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덮인 들판에서 길을 내다
雲海 김 상 진
평평
밤새워 눈이 내리고 아침이면
천지가 개벽이다
하얀 세상이다
길이 없는 이상한 세상이다
하얀 들판에 하얀 그림자로 서있으면 문득
지나온 모든 길이 하얗게 변해버린 방황하는 새가 된다
그 눈 밭에 가지런히 찍힌 새 발자국을 따라
닳아버린 싸리비로 눈길을 내며 가니
맞은편 집의 작은 비로 눈길을 내는 작은 아이를 만난다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그래 춥지 않니
길은 길과 만나 신작로 길이 열리고
아이는 할아버지를 만나 새 세상이 열린다
눈 덮인 하얀 세상에
새 길이 열리고
그 길을
검둥 강아지와
할아버지와 아이가 가는 새로운 그림이 그려진다
2024년 1월 19일
樵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