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덕분에 일찌감치 익힌 판소리를 바탕으로 김정호는.... 5음계만을 사용하여 심금을 울리고 폐부를 찌르는 노래를 만들었다. 1972년 어니언스가 크게 히트시킨 ‘작은 새’, ‘사랑의 진실’, ‘저 별과 달은’ 등도 김정호가 작사·작곡한 노래였다.
김정호는.... 1973년 TBC 패티김 스페셜 프로그램'에 조용필'과 함께 게스트로 출연해 자작곡인 ‘이름 모를 소녀’를 불러 가수로 데뷔했다. 백순진과 함께 ‘4월과 5월’로 활동하던 김태풍이 개인 사정으로 듀오 활동을 못하게 되자 ‘4월과 5월’의 새 멤버로도 잠시 활동했다.
김정호가 작사·작곡하고 노래까지 부른.... ‘이름 모를 소녀’ 제목의 음반이 세상에 나온 것은 1974년 5월이었다. 이 데뷔 앨범에는 ‘버들잎 따다가 연못 위에 띄워놓고 쓸쓸히 바라보는’으로 시작하는 노래.... ‘이름 모를 소녀’를 비롯 ‘사랑의 진실’, ‘잊으리라’, ‘저 별과 달을’ 등.... 애끓는 창법과 한국적 정서가 녹아 있는 10곡의 노래가 수록되었다.
기타를 멘 채.... 지그시 눈을 감고... 꿈꾸듯이 노래하는 모습, 달빛같이 창백한 얼굴, 여기에 단조에서 오는 처연함과 애수를 느끼게 하는 그의 목소리!.... 는 시청자들의 가슴을 후벼 파며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김정호는 1975년 10월 ‘작은 새’, ‘꽃잎’ 등이 수록된 2집 앨범을 발표하며 인기를 이어갔으나 1975년 12월부터 휘몰아친 ‘대마초 파동’으로 무기한 출연정지를 받고 갑자기 대중 앞에서 사라졌다. 1979년 12월 족쇄에서 풀리자 김정호는 그동안 작사·작곡한 노래들을 다시 발산했다.
‘하얀 나비’ 등이 수록된 3집 앨범(1980.3), ‘달님’, ‘기도’ 등이 수록된 4집 앨범(1981) .... 등'을 연이어 발표하고 가끔은 TV에도 얼굴을 비췄다. 그러나 그런 생활도 오래가지 못했다. 폐결핵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한동안 ‘행방불명설’, ‘잠적설’이 나돌았다.
김정호는 “노래를 다시 부르면 죽을지도 모른다”... 는 의사의 경고에도 다시 5번째 음반을 준비했다. 노래를 부르지 못하면 되레 숨이 멎을 것 같던 김정호는.... 숨쉬기조차 힘든데도 피를 쏟아내며 녹음했다. 한 곡을 녹음하는 데도 수십 번씩 끊어 편집해야 했다.
5번째이자 유작 앨범인..... ‘LIFE’는 장장 8개월 동안의 녹음 끝에 1983년 11월 발표되었다. 앨범 수록곡 中..... ‘간다 간다 나를 두고 떠나간다’....라는 절규가 담긴 ‘님’은 그가 남긴 유언이었다.
김정호가 대중에게 마지막 모습을 보인 것은 1985년 8월이었다. TV에 출연한 그는 “어린 딸을 위해 아빠도 유명한 가수였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출연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1985년 11월 29일 서울대병원에서 죽음을 맞았다.
그러나.... ‘하얀 나비’의 가사처럼 ‘때가 되면 다시 피듯’ ..... 그의 노래는 여전히 대중의 가슴에서 피어나고 있다.
김정형 저 <20세기 이야기> 중에서
그가 부른 노래에는 국악과 가요를 접목하여 새로운 리듬과 멜로디를 만들어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내 죽거든 앞이 툭 트인 곳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긴 채 그는 85년 11월 서울대 병원에서 세상을 떴다. 서른셋이었고 겨울이었다.
그는 지금 경기 파주의 기독교 공원묘지에 잠들어 있다.
‘이름 모를 소녀’의 주인공이었던.... 부인 이영희氏`는 재가`도 하지 않은 채 쌍둥이 딸`을 키웠고, 큰딸 정선씨(25)`는 곧 작곡가로 데뷔한다. 한 시인은 그의 노랫말을 가리켜 "한국적인 정서가 물씬 묻어나는 울림`이 담겨있다"고 ... 평했다.
하늘과 바람, 새와 꽃잎-무엇보다도 인간을 사랑할 줄 알던 가수 김정호는 지금 여기 없다. 그러나 그의 노래는 지금도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 살아있다.
▲‘짧은’음악삶 추모…첫 헌정앨범 제작
배호, 차중락, 하수영의 요절에 이은 김정호의 죽음. 가요계서는 “슬픈 노래를 부르면 요절한다”는 소문까지 나돌 정도였다.
살아있을 때.... 유난히도 살갑게 가요계 선후배들과 어울렸던 김정호의 죽음은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특히 ‘밤에 떠난 여인’의 가수 하남석은 가장 아끼던 후배의 죽음에 가장 슬퍼했다. 서울대 병원 영안실을 지키던 하남석에게 ‘향수’의 가수 이동원이 그의 음악세계도 조명하고 유족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헌정앨범을 만들자고 제의했다.
이래서 나온 ‘김정호 추모앨범’은 헌정앨범의 효시였다.
김범룡이 ‘이름 모를 소녀’를, 김현식이 ‘님’을 불렀다. 송창식(잊으리라), 윤시내(하얀나비), 한마음(빗속을 둘이서), 서수남·하청일(사랑의 진실), 윤승태(작은새) ...등`이.... 그가 남긴 주옥같은 노래들을 불렀다.
이들 外`에도... 전영록, 김학래, 홍민, 이정선 등 후배`들이 앞 다퉈 선배가수의 추모앨범을 만드는 데 열과 성을 다했다.
당시 각자 다른 소속사`에 적`을 두고 있었지만, 아무런 이해관계 없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KBS 음반기획상’을 받는 등... 높이 평가받았다
오광수기자 : 2002년 02월 17일 |
첫댓글 오랜만에 들어보는 "하얀나비" 군여..
제가 좋아하는 노래 중에 하나인대~~
감상 참 잘하고 갑니다.
늘 건강 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