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워드의 일화를 그린 영화 '파이터'
'아이리시' 미키 워드는 미국의 로엘이라는 지방에서 자란 프로복서로 터프한 시합을 펼치기로 유명합니다. 그는 정규 세계타이틀 도전에는 실패했지만, 훗날 세계챔피언에 오르는 아투로 가티라는 복서와의 미친 3연전으로 정말정말 유명합니다.
https://youtu.be/s6hQrUpGyPk?si=i03rMwaxzSQom7jG
3차전 요약한 영상. 근데.. 혹시 이 시합들을 안 본 사람들이 있다면 꼭! 꼭! 그냥 풀영상으로 보세요. 유튜브에 치면 1,2,3차전 풀영상 있습니다. 이게 그냥 유명한게 아니라, 누워서 보다 일어서서 주먹 꽉쥔채 보게 될 정도로의 미친 명경기들입니다. 그래서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미키워드 VS 아투로 가티 3연전은 회자되는 시합이며, 아마 앞으로 20년이 더 지난다고 해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만큼 전설의 시합.
이 3연전 후 워드는 은퇴해 그동안 번돈으로 복싱장과 조그만 사업을 하며 성공적인 인생을 살고 있고 가티는 세계챔피언에 오르지만, 브라질에 여행갔다가 숙소에서 총을 맞아 사망한채 발견되어 충격을 줬었습니다. 그리고 유력한 용의자가 있었는데도 수사가 흐지부지 종결되어 논란이 있었고요. 당시 절친이었던 워드는 공개적으로 재수사를 요구하기도 했었습니다.
https://youtu.be/dYGroCooot8?si=G1FGjeA9t5XNIS6C
미키워드가 퀸튼잭슨의 팟캐스트에 나와서 인터뷰를 했습니다. 군데군데 번역해봤습니다.
밖에서 누군가 치열하게 싸우는걸 본다면 어우 아프겠다 이런 생각이 들지만, 직접 들어가서 싸우는 사람은 그걸 느낄 겨를도 생각할 겨를도 없다. 싸우고 한 두시간 지나야 느낄 수 있으려나. 시합 당시엔 그냥 링안에서 너의 일을 하는거다. 사람들이 나에게 정말 강심장이니 뭐니 하는데 그런거 아니고 내 심장은 다른사람들과 다를 바 없지만, 중요한건 의지인거 같다. 견디고 계속 하고자 하는 의지. 만약 KO로 쓰러진다면 그건 어떻게 막을 수가 없다. 하지만 아주 조금이라도 일어날 힘이 남아있다면 일어나야 하는거다. 내 직업이니까. 니가 식료품점에서 일을 하는데 뭔가가 엎질러졌다고 해보자. 그걸 치워야 하는데 나 이거 안해 하고 떠나지 않는 것과 같다. 물론 그보다 복싱이 더 힘들고 MMA는 더하겠지만, 해야한다. 싸워서 겪어내고 물어뜯으며 나아가야 한다. 왜냐하면.. 난 포기하는거보다 차라리 링에서 KO되는게 낫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포기하면 다음날 스스로를 마주하는게 KO 당한 것보다 더더욱 아프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포기하면 난 다음날 거울에서 내 스스로를 볼 수가 없다. 내가 일어설 수 있다면 난 일어선다.
나는 복싱을 7세때 시작했다. 그러다 중간에 레슬링도 같이 했다. 중학교 때 레슬링을 했고 고등학교에 가면서 두가지를 다 하기엔 무리라 결국 복싱으로 노선을 정했다. 사실 야구를 하고 싶었긴 했지만 야구선수가 된다는 생각은 안했다. 당시 내가 살던 동네에서 복싱은 흑인 스포츠였다. 그런데 나는 아이리쉬 혈통의 백인이었고 혼자만 튀는 존재라 조금 이상하게들 봤다. 그런데, 복싱 자체는 색깔이 없다. 이 운동으로 모두가 다 통하고 현재 내 친구들도 흑인들이 많다.
내 체력은 장점 중 하나인데, 정말 많이 달렸다. 사실 난 달리는거 매우 좋아한다. 언덕을 뛰고 트랙을 뛰고 말이다. 하루에 평균 7마일(11킬로미터) 정도를 뛰었는데 그건 스프린팅이었다. 한바퀴를 전속력으로 뛰고 두어바퀴를 천천히 뛰고 이런식으로 반복하면서. 그리고 이 컨디셔닝이 수많은 시합에서 나를 구해줬다. 나는 내 맷집이 괜찮다는걸 깨달았고, 컨디셔닝을 잘 했고 마지막으로 이기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링에 들어서고 그 특정한 날, 특정한 밤에 내 모든걸 쏟아붓고 최선을 다하는거다. 내가 그렇게 하고도 진다면 그건 어쩔 수 없이 지는 것이고 상대에게 잘했다고 악수를 하고 그 다음으로 나아가는 것. 그로부터 배우고 다음날 다시 시작하는 거다. 내가 마지막에 벌어들인 꽤 많은 돈은 내가 한 많은 패배들로부터 나왔다. 난 승리와 패배 자체가 그 사람을 정의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가티와 싸우기전에도 정말 훌륭한 선수들과 많이 싸웠다. 그런 경험들이 나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
내가 프로에 데뷔한 후 연승하다가 정체기가 왔다. 계속 연패를 하면 위축된다. 자신감과 자존감이 떨어지게 되는거. 그러다 어느순간 나는 일종의 측정기, 될성부를 선수들을 판별하는 문지기가 되었다. 미키가 최고의 선수는 아니지만 터프하니 미키를 이기면 가능성이 있는거고 지면 아닌거고. 그쯤 되니 회의감이 들었고, 이렇게 선수생활을 하는게 맞는지 고민이 되었다. 그래서 선수생활을 내려놓고 일을 했다. 두손두발 다 있으니 일해서 먹고 사는데 문제 없지 않은가. 건설일, 도로포장일들을 했고 그렇게 3년간 쉬었다. 운동은 했지만 선수시절처럼 하진 않았었고 말이다. 그러다가 다시금 하고 싶은 동기부여를 찾았고 자존감을 찾았고 복귀했다. 나는 다시 싸우는 이유를 돈이나 다른 외부적 요인이 아닌 내 스스로에게서 찾았고 그렇게 스스로에게서 동기를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3년만에 복귀한 이후로 또 연승을 계속 이어갔다.
아투로 가티와의 3연전은 뭐랄까, 1차전에선 난 전혀 다치지 않았다. 바디나 그런건 맞았지만 머리에 충격이 가거나 그러진 않았다. 2,3차전은 달랐다. 1차전 당시에 아마도, 가티측은 나를 조금 얕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가 그런 시합을 한거지. 난 1차전하기 전에 내가 병원에 갈거란걸 알았다. 가티는 터프한 전사고 언제나 그럴것이지만 가티측은 나를 그렇게까지 보지 않을거 같았다. 그렇지만 난 이 친구를 아예 결투모드로 끌어낼 수 있도록 준비했고 그렇게 결투와 같은 시합으로 1차전을 했다. 2,3차전은 가티가 좀더 영리하게 시합을 해 발을 좀더 써서 승리했고 말이다. 1차전에선 과하진 않았지만 자신감이 있었고 승패는 몰랐지만 터프한 시합을 할거란 생각을 했다. 그렇게 가티와 1차전에서 승리한후 내게는 아투로와 시합 외에도 다양한 오퍼들이 왔다. 이 사람이랑 싸우면 돈을 더 주고 등등이었는데 나는 가티와 재시합을 골랐다. 왜냐하면 우리가 이렇게 훌륭한 시합을 했으니 다시 한번 해야한다고 느꼈고 그럴 가치가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2차전에서 가티가 이긴 후 그에게 다른 사람과 싸울 수백만 달러의 오퍼가 들어왔는데도 가티는 ‘미키가 나에게 2번째 시합 기회를 줬으니 난 미키에게 3차전 기회를 주겠다’며 나와의 3차전을 골랐다. 우린 링에서 서로 죽이려했고 당시까지 대화를 그리 많이 나누지도 않았지만 그런 우정이 있었고, 3차전이 끝난 후엔 정말 절친이 됐다. 나는 은퇴했고 이후 가티가 시합을 할때마다 코너에 같이 섰으며 마지막 몇시합을 트레이너로 참여도 했다. 우린 서로 복싱을 하진 않았지만 골프를 자주 쳤다. 달리기 시합을 하면 내가 항상 가티를 이겼다.
가티와의 3차전이 내 마지막 시합이었고, 난 그때 정말 주먹을 제대로 맞아서 내 안구 고정 근육이 꼬였다. 그래서 중간에 가티가 4명으로 보였다. 시합이 끝나고 의사들이 자연스레 돌아올 수도 있으니 보자고 했으나 돌아오지 않았고 내부에 근육을 잘라서 인공적으로 고정하는 수술을 했다. 현재 역시 내가 고개를 숙이고 치켜보면 초점이 맞지 않아 사람이 몇명으로 보이고, 고개를 조금 들면 초점이 맞아 하나로 보인다.
2005년에 CTE 증상 진단을 받았다. 난 한 대학병원에서 하는 하키선수, 풋볼선수 들을 포함한 CTE 증상관련 연구에 참여했고 나중에 내가 죽으면 뇌진탕 관련 연구를 위해 내 뇌를 기증하기로 되어있다. 여전히 간혹 두통이 있다. CTE 증상은 시합 때문에 혹은 스파링 때문에 이렇다기보다 아마 그 전부를 섞은 결과일 것이다. 정확히 어떤게 영향이 클지는 모르겠다. 체육관에서 스파링을 할때, 주에 3회 스파링을 하드하게 한다고 치면 스파링 하고서 멍한 상태가 될때 있지 않은가? 그게 작은 뇌진탕이다. 그걸 주 3회 반복하면 뇌진탕 3회가 반복되는거고 그게 이어지면 큰 병으로 이어지게 되는거고 그런거 아닐까. 훈련이 아닌 실제 시합의 경우, 분명 데미지를 많이 받지만 그러고 나면 오랜기간 쉬면서 회복하지 않나. 내 경우 사실 가티와 3연전 때 지금와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충분한 휴식이 없었던 거 같긴 하다. 1년 사이에 3시합을 했으니 4개월만에 싸운거다. 그보단 좀더 오래 쉬는게 좋을거 같긴 하다. 그리고 말했지만 스파링! 헤드기어의 경우 내 생각은 팔꿈치나 버팅 등으로 피부가 찢어지는걸 막기 위해서지 헤드기어를 낀다고 안의 뇌가 안 울리는게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헤드기어 때문에 더 심하게 울리게 된다고도 하는데 누가 알겠는가. 계속 이어지면 충격이 누적되는거지.
가티의 커리어 말년에 함께 할때, 내가 대기실에서 가티 주먹을 미트로 받으면 ‘아직 괜찮은데? 꽤 날카롭고?’ 이렇게 느끼곤 했다. 하지만 그러고 시합링에 들어서면 그 모습을 전혀 못 보여줬다. 그냥 그렇게 나이를 먹어버리게 되는거다. 때가 된거지.
물론, 내가 계속 할 수 있는지 아닌지에 대해 가장 잘 아는건 자기자신일 수도 있다. 스스로의 몸은 속이지 못한다. 항상 때를 결정하는건 자기자신이 되어야 하고, 이 일을 하는 동안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들과 계속 함께 하는거 역시 중요하다.
패배를 받아들이는 방법을 몰라서 많은 선수들이 스탑된다고 생각한다. 시합을 열심히 했는데 졌다면, 그냥 진거다. 내가 이걸 할수도 있었고 저걸 할 수도 있었고 다 좋은데 그건 그냥 끝난거다. 되돌릴 수가 없다. 그때 해야하는건 받아들이고, 그로부터 배우고, 나아가는 거다. 근데 많은 선수들, 재능있는 무패의 선수들이 그걸 못하고 지나간 일에 집착한다. 화난다? 좋다 화날 수 있다. 근데 그래서 어쩔거야? 졌으면 진거다. 받아들이고 다음으로 나아가야 한다.
첫댓글 희대의 명경기
와 인터뷰도 멋지네요
어릴때 미키워드랑 아투로가티 경기 보면서
전율을 느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런 양질의 자료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바람의디렉터님b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