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이왕주
출판사: 효형 출판
해방을 위하여
1.트루먼 쇼: 유목민처럼 떠나라.
트루먼 버뱅크는 작고 조용한 섬마을에 사는 평범한 세일즈맨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삶에 대해 의문을 갖기 시작한 것은 평소와 다름없이 평범한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촬영용 조명등이 떨어지고, 어렸을 적 자신이 익사를 직접 목격했던 아버지가 살아오고, 또 누군가에 의해 끌려가는 등 상식 밖의 일들이 벌어지고 나서부터였다.
30평생을 그다지 신경쓰지 않고 지냈던 일상. 신경을 쓰며 주변을 보니 이상한 일이 너무 많았다. 자신이 무엇을 하던 어떠한 상황이건 화 한번 내지 않는 아내가 그렇고, 누구한테 말하는 것인지 모르게 아내가 생활용품을 설명하는 것도 그렇고, 자신의 돌발행동이 주변의 변화를 일으키는 것 같고, 일정한 주기로 주변을 서성이는 사람들이 그렇고...
결국 자신이 뭔가 특별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확신을 하게된 트루먼. 대학때의 첫사랑 실비아의 "모든 것이 다 거짓이다"라는 말을 되새기며 그는 일상으로부터 탈출을 결심하게 되는데...
반생을 아무것도 모른 채 잘 연출된 TV무대 속에 살아온 남자를 소재로 한 우화 같은 작품. 짐 캐리가 최고의 연기를 보여줬다는 반응을 얻었고 미국에서 올해 6월 개봉해 언론의 격찬을 받았다.
[죽은 시인의 사회]로 파문을 일으켰던 피터 위어 감독이 이번에는 기상천외한 소재를 들고 나왔다. 평범한 삶을 사는 줄 알았던 트루먼은 어느 날 자신의 모든 사생활이 ...
2. 슈렉: 보이는 것 너머를 보라
3D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4년이라는 제작기간이 소요되었으며, 인간의 움직임을 정교하고 완벽하게 표현하기 위해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결과 빛의 반사까지 감안된 피부와 근육의 움직임, 눈동자의 표현력, 찰랑거리는 머리카락, 흩날리는 천의 느낌 등을 잘 표현했다는 평을 얻었다.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 영화로는 20여 년, 미국의 애니메이션 영화로는 5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칸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에 초청되었다.
주로 젊은 밴드들의 록뮤직(rock music)을 사용했고, 배경이 되는 지역이나 시대도 다양하게 그리고 있으며, 《매트릭스》
성 밖의 늪지대에 사는 못생기고 힘이 센 괴물 슈렉은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던 어느날 자신만의 안식처로 동화 속 주인공들이 다 몰려오게 된다. 알고 보니 파콰드 영주가 그들을 다 쫓아낸 것이다. 결국 슈렉은 쉴새없이 떠들어대는 당나귀 덩키와 함께 파콰드 영주와 담판을 지으러 떠난다. 하지만 일이 이상하게 꼬여 왕이 되고 싶어하는 파콰드 영주 대신 용의 성에 갇힌 피오나 공주를 구하러 간다. 덩키와 함께 공주를 구한 슈렉은 당차고 활발한 공주에게 마음이 끌린다. 피오나 공주도 슈렉에게 마음이 끌리지만 오해로 인해 서로 다툰 뒤 파콰드 영주와의 결혼을 결심한다. 영주와의 결혼식 날, 슈렉의 진정한 사랑을 알게 된 피오나 공주는 마법이 풀려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뒤 슈렉과 결혼해서 행복하게 산다.
3.집으로... : 진정한 소통은 바깥에서 이루어진다.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먼지 풀풀 날리는 시골길을 한참 걸어, 엄마와 7살 상우가 할머니의 집으로
가고 있다. 형편이 어려워진 상우 엄마는 잠시 상우를 외할머니 댁에 맡기기로 한다. 말도 못하고 글도
못 읽는 외할머니가 혼자 살고 계신 시골 외딴집에 남겨진 상우. 전자오락기와 롤러블레이드의 세상에서
살아온 아이답게 빳데리도 팔지 않는 시골가게와 사방이 돌 투성이인 시골집 마당과 깜깜한 뒷간은
생애 최초의 시련이다.
하지만, 영악한 도시 아이답게 상우는 자신의 욕구불만을 외할머니에게 드러내기 시작한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외할머니가 그렇듯 짓궂은 상우를 외할머니는 단 한번도 나무라지 않는다. 같이 보낸 시간이 늘어날수록 상우의 할머니 괴롭히기도 늘어만 간다. 빳데리를 사기 위해 잠든 외할머니의 머리에서
은비녀를 훔치고, 양말을 꿰매는 외할머니 옆에서 방구들이 꺼져라 롤러블레이드를 타고...
그러던 어느 날, 후라이드 치킨이 먹고 싶은 상우는 온갖 손짓발짓으로 외할머니에게 닭을 설명하는 데
성공한다. 드디어 커뮤니케이션이 시작되는가 싶지만, 할머니가 장에서 사온 닭으로 요리한 것은
"물에 빠트린" 닭. 백숙이었다. 7살 소년과 77세 외할머니의 기막힌 동거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자기성찰
1.동사서독 :사람의 속마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백타산의 원주민인 구양봉(장국영 분)은 일찍 부모를 여의고 형이 그를 키웠다. 구양봉의 꿈은 유명한 검객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무술연마를 위해 고향을 떠날 것인가, 아니면 사랑하는 여인(장만옥 분)과 고향에 남을 것인가의 선택의 기로에서 그는 사랑하는 여인 대신 무사로서의 길을 택한다. 결국 그녀는 그의 형과 결혼한다. 10년 후, 냉소적이고 돈만 알게 된 구양봉은 사막으로 가서 그곳에 여관을 개업한다.
구양봉은 황약사(양가휘 분)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역시 사랑에 관한 슬픈 상처를 가지고 있다.
그는 한때 가장 친했던 친구의 부인과 불륜의 관계를 맺고 도화림을 떠나게 된다.
매년 복사꽃이 피는 시절이면 구양봉에게 찾아와 같이 술을 마시고는 백타산으로 구양봉이 사랑했던
여인을 방문하러 떠난다. 10살난 아들을 가진 그녀는 아직도 구양봉을 사랑하고 그를 잊지 못하고 있다.
일년전 황약사는 고소성 밖에서 자칭 모룡연(임청하 분)이라는 남자와 친구가 된다. 그의 여동생과
결혼할 것을 언약한다. 그녀와 만날 약속을 했지만 황은 떠나가 버린다.
모룡연은 황약사가 약속을 어긴 것에 분노하며 구양봉을 찾아와 동생을 대신해 복수를 하고 싶다며
황약사를 죽여달라고 한다. 그가 떠난 뒤 그의 여동생인 모룡연이 나타나 그녀의 오빠를 죽여주면
오빠가 제시한 돈의 2배를 주겠다고 한다. 구양봉은 모룡연이 여동생을 사랑한다는 것을 느끼지만
대화를 지속하는 동안 모룡연과 모룡언이 내면에 두개의 인격체를 지닌 동일인임을 확인하게 된다.
어떤 젊은 처녀(양채니 분)가 구양봉을 찾아와 그의 동생의 복수를 간청한다. 그러나 그녀가 가진 것은
달걀 한 바구니와 당나귀 한마리 뿐이었다. 구양봉은 그녀의 청을 거절하지만 그녀는 도와줄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고집한다. 도화림에서 온 시력을 점점 잃어가는 영락한 검객이 어느날
구양봉을 찾아와 살인청부일을 하겠다고 자청한다. 그는 눈이 완전히 멀기 전에 복사꽃이 피는 것을
보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갈 돈이 필요했다. 그는 아내(유가령 분)가 절친한 친구와 부정을 저지르자
집을 떠나는데 그 친구는 다름아닌 황약사였다.
가진 것 없는 검객 홍찰(장학우 분)은 구양봉의 눈에 띄어 그의 휘하에 들어가 이제는 유능한 청부검객이 되었다. 그러나 그는 구양봉의 뜻을 어기고 돈도 없는 어린 소녀의 복수를 대신해준다. 그가 받은 대가는 오직 달걀 한 개뿐이었다. 마적단과의 싸움에서 손가락 하나를 잃은 그는 그를 찾아온 아내와 함께 떠난다.
이렇게 가슴에 나름의 상처를 지닌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며 세월은 흘러가고 마침내 구양봉은
형수(옛 애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는 자신의 여관에 불을 지르고 떠나간다
2.존 말코비치 되기: 자기 존재를 긍정하라.
크레이그 슈바르츠는 거리에서 인형을 다루는 퍼펫티어이다. 재능은 있지만, 야망도 사랑도 없이 무기력하게 살아가던 그는 어느날 주특기인 손놀림으로 레스터 회사에 서류정리 사원으로 일자리를 얻게 된다.
그는 오리엔테이션에서 여직원인 맥신에게 열정적인 사랑을 느끼게 되지만 그녀는 냉담하기만 하다.
낙심한 그는 우연히 캐비닛 뒤의 작은 문을 발견하게 된다. 문을 열고 작은 통로 안으로 들어가자,
갑자기 어둡고 습기찬 터널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그곳은 바로 존 말코비치의 뇌로 들어가는 관문이었다.
바로 15분간 존 말코비치가 될 수 있는 신비의 통로에 와 있는 것이다!
3. 매트릭스: 나는 선택한다,이 길을
인간들은 태어나자마자 그들이 만들어낸 인공 자궁안에 갇혀 AI의 생명 연장을 위한 에너지로 사용되고 AI에 의해 뇌세포에 매트릭스라는 프로그램을 입력당한다. 내용은 1999년의 가상 현실. 인간들은 매트릭스의 프로그램에 따라 평생 1999년의 가상 현실을 살아간다. 프로그램 안에있는 동안 인간의 뇌는 AI의 철저한 통제를 받는다. 인간이 보고 느끼는 것들은 항상 그들의 검색 엔진에 노출되어 있고, 인간의 기억 또한 그들에 의해 입력되고 삭제된다. 가상 현실 속에서 진정한 현실을 인식할 수 있는 인간은 없다.
꿈에서 깨어난 자들, 그들이 세상을 지배한다.
매트릭스 밖....
가상 현실의 꿈에서 깨어난 유일한 인간들이 생존해 있는 곳. 그곳엔 AI에게 인류 역사상 가장 위험한
인간으로 알려진 모피스와 그와 더불어 AI에 맞서 싸우는 동료들이 있다. 그들은 광케이블을 통해 매트릭스에 침투하고 매트릭스 프로그램을 응용해 자신들의 뇌 세포에 각종 데이터를 입력한다. 그들의 당면 목표는 인류를 구원할 영웅을 찾아 내는 것. 그들은 AI통제 요원들의 삼엄한 검색망을 뚫고 매트릭스 안에 들어가 드디어 오랜동안 찾아 헤매던 "그"를 발견한다.
"그"는 유능한 컴퓨터 프로그래머, 토머스 앤더슨.
낮에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아가지만, 밤마다 "네오"라는 이름으로 컴퓨터 해킹에 나서는 "그"는 모피스로부터 조심스레 매트릭스에 대한 단서를 얻는다. 알 수 없는 두려움속에서 실체를 추적해 나가는 네오. 어느날, 매혹적인 여인 트린의 안내로 또다른 숨겨진 세계 - 매트릭스 밖의 우주를 만나게 된 네오. 꿈에서 깨어나 AI에게 양육되고 있는 인간의 비참한 현실을 확인하고 매트릭스를 탈출한다.
한편, 모스의 동료 중 사이퍼는 끊임없는 기계들의 위혐과 공격으로 인한 두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매트릭스 안의 가상 현실로 들어가기 위해 동료들을 배신하다. 네오와 모피스 일행이 매트릭스 안에
잠입한 사이, 사이퍼는 광케이블을 교란시켜 그들이 매트릭스에서 빠져나올 출구를 봉쇄해 버리는데...
4. 디 아더스: 타자로 전락해 버린 나
낡고 기묘한 분위기의 빅토리아식 저택
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영국 남부 해안의 외딴 저택. 전쟁에서 남편을 잃은 독실한 기독교도 그레이스와 빛에 노출되면 안되는 치명적인 희귀병을 가진 두 아이가 살고 있다.
빛을 거부하는 이들 어느날 집안 일을 돌보던 하인들이 갑자기 사라지고, 예전에 이 저택에서 일한 적이 있다는 세 명의 하인들이 들어온다. 그레이스는 두 아이를 빛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절대 규칙'을 그들에게 가르친다.
커튼은 항상 쳐놓아야 하고, 문을 여닫을 때는 반드시 먼저 열었던 문을 닫고 나서 다음 문을 열 것,
그리고 등불 이외엔 어떤 조명도 사용하지 말 것.
그리고... 믿고 싶지 않은 진실!
그런데, 이때부터 저택에는 기괴한 일들이 끊임없이 벌어지게 된다. 아무도 없는 방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피아노가 갑자기 연주된다. 딸 앤은 이상한 남자아이와 할머니가 집에 머물고 있다는 얘기를
반복한다. 신에 대한 믿음이 강한 그레이스는 그런 딸의 말을 인정하지 않지만 두려움은 점점
그 무게를 더해간다. 마침내 그레이스는 그들을 위협하는 공포의 실체와 마주치게 되는데...
세상과의 화해
1.굿 윌 헌팅: 세상과 화해 하는 법
2.피아노: 사랑은 소유하지 않는 것
3. 쉬핑 뉴스: 두려울수록 정면을 보라
디오니소스 찬가
1.중경산림: 망각은 행복의 조건
2. 나비: 과거도 미래도 삶의 시간은 아니오
3.뷰티플 마인드: 정신적 분열을 이겨낸 초인적인 노력
생존전략 - 싸우기
1.와호장룡: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
2.간장선생: 잘 놀고 잘 쉬고 잘 자라
3.북경 자전거: 부숴질 수는 있으나 패배할 수는 없는 자
4.메멘토: 역사는 만들어진 서사시
5. 친절한 금자씨:복수로 원혼을 달랠 수는 없다.
생존 전략 - 춤추기
1.쉘위 댄스?: 춤이 없다면 이 삶을 어찌 견디랴
2.빌리 엘리어트: 어머니를 만나고픈 접신의 춤
3.타인의 취향: 다름을 인정하면 조화를 얻는다.
언어,예술,아름다움
흐르는 강물처럼: 예술은 왼손에서 탄생한다.
일 포스티노: 시인은 의식의 성장에서 탄생한다.
오!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 인생의 과정을 향유하라
파인딩 포레스터: '아버지는 아들을 기다린다'
사랑에 관한 담론
여인의 향기: 의미는 삶 속에서 결정된다.
오아시스: 사랑은 지금 당장 행동하는 것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사랑의 세가지 정의
좋은 걸 어떡해: 사랑은 중간에서 만나는 것
이 책에 나오는 영화의 줄거리를 다 찾아 쓰기가 어렵네요.또 책에도 줄거리가 나와있기도 하구요...
대신 예스 24에서 누군가가 이 책을 읽고 쓴 리뷰를 올립니다.참고 하시길...
글쓴이 아이디:Bresson
글 제목:
철학, 영화를 진정 이해하다
프랑소와 트뤼포가 쓴 ‘프랑스 영화의 어떤 경향’ 이란 글은 이미 유효기간이 끝난 도발적 글로, 누벨바그 시대의 향수와 함께, 추억이 되었다. 트뤼포는 그렇게도 영화적이라는 것에 매달렸고, 영화인들만이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영화인이라는 경계자체가 억지였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텍스트의 시대, 좋다. 영화는 이제 모두의 것이고, 누구나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 되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철학자들이 쓴 영화에 관한 책들을 읽을 때는 트뤼포처럼, 영화란 이런 것이야 라는 억지를 부리고 싶어진다. 그런 생각이 드는 이유는 그들의 책 속에서 영화가 너무나 왜곡되고, 난도질당하는 것을 여러 차례 목격했기 때문이다.
얼마전 루이스 브뉴엘 감독의 영화에 대한 대담회가 있었는데, 들뢰즈 전문가인 철학자에게 관객 중 누군가가 질문을 했다. “들뢰즈의 철학으로 브뉴엘의 영화를 설명해 주시겠어요?”, 그 철학자는 짧게 말했다. “한번도 그런 생각을 안해봤습니다.” 한마디 짧은 답변으로 대답이 끝나버리자, 장내 분위기는 썰렁해져버렸지만, 그 철학자의 태도에 무척 공감이 되었다. 영화 속에 스며들어 있지 않은 철학이라면 이야기하지 말아야한다. 그러나 간혹 어느 철학자들은 자신의 정통한 철학으로 자꾸만 모든 영화를 분석해내려고 한다. 그럴 때 영화는 제 모습을 잃어버리고 난도질 당해버리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 철학으로 해석해내지 못할 영화가 어디 있을까? 이점이 영화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철학자들이 쓴 영화책을 경계하게 되는 이유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런 책들은 영화를 보는 눈을 베려 놓기 때문이다.
『철학, 영화를 캐스팅 하다』라는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의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처음의 우려와는 달리, 책을 다 읽은 지금 소감을 말하자면, 『철학, 영화를 진정 이해하다』로 바뀌어도 좋을 정도로 철학과 영화가 서로에게 +가 되어 주고 있는 책이라 말하고 싶다. 이 책에선 철학이 분명 영화를 캐스팅했지만, 영화는 영화대로 제자리에 있고, 철학은 철학대로 담쟁이덩굴처럼 영화를 감싸 안고 있다. 그런 점에서 <와호장룡>편에 소개되는 소를 잡는 것과 소를 푸는 것과의 차이에 관한, 장자의 포정해우(庖丁解牛)이야기는 여타 철학자들의 책과 이왕주교수의 책을 구별하는 비유가 될 수도 있겠다. 부적절한 철학을 들이대어 영화를 상처 내며 난도질 하는 책과, 영화에 스며들어 있는 철학을 자연스레 발라내는 책과의 차이 말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어 쉽게 풀어내는 철학이야기이라고 할 수 있다. <트루먼 쇼>에선 트루먼의 명대사 “good morning, good afternoon, good evening, good night” 을 들뢰즈 철학과 한 몸처럼 느껴지도록 재치 있게 결합시켜 놓았고, <슈렉>에선 그토록 난해하다는 포스트모더니즘이 단 몇 문장만으로 큰 맥이 잡힐 수 있도록 정리되어 있다. <매트릭스>에선 샤르트르의 대자존재를 네오가 그‘가 되는 과정을 통해 설명하고 있고, <피아노>에선 영화 속 캐릭터 스튜어트와 베인스를 통해 에리히 프롬의 <소유와 존재>에 대해 성찰한다. 그리고 <일 포스티노>에선 어떻게 하나의 정신이 무의식에서 절대자의 위치까지 이르게 되는지 변증법의 논리로 보여주는 헤겔의 <정신 현상학>의 주제를 이렇게 쉽게 설명하고 있다.
“무지한 마리오(정)는 저명한 시인 네루다(반)를 만나 새로운 마리오(합)로 탄생한다. 그것은 묻는자 마리오다. 마리오(정)는 또 한 번 네루다(반)를 만나 다시 새로운 마리오(합)로 태어난다. 사랑하는 자 마리오다. 사랑하는 마리오(정)는 또 다시 네루다(반)를 만나 새롭게 환골탈태한다(합). 그것은 언어를 사랑하는 자 마리오다(정). 새로운 시인은 여기서 탄생하는 것이다.” 본문 275p
더불어 이 책에서 눈여겨보게 되는 것은 이왕주 교수의 문체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을 설명하기에 앞서 이왕주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한때 낯설던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용어도 이제는 어지간히 귀에 익은 말이 되었다. 그러나 그 뜻이 뭐냐고 물을 때, 답하기 어려운 것은 이제나 저제나 비슷한 형편인 듯하다.” 이왕주 교수의 이처럼 소탈하고 편안한 문체는 독자들이 낯설고 어려운 철학적 개념들에 주눅이 들지 않도록 다독이는 배려가 되어준다. 대중의 눈높이에서 함께 공감하며, 고민한다는 것이 책의 곳곳에 그의 인간미 넘치는 문체를 통해 드러난다. 그래서 이 책은 철학, 영화책임과 동시에 한편의 산문집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철학, 영화를 캐스팅하다』는 누구에게라도 권하고 싶은 양서이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읽는다면, 왜 영화에 철학이 필요한지 자연스레 공감하며 읽어갈 수 있을 테고, 철학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읽는다면 영화 속에 얼마나 다양한 철학적 사유거리가 스며들어 있는지 알아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철학을 잘 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책을 이 책을 읽어서, 일상의 대중문화를 통해 철학적 지식, 경험을 가공하여 응용, 적용하는 비법을 배웠으면 좋겠다.
[인상깊은구절]
“결국 타자에 대한 공포나 두려움은 상대의 힘, 가령 유령성 같은 것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타자의 타자성 자체에서 오는 것이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