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386
천자문006
동봉
0017찰 한寒
우리 속담에 이런 말이 있지요
"춥지 않은 소한 없고 추운 대한 없다."
"소한이 대한 집에 몸 녹이러 간다."
"대한이 소한 집에 갔다가 얼어 죽었다."
소한 : 작을 소小 찰 한寒
대한 : 큰 대大 찰 한寒
글자에 담긴 뜻으로 본다면
어느 것이 더 추울 것 같습니까?
소한보다 대한이 춥겠지요
그런데 실제로는 소한이 춥습니다
이는 냄새 효과 때문입니다
동쪽 마을의 따스미가
일이 있어 북쪽 동지 마을에 갑니다
동지는 춥기로 유명한 마을이지요
석 달 동안의 여정인데
따스미는 입동 마을을 출발하여
소설과 대설 마을을 지나고
마침내 동지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동지 마을에서 볼일을 마치고
곧바로 길을 떠나
서쪽 입춘 마을로 향합니다
가는 길에 소한 대한 마을을 거치고
다시 한 달 반이면
입춘 마을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동지 마을에 갈 때는
따스한 기운을 지닌 채 갔는데
가는 도중에 몸이 식어버렸습니다
동지 마을에 이르렀을 때
체온은 완전히 밑바닥이었지요
동지 마을에서 볼 일을 본 뒤
그는 식을대로 식은 몸으로
서쪽 입춘 마을을 향했습니다
소한 마을에 이르렀을 때
몸에 묻어 온 추위가
소한 마을을 더욱 춥게 만들었고
대한 마을에 이르렀을 때
몸은 열기를 점차 회복했습니다
그러니 소한이 더 춥고
대한이 덜 춥지 않겠습니까
입춘 마을은 말할 것도 없고요
따라서 나는 24절기를
순우리말로 아래와 같이 풀었습니다
내 책《아미타경을 읽는 즐거움》510쪽
<쉬어가기>11에 있습니다
입동 선겨울 황경 225도
소설 싸락눈 황경 240도
대설 함박눈 황경 255도
동지 한겨울 황경 270도
소한 맏추위 황경 285도
대한 끝추위 황경 300도
입춘 서툰봄 황경 315도
대한을 끝추위로 풀었는데
큰추위로 오타가 나와
책에는 큰추위로 올라 있습니다
소한은 동지로부터
처음 맞는 맏추위입니다
대한은 끝추위 곧 막내 추위지요
맏이가 크고 막내가 작은
파워power효과라고 할까요?
"어! 왜 이리 손이 차?
"으음, 밖의 추운 데 있었거든."
그렇습니다.
차가운 물에 손을 담갔다거나
추운 겨울 밖에 있었다면
손이 시릴 수밖에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동지에서
시간적으로 가까운 소한이
시간적으로 먼 대한보다
몸이 덜 녹았다면 더 차갑겠지요
찰 한寒자에 담긴 뜻은 무엇일까요
방 안宀에 떠 놓은 우물물井이
꽁꽁大 얼어버렸다冫는 의미입니다
방안의 떠 놓은 물도 얼었는데
바깥의 기온이야 말해 뭐하겠습니까
0018올 래來 올 내
올 래來자를 볼 때마다
나는《노란 손수건》을 떠올립니다
애써 생각지 않아도 떠오릅니다
3년간 옥고를 치르고
가족 품으로 돌아오는 사람
그의 이름은 빙고Bingo였습니다
서양 사람들이 '맞았어'를
"빙고!"라 할 때 그 빙고와
같은 지 모르나 빙고입니다
나무木 아래서 만나는 두 사람从을
나타낸 글자가 올 래來자인데
왜 '노란 손수건'이 떠오르는 걸까요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
어쩌면 영화를 보고 난 뒤 감흥이
생각보다 훨씬 깊은 까닭일 것입니다
가수 태진아 씨가 부른 노래에
<노란 손수건>이 있습니다
한 번 보실까요?
손수건을 흔들면 님이 오신다기에
흔들었던 손수건, 노란 손수건
뒤돌아 보면 그리움에 고개 떨구고
뒤돌아 보면 그리움에 울고 있겠지
세월 속에 빛이 바랜
님이 주신 노란 손수건
마른 나무에 꽃은 지듯이
사랑은 떠나고
이별의 공간을 눈물로 채우며
이별의 시간을
미소에 담아 건네 준 거야
님오실 때 흔들어야지 노란 손수건
손수건을 흔들면 님이 오신다기에
흔들었던 손수건, 노란 손수건
뒤돌아 보면 그리움에 고개 떨구고
뒤돌아 보면 그리움에 울고 있겠지
세월 속에 빛이 바랜
님이 주신 노란 손수건
마른 나무에 꽃이 지듯이
사랑은 떠나고
이별의 공간을 눈물로 채우며
이별의 시간을
미소에 담아 건네 준거야
님오실 때 흔들어야지 노란 손수건
마른 나무에 꽃은 지듯이
사랑은 떠나고
이별의 공간을 눈물로 채우며
이별의 시간을
미소에 담아 건네 준거야
님오실 때 흔들어야지 노란 손수건
0019더울 서暑
"브와나 키포(스님)Bwana Kipoo!"
"으흠um?"
"조또 싸나Joto sana!"
"조또?"
"싸나 싸나!"
2006년 2월 킬리만자로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사찰 및 학교 용지를 구입했지요
그리고 그들에게서 얻은 이름이
키포Kipoo였습니다
그들은 한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으로서는 최초라 했습니다
Mt. 킬리만자로 땅은
아직 외국인에겐 판 적이 없었는데
내게는 팔았노라며
현지인이 지어준 기포에
한문으로 기포起泡라 덧붙였습니다
영국의 선교사이자 탐험가
리빙스턴Living Stone (1813~1873)이
탄자니아 킬리만자로를 탐험한 뒤
킬리만자로 정상 키포Kipoo를
키보Kibo로 바꾸었고
그 후 킬리만자로 주민 외에는
하나같이 키보로 부르고 있습니다
그들에게서 처음 익힌 현지어가
"조또 싸나"였습니다
내가 왜 더우냐고 했더니
탄자니아는 적도에 걸쳐있다 했지요
하지만 적도를 중심으로
남위 10도와 북위 10도의 폭은
무풍지대라고 합니다
바람이 없기에 더 덥습니다
더울 서暑자는 앞서 살펴 보았지만
위에서는 해日가 짓누르고
아래서는 태양日이 떠받치고 있어
가운데 어르신耂이 덥다시는 겁니다
태양 하나도 가까이하면 더운데
아래위로 태양이 두 개씩이나 되니
어떻게 안 더울 수 있겠습니까
0020갈 왕往
남편은 한 가정의 가장家長이고
아내는 한 가정의 주부主婦입니다
가장은 집안家을 늘리長는 자고
주부는 가정의 주인主이며
살림을 가꾸帚는 사람입니다
주인은 왕王을 가리키丶고
욍은 남의 도움없이
자축彳거리며 홀로 걸어가지요
주인主에게 존칭을 붙이면
주인장이고 남자를 가리킴이며
주인님이 되면 여자를 가리킴입니다
주인主人은 왕王이라는 사람丶에
다시 사람人이란 말을 덧붙임이니
덧붙이지 않고 높여 부르면
곧 '주님'이 됩니다
주님은 하인이 주인을 부름입니다
주님은 인간의 도움 없이
자축거리며 스스로 가는 이입니다
왕조王朝에서는 왕이 주님이지만
민주民主에서는
온갖 성바치百姓가 주님입니다
대그룹에서는 회장이 주님이고
작은 사업체에서는 사장이 주님이며
단체에서는 단체장이 주님입니다
그렇다면 나의 주님은 누구일까요
나의 주님은, 그렇습니다
밖의 어떤 절대자가 아닙니다
나의 주님은 나 자신입니다
나를 떠나 그 어디에도
나의 주님이 될 자는 없습니다
따라서 오고 가는 주체도 나입니다
여기 천자문에서는
추위가 오면 더위가 간다고 합니다
계절의 자리 바꿈입니다
이 자리 바꿈은 자연스럽습니다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오면서
앞의 세입자는 떠나갑니다
앞의 세입자가 떠나간 빈 자리를
자연의 세계에서는
공석으로 남겨두지 않습니다
다음 세입자가 들어오지 않으면
앞의 세입자가 계속 살까요?
제 자리 내놓지 않겠다고
용 쓰는 일도 없습니다
오는 자와 떠나가는 자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질서의 세계
천자문을 읽노라면
바로 이 한서질천寒暑迭遷이란
엄숙한 질서 앞에 손 모으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의 심부름꾼으로 뽑은
우리 국회의원들이
자기의 소임은 다하지 않은 채
의자만 차지하고 빈둥거리는 것처럼
그런 일은 자연계에서는 없습니다
작금의 상황은 보육대란입니다
오늘 당장 어린이집 교사들이
그리고 유치원 선생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인데
자리 싸움이나 하는 정치를 보면
국회의사당부터 밀어버리고 싶습니다
아! 자연의 세계는 숭엄합니다
어떤 경우라 하더라도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다 말고
멈춰서서 딴짓 하거나
한 눈 파는 일은 결코 없으며
달은 지구를 살피며 쉼없이 돕니다
우리 속담에서는
"대한이 소한 집에 가서 얼어죽었다."
고 하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자연의 질서에서 본다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속담이지요
"소한이 대한 집에 몸 녹이러 간다."
고 하는 말은 가능합니다
시간의 흐름에 있어서
소한보다 대한이 나중이니까요
오늘이 절기로는 대한,
곧 막내 추위, 끝추위에 해당합니다
맏형 추위, 맏추위인 소한이 지난지
어느새 보름입니다
겨울이 오면 봄은 멀지 않았다 합니다
어즈버! 입춘이 코 앞입니다
01/21/2016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
첫댓글 추운 대한 같습니다!
대전으로 출장 가면서
스님 법문 천자문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