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중에는 돼지 꿈이 최고이다. 재물이 들어오는 수가 많기 때문이다. 복권을 사기도 한다. 왜 돼지 꿈은 돈하고 연결 되는가?
서양에서는 돼지를 아주 불길한 동물로 본다. 탐욕의 화신이다. 돼지는 타락과 망조의 길로 인도하는 동물로 인식되어 왔다. 하느님의 길과는 전혀 반대되는 방향으로 인도하는 동물이다. 그래서 서양 기독교권에서는 돼지를 아주 천시하는 문화가 있다.
그러나 동양에서는 다르다. 한자의 ‘家’자를 보면 갓머리 밑에 돼지 ‘豕(시)’가 있다. 갓머리가 가리키는 것은 지붕이다. 지붕 밑에 돼지가 있는 모습이 家의 어원이다. 고대에는 집집마다 집안에다가 돼지를 키웠던 것이다.
20년전 쯤 중국 남방지역의 시골을 여행하다 보니까 돼지를 키우는 고대의 집 구조가 남아 있었다. 아래층은 돼지 우리였고, 그 위의 2층에 사람이 사는 주택구조로 되어 있는 장면을 목격하였다. 2층에 사는 사람이 먹다 버린 음식 쓰레기를 아래층에 있는 돼지가 받아 먹고 사는 구조였다. 이 장면을 보고 ‘家’라는 글자의 성립과정을 한 눈에 이해하게 되었다.
남쪽의 더운 지방에서는 동물의 습격을 방지하기 위해서 2층 집에 살았다. 어지간한 동물은 2층까지 뛰어 올라 인간을 공격하기 힘들다. 2층에 사는 것이 습기도 줄일수 있고 각종 동물의 공격을 방어하기에도 유리하다.
한가지 단점은 있다. 뱀의 공격이다. 뱀은 기둥을 타고 2층까지 올라 올수 있다. 더운 지방에서는 뱀이 많다. 추운 지방은 뱀이 별로 없다. 북유럽 같은 지역은 뱀이 별로 없다. 반대로 더운 남방 지역은 많다. 이 징그럽기도 한 뱀의 공격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가 관건이었다. 기둥을 타고 올라오는 뱀을 어떻게 퇴치한단 말인가?
해답은 돼지였다. 돼지는 뱀의 천적이다. 돼지는 삼겹살이라는 방탄 조끼를 입고 있다. 뱀이 돼지를 물어도 이 삼겹살의 방어막을 뚫고 독이 침투할 수 없다. 그래서 돼지는 뱀을 국수 가락 삼키듯이 삼켜 버린다. 돼지에게 뱀은 맛있는 파스타에 해당한다고 설명할수 있다. 돼지에게 뱀은 풍부한 영양분을 제공하는 식품이다. 뱀이 많은 지역에는 돼지를 키우는게 방법이기도 하다.
남녀간에 띠 궁합을 볼때도 뱀띠와 돼지띠는 상충으로 본다. 피하는 관계이다. 巳(뱀)와 亥(돼지)는 충(冲)이다. 아래층에다가 돼지를 키우면 이 뱀의 습격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인간의 똥도 돼지는 먹는다. 먹다 남은 음식 찌꺼기도 먹어 치워 버린다. 이 얼마나 편리하고 유용한 동물이란 말인가!
그래서 집집마다 돼지를 키웠다. 돼지는 키워 놓으면 여러 사람이 먹을수 있는 동물성 단백질이다. 동네 잔치를 할 수 있다. 돼지는 동네 사람 모두가 배불리 먹을 수 있는 풍요로운 식사 거리를 제공한 셈이다. 그러다보니 돼지는 풍요로움을 주는 동물로 아시아 인들의 뇌리 속에 깊이 박히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반복된 습관이 뇌리 속에 깊이 박히면 어떻게 되는가. 이것도 유전된다. 돼지를 아래 층에 키워서 잡아 먹었던 아시아 인의 유전자 속에는 ‘돼지는 풍요롭다. 먹을 것을 준다. 배 고픔에서 벗어나 포만감을 준다’는 정보로 각인되어 있었던 것이 아닐까. 이 유전자의 각인이 현대에까지 이어지는 셈이다.
과거에는 돼지가 배부름의 상징이었다면 현대인에게 풍요로움은 무엇일까. 한 마디로 돈이다. 재물이다. 그래서 돼지꿈을 꾸면 복권을 사는 풍습이 생긴 배경이다. 돼지는 진화의 기간에서 원시 시대부터 인간에게 배부름을 안겨주는 동물이었다는 문화인류학적 사실이 꿈으로까지 연결된 것이다.
세계에서 돼지고기를 가장 좋아하는 나라는 중국이 아닌가 싶다. 중국은 지대박물(地大博物)한 나라이다. 프랑스와 함께 중국은 요리 재료가 많아서 요리가 발달한 나라이다. 프랑스 요리는 거위 간으로 만드는 푸아그나가 소문나 있지만, 중국 요리는 돼지고기가 들어간 요리이다.
중국 쇠고기는 맛이 별로 없다. 우리 한우만 훨씬 못하다. 돼지를 많이 먹는다. 중국인은 돼지고기에서 에너지를 얻는다고 보여 진다. 그 대표적인 돼지 요리가 바로 ‘동파육’이다.
소동파가 즐겨 먹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 동파육은 돼지고기를 삶아서 약간 삭힌 음식이다. 동파육은 돼지 고기 살집만 따로 떼어 요리한 것이 아니다. 껍데기는 물론 지방도 그대로 두고 살코기까지 붙여서 통째로 먹는 음식이다. 중국인들의 정력 보충은 이 동파육을 비롯한 돼지고기 요리에서 시작된다.
돼지는 오행으로 따지면 수(水)에 해당한다. 북방의 수를 상징한다. 말하자면 개고기처럼 따뜻한 고기가 아니라 차가운 성분을 지닌 고기이다. 속이 냉한 소음인은 돼지고기가 맞지 않는다. 위가 약한데다가 찬 성분의 돼지고기가 뱃속에 들어오면 소화가 잘 돼지 않는다. 그래서 소움인은 돼지고기를 싫어한다. 반대로 열이 있는 소양인은 돼지 고기가 딱이다. 보약이다.
수를 상징하는 돼지는 인체의 오장육부 가운데 수에 해당하는 신장(콩팥)을 보강해주는 음식이다. 콩팥의 수기를 돼지가 보충해 준다. 소양인은 신장이 약하다. 신장이 약하면 정력이 약하다. 신장에서 나오는 정액도 하나의 수기이다. 신장이 약하다는 이야기는 이 정액이 적게 만들어진다는 이야기이다. 남자나 여자나 물이 많아야 하는데, 신장이 약한 소양인 남자는 물이 적은 남자인 셈이다. 물 보충 해주는 음식이 돼지고기이다.
중국도 남북에 따라 취향이 다르다. 중국의 남쪽 지방에서 주로 쓰는 처방은 신장을 보하는 처방이 많다. 정력제를 많이 쓴다. 북방은 위를 보강하는 위장약을 많이 처방한다. 보신론(補腎論)과 보위론(補胃論)으로 나뉜다. 남방 지역은 보신론자이고, 북방 지역은 보위론자이다.
남방에서 신장 강화 약재를 많이 쓰는 이유는 정력 남용이 많이 때문이다. 북방은 추우니까 음식을 많이 먹는 습관이 있다. 이번에 못 먹으면 언제 먹을지 모른다는 통념을 지니고 있다. 많이 때려 먹다 보니까 위에서 탈이 난다. 과식은 위장병의 시작이다. 그래서 위장병을 다스리는 약재가 많이 처방된다.
한편 중국의 남방이 북방보다 더 색을 밝힌다. 왜 밝히나? 중국 강남은 먹을 것이 풍부한다. 배가 부르면 그 다음에 떠오르는 욕구는 색이다. 식후(食後)는 색이다. 인간사는 뭐니 뭐니 해도 결국은 음식남녀(飮食男女)로 귀결된다. 일찍이 공자님도 음식남녀는 인간의 대 욕망이라고 규정하였다. 끊을 수 없는 욕망이라는 이야기이다. 너무 제약을 많이 하고 법률로 규제를 많이 하면 안 좋다는 이야기이다.
돼지고기는 약해진 신장의 수 기운을 보강하고, 활력을 준다. 동물성 단백질의 보고이다. 그러나 중국의 남방 물소는 맛이 없다. 쇠고기는 이상하게도 한반도에서 나온 한우가 맛이 좋다. 한국은 쇠고기이다. 중국이 돼지고기라면.
조용헌 강호동양학자·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