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owering Inferno. 1974년 작. 165분.
감독 존 길러민, 출연 폴 뉴먼, 스티브 매퀸, 윌리엄 홀덴, 페이 더너웨이, 제니퍼 존스, 프레드 아스테어, 로버트 와그너, 로버트 본, 리처드 체임벌린
재난영화 중 흥행성적 역대 1위로 꼽힌다. 지금 봐도 웰메이드 영화다. 재난 상황에서의 인간군상을 제대로 표현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47회 아카데미에서 촬영, 편집, 주제가상을 수상했다.
건축가인 로버트(폴 뉴먼)는 자신이 설계한 135층의 초고층 빌딩, 샌프란시스코 글라스 타워 완공에 맞춰 해외여행에서 돌아온다. 준공식 파티에 참석한 그는 설계보다 규격 미달의 전기 배선을 감지하고, 빌딩 사장 제임스 던컨(윌리엄 홀덴)에게 파티를 연기할 것을 제의한다. 그러나 던컨은 이를 묵살, 파티를 강행한다. 그리고 81층 배전반에서 전기합선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한다.
한창 파티가 진행 중이던 135층 연회장에는 상원의원을 비롯한 정치인, 기업인, 연예인 등 초청객 300여 명이 갇혔다. 샌프란시스코 소방대가 출동하고, 소방대장 마이클(스티브 매퀸)은 불길을 잡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 그러나 역부족이다. 지상에서의 진화가 애초에 불가능한데다 바람까지 심하게 불어 어려움은 더욱 가중된다. 게다가 달궈진 콘크리트가 파괴되기 시작한다.
당장 연회장에 갇힌 사람들의 목숨이 경각에 처해졌다. 대피 방법도 없었다. 비상계단은 거대한 굴뚝이 됐고, 엘리베이터마저 멈췄다. 스프링클러도 작동되지 않았고, 가스관도 연쇄 폭발했다. 이 모든 게 자재 담당이었던 던컨 사장의 사위 로저 시몬스(리처드 체임벌린)가 건설비를 빼돌리기 위해 싸구려 자재를 구입한 탓이었다.
초고층 빌딩 화재에 소방대 장비도 무용지물이었다. 헬리콥터가 뜨자 사람들은 먼저 타겠다고 아우성, 연옥을 연상시킨다. 이런 가운데 남을 먼저 배려하는 희생적, 헌신적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혼자 살겠다고 발버둥치며 남까지 위험에 빠뜨리는 사람들의 모습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악단은 이처럼 위험한 순간에도 초청객들의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음악을 연주하기도 했다.
온갖 방법에도 화재 진압이 어렵자 로버트는 마지막으로 빌딩 옥상의 물탱크 폭파를 제의한다. 소방대장 마이클은 빌딩 붕괴위험을 들어 반대한다. 하지만 이판사판이었다. 결국 물탱크를 폭파, 진화에 성공한다.
# 1971년 크리스마스 때 발생한 서울 대연각 화재(사망 163명, 부상 63명)가 모티브가 됐다는 설이 파다했었다. 한편에선 1974년 2월 브라질 상파울루 조엘마빌딩 화재사고가 모티브였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대연각 화재는 지금까지도 세계 최악의 호텔 화재사고로 기억되고 있다. 당시 생중계 보도된 화재 현장에 박정희 대통령까지 나와 진화를 독려했다. 해외토픽으로 보도된 건 당연했다. 당시만 해도 21층 고층빌딩 화재에 대비한 소방장비가 부실해 주한미군 소방대가 화재진압에 참가하기도 했었다.