亭
自淸平還 諸門生邀酌於牛頭亭 金察訪敬直與焉 臨別留贈一律) (進退格)
(淸平으로부터 돌아오자 여러 門生이 牛頭亭에서 나를 迎接하여 술자리를 마련하였는데 察訪 金敬直이 함께 參席하였다. 作別하면서 律詩 한 首를 지어주었다)
携酒遠相送 ~ 술자리 벌여 멀리 서로 보내니
牛頭潭上亭 ~ 牛頭山 못가에 솟은 亭子라.
淵源河內學 ~ 程子의 學問을 根源으로 하였고
詩禮濟南生 ~ 詩經과 禮記는 伏生의 生徒이다.
晩水如鷗白 ~ 해질녘 물가 갈매기처럼 하얗고
遙山與眼靑 ~ 먼 山 눈빛 함께 푸르스름해라.
悠悠千古調 ~ 悠久한 千古의 가락으로
留取歲寒情 ~ 추위를 견뎌낸 소나무의 마음 取하네.
(136) 偶成. 1 (偶然히 짓다)
江城南畔旅村孤 ~ 江城의 南쪽 두둑, 외딴 마을 나그네
落日歸鴉尾畢逋 ~ 지는 해에 둥지 찾는 까마귀 꼬리를 친다.
烟樹望迷平野闊 ~ 안개 덮인 숲나무는 아득한데 들판은 넓고
沙河水繞洞門紆 ~ 모래 깔린 냇물은 굽은 洞門 둘러 흐른다.
眼看浮世添雙白 ~ 뜬 구름같은 世上에 바라보니 흰머리는 늘어나고
頭厭華冠戴小烏 ~ 豪奢스런 冠이 싫어 烏紗帽를 쓴다오.
從此漁樵休物色 ~ 只今부터 나뭇꾼 漁夫님들 이 사람 찾지 마소
釣磯田社卽爲徒 ~ 낚시터며 밭고랑, 그곳에 어울리리라.
(137) 偶成. 2
困眠長日寄蒲菴 ~ 그 긴 날들을 움집에 부쳐 잠을 자니
老去踈慵似阮南 ~ 늘그막의 게으름이 阮咸과 비습하구나.
萬事卽今俱是幻 ~ 요즈음의 온갖 일들 모두가 虛無한데
六年於此又何堪 ~ 여기서의 六 年 歲月을 더 以上 어찌 견딜까.
城頭落照催歸鳥 ~ 城 위에 夕陽빛은 둥지 찾는 새 재촉하고
蘋末輕風漾夕藫 ~ 마름 끝의 산들바람 저녁 이끼에 일렁인다.
自笑世間無所用 ~ 우스워라 이 世上에 쓰일 곳 없는 이 몸
頹齡五十更添三 ~ 老衰한 내 나이, 五十에다 다시 三 年이로다.
(138) 偶成. 3
頹齡五十更添三 ~ 老衰한 나이 五十에다 다시 三 年
伎倆如今六月蟾 ~ 그럭저럭 이제는 六月의 두꺼비 身世라.
明世自甘投有北 ~ 밝은 世上 北方 멀리 귀양살이 하고
餘生那復畫無鹽 ~ 남은 人生 어찌 다시 無鹽의 못난 얼굴 丹粧할까.
(無鹽 ~ 齊나라 無鹽 地方에 醜女 鍾離春이 있다는 故事)
道分儒墨心還醒 ~ 儒家와 墨家의 道가 갈라져 마음 또한 깨었고
迹混漁樵物不嫌 ~ 나뭇꾼과 漁夫의 자취 섞여도 사람들이 꺼리지 않는다.
客去野扉渾寂寞 ~ 客 떠난 뒤 들판 사립門이 너무도 寂寞하고
隔簾微雨下纖纖 ~ 珠簾 밖의 가랑비는 부슬부슬 내리는구나.
(139) 雨餘 (비 내린 뒤)
雨餘簾幕透輕寒 ~ 비 내린 뒤라 가벼운 추위가 발을 뚫고
軟柳嬌花未破顔 ~ 軟한 버들 예쁜 꽃들은 아직도 활짝 피지 못했다.
倦倚屛山成悵望 ~ 슬그머니 屛風 기대니 悵望해지는데
一年春恨鏡中看 ~ 一 年의 봄의 怨望이 거울 속에 보이는구나.
(140) 雨後. 1
雨送亭臺靜 ~ 비 지나가니 樓臺 고요하고
風涵枕簟涼 ~ 바람 불어 잠자리가 서늘하다.
蔫紅留晩艶 ~ 시든 꽃에 철늦은 아름다움 남아있고
密樹動新芳 ~ 빽빽한 숲엔 새로운 香氣 풍기는구나.
象外身心遠 ~ 몸과 마음은 形象 밖에 아득하고
區中歲月忙 ~ 天地間에 歲月은 바쁘기만 하도다.
幽襟誰可語 ~ 그윽한 懷抱를 뉘에게 말할 수 있을까
淸夢落江鄕 ~ 맑은 꿈은 江마을로 떨어진다.
(142) 雨後. 2
山郭初晴後 ~ 山 城郭에 비 막 개인 뒤
幽居正掩關 ~ 그윽한 집에 只今 門 닫았노라.
殘虹斜度漢 ~ 무지개는 銀河水 가로지르고
淺溜曲成灣 ~ 얕은 물은 물굽이를 이뤘도다.
倦鳥尋巢早 ~ 疲困한 새는 일찍 둥지를 찾고
歸雲出壑閑 ~ 돌아오는 구름은 閑暇히 골짝을 나온다.
沈吟有餘意 ~ 말 밖의 뜻을 노래하는데
落日下孱顔 ~ 夕陽은 險峻한 山마루를 내려온다.
(143) 雨後. 3
雨歇閑庭草色齊 ~ 비 개인 조용한 뜰이 온통 풀빛인데
綠萍深處亂蛙啼 ~ 浮萍草 우거진 곳에 개구리 소리 어지러워라.
無端亭午田園夢 ~ 無端히 한낮의 亭子에서 꾼 田園의 꿈
正逐漁舠過故溪 ~ 바로 고깃배 따라 낯익은 시내를 지나가노라.
(144) 雨後 . 4
三日陰霖一日晴 ~ 사흘을 끌던 장마 하루에 개이니
淸平山色見分明 ~ 淸平山 山빛 鮮明하게 보이네.
南窓宴坐無塵鬧 ~ 南쪽 窓문 아래 앉으니 世上 시끄러움 없어
閒聽空林落葉聲 ~ 빈 숲 落葉 소리 閑暇로이 들리네.
(145) 雨後坐軍器寺池閭
(비 내린 뒤 軍器寺 池閭에 앉아서)
一雨中宵漲綠池 ~ 한 밤中 한 줄기 비에 푸른 못물 불어
荷花荷葉正參差 ~ 蓮꽃과 蓮잎들이 한참 들쭉날쭉 하구나.
元央定向花間宿 ~ 저 꽃 사이에 鴛鴦새 자고 있단다
分付西風且莫吹 ~付託하노니 제발 西風아 불지를 말아라.
(146) 雨後坐草亭
(비 온 뒤에 草亭에 앉아서)
峽裏逢連雨 ~ 山골짜기 장마비 맞났다가
初晴麗景新 ~ 하늘 개니 고운 景致 새롭구나.
江平鷗出戱 ~ 江은 潺潺한데 갈매기 놀고
山靜鹿來馴 ~ 山 고요한데 사슴 와서 길든다.
草合誰開徑 ~ 풀은 가득한데 누가 길을 열어
苔深欲上茵 ~ 이끼는 짙어 자리로 올라올 듯하다.
僮兒翻解事 ~ 종 아이는 도리어 事理를 알아
把釣下溪濱 ~ 낚시 들고 시냇가로 내려가는구나.
(147) 寓興
軒冕何關己 ~ 벼슬이 나에게 무슨 關係 있나
琴書久委懷 ~ 거문고와 冊을 버린 지 오래로다.
道玄知物化 ~ 道가 깊어 事物의 變化를 알고
心靜與時乖 ~ 마음 고요하니 時代와 어긋나는구나
樹影迎風亂 ~ 나무 그림자 바람 맞아 흔들리고
山容過雨佳 ~ 山 貌樣은 비 지난 뒤 아름답구나.
閑居足幽致 ~ 閑暇한 삶에 그윽한 興致에 滿足하니
休恠外形骸 ~ 世上事 超越함을 怪異 여기지 말어라.
(148) 元央曲
飛來飛去兩鴛鴦 ~ 오가며 날아가는 鴛鴦 한 雙
共向荷花深處藏 ~ 깊숙한 蓮꽃 찾아 함께 숨는구나.
何事橫塘浦口望 ~ 무슨 일로 橫塘 浦口 바라보며
年年長是怨檀郞 ~ 그리운 임을 해마다 怨望 하는가.
(149) 月夜出溪上 (달밤에 시냇가에 앉아)
寒葉落如雨 ~ 차가운 나뭇잎은 비따라 떨어지고
朔風來似潮 ~ 朔風은 물밀 듯 불어온다.
扶笻獨出戶 ~ 短杖 짚고 홀로 집을 나서니
明月過溪橋 ~ 明月이 시내 다리를 지난다.
(150) 慰禮城
舊國自多感 ~ 옛나라 절로 느낌 짙은데
東風慰禮墟 ~ 慰禮城 옛터에 봄바람 부네.
興亡從古事 ~ 興亡은 옛일 따르고
壘壁已全墟 ~ 城壁은 이미 全部 廢墟가 되었네.
路入官橋細 ~ 들어가는 길에 다리도 좁고
烟稀野店疎 ~ 안개는 어리어 酒幕도 드물구나.
靑山連一髮 ~ 푸른 山은 하나로 이어져서
南望是扶餘 ~ 南쪽을 바라보니 바로 扶餘 인것을.
(151) 有人來見勉以世道
(어떤이가 찾아와 世上 길에 힘써 달라하여)
羊腸九折總危途 ~ 羊腸九折 世上길은 모두가 危險한 길
不早知幾哲亦愚 ~ 그 幾微를 모르면 밝은 者도 어리석어진다.
生在偏荒時又晩 ~ 외진 邊方 나라에 태어나 時代 또한 늦어서
官雖通貴跡常孤 ~ 벼슬이야 尊貴해도 자취는 恒常 외로워라.
誰將經濟勤相許 ~ 經國濟世의 才주라 누가 나를 許諾했나
唯有耕漁足可娛 ~ 밭갈이며 고기잡이 足히 즐길 만하도다.
昨夜滄浪歸夢遠 ~ 어젯밤 푸른 물결 가로 돌아간 꿈속에는
白鷗飛處長菰蒲 ~ 갈매기 나는 곳 물풀이 길에 자랐도다.
(152) 有狐行 (여우를 읊은 노래)
有狐在山中 ~ 여우가 山中에 있어
夜戴人髑髏 ~ 밤이면 사람의 骸骨을 머리에 이고
再拜祈北斗 ~ 두 番 절하고 北斗星에 祈禱하여
化作人形侔 ~ 사람의 形像과 똑같이 變化해서
木葉以爲衣 ~ 나뭇잎으로 저고리를 만들고
野草以爲裳 ~ 풀잎으로 치마를 만들어 입고서
徘徊向明月 ~ 밝은 달을 向해 어슬렁거리고
艶態嬌春陽 ~ 妖艶한 모습으로 봄볕에 嬌態를 짓네.
路逢少年子 ~ 그러다가 길에서 少年을 만나면
掩袂生百媚 ~ 소매로 얼굴 가리고 온갖 아양 떨며
携手入洞房 ~ 손을 잡고 깊은 房으로 들어가
流蘇金帳閟 ~ 술 달린 金 帳幕을 둘러치고는
自言得好逑 ~ 스스로 좋은 配匹 얻었다 말하고
密誓同心結 ~ 서로 사랑하길 秘密히 盟誓하네.
那知西鄰老 ~ 그러나 어찌 알랴 西쪽의 늙은이가
道籙人天徹 ~ 道籙으로 天人의 理致 通達하여
口呪一角符 ~ 입으로 한 張의 符籍을 외어
遽使眞形睹 ~ 문득 여우의 참모습 드러나게 해서
須臾身首分 ~ 暫間 사이에 두 동강을 내어
永辟妖物蠱 ~ 妖物의 解毒을 길이 除去 하기를.
(153) 以耳病辭西淸居閑聞朝廷有大拜
(귓病으로 西淸을 물러나 閑暇시 사는 데 政丞을 除授 받고)
閑園坏蟄養幽姿 ~ 閑暇한 언덕에 蟄居하며 高尙한 氣風 기르려니
小簟方床靜者宜 ~ 작은 대자리 四角 平床이 조용한 사람 適合하여라.
耳不聞聲難就列 ~ 귀는 所聞 듣지 못해 隊列에 끼기 어려우나
心能辦物解傷時 ~ 마음으로 事物 判別하니 世態 슬퍼하게 되는구나.
朝廷今日卜新相 ~ 朝廷에선 요즈음 새 政丞을 가려 뽑으니
喪亂十年思舊治 ~ 十 年 混亂 겪은 뒤에 옛날 다스림 推求하는구나.
但使政淸而俗美 ~ 政治가 맑고 風俗 또한 아름답게 한다면
此生含哺更何爲 ~ 이 生涯에 含哺鼓腹 외에 다시 무얼 더하리오.
(154) 人生百年
百年何醜好 ~ 百 年 동안 좋고 나쁜게 무엇이랴
過去皆陳迹 ~ 지나가면 모두가 지난 이야기되리라.
是非旣已淆 ~ 是非가 이미 서로 混亂스러워도
曲直誰能擇 ~ 바르고 그릇됨을 누가 가려낼 수 있나.
軒冕卽泥塗 ~ 벼슬살이가 곧 진흙길과 같아
三木也非辱 ~ 刑罰을 받아도 辱될 것 아니라오.
歸來田里間 ~ 시골로 돌아와서
閉戶恒處獨 ~ 門 닫아걸고 恒常 혼자 살아가노라.
一飽更何求 ~ 한 番 배부르매 다시 무얼 바라며
休論君與牧 ~ 임금이나 牧民官을 論하지 말거라.
春來且力田 ~ 봄이 오면 또 農事에 힘써서
牢守愚公谷 ~ 愚公의 골짜기처럼 굳게 지켜살리라.
(155) 人生三樂
閉門閱會心書 ~ 門을 닫고 마음에 드는 冊들을 읽는 것
閉門迎會心客 ~ 門을 열고 마음에 맞는 사람들을 맞나는 것
出門尋會心境 ~ 門을 나서 마음에 드는 景致들을 찾아가는 것
此乃人間三樂 ~ 이것이 사람의 삶에 세가지 樂이 아닐런지.
(156) 人有來賀余拜京兆尹者詩以言志
(京兆尹 된 것을 祝賀여 詩로써 마음을 말하다)
浮世功名不直錢 ~ 덧없는 世上 功名 돈으로 값하지 않으니
侍郞京兆亦徒然 ~ 侍郞과 京兆尹 벼슬도 또한 헛된 일이라네.
何時湖海尋初服 ~ 어느 때나 自然에 뭇혀 처음 마음 대로
煙雨灣頭理釣船 ~ 안개비 자욱한 물가에서 낚시배를 손질할까.
(157) 林畔館戲贈宋仁叟
(林畔館에서 장난삼아 宋仁叟에게)
煙雨濛濛纈晩霞 ~ 자욱한 이슬비는 저녁놀에 繡를 놓고
東風十里柳絲斜 ~ 十 里 봄바람에 垂楊버들 휘늘어졌도다.
河陽一縣春無限 ~ 河陽 땅 한 고을이 온통 봄이련만
偏愛階前荳蔲花 ~ 뜰 앞의 荳蔲꽃을 特別히 좋아하노라.
(158) 壬辰亂後到平壤 (壬辰亂 後 平壤에 와서)
漠漠箕城草 ~ 아득한 平壤城의
草野
春來動客愁 ~ 봄날 나그네 愁心이 인다.
繁華問無處 ~ 그 繁華했던 일들 물을 곳 없어
獨上仲宣樓 ~ 홀로 仲宣樓에 올라본다.
(159) 雜詩
達士志寥廓 ~ 賢達한 선비는 뜻이 크고 執着이 없어
所在厭坌塵 ~ 어디서나 風塵俗態를 싫어하네.
唯有淸平山 ~ 오직 淸平山이 있으니
煙霞伴我身 ~ 이 곳 안개와 노을이 내 벗이 되어주네.
舒嘯步南澗 ~ 조용히 읊조리며 南쪽 물길 따라 걷노라면
禽魚自來親 ~ 새와 물고기가 親近하게 다가오네.
呼童理遊屐 ~ 童子 불러 遊覽行裝 챙기게 하고
釅酒邀西鄰 ~ 진한 술로 西쪽 이웃 招待하였네.
長懷千古事 ~ 千古의 일 오래 생각해보니
念之如隔晨 ~ 마치 엊그제처럼 생각되네.
窅然超獨立 ~ 멍하게 혼자 서 있노라면
皥皥羲農人 ~ 바로 伏羲 神農 때 사람이라네.
(160) 長相思.1 (오래도록 그리워하네)
風滿山月滿山 ~ 바람도 山에 가득 달빛도 山에 가득
星斗蒼茫更漏䦨 ~ 별들은 초롱하고 밤도 늦었기에
幽愁空掩關 ~ 남몰래 시름하며 門을 닫는다.
路漫漫意漫漫 ~ 길은 멀고 생각도 끝없는데
隴水東西何日還 ~ 隴水 東쪽인가 西쪽인가 어느 때나 오려나
長憐雙鬢斑 ~ 兩 귀밑머리 희어져 길이 可憐하다.
(161) 長相思. 2
氷塞河雪塞 ~ 얼음 물 막고 눈 邊方을 막아
舊恨新愁添歲華 ~ 묵은 恨은 새로운 시름에 歲月만 간다.
相思天一涯 ~ 하늘 한 쪽에서 서로 그리워하며
別路賖歸路賖 ~ 離別의 길은 멀고 돌아올 길도 멀도다.
世事紛紛莫浪嗟 ~ 紛紛한 世上事 함부로 슬퍼하지 말라
人情同逝波 ~ 人情이란 흘러가는 물결과 같은 것이니라.
(162) 長松標
春來不如色 ~ 봄 와도 그 빛 더하지 않고
寒至不투色 ~ 겨울 되도 그 빛 바래지 않네.
從他長風饕 ~ 바람이 몰아치면 흔들려 주고
(饕. 貪할 도)
任地飛雪白 ~ 흰 눈 흩날려도 내맡겨두네.
(163) 將進酒
今日非昨日 ~ 오늘이 어제가 아니요
今年非去年 ~ 올해가 지난해가 아닌지라.
君看明鏡裏 ~ 그대는 거울을 들여다 보게
素髮無由玄 ~ 흰 머리 검어질 길 없다네.
牀頭金屈巵 ~ 寢牀 머리 金술盞에서는
有酒如流川 ~ 술이 냇물같이 흘러나오고
堂中窈窕人 ~ 房 안의 얌전한 아가씨는
有色如花姸 ~ 얼굴이 꽃같이 예쁘다오.
此夕不肯飮 ~ 오늘 밤에 즐겨 안 마시면
明朝應悵然 ~ 來日 아침에 應當 허전하리라.
道傍朱戶宅 ~ 큰길 가 權勢 있는 집들은
行馬施門前 ~ 行馬를 門前에 베풀어두고
當時將與相 ~ 當時에는 將帥나 宰相들이
翕赫俱機權 ~ 다 盛大히 權勢를 떨쳤건만
如今安在哉 ~ 只今은 그들이 어디 있는고
飄風過耳邊 ~ 飄風만 귓가를 스칠 뿐이요
壠上石麒麟 ~ 무덤가엔 碑石도 있건마는
秋草埋荒阡 ~ 가을 풀에 무덤이 묻혀버렸네.
所以將進酒 ~ 이 때문에 將次 술을 마시어
日日同醉眠 ~ 날로 함께 醉하고자 하노라.
(164) 田家謠 (農家의 노래)
月高高田熟 ~ 달이 높으면, 높은 밭이 豊年들고
月低低田穰 ~ 달이 낮으면 낮은 밭이 豊年든다네.
今年占新月 ~ 今年에, 새 달을 占쳐보니
高低無不當 ~ 높고 낮은 밭이 모두 豊年들 兆斟이네.
翁婦喜且慶 ~ 媤아비와 며느리, 기뻐서 祝賀하고
蹈舞迎休祥 ~ 덩실덩실 춤추며 吉祥을 맞이한다네.
亥日燻豕喙 ~ 亥日에는 돼지 주둥이 태우고
子日焚鼠腸 ~ 子日에는 쥐의 창자를 태워버린다네.
芒苗袪螟蠹 ~ 벼 보리 싹에서 害蟲을 除去하고
場圃除災殃 ~ 打作 마당에 災殃을 물리친다네.
汚邪與甌窶 ~ 논밭에서 收穫한 것을 단지에 담고
五穀盈倉箱 ~ 五穀을 倉庫에 가득채우도다.
滿腹志願畢 ~ 배 불리고 싶은 所願이 이루어지니
身外莫思量 ~ 몸 생각하는 것 밖에 더 생각할게 없다네.
(165) 靜居
一室頗幽靜 ~ 한 집이 자못 깊숙하고 고요하며
圖書愜素心 ~ 冊들이 내 마음에 洽足하노니
漸與俗人遠 ~ 俗人들과는 漸次 서로 멀어지고
自無塵事侵 ~ 世俗 일은 절로 侵犯하지 않네.
明月夜臨戶 ~ 밝은 달은 밤에 門을 비추고
淸風來爽襟 ~ 맑은 바람은 가슴을 시원케 하니
不須悲濁世 ~ 混濁한 世上을 슬퍼할 것 없고
翻喜少知音 ~ 도리어 알아줄 이 적음이 기쁘구나.
(166) 征婦詞. 1 (征婦의 노래)
滿天霜色鎻簾鉤 ~ 하늘 가득 찬 서리 빛에 門짝을 걸어두고
唱徹涼州曲未休 ~ 쉬지 않고 離別의 涼州曲을 소리 내어 부른다.
明月樓中人自老 ~ 明月樓 속에서 사람은 늙어가고
夢魂空記大刀頭 ~ 꿈속의 넋은 부질없이 돌아올 날만 세고 있다.
(167) 征婦詞. 2
西興江上雨留人 ~ 西興江 위에서 궂은 비 사람을 잡아두니
半夜篝燈語笑親 ~ 한밤에 호롱불 켜고 웃고 속삭이며 親하구나.
莫向東風誤歸約 ~ 봄바람 向해 돌아온다는 約束 어기지 마오
畵橈先待小姑津 ~ 小姑 나루터에 거룻배 대고 먼저 기다리리라.
(168) 停雲 .1 (亭子에 머무는 구름)
烈烈其風 ~ 매서운 그 바람
曀曀其雨 ~ 陰散한 그 비로다.
瞻彼同好 ~ 좋아하는 그 사람 바라보니
山河重阻 ~ 山과 바다가 二重으로 가로막는다.
我有絲桐 ~ 나에게 거문고가 있지만
誰與共撫 ~ 그 누구와 함께 어루만질까.
日居月諸 ~ 속절없이 흘러가는 歲月앞에
矯首以佇 ~ 머리 들고 우두커니 서 있도다.
(169) 停雲. 2
惟風其烈 ~ 바람 저리도 매섭고
惟雨其濛 ~ 비마저 부슬부슬 내린다.
豈不爾思 ~ 어찌 그대를 생각지 않을까만
漭彼湖江 ~ 넓은 저 江과 湖水 있도다.
載笑載歌 ~ 웃기도하고 노래도 부르며
悵望軒窓 ~ 恨스럽게 窓을 바라본다.
犧農旣遠 ~ 伏羲 神農氏 이미 世上과 멀어
吾誰適從 ~ 내 將次 뉘를 따라라야하나.
(170) 停雲. 3
煌煌崇蘭 ~ 쑥쑥 자란 빛나는 蘭草
逢春則榮 ~ 봄을 만나면 꽃이 滿發한다.
偭此芳草 ~ 이곳 芳草도
亦有微情 ~ 亦是 자그마한 情이 있어라.
薄言掇之 ~ 그를 엷게 뜯어서
寄彼遠征 ~ 멀리 떠나간 그 사람에게 보낸다.
人之何爲 ~ 사람들은 무슨 까닭으로
與憂俱生 ~ 걱정과 함께 살아가는 것일까.
(171) 停雲. 4
條風旣暢 ~ 北東風은 이미 和暢히 불고
木無醜柯 ~ 나무에는 醜한 가지가 없어라.
群蠢俱動 ~ 온갖 生命들은 꿈틀거리고
一氣同和 ~ 같은 氣運 받아 함께 華奢하다.
伊我有懷 ~ 내가 간직한 마음 속 생각
願言則多 ~ 말로 하자면 많기만 하여라.
酌彼樽醪 ~ 저 술동이의 막걸리 실컷 마시고
惟醉無何 ~ 世上天地 모르게 醉해나 보리라.
(172) 題歌詞後 (歌詞를 읽은 後 짓다)
白首孤蹤寄薛蘿 ~ 흰 머리 외로운 蹤跡 薜蘿에 부쳐
傷心一曲浣溪莎 ~ 浣溪莎 한 曲調에 마음이 슬퍼진다.
世間定有多情者 ~ 世上에는 참으로 情 많은 것 있나니
試向樽前且放歌 ~ 술독 앞에 다가가 노래를 불러본다.
(173) 題甲山厚峙嶺上莫恨之他洞
(甲山 厚峙嶺 위의 莫恨之他洞을 읊다)
傷心莫恨之他洞 ~ 他洞 가는것 恨치 말라는 그 맘이 아프고
松檜陰陰白日沈 ~ 소나무 노송나무에 대낮이 沈沈하다.
一百八盤君記取 ~ 一百 여덟 굽이를 그대여 記憶하게나
塞雲關雨自霑襟 ~ 邊境의 구름비에 저절로 옷깃 젖는다.
(174) 題軍器寺大廳 (軍器寺의 大廳에 적다)
那知闤闠裏 ~ 어찌 알았으랴 이 都會地에
有此地偏幽 ~ 이처럼 구석진 땅이 있었다니.
平把山川勢 ~ 平平함은 山川의 形勢 끌어오고
淸涵草樹秋 ~ 淸凉함은 草木의 가을을 담았구나.
細香飄菡萏 ~ 隱隱한 香氣 蓮꽃에서 풍겨
微雨濕簾鉤 ~ 가랑비는 珠簾 고리를 적신다.
老去少心賞 ~ 늙어감에 마음으로 感賞함이 적어
登臨聊散愁 ~ 大廳에 오르니 애오라지 시름이 흩어진다.
(175) 題壁. 1 (壁에 쓰다)
行年四十九年非 ~ 나이 마흔하고 또 아홉 나던 해
始覺天機是道機 ~ 타고난 才주 바로 道를 담을 才주임을 처음 깨달았다.
脫盡世緣消盡累 ~ 世上 因緣 모두 털고 거리낌 다 없애고
萬山紅綠掩重扉 ~ 萬 山 붉고 푸를 때에 사립門을 닫고 살리라.
(176) 題壁. 2
池荷紅褪露翻叢 ~ 蓮못의 붉은 蓮꽃 바래고 떨기는 뒤집혀
昨夜西風撼井桐 ~ 어젯밤에 갈바람이 우물가 梧桐나무 흔들었네.
禪客入秋無氣息 ~ 가을 맞은 禪客들이 숨도 죽인 채
不曾三笑過溪東 ~ 意氣投合하여 개울 지나친 일 없었도다.
(177) 題扇畫 (부채그림을 읊다)
暮鼓晨鍾吾已老 ~ 저녁북 새벽鐘 나는 이미 늙어
芒鞋竹杖爾何閒 ~ 짚신에 竹杖 짚고 너는 어찌 閑暇한가
平坡古樹蒼茫遠 ~ 平平한 旅庵 아득히 먼데
興入孤鴻滅沒間 ~ 보일락말락 날아가는 기러기가 興겨웁구나.
(178) 題西湖志後 (西湖志의 뒷面에 적다)
錢塘淸賞世間無 ~ 錢塘 땅의 맑은 景致 世上에 다시 없어
南北高峯裏外湖 ~ 南과 北은 높은 山봉우리 속이고 겉은 湖水로다.
安得來生作湖長 ~ 어찌하면 내 生에 西湖의 長이 되어서
放遊如白又如蘇 ~ 李太白과 蘇東坡처럼 마음껏 놀아볼 수 있을까.
(179) 題旅庵 (旅庵 草家에 題하여)
東來三載賃人廬 ~ 東쪽으로 와 三 年 동안을 남의 農幕에 세들어
新結茅茨賦卜居 ~ 새로 草家집 엮어서 移徙를 함을 노래하노라.
小砌故當簷霤曲 ~ 작은 섬돌은 落水지게 둥글게 만들고
踈籬巧補藥蘭虛 ~ 성근 울타리는 올망쫄망 藥草와 蘭草를 심어 메꾸었다.
風塵傲骨窮猶健 ~ 風塵을 다 견딘 뼈대는 窮塞함에도 굳세고
湖海豪情老未除 ~ 湖水와 바다 같은 浩放한 氣運 늙어서도 如前하도다.
莫道旅庵如斗大 ~ 내 旅庵 草家집이 말(斗)만하다고 비웃지 마오
有時噓氣塞堪輿 ~ 때때로 뿜는 氣運이 天地를 메우느니라.
(180) 朝望海門
(아침에 바다 어귀를 바라보며)
草綠沙長洲渚幽 ~ 풀 푸른 白沙場 길고 모래톱은 그윽한데
乍憑江檻遣閒愁 ~ 江가 欄干 暫時 기대어 시름에 잠긴다.
海門初日潮頭迅 ~ 바다 어귀에 해가 뜨자 밀물이 거세어
穩送龍驤萬斛舟 ~ 龍驤將軍 몰래 보내어 큰 배 보내겠도다.
(181) 早朝
鳳城霞色正微冥 ~ 鳳城의 노을빛 어두컴컴한데
阿馬翩翩趁曉星 ~ 말 몰아 부지런히 새벽길 달려간다.
內裏定應宣召急 ~ 大闕에서 부르심 얼마나 急했던지
中官催鑰啓嚴扃 ~ 中官이 열쇠를 재촉하여 門 열게한다.
(182) 早秋遠眺 (초가을에 먼 風景)
曉來秋色集林皐 ~ 새벽녘에 가을빛은 숲과 언덕에 짙고
雨洗遙岑氣勢豪 ~ 비에 씻긴 먼 山봉우리 氣像이 豪放하도다.
更有澄湖千萬頃 ~ 거기다 맑은 湖水는 千萬 頃이나 되니
此間唯合着吾曹 ~ 여곳은 우리들이 살기에 適當하리라.
(183) 早春用高常侍九日韻
閉戶無心管歲華 ~ 門을 닫고 가는 歲月 따져볼 마음 없는데
東風又是一番花 ~ 또 다시 한 番의 봄바람에 꽃은 피었다네.
每憐四美常難並 ~ 四美 恒常 兼하기 어려움이 서글프니
縱得千年亦有涯 ~ 千 年까지 산다 해도 끝이 또한 있고 말고.
偶闢書巢消寂寞 ~ 書室에 어쩌다 앉아 寂寞함을 삭히고
暫開山逕任橫斜 ~ 山길 暫時 열었으나 뻗은 대로 놓아둘 뿐.
翛然不盡端居趣 ~ 閑暇한 生活 興趣가 悠悠自適한데
坐到煙林鬧夕鴉 ~ 안개 숲 저녁 까마귀 떠들 때까지 앉았어라.
(184) 舟中
客行何日到長安 ~ 나그네 行次 어느 날에나 長安에 닿을지
豺虎縱橫道里難 ~ 범과 승냥이 들끓어 길 가기도 어렵도다.
明月孤篷無限意 ~ 밝은 달 외로운 배에 실은 無限한 뜻
夜深風露遡危灘 ~ 깊은 밤 이슬 속에 險한 여울 거슬러 간다.
(185) 重陽日冐雨到鐵山
(重陽節에 비 맞으며 鐵山으로 가다)
風雨重陽度塞門 ~ 비바람 치는 重陽日에 國境을 지나노니
海天鼙鼓正銷魂 ~ 바다 하늘 뒤흔드는 북소리 넋 빼았는다.
烏蠻此去三千里 ~ 여기에서 烏蠻 여울까지 三千 里 距離인데
環珮何時近帝閽 ~ 어느 때나 佩玉 차고 皇帝 계신 곳 다가갈까.
(186) 卽事. 1 (卽興的으로 짓다)
暖日薰楊柳 ~ 따사로운 햇살에 버드나무 茂盛하고
光風轉水濱 ~ 和暢한 봄날의 바람은 물가를 스치는구나.
嚴程偸少暇 ~ 빡빡한 日程 속에 작은 틈을 내어
野次會同人 ~ 들판의 모임에 親舊들과 모였도다.
別酒難成醉 ~ 離別의 술이라 醉하기 어려워
春愁易損神 ~ 봄날 시름에 쉽게 마음이 傷하는구나.
百年空擾擾 ~ 百 年이 부질없이 어지러우니
何處是閑身 ~ 어느 곳이 이 몸이 閑暇히 살 곳인가.
(187) 卽事. 2
玉漏聲稀星漢微 ~ 물時計 소리 드물고 銀河水빛도 흐릿하고
小堂幽絶意多違 ~ 고요하고 閑寂한 집에 여의찮은 일도 많구나.
西林風雨夜如漆 ~ 西쪽 숲에 비바람 치고 밤은 漆黑처럼 어두워
露草時看螢火飛 ~ 이슬 내린 풀밭에서 반딧불 나는 것을 때로 본다.
(188) 贈妓 (妓生에게 주는 글)
相思在雲端 ~ 그리운 내 님은 구름 끝에 계신가 魂夢遙能越 ~ 꿈 속에서나 건너가볼까.
落葉下西風 ~ 西風 부니 落葉도 지고
空庭望新月 ~ 빈 뜰에서 떠오르는 달만 보네.
(189) 贈別芝峯 (親舊 李睟光과 離別하며 줌)
世間萬事竟奚有 ~ 이 世上의 모든 것은 마침내 무엇이 있나
海內百年唯我曹 ~ 百 年 人生 이 땅 위에 우리들뿐이네.
九鼎何曾異瓦釜 ~ 九鼎이 어찌 甕器와 다를쏘냐
泰山本自同秋毫 ~ 泰山은 본디 가을 터럭과 같은 것을.
新陽曖曖韶華嫩 ~ 싱그러운 새봄이라 봄빛은 아른거리는데
遠客悠悠行色勞 ~ 먼 길 가는 나그네 行色이 고달프네.
握手出門倍惆悵 ~ 손잡고 門을 나서니 더욱 쓸쓸한데
茫茫漢水春波高 ~ 茫茫한 漢江 물은 봄 물결이 높게 인다.
(190) 贈連上人 (連上人에게)
秋意日蕭索 ~ 가을 마음 날로 쓸쓸해지고
閑愁憑夕櫺 ~ 閑寂한 시름에 저녁 窓에 기대노라
滿空飛雨白 ~ 하늘 가득히 소나기 내리고
斜照半山靑 ~ 夕陽빛에 靑山은 折半이 어둑하다
偶値彌天釋 ~ 偶然히 高僧을 만나
同看見葉經 ~ 함께 佛經을 보았도다.
心齋吾亦久 ~ 나도 마음을 비운 지 오래되어
磵戶晝猶扃 ~ 山골 집 門을 낮에도 닫습니다.
(191) 贈草軒上人 (草軒 스님에게 주다)
於世百無味 ~ 世上事 모든 것이 재미가 없어
逢僧時啓襟 ~ 스님 만나 가끔씩 胸襟을 연다.
此身元似寄 ~ 이 몸에 마음 붙여 사는 듯한데
外物復來侵 ~ 外物이 다시 와서 侵犯 하는구나.
煩惱非關境 ~ 煩惱는 本來 境界가 없나니
圓融本在心 ~ 融和는 本디부터 마음속에 있도다.
何年一丈室 ~ 어느 해 조그마한 하나의 골방에서
與爾共禪林 ~ 너와 사신 일을 함께해 볼까.
(192) 次金沙溪連山別業韻. 1
(金 沙溪의 “連山別業” 韻을 빌어)
投紱歸來結野亭 ~ 벼슬 버리고 돌아와서 들 亭子를 지으니
暮年生活是雙淸 ~ 老年 生活이 바로 마음과 일이 다 깨끗하다.
從今不管人間事 ~ 이제부터 人間事는 干涉 하지 아니하고
唯對村農校雨晴 ~ 시골 農事꾼과 마주앉아 날씨나 살피련다.
(193) 次金沙溪連山別業韻. 2
尋幽多上水心亭 ~ 조용한 곳 찾아 물 속 亭子에 자주 올라
雲影天光一樣淸 ~ 구름 빛 하늘 빛이 하나같이 맑구나.
試棹小舟沙渚泊 ~ 작은 배 노를 저어 모래톱에 대니
映林疏雨未全晴 ~ 숲에 비친 가랑비가 全部 개지는 않았구나.
(194) 次南窓韻 (南窓의 韻을 빌어)
追隨却憶數年間 ~ 몇 해 동안 따른 지난 일들 回想하니
陳迹如今一夢殘 ~ 묵은 痕跡 오늘에는 한마당 꿈이어라.
身老漸思歸淨界 ~ 몸 늙어 차츰 隱居로 돌아갈 일 생각하니
時危那復戀高官 ~ 危殆한 時節에, 어찌 높은 벼슬에 戀戀하리오.
春來烟月無人共 ~ 봄날의 안개와 달 함께 즐길 사람 하나 없어
曲裏峨洋漫自彈 ~ 가락 속의 友情의 노래 부질없이 내가 타본다.
樽酒相迎知不遠 ~ 동이 술로 맞이할 날 그리 멀지 않으니
終南山色與君看 ~ 終南山의 山色을 그대와 함께 바라보리라.
(195) 次盧蘇齋松湖堂韻贈白善鳴
(盧蘇齋의 “松湖堂” 韻을 빌어 白善明에게 주다)
傾蓋何須早 ~ 처음 만날 일 어찌 그리 서둘까
相忘道術親 ~ 道의 世界에서 사귐을 잊었구나.
幽棲君得所 ~ 隱居하는 그대는 자리를 얻고
迷路我知津 ~ 迷路에서 나는 나루터를 아노라.
江館當春暮 ~ 江가 館舍에서 늦봄 맞았었는데
林花過雨新 ~ 숲 속의 꽃은 비 지나자 산뜻하구나.
休歌遠遊曲 ~ 遠遊曲 슬픈 노래 부르지 말라
此別解愁人 ~ 이番 離別에 근심을 알겠노라.
(196) 次東陽韻. 1
(아들 東陽의 韻을 次韻하여).
人情閱盡幾炎凉 ~ 變化無雙 世上 人情 겪을대로 겪었는데
鳧鶴何須較短長 ~ 오리와 鶴의 다리 長短을 어찌 比較하랴.
明鏡不堪悲白髮 ~ 거울 속의 白髮을 슬퍼할 게 없나니
丹爐那得住靑陽 ~ 丹藥 火爐 그 어찌 靑春을 멈추게 하리.
滄浪有夢尋鷗鷺 ~ 滄浪의 해오라기 찾아가는 꿈을 꾸니
朝著無心齒俊良 ~ 朝廷의 俊傑 속에 끼일 마음이 없지.
病起又逢連夜雨 ~ 病席에서 일어나 간밤 비를 또 만나
落花芳草惱愁腸 ~ 지는 꽃잎 香그런 풀에 애肝腸 탄다.
(197) 次東陽韻. 2
與物相忘懶是眞 ~ 事物과 나를 다 잊어 懶怠함이 天眞이라
藏名仍欲更藏身 ~ 이름 숨기고 아울러 몸까지 숨기려 하네.
書中自有會心處 ~ 冊속에는 나름대로 마음 맞는 곳 있는데
世上誰爲知己人 ~ 이 世上에 知己는 어느 뉘란 말인고.
十載浮沈問何事 ~ 十 年 歲月 榮枯盛衰 그 무슨 일이런고
一春開落總傷神 ~ 피고 지는 봄철 꽃 모두가 마음 傷한다.
五湖煙浪長依舊 ~ 五湖의 안개 물결 예前이나 다름없어
早晩歸來把釣綸 ~ 早晩間에 돌아가 낚싯줄을 잡으려네.
(198) 次東坡遷居韻 (象村稿)
(東坡의 遷居韻을 次韻하다)
我來府城南 ~ 내가 官府의 城南으로 오니
繞屋煙樹麗 ~ 집을 둘러싼 안개 낀 나무 아름답구나.
滄江官道傍 ~ 滄江은 官道 곁으로 흐르는데
水淸沙復細 ~ 물 맑고 모래 또한 가늘구나.
世故固難常 ~ 世上일 眞實로 一定하기 어려우니
萬緣任遷逝 ~ 온갖 因緣 變遷하는 대로 맡겨두네.
人生有定分 ~ 人生 定해진 分數 있으니
駕者還須稅 ~ 말달리던 者 도리어 쉬게 되네.
寄此山水鄕 ~ 이 山水 고을에 부쳐 살고 있으니
遲暮眞良計 ~ 眞實로 晩年의 좋은 計策이네.
虛室自生明 ~ 빈 房엔 절로 밝은 빛 生겨나고
雲霞棲曲砌 ~ 구름과 노을 굽은 섬돌에 서리네.
窈窕淸平洞 ~ 깊고 고요한 淸平 골짜기는
一一皆螺髻 ~ 하나하나 다 푸른 山이로다.
誰言九返妙 ~ 누가 九轉還丹 靈妙하다고 했던가
卽玆身可蛻 ~ 이곳에서 바로 神仙이 될 수 있다네.
蘇仙在惠州 ~ 蘇東坡 惠州에 있을 때
漫誇日啖茘 ~ 날마다 여지 먹는 걸 자랑했네.
伊翁吾臭味 ~ 이 늙은이 趣味 나와 같은데
恨未生同世 ~ 한 世上에 같이 못함이 恨스럽네.
單趺試鼻觀 ~ 單趺하여 鼻觀 試驗하고
爲己存實際 ~ 나를 爲해 實際를 保存하네.
塵寰亦何好 ~ 俗世가 또한 무엇이 좋겠는가
擾擾空蠅蚋 ~ 空然히 騷亂피우는 파리 모기인 것을.
(199) 次法洪上人軸中韻. 1
(法洪스님 詩軸의 韻을 빌려서)
紅塵何事苦棲棲 ~ 무슨 일로 世上에서 不安하게 사는가
蘿薛秋深舊路迷 ~ 깊은 가을 薛蘿풀에 옛 길을 잃었도다.
尙憶昔年相訪處 ~ 只今도 생각하네, 옛날 서로 만났던 곳
一聲淸唄度前溪 ~ 앞 개울 건너 들려오던 淸凉한 梵唄소리를.
(200) 次法洪上人軸中韻. 2
禪居知在翠微顚 ~ 스님 거처라면 푸르른 山 속에 있어야지
丈室多時慣借眠 ~ 많은 歲月 작은 房에서 잠을 자지 않았던가.
步出寺門雲滿壑 ~ 절 門을 걸어 나오니 구름은 골짝에 가득하고
東臺晴月向人圓 ~ 東쪽 樓臺의 맑은 달이 사람 向해 둥글다.
(201) 此府 (이 고을에서)
此府富山水 ~ 이 고을은 山水가 많아
佳麗同宛洛 ~ 南陽과 洛陽처럼 아름다워라.
顧余坐羈馽 ~ 돌아보면, 나는 足鎖에 걸려 있어
何異屠門嚼 ~ 고깃間 바라보며 씹어대는 것과 우엇이 다른가.
東風忽相過 ~ 봄바람이 갑자기 지나간 뒤
草木俱動色 ~ 草木에 모두 生氣가 도는구나.
花英欲綻紅 ~ 꽃들은 붉은 봉오리를 터뜨리려 하고
折枝已堪搦 ~ 버들 가지는 손에 쥘 만하구나.
詩成信筆書 ~ 詩를 지어 單숨에 써내니
筆下蟠蛟螭 ~ 붓을 잡고 쓰니 글씨는 龍과 이무기가 서리는구나.
不似屈三閭 ~ 같지 않도다, 三閭大夫인 屈原이
辛苦懷沙辭 ~ 苦痛스레 懷沙賦 지은 것과 같지 않도다.
天道有盈虛 ~ 天道는 차고 기우는 法이니
倚伏相推移 ~ 禍와 福은 서로 變하는 것이로다.
去來任迭運 ~ 過去와 未來를 오가는 秩序에 맡겨야지
吾奚浪嗟咨 ~ 나는 어찌하여 부질없이 歎息하는가.
(202) 次舍弟韻 (同生의 詩를 次韻하여)
悠悠浮世足危機 ~ 아득한 뜬 世上은 危驗도 하여라
每道歸來苦未歸 ~ 돌아간다 말할 때마다 돌아가지 못한단다.
旣已了心寧役物 ~ 이미 마음 깨쳤으니 어찌 外物에 끌리는가
自從經事漸知非 ~ 世上 일 겪은 뒤에야 잘못한 걸 차츰 안단다.
百花飄盡蜂脾滿 ~ 온갖 꽃들 다 떨어져 벌 창자 가득 차고
五月風薰麥實肥 ~ 五 月 따스한 바람에 보리 이삭 살찌는구나.
悵望林泉長在目 ~ 슬피 林泉을 바라보니 언제나 눈앞에 어른거려
見君詩句轉依依 ~ 너의 詩句 對하니 자꾸만 더 못 잊겠어라.
(203) 次仙源韻 (仙源의 韻을 빌려)
臥病時時念舊遊 ~ 病들어 누워 까끔씩 親舊 그리워하며
孤懷吟罷轉悠悠 ~ 외로운 마음 읊으니 더욱 마음 설레인다.
百年身世今强半 ~ 百 年의 人生살이 이제 억지로 折半
千里關河路苦脩 ~ 千 里 먼 邊方山河, 故鄕길이 아득하여라.
束帶立朝吾潦倒 ~ 벼슬 띠 두르고 朝廷에 선 나는 失意에 차고
折腰爲吏子淹留 ~ 허리 굽혀 官吏가 된, 그대는 겨우 머물러 있다.
歸期屈指知何日 ~ 돌아갈 날 손꼽아 보노니 그 날이 언제이리
漫把蘼蕪寄遠愁 ~ 궁궁이풀 뜯어 잡고 헛되이 깊은 시름 붙인다.
(204) 次僧軸韻 (스님 軸의 韻을 빌어)
躑躅花開亂燕飛 ~ 철쭉꽃 활짝 피고, 제비는 어지러이 날아다니고
枯梧睡罷正忘機 ~ 梧桐나무에서 잠이 깨니, 世上 근심 다 잊었네.
僧來不作人間話 ~ 스님이 돌아와 世上일을 말하지 않음은
知我歸心在翠微 ~ 내 마음이 山에 있음을 알았음이라.
(205) 次王元美白雪樓韻詠壽春村居
(王元美의 白雪樓의 韻을 빌어 壽春의 시골집을 노래하다)
曲巷斜簷望不齊 ~ 구불구불한 골목, 비스듬한 처마는 들쑥날쑥하고
斷橋危棧路高低 ~ 끊어진 다리 아찔한 空中다리가 높았다 낮았다 하는구나.
才非賈傅時還思 ~ 才주는 賈傅보다 못해도 가끔씩 돌아갈 생각 하지만
地似湘潭夢亦迷 ~ 땅은 湘潭과 비슷하여 故鄕 갈 꿈도 어지러워라.
漫興有詩供自遣 ~ 저절로 興이 일어 詩를 짓고
離騷休草怕人題 ~ 離騷를 짓지 말자, 남들이 지을까 두렵구나.
東風正漲昭陽水 ~ 이제 막 봄바람에 昭陽江 물 불어나게 하는데
空向天涯惜解携 ~ 부질없이 하늘 끝을 바라라보며 離別을 恨嘆하노라.
(206) 次月沙.(甲寅春 次月沙) (李廷龜의 韻에 따
楚客愁捐佩 ~ 屈原이 시름 속에 佩玉 버리듯
孤村寄峽中 ~ 외로운 마을 골짜기에 머물렀다네.
病來雙鬢短 ~ 病들어 귀밑머리 성글고
身外萬緣空 ~ 몸 밖의 모든 因緣이 空이로구나.
花鳥春長在 ~ 꽃 피고 새 우는 봄은 永遠히 있고
雲山路不窮 ~ 雲山의 길은 다함이 없네.
餘生何所事 ~ 남은 人生 할 일이 무엇이런고
擬作鹿皮翁 ~ 鹿皮翁 그 사람이 되어 보려네.
★ 이 時는 1614年(光海君6年) 初봄에 李廷龜의 便紙를 받고 그 詩에 次韻한 五言律詩로 '東'韻이다. 象村稿에는 題目이 “甲寅年 봄에 月沙의 韻에 따라 (甲寅春 次月沙)로 되어있다.
(207) 次淸陰韻. 1 (淸陰의 詩를 次韻하여)
掉臂人間萬事浮 ~ 人間萬事 비틀어 돌아보지 않고
閉門經歲臥林丘 ~ 門을 닫고 해 넘기며 山林 속에 누웠다.
文章可是傾前輩 ~ 文章은 그런대로 先輩를 제칠 만하니
仕宦何妨後俗流 ~ 벼슬에야 世上 時流에 뒤진들 어떠리오.
深院綠苔從寂寂 ~ 깊은 뜨락 푸른 이끼 고요한데
白雲丹嶂望悠悠 ~ 흰구름 붉은 山빛 閑暇로이 바라본다.
秋來蠟屐相携去 ~ 가을엔 나막신 신고 함께 길 떠나
共陟蓮花最上頭 ~ 蓮花山의 꼭대기 끝까지 같이 올라가보세.
(208) 次淸陰韻. 2
咫尺還如萬里遙 ~ 咫尺의 距離가 도리어 萬 里나 아득하고
孤居悄悄等參寥 ~ 외로운 삶이 시름겨워 쓸쓸하여라.
十年喪亂魂長斷 ~ 十 年 동안 亂離 通에 넋이 길이 끊어지고
千古閑愁酒未消 ~ 千古의 閑暇한 시름 술로도 녹이지 못한다.
夢裡雲山堪可隱 ~ 꿈속의 구름山은 숨어서 견딜 만한데
鏡中霜髮不曾饒 ~ 거울속의 흰머리는 寬大하지 못하구나.
看君歷落眞同調 ~ 豁達한 그대 보면 眞正 趣向 맞으니
徐榻休嫌屢見招 ~ 貴한 자리로 자주 불러옴을 싫어하지 말게나.
(209) 採蓮曲. 1
美人素手採蓮華 ~ 美人의 아리따운 손으로 蓮꽃을 따니
花如紅頰頰如花 ~ 꽃도 붉은 뺨 같고 뺨도 꽃 같은데
中流蕩槳唱吳歌 ~ 中流에서 노 저으며 吳歌를 부르도다.
唱吳歌 ~ 吳歌를 불러라
落日低 ~ 夕陽은 나직한데
波渺渺 ~ 물결이 아득하여
歸路迷 ~ 돌아갈 길 稀微하구나.
(210) 採蓮曲. 2
東鄰女兒脚不幭 ~ 東쪽 집의 少女가 버선도 신지 않고
兩足如霜踏溪渚 ~ 서리같이 하얀 발로 시냇가를 걸어가네.
溪頭蕩槳誰家郞 ~ 시냇머리서 노 젓는 어느 집 總角이
手折荷花笑相語 ~ 蓮꽃을 꺾어주며 웃고 서로 얘기하다가
移舡同去不知處 ~ 어디론가 배를 타고 함께 가더니
別浦驚起元央侶 ~ 別浦에서 鴛鴦 한 雙으로 갑자기 나타나네.
(211) 疊甲寅寒字韻. 1
(甲寅年에 지은 寒字의 韻을 거듭 쓰다)
昭陽江上生微寒 ~ 昭陽江 가에 조금 추운 氣運이 生기어
我興北望淸平山 ~ 일어나 北쪽으로 淸平山을 바라보네.
思欲奮飛翅翎殘 ~ 떨쳐 날아가고 싶으나 날개가 衰殘하여
楚操彈罷哀秋蘭 ~ 楚 나라 曲調 타고 나서 秋蘭을 슬퍼하네.
隱囊紗帽扃重關 ~ 겹門 닫고 紗帽 쓰고 隱囊에 기대있노라니
泂雨凄凄雲葉團 ~ 찬비 쓸쓸히 내리고 구름 모여드네.
喬林翳翳蔭溪干 ~ 喬木 숲은 시내 欄干을 어둑어둑 그늘지우고
淥波潾潾揚遠瀾 ~ 맑은 물은 출렁출렁 먼 물결에 무늬 이루네.
蓴鱸逸跡愧張翰 ~ 蓴鱸의 뛰어난 자취 張翰에게 부끄러우니
十年營役嬰世難 ~ 十 年의 世上살이 어려움에 빠져버렸네.
平生鐵腸與石肝 ~ 平生 鐵石같은 肝腸을 지녀서
白日雞犬輕劉安 ~ 대낮에 개와 닭도 劉安을 가벼이 보네.
浮沈榮落那足嘆 ~ 浮沈과 榮落을 어찌 恨嘆하겠는가.
萬劫紛紛空往還 ~ 萬 劫 속에 어지럽게 空然히 오고 간다네.
不須築室玄都壇 ~ 玄都壇에 반드시 집지을 必要 없으며
不須鍊就黃金丹 ~ 黃金 丹藥을 굳이 만들 것도 없다네.
山中薇蕨美可餐 ~ 山中의 고사리 아름다워 먹을 만하고
胸中浩氣傾八寰 ~ 가슴속의 浩然之氣 天下를 기울일 만하네.
破除人間萬事端 ~ 數많은 人間의 일을 다 떨쳐버리고
擺弄天地如弄丸 ~ 天地를 흔들어 마치 구슬 놀리듯 한다네.
誰敎六鑿設榮觀 ~ 누가 六鑿을 身體에 베풀게 하였는가
一簞一瓢猶鑄顔 ~ 一簞食一瓢飮으로도 顔回는 좋아했네.
斗酒隻豚且爲歡 ~ 말술에 통돼지는 또한 더욱 즐거우니
麟閣聲名君試看 ~ 그대는 功臣의 높은 名聲 試驗해보았는가.
吾其試之如蜒蠻 ~ 내 試驗해보니 달팽이 뿔과 같았다네.
(212) 疊甲寅寒字韻. 2
昨夜庭樹商飆寒 ~ 어젯밤 庭園 나무에 가을바람 서늘하여
峽裏覊人懷舊山 ~ 山골에 묶인 이 몸 故鄕山川 그리네.
行藏不復問懶殘 ~ 나아가고 물러남은 衰殘한 나에게 다시 물을 것 없으나
半世悔作當門蘭 ~ 半平生 門前의 蘭草된 것을 後悔하네.
邇來閉戶守玄關 ~ 요즈음 門 닫고 앉아 玄關을 지키노니
虛室生白天光團 ~ 마음이 밝아져서 天光이 모여드네.
盤中苜蓿長闌干 ~ 밥床의 苜蓿나물 欄干에서 자란 것이고
玉池猶自流淸瀾 ~ 蓮못엔 아직 맑은 물결 절로 흐르네.
興到時時恣揮翰 ~ 興이 나서 때때로 붓 멋대로 휘두르면
周灝殷噩皆無難 ~ 周灝와 殷噩이 모두 어렵지 않네.
食肉何須食馬肝 ~ 고기를 먹되 어찌 말의 肝을 먹겠는가
麟閣雲臺非所安 ~ 功臣이 되는 것도 便安할 바 아니라네.
遺音一唱更三嘆 ~ 古人의 音調 한 番 부르고 세 番 感嘆하며
老去却喜詩魂還 ~ 늙어가면서 詩想이 돌아옴을 기뻐하네.
憶曾持鼓登詞壇 ~ 돌아보니 내 일찍이 詩官으로 文壇에 올라서
歲月幾勞窮鉛丹 ~ 等級을 매기느라 受苦한 것이 얼마간이던가.
畫餠雖美不可餐 ~ 그림의 떡은 비록 좋아도 먹을 수 없는데
聲利擾擾空人寰 ~ 名譽와 利益을 爲해 온 世上이 騷亂하네.
大道無倪又無端 ~ 大道는 本來 始作도 없고 끝도 없으니
君欲得之修泥丸 ~ 그대가 얻으려면 精神을 修養해야 하네.
嗟嗟夸者坐童觀 ~ 아! 잘난 체한 者들은 所見이 너무 좁아서
詩禮發塚談孔顔 ~ 詩禮로 무덤 파면서 孔子 顔子를 말하네.
要當管取眼前歡 ~ 當場 눈앞의 즐거움만 取하려 하니
此事休傳俗物看 ~ 이 일을 俗物에게 前하여 보게 하지 말라
俗物攘攘同夷蠻 ~ 俗物들 利益에 紛雜함이 오랑캐 같다네.
(213) 靜居 (조용히 살다)
一室頗幽靜 ~ 한 집이 자못 깊숙하고 고요하며
圖書愜素心 ~ 冊들이 내 마음에 洽足하노니
漸與俗人遠 ~ 俗人들과는 漸次 서로 멀어지고
自無塵事侵 ~ 世俗 일은 절로 侵犯하지 않네.
明月夜臨戶 ~ 밝은 달은 밤에 門을 비추고
淸風來爽襟 ~ 맑은 바람은 가슴을 시원케 하니
不須悲濁世 ~ 混濁한 世上을 슬퍼할 것 없고
翻喜少知音 ~ 도리어 알아줄 이 적음이 기쁘구나.
(215) 晴窓軟談
(갠 窓가에서 負擔 없이 이야기하다)
未見聖人心 ~ 聖人의 마음 씀을 못 봤는데
焉知聖人事 ~ 어찌 聖人의 일을 알리요.
安得洗心人 ~ 어찌해야 마음 씻은 사람 얻어
與之論時義 ~ 그와 時代의 바름을 論할 수 있을까.
(216) 淸平山有作 贈山僧
(淸平山에서 詩를 지어 山僧에게 주다)
余纍于春川五年 ~ 나는 春川에서 五 年 동안
而罪罟中人 ~ 귀양살이하며 罪를 받고 있는 사람이라서
不敢爲放遊 ~ 敢히 밖에 나가 놀지 못하고
蟄藏矮屋 ~ 오두막집에 틀어박혀
時値山僧來往者談山中勝跡而已 ~ 이따금 往來하는 山僧을 만나 山中의 이름난 勝跡을 이야기할 뿐이었다.
歲辛酉夏 ~ 그러다가 辛酉年 여름에
得蒙宥西還 ~ 赦免을 받아 西쪽으로 돌아오면서
始成臨川蠟屐舊事云 ~ 비로소 臨川 臘屐의 故事를 成就하였다.
倦客尋初地 ~ 게으른 나그네 初地를 찾아 오니
層厓闢梵廬 ~ 겹겹의 비탈 위에 절間이 있네.
雲開眞樂觀 ~ 구름 속에 眞樂公의 집이 보이고
龍護悅卿書 ~ 龍은 悅卿의 글씨 保護하네.
飛瀑霑芒屨 ~ 날리는 瀑布는 짚신을 뿌려 적시고
危矼度竹輿 ~ 危殆로운 돌다리 대가마로 건너간다네.
東林晴月上 ~ 東쪽 숲에 개인 달 떠오르니
天影落潭虛 ~ 하늘 그림자 텅 빈 못에 드러워지네.
(春川 文殊寺)
(217) 村居卽事. 1 (시골에 살면서)
柴門臨水稻花香 ~ 사립門 물에 닿고 벼꽃 香氣로워
始覺村居氣味長 ~ 시골 사는 멋이 짙음을 이제야 알겠네.
偶與老農談野事 ~ 偶然히 늙은 農夫와 들일을 얘기하다가
不知山日已嚑黃 ~ 山에 해지는 줄도 몰랐네.
(218) 村居卽事. 2
蕙蘭爲佩芰荷衣 ~ 蕙草와 蘭草 몸 두르고 마름과 蓮잎 옷 만들어
迹混漁樵息世機 ~ 이 몸은 고기잡고 나무하며 世上 術數 다 잊는다.
萬事不求溫飽外 ~ 등 따뜻하고 배부르면 다른 世上 일 바라지 않고
小簷閒坐對朝暉 ~ 자그마한 처마 밑에 閑暇히 앉아 아침 햇살 對하노라.
(219) 村居卽事. 3
精舂玉粒供晨飯 ~ 精하게 흰 쌀 찧어 새벽밥 장만하고
旋劈團臍備客羞 ~ 게딱지 쪼개내어 손님 飯饌 準備하노라.
借問野翁何所事 ~ 하는 일이 무어냐고 늙은 農夫에게 물으니
本來無喜又無憂 ~ 本來 기쁠 것도 없고 걱정 또한 없다네.
(220) 村居卽事. 4
莫覓仙方覓睡方 ~ 神仙술 찾지 말고 잠 잘 자는 法 찾아
蒲團瓦枕竹匡牀 ~ 부들자리 기와벼개 대나무 寢臺로다.
何須更作周公夢 ~ 어찌 모름지기 다시 周公 꿈을 꾸어야 할까
夢到羲皇一味長 ~ 꿈에 羲皇氏 만나면 한 맛이 더 나리라.
(221) 村居卽事. 5
上池種荷荷萬柄 ~ 위 못에는 蓮을 심어 萬 포기나 생기고
下池養魚魚千頭 ~ 아래 못에는 물고기 길러 千 마리나 되었도다.
野翁生計此足矣 ~ 시골 令監 生計는 이만하면 넉넉한데
不須更要千戶侯 ~ 다시 또 반드시 千 戶의 侯爵을 바랄 必要 있는가.
(222) 村興
征鴻背照下江門 ~ 뜬 기러기 해를 지고 江물위로 떨어지고
落葉流風向別村 ~ 지는 잎 바람 따라 이리저리 휘날리네.
莫遣龍眠畵秋色 ~ 쓸쓸한 가을 風景 아예 畵筆 들지 말것이
紫蘭叢菊摠傷魂 ~ 시드는 菊花떨기 차마 보질 못하겠네.
(223) 秋夜
嵐光侵戶冷 ~ 山 氣運 차갑게 門에 드는데
露氣濕林斑 ~ 이슬 氣運 숲 적셔 방울 진다.
書劍身同廢 ~ 冊과 칼은 몸과 함께 멀어지고
漁樵跡已閑 ~ 시골 사람들 자취는 벌써 閑暇하다.
夜從愁共永 ~ 밤은 시름 따라서 함께 길고
秋與鴈俱還 ~ 가을은 기러기와 함께 돌아왔구나.
搖落亭臺靜 ~ 落葉은 떨어지고 숲속 亭子 고요한데
寒蟾下碧灣 ~ 싸늘한 달은 푸른 물결에 떠내려간다.
(224) 秋夜偶書
淅淅樹生籟 ~ 살랑살랑 숲속에 바람 부는데
悠悠宵欲央 ~ 閑寂한 밤 자꾸만 깊어져가네.
幽懷多感慨 ~ 그윽한 懷抱 많은 感慨가 일고
逝序易凄凉 ~ 바뀌는 逝序 쉽게 凄凉해지네.
小壁燈遺燼 ~ 작은 壁의 燈불은 재를 남기고
虛簷月映床 ~ 빈 처마의 달빛은 寢床 비추네.
休言吾道在 ~ 吾道가 남아 있다 말하지 말자
世事漸乖張 ~ 世上 일은 漸次로 順坦치 않아.
(225) 僦屋二首. 1 (專貰 살이)
僦屋來深洞 ~ 집 빌려 깊은 고을에 들어오니
隣居只數家 ~ 이웃집이라고는 但只 두 세 家口로다.
疏籬依亂樹 ~ 엉성한 울타리에 나무들에 依支해
細澗接長河 ~ 작은 개울 졸졸 흘러 긴 江에 닿았구나.
故國無歸夢 ~ 故鄕으로 돌아갈 꿈 全혀 없고
東風不見花 ~ 봄바람 불어도 꽃들은 보이지 않는다.
西林半夜雨 ~ 西쪽 숲에 한밤中에 내리는 비
斗覺鬢添華 ~ 머리털 더욱 희어진 것을 忽然 깨닫는다.
(226) 僦屋二首. 2
耿耿燈遺燼 ~ 깜박깜박 등심지 재를 남기고
浪浪雨未休 ~ 주룩주룩 빗줄기 그치지 않는다.
五年離故國 ~ 五 年 間 故鄕 떠나와서
白髮寄他州 ~ 白髮로 他鄕 고을에 붙여 있나니.
萬事惟孤墳 ~ 世上萬事란 오직 쓸쓸한 무덤
全家共一舟 ~ 온 家族 한 배에 함께 탔구나.
平生遂初賦 ~ 平素에 遂初賦를 지어왔지만
愧殺海中鷗 ~ 바다 속 갈매기에 부끄럽구나.
(227) 啄木行 (딱따구리를 노래하다)
翩翩一飛禽 ~ 훌쩍훌쩍 날아가는 새 한 마리
賦形亦何章 ~ 타고난 形像 어이 그리 아름다운가.
羽衣煥爛燁 ~ 그 날개 환히 빛나고 곱고
五綵織成光 ~ 五 色 무늬 짜놓은 듯 빛을 이뤘네.
孔翠失其色 ~ 孔雀과 물총새가 無色해지고
直欲欺鳳凰 ~ 곧장 鳳凰의 姿態와 비슷하여라.
翺翔叢薄間 ~ 숲 사이를 이리저리 날아다니니
衆鳥不敢當 ~ 다른 많은 새들이 敢히 맞서지 못한다.
脩喙恣頡頏 ~ 긴 부리를 마냥 오르내리면서
顧眄耀朝陽 ~ 이리저리 돌아보며 아침 햇살에 반짝이네.
來尋嘉樹顚 ~ 좋은 나뭇가지 끝으로 날아와서
啄盡嘉樹腸 ~ 좋은 나무의 속을 다 쪼아대는구나.
初如椎鑿穿 ~ 처음엔 몽치와 끌로 뚫는 듯하였으나
漸似刀鉅戕 ~ 漸次 칼과 톱으로 도려내듯 하는구나.
啄勢殊未已 ~ 자못 끝없이 마구 쪼아대니
枝摧根又傷 ~ 가지 꺾이고 뿌리도 傷하는구나.
風雨襲竅穴 ~ 그 구멍에 비바람이 스며들어
一夕歸顚僵 ~ 하루 저녁에 넘어지고 말았구나.
惜此棟樑材 ~ 哀惜하도다, 이 棟樑의 材木감이여
終爲微物殃 ~ 끝내 微物의 殃禍를 받음으니.
天道有相奪 ~ 天道란 서로 侵奪함이 있으니
倚伏詎可常 ~ 禍福이 어찌 一定할 수 있으리.
金丸豈汝貰 ~ 黃金 彈丸이 너를 어찌 容恕하겠으며
害物理難長 ~ 남을 해치는 놈은 오래가지 못하느니라.
(228) 平沙蘆鴈
(平沙의 갈대와 기러기)
平沙如雪水如羅 ~ 눈 같은 모래벌판 緋緞 같은 물결인데
秋盡南湖鴈陣斜 ~ 가을 다한 南湖에 기러기 떼 빗겼어라.
曲渚向來矰弋少 ~ 元來부터 모래섬에 주살질이 적었기에
蘆花深處好爲家 ~ 갈대꽃 깊은 곳을 집으로 잘 삼는다네.
(229) 平山途中
百五佳辰近 ~ 寒食날 좋은 때가 가까운데
三千里路來 ~ 三千 里 먼 길로 돌아왔구나.
復爲新歲客 ~ 새해에 다시 나그네 되어
空負故園花 ~ 옛 동산 봄꽃을 空然히 저버렸구나.
野店居民少 ~ 들 집에 사는 百姓 數爻가 적고
林厓怪鳥譁 ~ 숲 언덕에 이름 모를 새들 시끄럽구나.
嚴程那有暇 ~ 緊迫한 日程 어찌 틈이 있으랴
明發又天涯 ~ 날 밝으면 또다시 하늘 먼 곳으로 떠나야하네.
(230) 閑居四詠 ~ 春
悄悄無人問 ~ 고요한데다가 찾아오는 사람도 없어
重門晝未開 ~ 中門을 낮에도 열지 않았네.
東風知有信 ~ 봄바람이 約束을 잊지 않고
香綻數枝梅 ~ 몇 가지 梅花 봉오리에서 香氣 터뜨렸네.
(231) 閑居四詠. ~ 夏
寂寞簾垂地 ~ 고요하고 쓸쓸하게 발을 바닥까지 드리우고
閑愁掩暮關 ~ 閑暇한 시름에 날이 저물면 門도 닫네.
黃鸝亦多事 ~ 꾀꼬리는 뭐가 그리 바쁜지
啼遍翠林間 ~ 울면서 푸른 숲 속을 날아다니네.
(232) 閑居四詠 ~ 秋
西風撼井欄 ~ 갈바람이 우물 欄干을 흔들면
一葉梧桐雨 ~ 梧桐잎 한 두 잎이 떨어지네.
底事玄軒翁 ~ 늙은이 이 사람 무슨 일로
幽愁入千古 ~ 깊은 근심에 아주 오랫동안 잠기고마나.
(233) 閑居四詠 ~ 冬
冪冪霜如繭 ~ 잔뜩 덮은 서리는 누에고치 같고
蕭蕭風似刀 ~ 쓸쓸하게 부는 바람은 칼과도 같네.
地鑪安茗鼎 ~ 火爐에 茶 달일 솥 올려놓고
巖雪和氷熬 ~ 바위에 쌓인 눈 모아 담아 얼음과 함께 끓이네.
(234) 閑述. 1 (閑暇로이 짓다)
身閑有餘樂 ~ 閑暇하여 充分한 즐거움이 있거니
一室似招提 ~ 하나의 이 房안이 절間 같도다.
跡豈孫劉合 ~ 자취는 孫權과 劉備처럼 맞지 않지만
名甘李杜齊 ~ 이름은 李白 杜甫가 나란하도다.
藥欄踈雨後 ~ 藥草 花壇 이슬비 지나간 뒤에
山逕宿雲迷 ~ 山길의 저문 구름 흐릿하도다.
盡日無人問 ~ 終日토록 찾아오는 사람 하나 없어도
深林但鳥啼 ~ 깊은 숲에 새들만 지저귀는구나.
(235) 閑述. 2
習懶仍成性 ~ 게으른 버릇 性格이 되어
關門似避人 ~ 門을 닫고 世上을 피한 사람 같도다.
文章眞小技 ~ 文章이란 참으로 하찮은 재주
生事任長貧 ~ 人生살이 富裕하고 가난함에 맡겨버린다.
過雨山容活 ~ 비 지나가자 山 모습 생기가 돌고
濃陰樹影均 ~ 짙은 그늘 숲 그림자 두루 깔렸다.
身名且無玷 ~ 名譽 地位 아직은 괜챦으나
休恠偃經綸 ~ 經綸은 넘어지지 않음을 탓할 것 없도다.
(236) 峽裏 (두메山골)
峽裏生涯淡似僧 ~ 두메山골 生活이 單順하기가 僧侶와 같아
向來愁疾轉侵陵 ~ 지난날의 愁心病이 漸漸 더 깊어지는구나.
柴扉寥落無人迹 ~ 寂寥하니 사립門에 찾아오는 人跡 하나 없고
隴樹蕭蕭野水氷 ~ 언덕 나무들 쓸쓸하고 들녘 물은 얼음얼었다.
(237) 和歸去來辭 (歸去來辭에 和答하다)
歸去來兮 ~ 돌아가자
今也不歸何日歸 ~ 只今 안 돌아가면 언제 돌아가랴.
任化機之推遷 ~ 變遷하는 造化의 기틀에 맡겨야지
胡戚戚而空悲 ~ 어찌 근심하며 부질없이 슬퍼하리오.
懍余齒之將暮 ~ 내 나이 늙어가는 것이 매우 슬프고
懼歲月之難追 ~ 歲月을 따라잡기 어려움이 두렵도다.
伊浮榮之易謝 ~ 덧없는 榮華는 쉬 물러가는 法이라
覺轉頭而已非 ~ 머리 한 番 돌리는 사이 이미 글러졌네.
卜幽貞而得吉 ~ 有情하면 吉하다는 占을 얻고
謇蕙佩兮荷衣 ~ 아, 蕙草를 차고 蓮잎으로 옷 지어 입었네.
緬前脩之逸軌 ~ 前賢들의 뛰어난 法度를 생각하니
貴知彰而知微 ~ 드러남과 隱微함을 다 아는 게 貴重하다네.
瞻彼交衢 ~ 저 네 거리 길을 보니
車馳馬奔 ~ 말과 수레 달리는데
迺稅余駕 ~ 나는 수레를 멈추고서
衆妙之門 ~ 衆妙의 門에 들어왔네.
道非遠人 ~ 道는 사람에게서 머지 않아
目擊而存 ~ 한 番 보면 道의 所在 아나니
不材者全 ~ 不材한 者가 生命을 保全하거늘
豈願犧樽 ~ 어찌 犧樽 되길 바라겠는가.
守三田而毓靈 ~ 三田을 지키어 聖靈 기르고
鍊九丹而悅顔 ~ 九丹을 만들면서 喜色을 띄노라.
時曳履而商歌 ~ 때로는 짚신을 끌며 商歌를 부르지만
雖終窶而亦安 ~ 끝내 困窮할지라도 마음은 便하다오.
攀叢桂而相羊 ~ 叢桂를 부여잡고 徘徊도 하고
挹白雲而爲關 ~ 白雲을 끌어다가 집을 삼기도 하네.
爰淸淨而恬漠 ~ 이에 淸淨하게 조용히 있노니
異夸毗之童觀 ~ 世上에 阿諂하는 幼稚한 所見들과 다르다오.
惟正路之在玆 ~ 오직 바른길이 여기에 있는데
詎中途而告還 ~ 어찌 中途에서 되돌아 서겠는가
寗戚之飯牛兮 ~ 寗戚이 소를 먹이며 노래한 것은
徒區區於齊桓 ~ 한갓 齊 桓公에게 쓰이길 要求함이었네.
歸去來兮 ~ 돌아가자
竊獨樂夫天遊 ~ 나는 自然과 함께 自由自在하길 좋아하거니.
寧爲遲之學稼 ~ 차라리 樊遲처럼 農事일을 배울지언정
耻作宰之冉求 ~ 冉求처럼 家臣노릇 하기란 부끄러워라.
苟內省而無咎 ~ 참으로 反省해 보아 허물이 없다면
那外患之足憂 ~ 어찌 外患을 걱정할 것 있겠는가.
至人遺余以祕訣 ~ 至人이 나에게 秘訣을 끼쳐 주었으니
若農夫之易疇 ~ 그것은 農夫가 農事짓는 일과 같았네.
驚濤縱險 ~ 거센 波濤가 비록 險難하지만
未覆虛舟 ~ 빈 배는 엎지 못하는 法이라.
哀雕籠之綵禽 ~ 새장에 갇힌 애처로운 새여
孰放爾於林丘 ~ 누가 너를 숲속에다 놓아줄꼬.
覽消息之同原 ~ 盛하면 또한 衰하는 理致를 보았거니
盍早退於急流 ~ 어찌 急流를 勇敢하게 물러나지 않으리오.
物以久而必敝 ~ 物件이 오래되면 반드시 헤지는 法인데
人奚老而莫休 ~ 사람은 어이해서 늙어도 마지 않는고.
已矣乎 ~ 그만두어라
季世紛紛而稠濁 ~ 수다스럽고 混濁한 이 末世.
知止而止誰得留 ~ 그칠 곳 알아 그치는데 누가 挽留하며
胡爲乎莽莽靡所之 ~ 어이해 또 아득히 갈 바를 모른단 말인가.
淸風兮明月 ~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은
與我有幽期 ~ 나와 秘密한 期約이 있거니.
况南陸之靑陽 ~ 더구나 따스한 봄 南녘의 땅에는
藹宜耘而宜耔 ~ 穀食 김매고 가꾸기 아주 알맞다오.
或陟巘而尋芳 ~ 或은 山에 올라 꽃을 찾기도 하고
或提壺而詠詩 ~ 或은 술 甁을 차고 詩를 읊기도 하노니.
後元亮盖千祀 ~ 元亮보다 千 年이나 뒤에 났지만
托神交而不疑 ~ 精神은 交情을 結託하여 疑心치 않노라.
(238) 曉霜
井欄疏樹曉霜晞 ~ 우물 欄干 성긴 나무에 새벽 서리 마르고
簾外山光捲宿霏 ~ 묵은 안개가 걷히니 발 밖의 山色도 밝아라.
玄嚥不知秋社近 ~ 제비는 가을이 가까이 온지도 모르고
畵梁東畔尙飛飛 ~ 華麗한 들보의 東쪽 가를 如前히 날고 있다.
(239) 彙言
進退者身 ~ 나아가고 물러가는 것은 몸이고,
存亡者位 ~ 있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하는 것은 자리이며,
得喪者物 ~ 얻기도 하고 잃기도 하는 것은 物件이다.
知此而使之 ~ 이러한 것을 알아
不失其正者 ~ 바름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은
心乎 ~ 바로 마음이다.
(240) 休告 (休暇를 내어)
世亂宜長往 ~ 亂世에는 떠남이 마땅하노니
官高不自由 ~ 벼슬 높아지니 自由롭지 못하여라.
暫因休沐暇 ~ 暫時 休暇로 閑暇히 沐浴하니
聊解簿書憂 ~ 애오라지 文書짓는 걱정이 풀리도다.
山色秋偏瘦 ~ 山 빛은 가을이라 앙상하고
林容雨欲流 ~ 숲은 깜깜하여 비가 올 듯하구나.
從玆得安枕 ~ 이제부터 便히 눕게만 된다면
何必遠乘桴 ~ 何必 멀리 뗏木 타고 나가야 하는가.
(241) 甲辰上元 (甲辰年 正月大보름)
龍鍾三十九 ~ 不遇한 世上살이 三十九 年째에
佳節上元時 ~ 좋은 明節 正月 大보름이라.
柏酒開新釀 ~ 柏酒는 새로 빚은 缸아리서 떠내고
桃符飾舊楣 ~ 桃符는 옛 門地枋에 붙이었네.
光陰那得駐 ~ 歲月을 어찌 머물게 할 수 있으랴
世事只堪悲 ~ 世上 일은 다만 슬플 뿐이야.
强作迎春樂 ~ 억지로 봄맞이하는 즐거움 짓노니
還憐鏡裏絲 ~ 도리어 거울 속의 白髮이 애처롭네.
(242) 送趙郞
梨花落盡曉來雨 ~ 새벽녘 내린 비에 梨花는 다 졌는데
黃鳥飛鳴何處村 ~ 어느 마을 날아가며 꾀꼬리는 우는 건가.
春欲暮時君又去 ~ 봄이 다 가려는데 그대마저 떠나가니
閒愁離恨共消魂 ~ 無端한 걱정 離別의 恨이 서로 겹쳐 애를 녹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